하나가 원하는 것들 중 막상 맘 먹고 해 줄 수 있는 일은 두 가지 정도일까? 일단 돈을 많이 벌면 욕실을 풀장만큼 크게 만들어 주는 것은 가능할테고, '하나를 사랑한다'는 말은 맘만 먹으면 해 줄 수 있는 것이고... 그나저나 막상 따져보면 지금 당장이라도 실현 가능성이 있는 것은 "하나를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것" 한가지 뿐이다. 돈을 많이 벌고 싶지만 그것도 부모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할아버지를 만들어 주는 것도 인력으로 할 수 없는 일이고, 강아지를 크게 만들어 하늘을 날게 하는 것도 불가능하니 말이다. 이 책을 보며 아이의 엉뚱한 소원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결국 부모 입장에서도 맘 먹고 해 줄 수 있는 것은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는 것 뿐이니 할 수 있는 것이나 열심히, 최선을 다해 아이에게 기쁨을 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의 예쁜 소원을 읽는 것도 재미있지만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게나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라 고맙게 읽었다.
아이들의 마음과 생각이 참 예쁘다. 귀엽다는 느낌보다는 기특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어려도 속은 꽉찬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가 오는 이유가 할아버지가 우리를 보고 싶어서 울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아이, 엄마가 자기를 맴매 때리는 운동을 해서 팔운동해서 알통이 나왔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아이가 예쁘게 느껴진다. 학교에서는 공부 잘 하는 아이, 모범적인 아이, 엄마가 뒷바라지 잘 해주는 아이들이 더 예쁨을 받을지도 모르지만 아이 하나하나만 놓고 보면 다 소중하고 예쁜 존재라는 생각이 들게 해주는 책이다. 유치원 선생님이나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읽으신다면 '예뻐하지 않을 아이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 같은 책이다. 참, 제목 "튀겨질 뻔 했어요"라는 시는 42페이지에 나오는데 아빠가 왜 튀겨질 뻔 했는지는 읽어 보시면 압니다. ^^
할아버지는 비가 오는 날, 그 것도 하필이면 학교 앞에 앉아 계셨을까? 지하도 입구나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으로 가시지... 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도 거지 할아버지에게 마음이 쏠려 있었을 영이가 기특하게 느껴진다. 영이는 아마 학교 앞에서부터 거지 할아버지께 우산을 씌워 드리고 싶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때문에 망설였겠지... 착한 영이의 마음이 고맙고 예쁘게 느껴지는 책이다. "할아버지가 가져가셔도 괜찮은건데..."라는 영이의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설마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은 아니겠지? 문방구 아줌마의 말이 불길하게 느껴진다. 그림과 시가 잘 어울리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재홍님의 그림답게 좋다.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 녀석의 공부를 돌봐주던 중 문제지에서 마음에 와 닿는 문제를 발견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지키기 힘든 약속은 자기 자신과의 약속이라는 것이었다. 남이 보고 있던 보고 있지 않던 바르게 행동한다는 이이 선생의 말씀이 생각난다. 이 책을 보는 동안 위암에 걸린 건축가가 벌떡 일어나 병원 밖으로 나가 먹고 싶었던 것을 실컷 먹지는 못해도 맛을 음미하기를 바랬는데 그 분의 침대에 국화 꽃 한 송이가 놓여 있어서 아쉬웠고, 바디 빌더 김준호님의 이야기와 복싱 선수 장혁의 이야기를 보며 내가 나를 이긴다는 것,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깨달았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도 배우는 내용인데 낼 모레 불혹인 나는 뭐하고 있는 것인지... 식객, 회를 거듭하면 할수록 진한 맛을 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다림이란 볍씨가 바로 쌀이 될 수 없듯이 세월을 재촉하지 않는 농부의 마음 같아야 하고, 정성이란 자식을 키우는 어머니의 그것과 같아야 하며 음식에 대한 손님의 만족스런 표정이 보상의 전부여야 한다."-9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