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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세 여자
C.L.G. 마틴 지음, 피터 엘웰 그림, 이주희 옮김 / 느림보 / 2003년 9월
평점 :
중학교 다닐 때 우리 집하고 아랫집에 동시에 도둑이 들어오려고 한 적이 있었다. 아랫집 현관문과 베란다 문도 달그락 달그락 따려고 하고, 우리집 뒷 문도 달그락 달그락 따려고 했었다. 내가 잠에서 깨니 할머니께서는 아까부터 그 소리를 듣고 계셨는지 덜덜 떨고 계셨고, 나는 그러지말고 "누구냐?"고 소리를 내어서 도둑을 쫓자고 했다. 이층 양옥 집이었는데 위 아래로 도둑들이 달그락 달그락 문을 따려고 하는 것을 보니 아래층 주인집으로 도둑이 들어가려고 하는 모양이었다. 내가 일어나서 나가려고 하자 할머니는 내 바짓 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지셨는데 결국 도둑들은 문 따는 것을 포기하고 돌아갔다. 다음 날, 할머니는 고모한테 어젯밤 일을 말씀하셨는데 고모 말씀이, "넌 서양년이냐? 동양 여자들은 도둑이 들면 이불 속으로 머리 박고 숨고, 서양 여자들은 몽둥이라도 들고 나간다던데..."라는 말씀을 하시며 겁도 없다고 꾸중을 하셨다. 이 책을 읽으니 그 일이 떠올라서 혼자 웃었다. 사실 난 남편보다 용감보다 용감해서 우리 집에서는 벌레도 다 내가 잡고 못 박기, 형광등 가는 일도 내가 한다. 남편은 집에 들어오면 황제로 군림하기 때문에 집안 일을 도와주는 것을 기대할 수 없다. 젊어서부터 내숭을 좀 떨어야 하는데 내숭을 안 떨어서 그런가? ^^ 이 책을 보며 엄마도, 할머니도 여자였지만 사랑하는 손녀와 어린 딸을 위해서는 용감해지는 모습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래, 엄마는 용감해야 하는 것이야. 왜요, 우리 흔히 말하잖아요. 아가씨적에는 벌레만 봐도 어쩔 줄 모르고 도망하고, 아줌마가 되면 밥 먹다가도 손으로 벌레 때려잡는다고 말이예요. ^^ (슬프다, 흐흐흐) 이 책은 딸에게 읽으라고 권해도 좋고, 남편에게 읽으라고 권해도 좋고, 우리 엄마들이 읽어도 좋은 책이다. 멋지고 용감한 엄마의 모습을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느니 말이다. 케이틀린이 엄마와 할머니의 도움으로 거미를 잡았기에 빌리가 개를 무서워 하는 것도 알게 되었고, 자신의 오리 무늬 팬티를 본 빌리도 별 것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았으니 용기란 참 좋은 것이다. 그나저나 빌리 너는 이제 케이틀린 꼬붕되었다. 츳츳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