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 극동의 김회장, 대동의 박회장, 동아의 최회장, 대림의 이회장이 모여 공사 하나를 가운데 놓고 회의가 벌어졌다고 합니다. (제가 알아보니 극동은 김용산 회장, 대림은 이재준 회장, 동아는 최준문 회장이라고 하더군요.)
서로가 양보할 수 없는 일감이었지만 동아의 최회장이 그 공사를 기어코 자기가 해야겠다고 부득부득 우겨 다른 분들의 양보를 차례로 받았는데 대림의 이회장만은 요지부동이었다고 합니다.
서로 자기가 하겠다는 불꽃튀는 설전 끝에 최회장이 갑자기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면서 '나는 고혈압인데..." 쓰러지듯 누워 버렸답니다. 엇뜨거라 싶어진 대림의 이회장이 깜짝 놀라 거두절미하고, "그래 그 공사 너 가져."했답니다. 그 말을 듣자 최회장이 "음, 조금 낫군."하면서 부시시 일어났다고 합니다.
그런 최회장이 이회장과 약속을 깬 일이 있었는데, 날이 어둑어둑해지기를 기다렸다가 이회장이 지프차에 자갈을 한 가마 싣고 가 그 집에 돌맹이를 실컷 던지고 나서 운전기사에게 "집에 가자"했다는 일화가 있답니다.
경주 최부잣집의 교훈 중에는
"흉년에는 남의 논, 밭을 매입하지 말라. 흉년 때 먹을 것이 없어서 남들이 싼 값에 내 놓은 논밭을 사서 그들을 원통케 해서는 안 된다"라는 항목이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물불 안 가리고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쓰는 것도 좋지만 돈은 사람답게 벌어서 사람답게 쓰는 것이 더 좋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요즘 우리나라의 재벌들이 욕을 많이 먹기는 하지만 한국의 기업은 선비들이 이루어 낸 것이라는 말에 공감을 합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양심과 공익보다는 개인의 탐욕에 흐려지기는 했지만 선비 기업 정신이라는 말이 잊혀지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선비 정신으로 기업을 시작한 분들이 아파트 건설로 막대한 이윤을 남기려고 아파트를 지었을까 아니면 집 없는 서민들을 위해 집을 지어주고 싶어했고, 자기들이 세운 아파트를 보며 기술력에 자부심을 가졌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파트 건설로 많은 부당 이익을 취한 건설회사들, 아파트 분양권과 투기로 많은 돈을 번 사람들이 많은 대한민국에서 선비 기업 정신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답이 안 떠오릅니다.
대형 공사권도 업계의 친구를 위해 "너 가져라"라고 말하는 의리, 서운한 것이 있으나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보복을 하려하지 않고 돌 덩이를 던지는 것으로 화를 삭힌 선비 정신을 가진 기업가가 요즘 세상에도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