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머털도사 시리즈중에는 스승인 누덕 도사가 왕질악 도사의 계교에 빠져 죽음을 당한 후 스승님의 가르침을 깨달아 누덕 마을 사람들을 구하고 스승의 원수를 갚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매일 스승님의 심부름만 하는 게 불만이었던 머털이, 하지만 머털이만이 가지고 있는 재주, 머리털 세우기 마법을 뒤늦게 깨닫게 됩니다.
이 만화를 보면 우리 나라 사람들이 무술을 수련하는 방법이 무협지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무술을 수련하는 방법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무술을 익히려면 먼저 오랜 세월 동안 물 긷고, 빨래하고, 나무하고, 농사짓는 따위 생산에 관련된 일을 몸에 익혀서 스승을 먹여 살리고 스스로도 먹고 살 능력을 갖추어야 했스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물론 본격으로 무술을 익힐 수 있는 몸가짐이 되기도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일을 하는 사람의 마음가짐, 일하는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무술을 익히고 난 뒤에도 여간해서는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수련하다가 다른 사람을 해치게 되면 까닭이 무엇이든 가차없이 쫓겨나거나 무서운 벌을 받았구요.
그런데, 무협지에는 무술을 익히는 사람이 지켜야 할 이런 최소한의 규율조차 무시되고 있다고 합니다. 결국 가장 힘센 놈만 살아남게 되어 있다고 합니다.
가장 힘센 사람이 가장 정의로운 사람이 되는 세계, 인간과 인간의 문제가 결국은 피비린내 나는 싸움으로만 해결되는 사회, 힘이 없는 사람은 힘센 자들의 권력 다툼 속에서 떼거리로 개죽음을 당하는 사회, 이런 사회를 두고 아마 지옥이라고 하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무협지에 중독된 것은 유신 시대부터였다고 합니다. 이 무협지가 왜 하필이면 유신 시대부터 유행한 걸까요?
본디 무협지는 대만 사람들이 쓴 거라고 합니다. 대만은 우리나라보다 경제는 넉넉하지만 사실은 지독한 독재 국가랍니다. 몇 년 전에 계엄령이 해제될 때까지 사십 년 가까이 온 국민이 계엄 상태에서 살았다고 허합니다. 대만 국회에는 야당이 아예 없었다네요. 무협지는 독재 국가에 살고 있는 대만 사람들의 의식을 마비시키는 데 아주 뛰어난 마취제 노릇을 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신 시대부터 무협지가 유행했다고 하네요. 대학 도서관에 고전문학이나 철학책은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는데 유독 무협지만은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이유가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