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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간을 본부(서울)에서 근무를 했었는 데 3년만에 다시 복귀한 현시점에서 모든 것이 왜이리 낯설기만 한지 모르겠다.
본부회관에는 많은 부서들이 있고, 순수하게 우리 직원들만 500명은 족히 넘는다. 여기에 아웃소싱으로 들어와 있는 외주업체 직원들까지 하면 7~800명은 될 듯 싶다. 구조조정 등으로 인해 3년전보다 약간 줄어든 숫자이지만 그때는 11년을 보아온 친구들이다보니 다들 일면식이라도 있었는 데 3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동안 사람들도 참 많이 바뀌어 있었다. 당장 나와 같은 팀에 있는 후배직원 세명 조차도 처음보는 친구들이니 말하면 무엇하랴.

사람들만 바뀐 것이 아니다. 사무실 환경 또한 많이 바뀌었고, 직원들의 분위기도 사뭇 달라 보인다. 젊은 직원들이 많이 입사하다보니 헤어스타일이며 옷차림까지도 새롭기만 하다. 가장 달라진 점은 사무환경이라 할 것이다. 천안 연수원으로 내려갈 즈음에 그룹웨어가 추진되고 있었고, 실용화되는 시점이었다. 사업개발담당이었을 때에는 상품을 개발해야 하는 위치에서 수많은 연구와 기획이 필수였던 지라 기안으로 밤을 새고 날을 밝혔었지만 연수원에서야 기안은 전혀 손도 대지 않고 강의만 하였기에 까마득히 잊고 살았다. 물론 현재 다시복귀한 시점에서 팀장으로서 결재만 하면 되니까 기안할 일은 없다. 다만 모든 결재시스템이 전자문서화되어 있어서 결재하는 것도 만만치가 않다. 갑자기 컴맹이 되어버린 듯한 기분마저 든다.

아무리 세월이 아침다르고 저녁다르다고 하지만 이렇게 변할 수 있는가 말이다.
그룹웨어를 핸들링할 줄 모르면 퇴출당할 수 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기안할 때는 결재만 하는 것들이 말만 많다고 생각했는 데 이것도 장난이 아니란 걸 새삼 깨닫게 되면서 과거에 했던 행동들이 생각나 절로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전자문서 시스템이야 조금만 하면 금방 익숙해 지겠지만 문제는 결재할 때의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 행동이 부자연스러워 지는 점이다.

팀원들중에 선배도 있고 동기들도 있다보니 가끔 기안내용을 이해하지 못해 문의를 할라치면 서로 질의응답이 있어야 하는 지라 미안하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하다. 내가 이러하니 상대방이야 오죽할까. 어제까지 깍듯하게 선배대우를 받거나 동기모임에서 스스럼없이 지냈던 사람들인 데 후배 또는 동기가 팀장이 되어 나타나 보고를 받고 있으니 머쓱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상대방을 배려한다고 하는 것이 오히려 어색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 같아 내가 당당하게 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풀려나갈 것니까 말이다.

나는 말단직원에서 과장에 있을 때까지 내 밑에 직원을 두어 본 적이 없다. 상품개발팀에서는 내 머리에서 나오는 아이디어가 상품이 되어 만들어지곤 했었기에 늘 혼자 기획,연구하고 개발했다.
또한 연수원 교수로서의 역할도 늘 혼자였기에 팀원들을 거느린다(?)는 것이 낯설기만 하다.
따뜻하게 때로는 강하게 동료직원들을 배려한다는 차원에서 이끌어간다면 좋은 상급자가 될 수 있을 거라는 확신만은 있다. 그렇게 나만의 자화상을 만들어 가련다.

과거의 선배들이 후배들의 자양분에 의존을 한 세대였다면 지금은 후배들이 선배인 나의 자양분을 발판삼아 조직의 동량으로 우뚝 서 주길 기대해본다. 각 개인에게는 보이지 않는 무한한 역량이 존재한다. 이러한 역량은 환경이 조성될 때 밖으로 표출되어질 것이다. 후배들이 마음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주는 일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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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8-01-16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서울로 오셨군요. 한동안 적응하느라 힘드시겠네요.
하지만 님은 잘 하시리라 믿습니다.
작년 이맘때 서울 본부에 있다가 지방으로 내려와서 적응하느라고 힘들어하던 남편 모습이 생각나네요.

전호인 2008-01-16 10:16   좋아요 0 | URL
네, 입성을 했습니다. 계속 하던 일인데도 이렇게 낯설기는 처음인 것 같아요
각 조직들이 살아남기 위해 변화하고 있다는 말이 실감이 납니다.

무스탕 2008-01-16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배로서, 결재권자로서 전호인님같은 생각을 갖고 계신분이 상급자면 부하직원들의 업무에 대한, 혹은 회사 생활에 대한 의욕은 자연적으로 마구마구 넘쳐날거에요.
이해 못해주고 적응하려 들지 않고 구시대만 답습하겠다는 답답한 상급자가 얼마나 많은지 알거든요.
열린생각의 전호인님. 아자 힘내자!! 입니다 ^^*

전호인 2008-01-16 10:18   좋아요 0 | URL
아마도 저의 그런 마인드가 선후배 또는 동료들로부터 호응을 받았던 것 같아요. 요즘은 부하라는 말도 쓰면 안됩니다. 그냥 동료일뿐이란 것이죠.
과거 군사정권하의 행정이 아직도 남아있긴해요 그쵸?
부하로 보지말고 동료로 보아주는 직장문화가 정착될 때 서로를 존중할 수 있을 테니까 말입니다.

해적오리 2008-01-16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진 팀장님이 되실 거 같은데요? ^^
오늘도 즐겁게 화이팅!

전호인 2008-01-16 10:19   좋아요 0 | URL
항상 좋은 말씀과 후원(?)을 아끼지 않으시는 님에게 무한한 고마움을 느낍니다. 이제 서울로 입성을 했으니 제가 언젠가 보답할 길이 있겠지요. ^*^

2008-01-16 1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16 1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1월 2일부로 본부(서울) 신***부 전****팀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과장으로 진급한 후 지난 4년동안 1년은 감*부 사**발팀 과장으로 3년은 연수원 교수로 재직하였고, 인사적체가 극심한 상태에서 4년만에 팀장의 보직을 받고 영전을 하게 된 것이다. .
물론 진급까지 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지금껏 인사사례에 비추어 볼 때 팀장의 보직을 받았다고 하는 것은 1년후 진급을 보장받은 것이니 만큼 먼저 진급한 선배들과 몇몇 동기들을 건너 뛴 파격적인 일(주변에서 다들 그런다)이라 할 수 있다.

내 성격이 워낙 직선적이고, 옳다면 의견을 굽히지 않는 저돌적인 성향이기 때문에 대리에서 과장까지의 진급이 일부 동기들과 몇몇 1~2년 후배들보다도 늦었던 것이 사실이다. 조직생활은 그저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하면서 윗사람들 의견에 적당히 동조해주면 쉽게 갈 수도 있었겠지만 내 성격은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고 그것이 미움을 받는 계기가 됨으로 인해 진급에서도 누락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많은 선배와 동료들이 이해해주었고  많은 후배들이 믿고 따라줌으로써 용기를 잃지 않았다.
개구리가 멀리 뛰기 위해 움추린다고 했던가. 선후배들의 축하인사를 받으니 지난 세월 능력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아쉬움들이 한순간에 눈녹듯 사라졌다. 인사는 본인이 한다는 말이 새삼 실감이 났고 인정받는 만큼 책임과 능력이 수반된다는 진리도 잘안다.

지난 3년동안 연수원 교수로 재직하면서 연수생들과 함께 했었던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들로 기억될 것이다. 막상 떠나려고 하니 허전함이 먼저 밀려온다. 다들 더 있어주길 바랬고 나 또한 2년 정도 더 있었으면 했지만 주변여건이 허락하질 않았다. 지난 시간 열정적으로 강의한 보람은 연수생들에게 가장 인기있었고 명강의를 하는 교수님을 보내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고 하는 분들의 말을 듣는 것으로 만족스러웠다. 나를 계기로 연수원 전문교수로 정착되는 계기가 되길 원했지만 그것을 이루지 못하고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쉽긴 하다.

끝까지 능력을 인정하고 연수원으로 끌고와(?) 많은 강의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던 원장님, 성격이 있는 사람이 일도 잘하며 적극적으로 자기의 의견을 주장할 줄 아는 사람이 이 조직에 필요하다면서 팀장발탁으로 능력을 인정해 주신 관리이사님, 당신 같은 사람이 전문교수로 정착되어야 하는 데 하시면서도 기꺼이 전보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신 회장님 등 모든 분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지금이야 다시 본부로 입성을 하지만 3년후면 다시 원수원으로 내려와 교수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윗분들께 그렇게 부탁을 드렸으니 아마도 그 부탁도 들어주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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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1-14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아쉬움이 있지만 잘 된 일인 거죠? 주말 부부 쫑한 것도 축하해요. 더 좋은 일이 가득할 거예요^^

전호인 2008-01-14 23:40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너무 잘되었지요.
하지만 아쉬움만은 어쩔 수 없네요.

2008-01-14 2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14 2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리스 2008-01-14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축하드립니다. 짝짝짝!!

전호인 2008-01-14 23:41   좋아요 0 | URL
쌩유.
ㅋㅋ

바람돌이 2008-01-14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 부부 쫑은 무조건 축하할 일 아닌가요? 게다가 승진이 예정된 자리이기까지 하니...
축하드려요. 짝짝짝!!!!

전호인 2008-01-14 23:43   좋아요 0 | URL
올해도 이렇게 연초같이 좋은 일만 가득했음 좋겠어요.
님에게도 많은 행운이 함께 하길 바랄께요.
옆지기는 단촐하다가 괴롭힌다고 뭐라하고 아이들은 무섭게 한다고 뭐라하는 데요. ㅎㅎ

다락방 2008-01-14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아쉬운 마음이 들더라도 축하할 일인거잖아요. 축하드려요!!

전호인 2008-01-14 23:44   좋아요 0 | URL
따뜻한 마음 고맙게 받겠습니다.
2~3년 후에 다시 내려갈려구 하는 데 마음대로 될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열심히 하다보면 길이 열리겠지요?
쌩유!@!~!

Mephistopheles 2008-01-14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전호인님도 저의 사정거리권에 들어오신 거군요..으흐흐.

전호인 2008-01-16 13:04   좋아요 0 | URL
언제나 타깃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자아~~~!
준비하고 쏘세요. ㅎㅎ

웽스북스 2008-01-14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전호인님! 아쉬운 마음도 기쁜 마음도 모두 이해가 되네요 다 이해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흐흐

Mephistopheles 2008-01-14 23:54   좋아요 0 | URL
웃음소리 성대묘사 하지 말아욧! =3=3=3

전호인 2008-01-16 13:05   좋아요 0 | URL
당근 기쁜마음이 크죠. ㅎㅎ
고맙습니다.

미설 2008-01-15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모두 잘 되어 이동하시니 정말 좋으시겠어요. 축하드립니다.^^

전호인 2008-01-16 13:06   좋아요 0 | URL
좋은 일입니다.
모든 분들에게 좋은 일만 있었으면 더 기쁠 것 같습니다.
^*^

프레이야 2008-01-15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부입성 축하드려요. 주말부부 쫑난 것두요.^^
3년후 다시 연수원교수가 되셔도 님이 바라시는 대로 되는 것이니 다 좋으네요.
새해초부터 좋은 소식 들려 기뻐요.^^

전호인 2008-01-16 13:07   좋아요 0 | URL
그렇게 되어얄 텐데 너무 저의 욕심만 부리는 것이 아니 가 해서 미안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느 곳에 가서든 자기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인사가 아닐까요?
고맙습니다. ^*-

순오기 2008-01-15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들러보긴 했지만 흔적은 처음 남깁니다.
주말부부를 3년 하신건가요? 적당한 선에서 쫑내고 본부 입성하셨으니 축하합니다.
공기 좋은 곳에 계시다 이제 목이 컬컬하지 않을까 심히 염려됩니다. ^^

전호인 2008-01-16 13:07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자연적인 환경이야 비교꺼리가 되질 않죠
정말 그곳에서의 생활은 그야말로 신선놀음이었으니까요.
자주 방문하자구요. ^*^

비로그인 2008-01-15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가족이 함께 지낼 수 있는 것도 축하드리구요.

전호인 2008-01-16 13:08   좋아요 0 | URL
가족이란 것은 함께 지낼때 행복의 빛이 더욱 발산되는 것 같긴합니다.
그런데 가족들이 좋아하게 될런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뽀송이 2008-01-15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기쁜 소식 가지고 오시려고 그 동안 소식이 없으신거에요?
다시 뵙게되어 무척 반가워요.^^
정말~ 축하드려요.^^ 그리고 무엇보다 주말부부 쫑낸 것도 축하드려요.^^
아이들도 신나하죠? 아~ 좋겠다.^^

전호인 2008-01-16 13:10   좋아요 0 | URL
네 그동안 정말 정신없었습니다.
인사치레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원.
무소식이 희소식임을 인정하시고 기쁜마음으로 맞이하여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이들이요 글쎄요 무서워할 것 같긴합니다만 그래도 좋아하겠져?

하늘바람 2008-01-15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축하드려요 가족 모두 고생하셨네요
정말 잘 되었어요

전호인 2008-01-16 13:10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태은이의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시간이 가는 것을 느끼고 있답니다

무스탕 2008-01-15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이어 올라오셨군요. 축하합니다.
연초부터 좋은 일이 생기는걸 보니 일년 내내 잘 풀리시려나 봅니다 ^^

전호인 2008-01-16 13:11   좋아요 0 | URL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따뜻한 마음을 보여주셔서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답니다

한샘 2008-01-15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축하드려요. 요즘 '사람과 사람 사이'(다산북스)라는 책을 보고 있는데
전호인님 글과 공감가는 부분이 많은 거같아요.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뜻하시는 일에 더 가까이 가시기 바래요^^

전호인 2008-01-16 13:12   좋아요 0 | URL
저는 아직 읽지는 못하고 표지만 보고 있습니다.
빨리 읽어야 할 텐데 그리 만만치 않네요.
그렇다면 다른 것 차치하고 가장 먼저 읽어봐얄 것 같은데요
좋은 힌트주셔서 쌩유 ^*^

소나무집 2008-01-16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족따라 올라가셨군요. 축하 드려요.
천안 근처 지날 때마다 전호인 님 생각했는데 이젠 누굴 생각하나?

전호인 2008-01-16 13:13   좋아요 0 | URL
이룽 지나치시면서 들어오시지 그러셨어요
그러면 맛나는 거라도 대접해 드렸을 텐데 말입니다.
그래도 저 생각해 주세용. ㅎㅎ
 

오늘 문득, 버즘나무를 보노라니 마음이
과거의 기억 속으로 사정없이 빨려든다.

거무티티한 구만이 얼굴 군데군데
뽀얗게 퍼져나던,
구슬치기 하던 콧구멍 밑으로 들락이던,
콧물을 옷소매로 훔치며 헤벌쭉 웃던 볼 위로
구름처럼 환하게 피어나던 버즘 꽃.

구만이 지금쯤 이 하늘아래 어딘가 살고 있겠지.

침 바르면 사라졌다 수줍은 듯
다소곳이 드러나던 버즘.
구만이 보다 버즘을 사랑했나 보다.

버즘,
아~ 버즘 꽃.

- 고선지님, '버즘 꽃 당신'에서 -
----------------------------------------------------------------


나 어릴 적 시골은 그야말로 산촌이었다.
그때는 더운 물이 귀해서(?) 제대로 씻지 못해 얼굴가득 버즘이 피곤했다.
그 버즘 꽃을 하얗게 피우던 그때의 동무들이 그립다.
그 때의 그 마음으로 돌아간다면
세상은 추할 것도, 아플 것도 없을 것 같다.

지난 주 토요일 청주에서 그 버즘꽃 가득히 웃던 친구들을 만났다.
겨울이면 누런 코를 훌쩍이면서 흐르는 코를 왼소매로 쓰윽 닦고
그 흔적이 쌓여 왼소매에서는 항상 번들거림의 광채가 나곤 했었다.

밥을 먹고 난 후 입을 닦지 않아 벌건 짠짓물로 멋진 그림을 그리고 다녀도
마냥 즐겁기만 했던 친구들이었다.
이제는 불혹을 넘긴 아저씨, 아줌마가 되었지만 서로가 나누는 이야기만큼은
유년시절의 티를 조금도 벗어나질 않았다.

머리가 벗겨지고, 배가 나온 남자친구들!
애들 다 키워놓고 자유롭게 인생을 즐기고 있는 멋쟁이 미시 여자친구들!
냇가에서 발가벗고 멱감으며 재잘되던 친구들이었기에 남녀의 구분이 필요치 않았다.

대부분 청주에 거주를 하고 있지만 서울, 부산, 광주 등에서 모여든 친구들과의 시간은
새벽녁까지 끝날 줄을 몰랐고, 새벽 4시가 되어서야 찜질방에서 여흥의 피로를 풀며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일요일 오후가 되어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아쉬운 작별을 나누었다.
누런 코를 흘쩍거리고 기계충을 달고 다니던 녀석들,
입주변 김칫물 자욱과 하얀 버즘꽃을 피고 다니면서도 해맑게 헤벌쭉 웃던 녀석들이
또다시 그리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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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7-12-25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즘까지는 아니었지만 겨울이면 밖에서 노느라 얼굴이 빨갛게 누룽지처럼 되었다지요~~
마냥 놀 생각만 가득했던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합니다.

전호인 2007-12-26 13:32   좋아요 0 | URL
정말 그때는 왜 그렇게 추웠었는지......
고추같이 추운 겨울에도 하루종일 밖에서 놀았던 추억들이 새롭습니다.

바람돌이 2007-12-25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억해보면 전 항상 옷소매가 반딱반딱했던 것 같아요.
그러니 지금 비염에 시달리지.... ㅠ.ㅠ
어쨋든 그런 어린 시절 친구들을 만나는건 참 즐겁죠?

전호인 2007-12-26 13:33   좋아요 0 | URL
글쵸. ㅎㅎ
그렇게 비위생적이었어도 잔병치레들은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요즘 아이들에 비하면 천지차이죠.

무스탕 2007-12-26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함께 추억을 이야기할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건 정말 축복이죠..
그리운 시간을 되돌릴수 있으셔서 좋으셨겠습니다 ^^

전호인 2007-12-26 13:34   좋아요 0 | URL
지금은 다들 징그럽게 변했습니다.
까까머리와 단발머리 코흘리개 녀석들이 이제는 어른이 되어 있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집니다.

2007-12-26 1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26 1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07-12-26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보고 버즘꽃이 뭔가 한참 생각했는데
이런 꽃이군요.
그땐 우리들 다 그렇게 살았나 봐요?

전호인 2007-12-26 13:35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럭저럭 살았었지요.
특히나 시골에서의 생활은 그야말로 추억의 연속이라고나 할까요.
그래도 그시절이 그립습니다.

2007-12-26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호인 2007-12-26 15:54   좋아요 0 | URL
네, 그곳이 고향이랍니다. 와우~ 자주 가보진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청주엘 가면 고향의 품에 안긴 듯 편안해 집니다.
괜시리 더욱 반가워지는 이 느낌......... ㅋㅋㅋ

씩씩하니 2007-12-31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마 전에 국민학교 동창회에 갔었는데..남자애들을 더 좋아하고 더 많이 놀았던것 같은데..여자애들 얼굴이 더 또렷히 기억나서..얼마나 속으로..신기했든지.흐...
님은 청주에만 오셔도 늘 고향을 느끼시나봐요..그쵸?? 전 님이 청주에 오셨다는 말만 들어도..가슴이 뿌듯하구..ㅋㅋㅋ
오늘은. 한해의 마지막 날,,,청주에는 눈이 펑펑 내립니다..
님 한 해 마무리 잘 하시고..다가오는 한 해..행복하고 건강하세요..
무엇보다 가족 모두 화목과 건강을 제일 많이 제가 기도드릴께요...
님...새해 복 마이마이 받으셔요~~~~~~~

전호인 2008-01-22 08:57   좋아요 0 | URL
님이 청주에 있어서 저는 행복하답니다.
이렇게 고향얘기를 하면 즐겁게 받아주시는 고향친구가 있으니 말이에요.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는 거 아시졍?
 

현명한 자는 기회를 찾을 뿐 아니라
더 많은 기회를 만든다.

- F. 베이컨 -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기회를 만든다는 것은 잔머리를 굴리거나 꾀를 써서
자기 욕심을 채우는 것을 뜻하지 않습니다.
꾸준히 자신을 다듬고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때가 오면 자기의 실력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현명한 사람은 늘 준비합니다.
먼저 실력을 다지십시오.
그리고 기회가 오면 자신을 마음껏 펼쳐보십시오.

지난주 금요일 구조조정이 있었습니다.
명칭이야 그럴 듯 하게 희망명예퇴직으로 규정에 의해 처리되었지만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된 20명의 선배분들은 얼마나 허망했을까요?

희망명예퇴직을 강요당한 것은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입니다.
인사적체 해소차원에서 선배들이 후배들의 길을 터주어야 한다는
명분을 제시한다해도 받아들이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자기의 젊음과 열정을
불살랐던 조직이었기에 섭섭함을 넘어 배신감을 느꼈을 겁니다.
남아있는 자의 입장에서 그분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없음이 너무 가슴 아픕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새삼 느끼는 일이지만 언제 이런 일을 당할 지 모릅니다.
조직을 떠난다는 것이 너무 간단했습니다.
인트라넷을 통해 전직원들에게 날아온 메일1통이 전부입니다.

누구나 항상 이 자리를 지킬 수는 없습니다.
사회생활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준비한 자와 준비하지 않은 사람은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겁니다.
언제닥칠 지 모르는 삭막한 사회생활에서 현명한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얼마남지 않은 연말이 갑자기 삭막해지고 쓸쓸해집니다.
그리고 소름이 돋을 정도로 오싹합니다.
여러분도 현명한 사람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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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2-24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단두대에 목을 걸고 활동하는 느낌이죠 요즘은...
칼날이 언제 내려오느냐는 아무도 모르고요.^^

마노아 2007-12-25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떠나야 할 때가 점점 빨리 다가오는 세상이 되어버렸어요. 자리 잡기도 힘든데 잡자마자 이별인 건가요. 안타깝고 슬픈 일이에요. 그래도 우리는 오늘 방긋 웃어요. 메리 크리스마스~

Hani 2007-12-27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글 남깁니다. 평생 직장은 없어지고 자신의 몸값을 올리기 위해, 이런 오싹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칼날을 갈아야가는 직장인의 비애를 느낍니다. 현명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자문해봅니다.

전호인 2008-01-22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마노아님, 하니님!
자기의 자리는 본인이 만드는 것 같아염.
정든 곳을 떠나게 되는 것 또한 본인의 과거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게 되어 있으니 말입니다. 언제가 될런지는 모르지만 그날이 반드시 온다는 것, 그래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만은 자명한 것 같습니다.
 

배만 부르면 된답니다.
배만 부르게 해 준다면 모든 것을 눈감아 준답니다.
배가 부르기 위해 감내해야 할 일들은 안중에도 없답니다.
배를 부르게 한다는 확신은 없지만 그렇게 믿고 싶답니다.
옛날에 남의 돈 떼먹지 않은 사람이 없답니다.
그러니까 용서해야 된답니다.

오직 음식만 생각합니다.
사고를 하려 하지 않습니다.
과거에 배 고팠던 기억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한결 같았고
더 모여 들었습니다.
지난 번과 연령층만 바뀌었지 똑같은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다르다면 마감이 임박해서 몰려든 것과 새벽부터 줄을 섰다는 것입니다.
새벽 찬 바람에 운명을 달리하면서 까지 그래야 했는 지 답답하기도 합니다.
나라가 쪄들어가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죠.

그런데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은 만사가 귀챦다고
다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침묵보다 더한 무관심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제 "모든 의혹은 국민들의 힘으로 밝혀졌고 표로 입증되었습니다."라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밝힐 것은 밝히고 가는 것이
그들을 위해서나 국민을 위해 앞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배만 부르게 해준다면 그냥 넘어가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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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12-20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화가 나요. 그나마 배인들 부르게 해 줄까요? 과연..
불량식품으로 배 부르면 뭐한대요..

무스탕 2007-12-20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신랑이 앞으로 5년동안 티비를 어떻게 보나..? 하길래 옆에서 5년동안 티비 없앨까? 했지요.. -_-;;

전호인 2007-12-24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글쎄말입니다. 대신 배탈은 없었으면 합니다.

무스탕님, 올바르게 가도록 지켜봐주는 것도 국민들의 몫이라면 그렇게라도 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