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4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 민음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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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문학의 최고 거장 중 한 명인 도스토옙스키. 그 유명한 이름이 아직도 익숙하지 않다. <죄와 벌>,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이 작가의 소설임을 알고 있지만 워낙 발음이 어려운 이름이라 항상 머리 속에서만 맴도는 작가였다. (소설을 읽고 있는 지금도 역시 익숙하지 않다.) 도스토옙스키의 책을 이제야 시작하게 됐고, 드디어 3권짜리 <카라마초프가의 형제들> 1권을 읽기 시작했다. 확실히 뭐든지 때가 있는건지 예전이라면 이 책 읽다가 덮었던가 읽고 나서도 등장인물과 줄거리가 정리되지 않았을텐데 비록 속도는 느렸지만 읽는 내내 욕망과 이성, 그리고 현학을 대표하는 세 형제와 그의 천박한 아버지가 엮어내는 이야기들이 끊어지리라는 예감 속에 점점 조여드는 악기의 현처럼 불안한 긴장감이 고조되는 느낌이었다. 도대체가 이렇게 경박스럽고 냉소적인 아버지가 있을까 싶다. 그는 남들 앞에서 어릿광대 짓을 하면서 스스로를 상처입혀 세상을 비웃는 자학적이고 비틀어진 성격의 소유자다. 그런 그늘 아래 자란 아들들이라면 당연히 제 정신으로 살아가기란 쉽지 않으리라. 게다가 아버지와 두 아들 간에 한 여자를 둔 연정까지! 막장도 이런 막장은 없을 것이다. 그런 아버지와 두 형들을 바라보는 종교적이면서 현학적인 막내는 무언가 끔찍한 일로 귀결될 것 같은 전조를 느끼며 아버지와 두 형들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해보려고 하지만 역부족이다. 큰 형 드미트리는 자기파괴적인 욕망에 충실한 성향으로 아버지와 연적 관계로 가장 주된 갈등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게다가 아버지를 닮아서인지 브레이크와 운전대를 빼버린체 질주하는 자동차처럼 어디로 어떻게 사고를 칠지 모르는 인물이다. 둘째 형 이반은 이성을 대표하는 인물로 자신이 진정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감정에 대해서조차 솔직하지 못하고 모순된 감정 속에서 일관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아버지와 형들을 바라보는 막내 알렉세이. 처음에는 도스토옙스키가 막내의 시선으로 인물들을 바라보는 줄 알았다. 실제 이야기의 중심은 아니지만 막내와의 대화나 에피소드들로 아버지와 두 형들간의 반목이 구체화되어 감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설을 읽어감에 따라 아버지와 큰 형, 둘째 형의 모습에서 오히려 작가 자신의 세상을 향한 치열한 절망과 고민이 드러나는게 느껴졌다. 원작이 그런건지 편집의 기술인건지 드라마의 최고조가 달했을 때 불현듯 'To be continued!'라는 문구와 함께 끝나듯이 1권의 말미도 딱 그런 느낌으로 끝이 났다. 현대판 막장 드라마의 끝도 아니고 고전이 이렇게 극적으로 끝나도 되는건가?! 이건 뭐 고민할 필요도 없이 2권 펼쳐야 할 판이다. 고조되던 부자 간의 갈등이 2권에서 폭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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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화 2018-03-25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은 들어 봤는데 이런 이야기 였군요 어려운걸 다 읽으시고 멋진 리뷰도 해주시고 멋져요

나비가꾸는꿈 2018-03-26 06:48   좋아요 0 | URL
생각보다 어려운 내용 아닙니다.^^; 막장 드라마라고 생각하고 읽어보세요.
 
빙하시대 루브르 만화 컬렉션 1
니콜라 드 크레시 지음, 김세리 옮김 / 열화당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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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폭의 그림, 하나의 컬렉션, 혹은 박물관의 방 하나 또는 그 전체로부터, 이야기를 창조하는 작가와 예술작품 간에 대화가 이루어지도록, 그야말로 그들의 창조력과 상상력에 백지수표가 주어졌다."
- 앙리 로이레트(Henri Loyrette) 루브르 박물관 관장

루브르 박물관은 루브르 궁전 내부에 위치해 있다. 루브르 궁전은 12세기 후반 필립 2세의 명으로 착공되었는데, 그 당시만 해도 궁이 아닌 요새였다. 아직도 당시의 요새 잔재들을 볼 수 있다. 이 요새가 루브르 궁이 되기까지 수차례에 걸친 건물 확장 공사가 이루어졌다. 1672년 루이 14세가 베르사유 궁전에 거주하기로 결정하고 루브르를 왕실의 수집품을 전시하기 위한 장소로 쓰도록 했다.
- 위키피디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루브르 박물관을 제한없는 상상력으로 한 컷 한 컷 만화로 그려낸 작가의 예찬론. 환경오염으로 추정되는 원인으로 현대의 문명과 고리가 끊어질만큼 긴 세월이 흘러버린 빙하기가 도래한 어느 미래. 일군의 탐험대는 인류의 발자취를 찾아 눈 속을 헤메다 고대 인류의 유적과 마주친다.

예술 작품이 품은 저마다의 이야기와 역사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없이 얄팍한 안목과 교양의 수준으로 유행처럼 맹목적으로 찾아다니는 오늘 날의 문화적 시류를 비꼬는 느낌이다. 무지를 창피해하지 않는 오늘 날의 참을 수 없이 가벼운 문화 대중에 대해 작가는 유전학적으로 만들어진 돼지를 닮은 개인 '헐크'를 통해 비틀고 있는 것이다.

각자 전문가를 자부하는 인간군상들이 늘어놓는 편협한 싸구려 감상과 대조적으로 '헐크'는 예술작품이 담아내는 세월의 깊이와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줄 안다. 그리고 '그'는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고 결국 빙하 속에 묻혀서 잊혀질 운명의 예술작품을 '가둬놓은' 박물관에서 '그들'을 세상 밖으로 이끝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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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계승자 3 - 거인의 별 별의 계승자 3
제임스 P. 호건 지음, 최세진 옮김 / 아작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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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뒤편에서 과학적으로 현재를 넘어서는 발전된 인류의 시신이 발견된다! 인류의 기원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미스테리물 형식의 <별의 계승자> 1권은 그 이야기만으로도 완성도가 높은 스토리를 갖춘 하나의 완전한 작품이었다. 후속작인 2권 <친절한 거인>이 오히려 사족처럼 느껴질 정도.

1권이 반전을 통해 비극적이고 충격적인 결말로 조금 분위기가 어둡고 비장하게 끝맺음 했었다면, 2편에서는 '친절한 거인'인 외계인의 등장을 통해 낙관적인 스페이스 오페라의 서막을 열어주는 열린 결말로 끝을 맺었다. 그리고 3권<거인의 별>은 이 친절한 거인인 외계인과의 접촉을 방해하는 세력을 등장시켜 음모론과 스파이물을 잘 버무리고 섞어 새로운 스토리로 만들어 흥미를 더해간다.

제임스 P. 호건은 나도 인상 깊게 읽었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 자극받아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단순히 과학적인 미래를 소재로 했다고 한 편의 SF소설이 되지는 않는다. 소설이 되고 나아가 문학작품으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스토리와 스토리를 힘차고 재미있게 끌어가는 힘이 있어야 한다. 그런면에서 제임스 P. 호건은 과학적 배경으로 무장된 훌륭한 이야기꾼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Inherit The Stars>, <The Gentle Gients of Genimede>, <Giants' Star>, <Entoverse>, <Mission to Minerva> 등 5권을 합쳐서 Giant 시리즈로 부른다고 한다. 기왕 3권까지 번역되었으니 4권과 5권도 기대하며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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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전쟁 샘터 외국소설선 1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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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존 스칼지를 알려준 작품. 모든 삶을 정리하고 죽음만이 안식이 되어줄 노인들에게 청춘을 돌려주고 우주로 진출하게 해준다면? 전형적인 스페이스 오페라가 될 것만 같은 설정이지만 우주는 생각보다 치열한 곳이었다! 아바타의 외계인보다 더 강력한 신체를 가지고도 한 순간에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곳. 모든 외계종족이 자신의 터전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 처절한 전쟁을 불사하지 않는 말 그대로 생명과 바꿔 땅 한 쪽을 얻어내는 칼날 위의 삶이 이어지는 곳이었다.

생체공학으로 새 몸을 얻어 외계종족과 전투를 벌이는 장면은 어느 공상과학 영화보다 더 스펙타클하면서도 과학적 신빙성을 더해 현실감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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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의 공부 - 완벽한 몰입을 통해 학문과 인생의 기쁨 발견하기
오카 기요시 지음, 정회성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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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변수 해석함수론'이라는 이름만으로도 기괴하고 이해불가한 수학의 대가인 '오카 기요시'라는 노학자가 쓴 '수학'과 '공부'에 대한 책. 소개를 읽자마자 소장해서 읽어봐야겠다는 유혹에 빠져들었다. 공부 잘하는 법이나 공부하는 법 따위 책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건 이미 알고 있다. 다만, 자타가 인정하는 한 분야의 대가가 자신이 평생을 다해 연구해온 학문에 대해 쓴 글이라는 점이 관심을 끈 것이다.

한 분야의 대가는 다른 분야도 통달하게 되는건가. 수학자의 글이라기에는 너무도 인문학적인 성찰을 담고 있어서 한 평생 수학에만 전념한 외골수가 아닌 누구보다 풍요롭게 지성을 살찌워온 거장의 독백을 듣는 듯했다.

그가 대학 3학년 때 친구들에게 "나는 계산도 이론도 없는 수학을 해보고 싶다."라고 자신의 의지를 피력해 내었다는 일화는 이미 수학이라는 학문을 '이론'이나 '기술'만이 아닌 인간이 삶을 조화롭게 하기위해 찾고 풀어나가야 하는 어떤 것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그의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일화는 아마도 저자가 학문을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이상일 것이다.

데라다 선생이 고등학교 시절 나쓰메 소세키를 만난 적이 있었어요. 첫 번째인가 두 번째 만남에 선생은 소세키에게 하이쿠란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졌다고 해요. 지금 생각하면, 정말 뜸금없는 질문이었지요. 그때 소세키의 대답이 걸작이었어요.

"늦겨울 비에, 장작을 높이 쌓은, 창문의 불빛."

하이쿠를 사용한 대답이었지요. 문장이 그림이 되고 시가 그림이 되는 순간입니다.

하이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이쿠를 들려줌으로써 답을 대신한 일화를 읽으면서 '메비우스의 띠', '호접지몽' 등이 떠올랐다. 저자가 수학을 통섭론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인문학적인 통찰을 갖게 된 배경에는 모든 것이 하나로 조화를 이뤄나간다는 '물아일체'의 이상을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하는 생각도 해본다.

이런 경지에 도달해나가는 삶이라면 아깝지 않을 듯하다.

무차별지는 순수한 직관과 통한다. 명백한 것을 명백하다고 인식하는 힘이다. 무차별지가 있기에 인간 지능도 의미가 있다. 이를 무시한 지능지수는 ‘지능모사‘에 지나지 않는다.
- 세가지 직관에 관하여 -

그럼, 이제 감정에 대해 말해볼까요? 물 웅덩이를 생각해 보세요. 수면이 쉴새 없이 일렁이죠? 이게 ‘감정‘입니다. 물 안은 고요해요. 이걸 마음의 본체, 즉 ‘심성‘이라고 하죠. 쉽게 설명했지만 사실 간단하지 않아요. 사람은 저마다 물 웅덩이 안의 물과 같은 특유의 심성과 일렁이는 물결과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 수학의 본질은 조화에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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