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이라는 책. 이름은 귀에 익었지만, 이제서야 처음으로 읽어냈다. 배는 부르지만 입 심심해서 먹게 되는 주점부리처럼 무겁고 부담스럽지만 계속 읽게 되고, 결국 무겁고 덤덤하게 책을 덮게 된다.

수기 속 스스로를 '요조'라고 밝힌 그 사내는 자신의 심약함을 가벼운 유희로 감추며 방패삼아 살았다. 아마도 감수성이 무척 예민한 사내였나보다. 사내로 태어났으면 '사내'답게 툭툭 털어버리고 적당한 뻔뻔함으로 살아갔어야 하지만, 이 사내는 그럴 용기가 없어서 타인과 가볍고 적당한 관계로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싶었다. 세상을 살아가기에 사내는 너무 약하기 때문이다.

그는 종국에는 스스로 무너져 상처받은 자신에게 '인간실격'이라는 낙인을 찍어버린다.

디자이 오사무가 인간실격을 쓴 시기가 일본패망 직후인 것을 감안했을 때 삼십대 후반 젊은 나이의 작가가 느꼈을 상실감과 무력감이란 감수성 풍부한 예술가였기에 더 크게 스스로를 갉아 먹어 들어갔을 것이다. (우리로서는 힘나고 다행한 일이지만!) - 결국 서른아홉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단다.

예전에 <<88만원 세대>>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2007년도에 출간되었으니 10년 전에 쓰여진 글인데 지금도 역시 많은 이들은 '88만원 세대'의 상실과 무력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요즘 사람들은 고생을 모른다.', '편한 일만 하려고 한다.'라며 대충 살려한다고 쉽게 얘기하지만 그들 역시 '일등'이나 '최고'가 아니면 끼어들만한 틈조차 없는 요즘 세상을 살아가기에는 아무리 모질게 살아도 역부족일 것 같다.

<<인간실격>>은 참 불편하지만 남 얘기로 치부하기에는 어느 면에서는 절망과 무력감이 팽배한 현대를 살아가는 내 이야기이자 모두의 절망을 담은 이야기인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간 실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의 격이라는게 인격만 있는게 아니라 실격도 있음을 알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사소한 자비 라드츠 제국 시리즈
앤 레키 지음, 신해경 옮김 / 아작 / 2018년 3월
평점 :
판매중지


얼마전에 읽었던 '아직도 책을 읽은 멸종 직전의 지구인을 위한...'이라는 책의 저자는 자신의 책에서 공상과학소설이나 판타지소설에 대해 회의적인 소견을 피력했던게 기억난다. 생각해보면 한국 남성 평균 수명이 87세 정도되고 내가 한 달에 평균 10여권의 책을 읽고 있으니 앞으로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을 기준으로 3,000~4,000권 정도 읽을 시간이 남은건데 보관함에 담긴 책만해도 2,000여권에 가까우니 고전이나 양서로 분류된 책을 한 번씩만 읽기에도 시간이 모자라기는 하다. 더군다나 책장에 보관 중인 '자본론'을 모두 읽으려면...


그럼에도 SF나 판타지는 중독처럼 나를 끌어당긴다. '아서 C. 클라크'의 <<스페이스 오디세이>> 시리즈,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시리즈, '필립 K. 딕', '제임스 P. 호건', '존 스칼지' <<노인의 전쟁>> 시리즈, '류츠 신' <<삼체>>, '테드 창', '어슬러 르 퀸', '레리 니븐' 등 훌륭한 작가들의 더없이 만족스러운 작품들은 독서에 윤활류 같은 역할을 해주었다. (이제와서 새삼스레 책읽기 숙제를 하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앤 래키의 '라드츠 제국' 3부작 역시 대가의 반열에 올려도 손색이 없을만큼 신선하고 완성된 이야기로 만족스러웠다. 개인적으로는 1부인 '사소한 정의'는 JJ.에이브럼스의 영화로 다시 한 번 만나보고 싶고, 2부 '사소한 칼', 3부 '사소한 자비'는 넷플릭스의 TV드라마로 만나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사소한 자비 라드츠 제국 시리즈
앤 레키 지음, 신해경 옮김 / 아작 / 2018년 3월
평점 :
판매중지


큰 기대없이 특이한 제목에 끌려 구매했지만 후회없이 시종일관 재미있게 읽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사소한 칼 라드츠 제국 시리즈
앤 레키 지음, 신해경 옮김 / 아작 / 2017년 12월
평점 :
판매중지


라드츠 제국 3부작의 제목은 전함의 분류명을 따르고 있다. '저스티스'급 병력수송함, '소드'급 전함, '머시'급 구축함. 이렇게 '정의', '칼', '자비'라는 전함의 분류명을 '사소한'이란 형용사를 붙여서 제목으로 만들었는데, 작품을 읽어보면 배경은 우주적이지만 이야기는 2,000년을 인공지능 함선으로 지내다가 군주에게 반기를 들어 파괴되고 겨우 살아남은 조각인 '브렉'함대장과 그녀의 주변 인물들을 중심으로 소박하게 진행된다.

'사소한 정의'에서는 자신이 가장 애정을 가졌던 대위를 자신이 충성해야할 군주의 명령으로 살해하고 그에 대해 복수를 이행하여 '그녀'의 '정의'를 세워갔다면, 두 번째 이야기인 '사소한 칼'에서는 지켜내지 못했던 대위의 동생이 사는 아소섹 우주정거장을 제국의 군주로부터 지켜내는 동시에 병합에 취중해 온 제국의 부조리함을 타파해내는 사회계몽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여기에는 또다른 인공지능인 우주정거장과, 다양한 우주전함들, 그리고 인류의 과학문명을 뛰어넘는 외계종족이 등장하여 다양한 갈등과 재미를 불러일으킨다. 정의와 윤리, 존재론 등 이 작품에 깔린 생각들은 심오하지만 다양한 인물들이 엮어내는 이야기와 케미는 재미를 놓치는 법이 없다.

무엇보다 모든 것에 완벽한 인공지능인 주인공을 내세워 자칫 긴장감이 떨어질 법한데 다양한 변수들과 장치들로 인해 시종일관 긴장감을 가질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스토리의 힘이 강하다.

'사소한 정의'에서 주인공이 '정의'를 세웠다면, '사소한 칼'에서 주인공의 '칼'이 될 인물로 '티사르와트' 대위가 등장한다. 작가가 의도인지 독자로서 자의적 해석인지는 모르겠지만, 작품의 제목들조차 중의적 의미를 담아 소설의 장치로 이용하는 작가의 영리함에 다시 한 번 혀를 내두르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