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전쟁 샘터 외국소설선 1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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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존 스칼지를 알려준 작품. 모든 삶을 정리하고 죽음만이 안식이 되어줄 노인들에게 청춘을 돌려주고 우주로 진출하게 해준다면? 전형적인 스페이스 오페라가 될 것만 같은 설정이지만 우주는 생각보다 치열한 곳이었다! 아바타의 외계인보다 더 강력한 신체를 가지고도 한 순간에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곳. 모든 외계종족이 자신의 터전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 처절한 전쟁을 불사하지 않는 말 그대로 생명과 바꿔 땅 한 쪽을 얻어내는 칼날 위의 삶이 이어지는 곳이었다.

생체공학으로 새 몸을 얻어 외계종족과 전투를 벌이는 장면은 어느 공상과학 영화보다 더 스펙타클하면서도 과학적 신빙성을 더해 현실감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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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의 공부 - 완벽한 몰입을 통해 학문과 인생의 기쁨 발견하기
오카 기요시 지음, 정회성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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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변수 해석함수론'이라는 이름만으로도 기괴하고 이해불가한 수학의 대가인 '오카 기요시'라는 노학자가 쓴 '수학'과 '공부'에 대한 책. 소개를 읽자마자 소장해서 읽어봐야겠다는 유혹에 빠져들었다. 공부 잘하는 법이나 공부하는 법 따위 책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건 이미 알고 있다. 다만, 자타가 인정하는 한 분야의 대가가 자신이 평생을 다해 연구해온 학문에 대해 쓴 글이라는 점이 관심을 끈 것이다.

한 분야의 대가는 다른 분야도 통달하게 되는건가. 수학자의 글이라기에는 너무도 인문학적인 성찰을 담고 있어서 한 평생 수학에만 전념한 외골수가 아닌 누구보다 풍요롭게 지성을 살찌워온 거장의 독백을 듣는 듯했다.

그가 대학 3학년 때 친구들에게 "나는 계산도 이론도 없는 수학을 해보고 싶다."라고 자신의 의지를 피력해 내었다는 일화는 이미 수학이라는 학문을 '이론'이나 '기술'만이 아닌 인간이 삶을 조화롭게 하기위해 찾고 풀어나가야 하는 어떤 것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그의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일화는 아마도 저자가 학문을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이상일 것이다.

데라다 선생이 고등학교 시절 나쓰메 소세키를 만난 적이 있었어요. 첫 번째인가 두 번째 만남에 선생은 소세키에게 하이쿠란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졌다고 해요. 지금 생각하면, 정말 뜸금없는 질문이었지요. 그때 소세키의 대답이 걸작이었어요.

"늦겨울 비에, 장작을 높이 쌓은, 창문의 불빛."

하이쿠를 사용한 대답이었지요. 문장이 그림이 되고 시가 그림이 되는 순간입니다.

하이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이쿠를 들려줌으로써 답을 대신한 일화를 읽으면서 '메비우스의 띠', '호접지몽' 등이 떠올랐다. 저자가 수학을 통섭론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인문학적인 통찰을 갖게 된 배경에는 모든 것이 하나로 조화를 이뤄나간다는 '물아일체'의 이상을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하는 생각도 해본다.

이런 경지에 도달해나가는 삶이라면 아깝지 않을 듯하다.

무차별지는 순수한 직관과 통한다. 명백한 것을 명백하다고 인식하는 힘이다. 무차별지가 있기에 인간 지능도 의미가 있다. 이를 무시한 지능지수는 ‘지능모사‘에 지나지 않는다.
- 세가지 직관에 관하여 -

그럼, 이제 감정에 대해 말해볼까요? 물 웅덩이를 생각해 보세요. 수면이 쉴새 없이 일렁이죠? 이게 ‘감정‘입니다. 물 안은 고요해요. 이걸 마음의 본체, 즉 ‘심성‘이라고 하죠. 쉽게 설명했지만 사실 간단하지 않아요. 사람은 저마다 물 웅덩이 안의 물과 같은 특유의 심성과 일렁이는 물결과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 수학의 본질은 조화에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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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 혁신의 아이콘 마스다 무네아키 34년간의 비즈니스 인사이트
마스다 무네아키 지음,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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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베이션이란 다름 아닌 선입관과의 전쟁이며
새로운 상식을 낳는 작업
- 선입관과의 전쟁 -

고객의 기분으로 기획하기 위해
마스다는 고객의 기분으로 몇 번이고 매장을 바라본다.
같은 매장이라도 아침의 기분, 점심의 기분, 저녁의 기분으로.
(중략)
그렇게 고객의 기분으로
답을 찾고
성실하게 그 답을 실현하면 고객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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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 혁신의 아이콘 마스다 무네아키 34년간의 비즈니스 인사이트
마스다 무네아키 지음,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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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에게 '팔기'위한 비즈니스가 아닌 '만족주기'위한 비즈니스가 되어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하지만 막상 실천하기는 어려운 마스다 무네아키의 철학이 담긴 글 모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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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성의 사내 필립 K. 딕 걸작선 4
필립 K. 딕 지음, 남명성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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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년전 그동안 재미있게 봤던 상당 수 영화들의 원작자가 필립 K. 딕이라는 걸 알고 원작소설을 읽기위해 찾아보던 중 필립 K. 딕의 소설들이 시리즈로 엮어 출간된다는 소식에 구입해서 읽었던 소설이다. 원래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인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를 읽어보려고 마음 먹었지만 시리즈가 차례로 출간 중이었고 전집은 이가 빠지는걸 못 참는 성격이라 첫 권부터 차례대로 읽어나갔었다.


2015년도에 아마존 스튜디오에서 'The man in the high castle'이라는 동명의 드라마를 시작했지만 원작소설의 기본 구조와 등장인물 몇을 불러와 전혀 다른 이야기로 각색되어 원작과는 다른 스토리로 엮어가고 있다. 최근에 시즌 1과 2를 구해서 보고 있는데 비교할 겸 다시 꺼내 읽어봤다.


필립 K. 딕의 '높은 성의 사내'는 독일과 일본이 전승국이 되어 전세계를 양분하여 점령하고 있는 대체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과거 일본의 지배하에 놓였던 우리에게는 어쩌면 친숙한(?) 소재였다. 하지만 미국인들 특히 이 소설이 쓰여진 1960년대에는 미.소 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세계를 양분하다시피하며 영향력을 행사하던 시대이니만큼 엄청나게 신선하게 다가 왔을 것 같다. 하긴 2015년 제작된 드라마 역시 신선하다 못 해 충격적이었으라. 독일과 일본의 2등 국민으로 전락한 미국의 모습을 너무 사실적으로 그려냈으니. 게다가 뉴욕 한복판에 휘날리는 나치문양이 들어간 국기들이란!


소설로 돌아가서 그 때도 그랬지만 이 소설이 쉽지 않았던건 소설 속에 주요한 소품으로 등장하는 '메뚜기는 무겁게 짓누른다'라는 제목의 또다른 대체역사를 그리고 있는 소설이 갖는 의미와 그로 인한 결말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읽어봐도 이 소설을 SF물로 봐야하는건지 대체역사가 배경인 스릴러물로 봐야하는 건지 알송달송하다. 우리의 '이상'이라는 작가의 작품을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주역'이라는 전통적인 동양의 소재를 자연스럽게 엮어서 대체역사를 배경으로 했음에도 상업적 흥미로만 치우치지 않고 피지배민으로서 갖는 지배층을 향한 동경과 열등감을 주인공들을 통해 세심하게 그려낸 점은 수많은 상을 수상한 훌륭한 작가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다.

젊은 일본인 부부와 사교를 맺을 기회였다. 그것도 그를 양키 또는 잘해 봐야 공예품을 파는 장사치로만 알아주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으로 받아들이는 걸 기본으로 하는 관계다. 그래, 이런 젊은 사람들, 떠오르는 세대, 전쟁이 일어나기 전 시절 또는 아예 전쟁 차체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이 세계의 희망이다. 그들에게 신분의 차이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언젠가는 사라질 거야. 칠던은 생각했다. 언젠가. 사회적 신분이라는 개념 자체가. 지배받는 자와 지배하는 자가 아니라 그저 사람들이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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