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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 10 (반양장) - 제4부 전쟁과 분단 ㅣ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읽는 내내 불편했지만 그에 반에 쉼없이 읽혀졌던 소설. 먹어본 적없는 벌교의 꼬막무침이 김치만큼 정겨운 먹거리로 기억되었고, 구수하고 진한 전라도 사투리가 주는 의외의 소박진솔한 느낌.
겉으로 드러내보이는 전형적인 계급투쟁에 대한 미화와 민족주의에 대한 일방적 강조에 솔직히 약간 거부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어설픈 사회주의 체제의 공산주의 찬양이나 선민사상을 담은 민족주의론만을 담아냈다면 태백산맥은 흔히 얘기하는 '좌빨'로 치부되는 정치극단주의자의 정치물로 남았을 것이다.
소설 속 주인공들이 벌이는 '투쟁'은 체제나 사상, 민족과 같은 추상적인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계획된 행위가 아닌 '삶'이라는 직접적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단순하지만 치열하게 살아낸 하루 하루의 여정이다.
우리네에게 민족이란 이웃 사촌이라는 말처럼 콩 한 쪽도 나눠먹는 함께 사는 지역적 공동체를 기반으로 하기에, 유대인의 선민의식이나 구 독일의 우생학에 기댄 민족우월주의, 일본의 전체주의와 국수주의적인 민족주의와는 분명히 차별된다. 사농공상을 뿌리삼아 권력자와 피권력자가 고착되는 구조적 한계와 아직도 청산되지 못한 일제잔재의 오점, 해방 후 자생력을 갖추기도 전에 미국과 소련, 중국 등 제국주의에 등떠밀려 민족상잔의 전쟁을 치루는 등, 역사적 숙제를 그대로 떠안고 이어진 현재의 불편한 역사적 빚을 다양한 배경 속 인물들 속에서 생생하게 느끼고 공감할 수 있게 해주기에 태백산맥이 주는 감동과 무게감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