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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작업

 

 

핀에 꽂힌 나비 버둥거리며

파르르르 파르르르

날개를 펴고

촘촘히 박힌 꽃가루 털어내려

파르르르 파르르르

날개를 접고

더듬이로 더듬더듬

바닥을 기고

진액을 토해낸 갈린 배

흐물흐물 누에를 치고

부러진 다리로 비실비실

박차고 나와

한 계절 웅크렸던 빈 집

버려두고서 멀리

머얼리

날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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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기다리는 당신께

 

 

고도를 기다리는 이유로 바람에 옷가지가 휘날리도록 해진 신발로

밤새도록 걸어 다니는 당신, 아, 그러나 당신은 모르십니다. 당신의

너른 옷가지가 바람에 휘날릴 적마다 떠올려보는 단추 구멍 사이

들어갈 바늘귀에 걸린 가는 실의 힘겨운 허물벗기와 당신의 구멍

난 신발밑창 숨겨진 단단한 굳은살에 갇혀버린 아직 여물지 못한

당신의 속살에 기대었던 내 한 숨을, 그래도 고도만을 기다리겠노라

고 마법의 주문을 걸듯 읊조리는 당신, 아, 그러나 당신은 아직도 모

르십니다. 고도를 기다리기 전 당신의 해진 옷자락 사이 드러난 하이

얀 살들이 모진 날씨에 모든 촉각을 잃어버려 당신은 보지도 듣지도

못하고 당신은 느낄 수도 없음을, 아, 당신, 당신은 단추를 잠그고

신발 끈을 동여매는 법부터 배웠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여전히 고도를 기다리겠노라고 파리한 목마름으로 떨리는 당신의 메

마른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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