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무리 아티스트를 동경한다고 해도, 예술가의 삶을 통째 욕심낸 적 많았어도, 자칭 예술애호가이긴 해도, 이 책은 궁극적으로 내 '과'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나는 언제나 내 편이 누군지는 잘 모르겠는데 누가 내 편이 아닌지는 본능적으로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사람도 책도. 그리고 여기서 아니라는 건 어딘가에서 보지 않거나 어떤 촉매가 없었다면 혼자서는 알지 못하고 넘어갔을 책이라는 뜻이다. 내가 싫어하거나 관심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차라리 과학책이 가깝지, 이 책을 들게 된 이유는 TV에서 하는 유일한 책 프로그램 <즐거운 책 읽기>를 우연히 봤는데 추천책으로 나오기에. 더불어 지난 방송에서 다룬 책들을 이리저리 뒤져 몇 권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다. 당장 사서 읽기에는 읽던 책이 많았다.

 

 

 

 

 

 

 

 

 

 

 

 

 

 

여기서 말하는 '아티스트'는 아마 화가/소설가/시인/디자이너 등 프로들만을 일컫는 건 아닐 것이다. 누구나 가슴 속에 품은 뜨거운 열망 한 조각 있기 마련이고 그것을 굳이 예술이라 이름 붙이지 않고도 창작과 열정을 통해 자신만의 길을 찾아갈 수 있다는 긍정적 마인드를 갖게 하는 책이다.

 

 

 

 

 

 

 

 

 

 

나는 특별하지 않다. 엄청난 고뇌로 갖지도 못한 드로잉 실력으로 화가의 세계를 평정하겠다거나 독자적 시세계에 빠져 세상을 뒤집을 시를 써보이겠다 이런 꿈 애초부터 꾸지도 못한다. 어렵다. 내게 예술로서의 모든 것들은 먹고 이야기하고 자는 사이사이 일상을 비집고 들어와 무언가를 볼 때 좀 더 깊고 넓은 눈으로 '재밌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통로가 되어줄 뿐이다. 바쁜 일상에 치여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양분하면 전자가 훨씬 큰 구성비율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하나를 하면 둘이 달려들고 둘을 하면 셋이 보여 결국 원망하거나 신세타령하다가 이것도 저것도 못한 채 주저앉기 십상인 게 내 삶이고 보통 사람의 삶이다. 하지만 보통 사람 중에는 같은 시간을 사용하면서도 이것도 해내고 저것도 해내면서 소소한 행복과 만족을 느끼는 사람이 분명 있다. 나는 그들처럼 되고싶은 것이다. 이왕이면 책도 좀 읽고, 영화도 좀 보고, 사람들 얘기도 듣고, 여행도 하면서 골고루 관심 좀 가져보고 싶은 것이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샌델 교수는 셰익스피어와 심슨 가족 중 어느 쪽이 더 고차원적인 취미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학생이 심슨을 즐긴다고 말하면서도 반대로 셰익스피어를 읽는 것을 더 고상한 취미로 꼽는다고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는 이 모든 현상들을 이론화하거나 철학자들의 입을 빌어 예를 들며 상세히 설명하지만 결국 그가 말하는 모든 것은 나도 일상에서 한 번쯤 생각해봤던 것들이다.(우연찮게 이 페이퍼를 쓰기 시작하면서 마이클 샌델을 읽었다, 뒷북치는 건 민망한데 그래도 요즘 인문학적 사고를 하려고 노력중이어서 하루하고 반나절 만에 후딱 읽었다, 쉽긴 쉬웠다, 그런데 일 년에 한두 권 책 사보는 사람에게도 쉬운 책인지는 모르겠다, 어떻게 그렇게 오래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킬 수 있었지!->이게 결론!) 그러면서 깨달았다. 일반인들의 모든 판단은 거의 직관적이고 본능적으로 내려진다는 걸. 어째서 심슨보다 셰익스피어냐 물으면 상대를 설득시킬 요령있는 답변을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면서부터 내가 좀 속물적으로 느껴졌다. 어쨌든 심슨보다는 셰익스피어다!

 

 

 

 

 

 

 

 

 

 

 

 

 

 

 

아무도 어떻게 가는 길이 올바른 지를 알려주지 않는 것처럼, 숲을 보려는 노력 정도는 기울일 수 있지만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결국은 내 능력치에서 보는 세상은 숲보다는 나무라는 걸 받아들여야 하는 것처럼, 어느 책에서도 예술가가 되는 법이라든지 예술가로 성공하는 법 따위의 지름길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앞서 예술의 길을 걸었던 어떤 사람에게서 그 길에 대한 이러저러한 얘기를 듣는 것 뿐이다. 그런데도 내면으로부터 솟아오르는 뭉클함을 예술적 열망이 아니라고 부인하기란 어렵다. 그래, 예술이든 정의든 찾아가는 길은 어렵고, 미로를 헤매다 돌아나오는 길을 찾아야 하는 유일한 사람은 나 뿐이야. 이런 쉬운 결론이 이 많은 페이지를 읽고나서야 비로소 나오다니.

 

 

나 요즘 이런 영화들을 감상하고 있다. <까미유 끌로델>이나 <클림트>, <아르테미시아>, <라 비 앙 로즈> 정도는 봤어도 이런 류의 전기영화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의외로 봐야할 것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아.. 만삭의 몸으로 모딜리아니의 뒤를 따라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던 잔느가 있었다. 아르테미시아보다 더 아니, 세간에 알려진 게 몇 년 되지도 않은 헌신적 사랑의 대명사로 꼽히는 프랑스 여류화가. 모딜리아니의 아내로 더 알려지는 게 그녀에게는 행복한 일일 듯 싶다. 영화 평점이 엄청 높은데 상상만으로도 사랑이 눈부시다. 그녀는 어렸고 자기 또한 화가지망생이었는데 까미유와는 달랐다. 물론 모딜리아니도 로댕과 달랐을 것이다.(여자는 남자하기 나름) 아무리 사랑해도 배우자의 광기 어린 예술의 혼과 좌절을 나는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

 

빔 벤더스는 독일의 세계적 무용수 피나 보쉬의 춤을 실제인 것마냥 생생하게 카메라로 잡아낸다. 이렇게 얘기하는 나는 <블랙 스완>을 보기 전이다. 언젠가부터 나는 나탈리 포트만이 좀 부담스럽다. 페이스 자체는 좋아하는 상이 아닌데, 그래서인지 기대 되면서도 작품이 나올 때마다 자꾸 피해가는 듯. 그래도 <클로저>랑 <브이 포 벤데타> 때 좋았는데.

 

그녀는 언젠가 이렇게 말했다. 어록에 남아있을 정도니까 내가 들은 말은 아니다. 영화에 내 인생을 한정시키기엔, 이 세상엔 영화 이외의 것이 너무 많다. 나탈리 포트만이니까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아티스트 웨이가 꼭 이들처럼 대단한 인생을 살거나 대단한 작품을 남기거나 대단한 사랑을 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하지만 아프게 눈부신 이 모든 시간들을 가만히 앉아 폭풍감상하기엔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외부와 내부 에너지 모두가 달리는 느낌이다.

 

대체 뭐가 더 필요한 걸까. 잃어버린 게 뭘까. 비교적 상실감에는 무통증으로 지내고 싶은 편이다.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면 지금 이러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영원히 아티스트 웨이에 대해서는 나는 알 수 없는 걸까.

뭘 더 알아야 한다는 사실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도 너무 어렵다.

 

그리고 우연히 보게 된 천경자를 다룬 다큐를 보고, <스타 인생 극장>의 구혜선이 드로잉을 검사받는 수업시간을 보고, 한 송이 꽃 주위를 팔랑거리는 얼룩덜룩한 무늬의 나비를 보았다. 머물 곳을 찾지 못하는 나비의 날갯짓을 보며 아직 보지 않은 두 작품을 떠올렸다. 어떤 상관관계가 작동했는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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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5-10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님 얼렁 토끼드롭보고 소감을 남겨줘요.
난 어제 다봤는데 도저히 쓰려해도 쏟아지는 잠 때므네...
지금도 막 자려던 참! 아이님 굳밤 :---))

아이리시스 2012-05-10 18:55   좋아요 0 | URL
이름 뭐였지, 하여튼 귀여운 꼬마소녀 사랑하는 소이진님이 리뷰 써야죠^^
요즘 나는 오드리 햅번의 영화들을 감상하고 있어요. 감상이래봐야..( '')

소이진님 진짜 잠오는데 썼나 봐요ㅋㅋㅋ

비로그인 2012-05-10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크 저도 졸리네요. 해야할 일의 비율이 하고 싶은 일의 비율을 크게 압도한다는 건... 정말 원망스럽지만 현실이네요. 그래서 자꾸 늦게 자게 되나봐요. 어떻게든 내가 하고 싶은 일 하고 자야지 직성에 풀리거든요. 예술적 열망! 천재라고 불린 사람들은 과연 날때부터 그렇게 태어났을까요? 요새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천재들은 미래의 에너지까지 땡겨와서 화르르 불타오른 거라구요. 근데 오래 살면서 천재처럼 잘 해나가는 사람도 있으니 그저 낙담할뿐 ㅠ
또 내일 꾸벅꾸벅 졸텐데... 새벽시간을 도저히 포기 못하게써요 아이리시스님 ㅠㅠ

아이리시스 2012-05-10 18:58   좋아요 0 | URL
스무살 때부터 나는 이렇게 생겨먹었다는 걸 알았고, 덕분에 졸업하고 출근해야할 때 날마다 죽을 것 같았지만 지금은 뭐 죽으면 죽는 거고 이런 마인드로ㅋㅋㅋ 잘 살고 있어요. 수다쟁이님, 미쳐야 한다고 말했잖아요. 딱 수다쟁이님 나이에 감수성 돋는 교수님이 말씀해주신 거니까 잘 새겨들어야 해요!

오래 살면서 천재면 어딘지 모르게 너무 비현실적이지 않아요? 꾸벅꾸벅 졸면서 오늘 하루도 잘 보냈습니까? 오늘은 도서관에서 어떤 책을 빌려왔나요? 진짜 궁금.

cyrus 2012-05-10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술가들의 연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이들의 사랑이 우리와 같은 일반인들과는 다르게 독특하면서도
정말 가혹하다 싶을 정도로 느낄 때가 있어요, 특히 로뎅과 까미유 스토리 같은 경우에는
까미유가 너무나 불쌍하더라고요, 까미유에게 남동생도 있었는데 그마저도 까미유를 정신이상자로
여기더군요. 그리고 모딜리아니와 잔느 에뷔테른 스토리는 미술가 사랑 이야이 중에 너무 비극적이면서도
슬픈거 같아요.

아이리시스 2012-05-10 19:01   좋아요 0 | URL
아.. 나는 막 뱃속의 아이 슬퍼서 못 그랬을 거 같고.. 혼자 키우는 것도 너무 겁났을 거예요. 이런 상황 자체가 비극적이에요ㅠㅠ 일반인들도 물론 가슴 아픈 사랑과 견디기 힘든 좌절,고독 같은 것들을 겪는 영화같은 삶이 있지만 예술가들은 사연 하나 없는 사랑이 없네요. 그래서 로댕과 까미유도 모딜리아니와 잔느도 너무 슬퍼요. 이제 너무나 유명해졌지만 그럴 수록 더 영화 같아요. 이미 영화지만..( '')

댈러웨이 2012-05-10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님, 이런 페이퍼 고마워요. 이렇게 딱 한마디만 남겨요, 라고 오전에 댓글 달려다가 대문에 너무 크게 난 포스트라 도망갔어요.
이런 페이퍼 정말 고마워요. 이번엔, 소개해 주신 영화들에 꽂혔어요.

p.s. [젊은 예술가의 초상], 김종건 교수 역 /범우사 편 가지고 있는데, 글 흐름 유려하고, 역주, 책 읽기 좋은 편집 등 나무랄게 없다는. (번역이 좋다는 얘길 제가 어디서 들었겠죠? ^^) ([율리시스]/생각의 나무에서 펴낸 것도 김종건 교수 역이죠.) 뭐, 참고하시라는. ( ")

아이리시스 2012-05-10 19:05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책이 신간인지 몰랐어요. 무서운.. 저 책도 그런 것 같은데. 여튼 큰 대문 거기 올라가면 주눅 들어요ㅠ 선별 좀 했으면 좋겠어요 엉엉ㅠ

댈러웨이님과 잘 어울리는 영화들 같아요. 느낌이요.. 영감에 도움이 됐다면 다행이에요^^

p.s. 아, 그렇군요. 잘 몰라서 그냥 깔맞춤으로 민음사 사려고 했어요. 번역 좋다고 소문나고 댈러웨이님이 참고하라면 당연히 참고해야죠! [율리시스]와 같군요! 둘 다 눈독들여야겠네요. 도서관을 이용해도 안 읽히고 사도 안 읽히는 [율리시스]겠지만 여튼 뭐 베개로 쓰든지 하겠죠. 고맙습니다^^

책을사랑하는현맘 2012-05-10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렵군요..ㅎㅎ
예술가는 정말 어려워요. 예술가적 기질을 가진 사람도 어려운데...ㅋㅋㅋ.
예술가들에게는, 혹은 예술의 길을 걷는 사람에겐 가끔 '정의'보다 '도덕'보다 더 중요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요. 그게 뭘까요? 전 제가 그림을 어렸을 때 그렸어도 그걸 이해 못했기에 지금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 그 '과'가 아닌 것 같은. 근데 웃긴게 그걸 인정하면서도 일종의 소외감이나 상대적 빈곤감을 느낀다니까요. 마치 모짜르트를 질투했던 살리에르처럼.

아이리시스 2012-05-11 17:09   좋아요 0 | URL
현맘님이 그림/디자인 하시는 걸 저 꼭 보고 싶어요. 예술적 기질을 가진 사람들은 다들 그런 걸 느끼지 않을까요? 일상성을 획득하지 못하는 그 지점이 바로 예술가를 예술가답게 하는 신비전략이기도 하니까요. 평범한 삶보다는 비극적인 삶이 더 부각되고, 문창과에도 미대에서 음대에도 오로지 예술적 기질을 가진 사람들은 몇 안되니까요. 제가 본 국문과 친구들이 누구나 어려운 책을 아주 많이 읽는 것도 아니고요. 더 중요한 무언가가 보통 사람이 이해하지 못하는 무엇일 때 그들은 진정한 예술을 탄생시키는 건가 봐요. 뮤지컬 모차르트가 여름에 시작하던데요. 문득 그거 현맘님이랑 보러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캐스팅이 뭐 좀.. 뮤지컬은 정말로 전문분야로 남겨둬야 하는데 요즘은 아이돌, 가수, 배우 인기에 기대 섣불리 캐스팅하는 게 많은 것 같아요. (하여튼 뭘 말만 시작하면 이야기가 산으로..-_-;)
 
스푸트니크의 연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야기는 사랑스럽다. 하루키의 것들 중 제일 쉽다. 물론 이 순간 기억나는 어떤 장면도 없다. 그의 이야기들은 무거운 일상 속으로 붙잡고 늘어지기엔 너무 가볍고도 고찰적이라서 곁에 머물지 못한다는 걸 수많은 경험을 통해 나는 안다. 그는 여전히 존재와 상실에 대해 얘기한다. 언제 어디서 만나도 그의 이야기란 걸 알아볼 수 있다. 이제는. 나는 등장인물 중 각자 아니 모두가 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라이카다. 이 사실은 변함 없다. 얇은 분량인데 꽤 오래 옆에 두고 읽었다. 그리스에서의 이야기는 절반 뿐인데 내내 그리스에 와 있는 것만 같았다. 설렘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스푸트니크를 기다리게 될 것이다. 이것은 뮤와 스미레와 나의 이야기다. 배경지식이 필요하다면 알려주겠다. 둘은 여자고 나는 남자다. 스미레와 나는 친구 사이, 뮤는 스미레보다 열일곱 살 연상이다. 끝.

 

식당 밖으로 나오자 염료를 부어넣은 듯 선명한 저녁노을이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공기를 마신다면 그대로 가슴속까지 물들어버릴 듯한 파란색이었다. 하늘에는 별이 자그맣게 빛을 내기 시작하고 있다. 저녁 식사를 마친 지역 주민들이 여름의 늦은 일몰을 기다렸다는 듯이 집을 나서서 항구 근처를 느릿느릿 걸어 다니고 있었다. 가족이 있고, 커플이 있고, 사이좋은 친구들도 있었다. 하루를 마감하는 싱그러운 바다 냄새가 거리를 감싸고 있었다. (p.160)

 

뮤는 스미레가 종종 얘기해서 처음 만나면서도 이미 알던 사람 같다며 나를 맞았다. 파란 물결이 새하얀 거품을 물고 팔랑거리는 그리스의 어느 섬에서. 그녀는 스물두살의 '내가 사랑하는 스미레'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여자다. 스미레가 사랑에 빠지고 나서야 나는 스미레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여튼, 나는 어젯밤 뮤의 급작스럽고 다소 무례한 한 통의 전화를 받고 곧바로 이 섬으로 오게 되었다. 스미레의 신변에 이상이 생겼다는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힌 채. 조금 늦게 나를 마중나온 뮤는 올리브 오일과 흰 살 생선 요리, 화이트 와인을 대접하면서 용건을 얘기했다. '스미레가 사라졌다'고.

 

1957년 10월 4일, 소련은 카자흐공화국의 바이코누르 우주 기지에서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를 쏘아 올렸다. 직경은 58센티미터, 무게 83.6킬로그램인 이 인공위성은 96분 12초에 지구를 한 바퀴 돌았다.

그다음 달 3일에는 라이카라는 개를 태운 스푸트니크 2호를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 라이카는 우주 공간으로 나간 최초의 생물이 되었지만, 그 위성은 회수되지 못하고 우주에서의 생물 연구를 위한 희생으로 기록되었다.

(고단샤 발간 <<크로니크 세계전사>>에서)

 

하루키의 여느 소설이 그렇듯, 초반 100페이지를 스미레, 나 그리고 둘의 관계설정에 신경쓴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들어간 대학의 문학부마저 관둘 정도로 열정이 상당한 스미레의 열렬 상담가이자 문학적 동반자는 나 뿐이다. 그녀는 늘상 새벽에 전화를 걸어 상황과 행동의 타당성 아니, 감정의 쓰나미를 멈춰줄 대답을 구한다. 나는 어떠한 경우에도 화내거나 짜증 부리지 않고 성심성의껏 답하고 위로한다. 스미레에게 나는, 나에게 스미레는 언제나 그곳에 있는 움직이지 않는 인공위성 같은 존재다. 내가 스미레에 대한 애정을 깨달은 건 스미레가 연상의 뮤를 만나고, 그녀의 제안에 응해 사무실로 출근하고, 그녀를 사랑하는 것 같다며 만지고 느끼고 싶다고 얘기했을 때였다. 스미레는 뮤와의 밤을 궁금해했고, 나는 스미레에게 정말로 사랑인 것 같냐고 반문했다. 그리스의 어느 섬으로의 여행은, 간혹 떠나던 뮤의 출장에 스미레가 동행한 것 이상이 아니었다. 새벽에 뮤에게 그리스로 와달라는 다급한 전화를 받기 전까지는.

 

나는 스미레가 흔들리거나 좌절할 때 이렇게 말해준다. 나로서는 위로가 격려가 아니라 솔직한 사실이었다.

 

"나는 그런 것에는 거짓말을 하진 않아. 네가 지금까지 쓴 문장 안에는 멋지고 인상적인 부분이 많아. 예를 들어, 네가 오월의 해변을 묘사하면 귓가에 바람 소리가 들리고 바다 냄새가 나. 따뜻한 태양이 온기를 두 팔에 느낄 수 있어. 또 네가 담배연기로 꽉 찬 좁은 방에 대해서 쓰고, 그걸 읽고 있으면 정말로 숨이 막히고 눈이 아파져. 그렇게 생명이 느껴지는 무장은 아무나 쓸 수 있는 게 아냐. 네 문장에는 그 자체로 호흡하고 움직이고 있는 듯한 자연스런 흐름과 기운이 있어. 지금은 그것들이 아직 하나로 제대로 연결되고 있지 않을 뿐이야. 피아노 뚜껑을 닫을 필요는 없어." (p.87)

 

그리고 덧붙였다.

 

"당신이라는 사람은 가끔 대단히 상냥해질 때가 있어. 마치 크리스마스와 여름방학과 갓 태어난 강아지가 함께 있는 것처럼." (p.88)

 

나에게 스미레는 불안과 평온을 동시에 가져다주는 존재였다. 상실을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그런데 지금 나는 그리스의 어느 섬에 있는 것이다. 뮤와 앉아, 스미레의 실종 얘기를 들으며.

 

잠시 다른 이야기.

 

그리스의 섬에 머물며 영감을 받아 작품을 완성하여 자국으로 돌아가 유명해진 수많은 예술가들이 과연 당시 부서질 듯 아름다운 그리스의 혼란함, 전쟁, 독립에 관심이나 가졌을까. <코렐리의 만돌린>이 그리스에서 벌어진 전쟁(독일군과 무솔리니가 손잡고 연합군과 벌인 2차대전)을 그리고, 그리스의 섬에서 아름다운 시를 썼던 칠레 시인 네루다의 시는 오늘날까지 유명하다. 그보다 이전에는 터키(오스만투르크제국)를 상대로 힘겨운 독립전쟁을 벌여야 했다. 하지만 이 평온한 그리스의 섬 이면에 숨겨진 역사와 아픔을 사람들은 볼 줄 모른다. 하루키는 이것에 대해서도 잊지 않는다. <먼 북소리>를 쓸 정도로 그리스를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본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겠지. 또 스미레가 걷는 유야무야한 작가로서의 길은, 문학부에 들어가 세속적 분위기에 박차고 나올 정도로 깊게 갈망하는 문학의 길을 나 또한 고민하게 한다.

 

스미레는 어디로 갔을까. 스미레가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는 뮤의 얘기는 스미레가 나에게 마지막 편지를 보낸 다음 시점부터 시작된다. 부르고뉴에서 만난 영국인이 그리스에 있는 별장을 빌려주었고 둘이 함께 세상의 끝과도 같은 이곳에서 꿈결처럼 평온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는 스미레가 사라진 사흘 전까지.

 

계속 쓰려고 했다. 하지만 사흘 전의 일과 그 이후의 일들을 찾아가는 건 각자의 몫인 것 같아 여기서 접기로 한다. 나 또한 언젠가 훌쩍 사라지고 싶은 충동이 없는 건 아니니 스미레의 사라진 그림자를 추적하는 건 뭔가 옳지 못한 느낌이다. 내가 싫어하는 건 그녀도 싫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지구로 내던져졌고 이 행성이 어디든, 누가 곁에 있든 없든 나는 살아야 한다. 라이카도 그랬을 테니까. 최선을 다해 살아있었을 테고, 살아있고 싶었을 테니까. 자기연민이 기본적으로 나는 없다고 생각해왔다. 원래 많은 것에 계획적인 타입이 아니라서 언젠가 계획을 세우고 나면 그 계획을 빠져나가기 위해 안간힘 쓴다는 사실을 알고부터는 그런 게 없다. 내가 나를 위로하는 방법은 그냥 두는 것 뿐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이제 아무 것 하지 않은 채로 그냥 두는 건 나를 지구라는 행성에 내던진 조물주가 아니라 목적을 위해 인간에 의해 스푸트니크에 탄 채로 사라져버린 라이카에게 미안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관둬야겠다. 더이상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은. 뭘 해야 할지는 모르겠어도 뭘 하지 말아야 할지는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사랑에 관한 한, 하루키의 이 문장은 시작이자 끝이다. 소설을 통틀어 가장 아름답게 펼쳐지는 파노라마다. 자, 이것이 모든 것이 시작된 장소이자 모든 것이 끝난 이유다.

 

사랑이란,

 

스물두 살의 봄, 스미레는 난생처음 사랑에 빠졌다. 광활한 평원을 가로지르며 돌진하는 회오리바람처럼 격렬한 사랑이었다. 그것은 지나가는 땅 위의 형태가 있는 모든 사물들을 남김없이 짓밟고, 모조리 하늘로 휘감아올리며 아무 목적도 없이 산산조각 내고 철저하게 두들겨 부수었다. 그리고 고삐를 추호도 늦추지 않고 바다를 가로질러 앙코르와트를 무자비하게 무너뜨리고, 가련한 한 무리의 호랑이들과 함께 인도의 숲을 뜨거운 열로 태워버렸으며, 페르시아 사막의 모래폭풍이 되어 어느 곳엔가 있는 이국적인 성곽 도시를 모래 속에 통째로 묻어버렸다. 그것은 멋지고 기념비적인 사랑이었다. 사랑에 빠진 상대는 스미레보다 열일곱 살 연상으로, 결혼한 사람이었다. 거기에 덧붙인다면 여성이었다. 그것이 모든 것이 시작된 장소이자 (거의) 모든 것이 끝난 장소였다. (p.7)

 

실제로는 모든 것이 시작된 장소이자 모든 것이 끝난 장소다. 너무 많은 것을 말하려 할 때, 결국 아무 것도 말하지 못한다.

 

나는 어디 있을까.

나는 어디로 가버렸을까.

나는 잃어버린 나를 찾을 수 있을까.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사라져버린다면 그것 또한 일상적이었으면.

 

나는 그때 이해할 수 있었어요. 우리는 멋진 여행을 함께하고 있지만 결국 각자의 궤도를 그리는 고독한 금속덩어리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요. 멀리서 보면, 그것은 유성처럼 아름답게 보이지만 실제로 우리는 각자 그 틀 안에 갇힌 채 그 어디로도 갈 수 없는 죄수 같은 존재에 불과하다는 거죠. 두 개의 위성이 그리는 궤도가 우연히 겹칠 때 우리는 이렇게 얼굴을 마주 볼 수 있고 어쩌면 마음을 풀어 합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건 잠깐의 일이고 다음 순간에는 다시 절대적인 고독 속에 있게 되는 거예요. 언젠가 완전히 타버려 제로가 될 때까지 말이에요." (p.197)

 

자유는 위험을 동반하는데, 내 손을 떠나 행복하길 바라며 세상 속에 던져놓고 상실을 견디는 마음과 구속이 사랑이라 착각하며 내 책임감을 내세우는 마음 중 어느 것이 더 이기적인 생각일지 몰라 언저리를 서성대는 날들이다. 나를 떠난 것이 불행할 거라고만 생각하는 건 내 오만이 아닐까. 대신 너는 자유를 얻을텐데. 내일 죽을 지라도. 사랑해서 보내준다는 대사를 이해할 것도 같다.

 

답이 들려올 리 없어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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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2-05-10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쉽나요? 저는 <상실의 시대>는 어느 정도 이해하면서 읽을 수 있었는데
나머지 다른 소설들은 이상하게 크게 와닿지 않았어요. 개인적인 느낌일 수도 있는데
가깝지만 먼 사이라고 해야되나요..? ^^;; 표현이 애매하네요. 그니깐 쉽게 말하면
처음에는 맞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읽어나갈수록 점점 이해불가해지는,, 그런 느낌이에요 ㅎㅎㅎ

아이리시스 2012-05-10 19:12   좋아요 0 | URL
저는 하루키 소설 중 <1Q84>는 비교적 뚜렷한 편이었다고 생각해요. 달이 두 개라고 말도 하고 결국 아오마메와 덴고는 만나지 못했다고 봤거든요. 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으니까. 어제 이 책 뒤적이다 보니까 이제 장편은 제가 안 읽은 게 하나도 없더라고요. 그런데 옛날을 생각해보면 나이 탓인지 그때는 다른 세계를 말하는 하루키가 잘 이해되지 않았는데 이제 어렴풋하게는 어떤 얘기를 하는지 알겠다고 생각했어요. 알겠다고 생각하는 거지 아주 아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짧아서 내용파악하고 주인공들이 나누는 대화와 관념의식의 장을 잘 읽어내리면 이 책은 하루키 소설 치고는 쉬운 편이에요. <상실의 시대>,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을 잇는 연애소설이라고 하거든요. 연애소설이니까 연애소설로 읽으면 확실히 다른 것들보다는 명확할 거예요.

어느 정도는 느낌으로 맞춰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세계가 있는데 그 세계에 대해 이해하는 느낌으로요. 저는 맞다고 생각했는데 쓸 수록 내 말을 내가 모르겠는 그런 느낌이에요ㅋㅋㅋㅋㅋㅋ

책을사랑하는현맘 2012-05-10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소설의 <1Q84>는 유일하게 읽은 하루키 소설인데...
결국 그들은 만나지 못한걸까요? 전 나만 이쪽 세상에 남겨둔 채 그들 둘은 저쪽으로 가버렸다는 생각이 들던데 말예요. 제가 워낙 소설을 안 읽다보니 전 이거 읽는것도 머리에 쥐나는 줄 알았어요...
일단 시작을 했으니 끝은 봐야겠고 말예요..ㅎㅎㅎ

연애소설인데, 어려워 보여요. 전 요새 모든게 귀찮아져서 그냥 마냥 쉬운게 좋더라구요. 저도 쉬운 여자가 되는 것 같은데...(뭐 이젠 누가 여자로 봐주지도 않지만요.ㅋㅋ)

아이리시스 2012-05-11 16:55   좋아요 0 | URL
제가 완전 좋아하는 현맘님도 읽으신 유일한 하루키군요, 1Q84. 이제 기억도 희미한데, 그럴 수도 있어요. 다양하게 생각해볼 수 있잖아요. 그들만 저 세상에 있고 나만 이 세상에 있는 것도요. 지금도 그런 지는 확실히 모르겠어서 예전 리뷰를 읽어보니까 저는 둘이 만나지 못했다고 보고 썼더라고요. 그래서 그랬나보다 그랬죠. 읽는 도중에는 정말 제각각 오만가지 생각을 다 했던 책인데..

책도 사실은 뭔가를 받아들일 수 있거나 흥미와 관심사, 시간이 딱 맞아떨어져야 즐길 수 있는 것 같아요. 요즘 걱정거리 있어서 체한 게 며칠 째 가고 있고 머리도 아프고 아, 진짜 총체적으로 짜증나요. 흑흑ㅠㅠ

다양한 이유에서 현맘님은 완전 매력적인 여자.(진심임)

댈러웨이 2012-05-10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건 언제 또 올라온 글이에요? 이 책 정말 재미있게 읽고 리뷰까지 썼던 기억이 새삼나네요. 일단 먼저 아이님 것부터 읽고. 흥분해서 읽지도 않고 댓글부터 달고 있어요.ㅎㅎ

아이리시스 2012-05-11 16:57   좋아요 0 | URL
이건 원래 있던 글이요, 댈러웨이님ㅎㅎ 요거 쓰고 천천히 읽으려고 지금 하루키 글 아껴놓고 온 거예요. 밤에 잠 안들면 모바일 알라딘으로 읽으려고요. 요즘 서재글들 거의 못 읽고 있는데 그래도 이웃분들이 꾸준히 써주시는 게 너무 좋아요!

맥거핀 2012-05-11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을 읽었던가, 아니던가..기억이 잘 나지가 않아요. 예전에 도서관에 있던 하루키 소설을 꽤 읽었었는데, 이 책도 거기 들어가 있었었는지 잘 모르겠어요. (내용을 보니 거의 처음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공기를 마신다면 그대로 가슴속까지 물들어버릴 듯한 파란색이었다." 참 하루키스러운 문장이네요. 어떻게보면 좀 유치해보이기도 하는데, 그런게 하루키의 매력이죠.

아이리시스 2012-05-11 17:00   좋아요 0 | URL
저는 맥거핀님은 영화만 많이 보시는 줄 알았는데 하루키에 인문 신간평가단.. 역시 신비주의였어..( '') 저는 이 책을 빼먹었는지 본 걸 또 본 건지도 모르겠어요. 이 책 서점 갔는데 우연히 보고는(신간도 아니잖아요) 알라딘에 들어와서 검색했더니 중고책 한 권 나와있기에 같이 주문한 건데.하하하.

저는 낭만적이고 비일상적이고 환상적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 짚어주신 문장 좀 오글거리기도 하는 듯. 이제 하늘하늘하는 문학소녀는 아니니까요(좌절) ㅠㅠ

에세르 2012-05-11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스푸트니크의 연인은 1999년도 사서 읽었습니다. 하루키가 책을 내면, 1주일내 사던 버릇은 여전했지만, 이미 그에 대한 열정이 많이(아마 가장) 식었던 무렵이라, 가장 성의없이 읽었던 하루키의 책이 아닌가 싶네요. 하루만에 딱 한 번 읽었죠. (그가 쓴 수필집조차 며칠에 나누어 아껴 아껴 읽던, 그것도 네번이상 읽던 시기와 비교하면, 하루키에게 미안할 정도라고 할 수 있겠죠.)
그렇지만, 그 뒤로 두고 두고 여러번 읽으면서 다시금 진가를 느꼈답니다.^^ 일단 음미해 볼만한 구절이 많더라구요. 말씀처럼 비교적 무난하게 이해할 수 있는..(전 어려우면 싫어합니다.)ㅋㅋ
[먼 북소리] 읽으면서 언젠가, 그리스를 배경으로 작품이 나오겠군 했었는데, 바로 이작품이었더 기억이..ㅋ
그리고,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주인공 남자(초등학교 선생님)가 물건을 훔치다 경비원에게 걸린 홍당무라는 학생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무엇에 비할바 없이 좋았습니다. 여담입니다만, 나중에 자식이 생긴다면, 자식과 이렇게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느꼈을 정도였습니다.

댓글이 너무 두서없는데, 아무튼 쓰신 글 잘 읽었습니다.^^ 잠시 다른 이야기라고 말하시며 다른 글자색으로 쓰신 부분이 인상적이라 여러번 읽었네요..

아이리시스 2012-05-13 17:21   좋아요 0 | URL
그렇죠? 항상 앞서가고 지금 이것을 쓰면서 내일의 무엇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작가이고 예술가들인 것 같아요. 제가 우디 앨런의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보고 우스갯소리로 제가 좋아하는 도시 로마 이야기를 꼭 다시 이런 식으로 해줬으면 하고 노래 불렀었는데 지금까지 몰랐다가 이제야 알았는데 정말로 로마를 배경으로 한 [투 로마 위드 러브]가 4월에 이탈리아에서 최초로 개봉했다더라고요. 그의 유럽정복은 한 번으로 끝날 예정이 아니었던가 봐요. 그러니까 제 생각은 언제나 누군가 해봤거나 계획하고 있는 생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하하하. 그 전부터 저걸 알고 있던 사람은 절 보면 되게 웃겼겠네요. 하여튼 오늘날은 아예 모르든가 무관심할 게 아니라면 반드시 정보력을 키워야..( '') 하하. 저 뭐라는 건지ㅋㅋㅋ

저는 이 작품 좋았어요. 예전에는 [양을 쫓는 모험]과 [태엽 감는 새]를 좋아했는데 너무 오래돼서 다시 한 번 읽어봐야할 것 같아요. 저도 말씀하신 장면 좋았어요. 홍당무라는 학생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요. 그렇게 우회적으로 진짜 할 얘기를 드러내는 하루키 스타일을 이제야 이해하는 것 같아요.

다만 이러는 저는 [먼 북소리]를 못 읽었거든요. 이제 그 작품을 읽을까 해요. 댓글 좋았어요, 에세르님^^

Shining 2012-05-16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없는 동안 아이님이 쓰신 글을 저는 언제 다 읽을까요ㅠ 일단은 이 글부터 시작했습니다ㅠ
이 책은 제가 친구를 기다리며 코엑스 반디 앤 루니스(맞나;)에서 다 읽은 책, 이라는 것 밖에 기억이 남지 않아요ㅎ
읽을 때는 음, 좋군_- 했는데 기억을 송두리채 사로잡을 문장은 없었나봐요; 하하^^;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은 처음 읽었을 땐 왕왕 좋았는데 작년엔가 다시 읽으니 별로 안 좋잖아! 충격을 받았죠ㅠ
타이밍이 전부에요, 정말. 전 <1973년의 핀볼>이 좋아요, 그냥. 그냥 좋아요.

아이리시스 2012-05-16 16:20   좋아요 0 | URL
샤이닝님 그렇잖아도 오늘은 인사하러 갈랬는데 글 있어서 아껴뒀어요. 하하하. 왜 아껴읽게 만듭니까!!!
저는 요즘 써논 글 한참 후에 정리해서 올리기 땜에 독서와 글에 시차가 좀 있어요. (그래서 어쩌라고_-;)
근데 친구 기다리며 하루키 읽는 샤이닝님은 진정 멋져요 @.@ 본받아야 돼. 저는 서점에 가면 멍때리고 앉아서 커플들 구경하는데요. 다른 사람들 막 무슨 책 읽나 몰래몰래 훔쳐보고. 푸하하.

좋다고 말해도 기억이 전혀 안나므로(그래도 하루키 책은 집에 다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요, 호호) 왜 좋은지 유추조차도 해볼 수가 없네요ㅋㅋㅋ
 

 

 

 

시작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아니, 이승기와 하지원이 나오는 <더킹 투 하츠>였다. 형의 목숨을 앗아가고 여동생을 하반신 마비로 만든 악당에 대한 왕(이승기)의 대응을 체제론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때마침 <군주론>과 <국가론>은 군주제를 이해시켜줄 좋은 텍스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왕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는 왕(이승기)의 고민이지만 좋은 왕을 고를 수 있는 눈은 내 노력으로 얻어야 하는 필수적 능력이라고도 생각했다. 때로 드라마는 호기심 많은 나를 새롭고 낯선 세상으로 안내한다. <패션왕>은 관심도 없던 <언터처블-1%의 우정>을 보게 만들었고, <타이타닉>이 재개봉한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물론, 호기심 동한 나는 둘 다 보았다. 극중 정재혁(이제훈)이 VIP관에서 혼자(신세경과 같이) 보는 장면이 나온다. <타이타닉>의 갑판 위 키스는 15년이나 지났어도 여전히 설렜다.

 

 

 

 

 

 

 

 

 

 

 

 

 

 

 

한때 르네상스 사조에 빠져 도서관에서 찾아읽던 로마, 그리스 왕정시대의 이탈리아를 다룬 저서들. 시간을 거슬러 고대, 중세 역사를 다룬 여러가지 책들을 겉핧기 식으로 닥치는 대로 접하면서 절반의 20대가 지나갔다. 그땐 도서관에 가까이 있었다. 체계를 갖추고 쉬운 것에서 어려운 것으로 나아가면서 강제와 자율이 적절히 매치되어야 어느 한 분야라도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법인데 그때는 그런 게 없었다. 사학과는 거리가 멀었고 매일 작품읽기와 해석, 매 학기마다 창작물 과제에 쫓기고 있었으니 어쩌면 인풋보다 아웃풋을 더 많이 요구하던 그때, 생애 가장 많은 지식에의 갈구를 느꼈던 것 같다. 요즘 기본적 고전(군주론, 국가론, 자본론이 현재 계획)과 <로마인 이야기>를 비롯한 시오노 나나미의 이탈리아를 다룬 저작들을 '다시' 읽고 있다. 걸음마 수준이다. 그나마 읽는다고 제대로 이해하는 것 같지도 않지만 여전히 시작이 반을 채워주기에 나는 반만 더 가면 된다.

 

메디치 가문에 대한 무궁한 꿈을 안고 피렌체에 갔다. 피렌체 중앙역에 도착했을 때는 그 작은 영광의 도시가 사방으로 캄캄해진 해저문 늦은 저녁이었다. 중앙역에서 한국에서 대충 몇 개 적어온 숙소로 전화를 걸었지만 예약자가 아니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 세상에, 말도 안 통하고 길도 모르고 해외도 처음인데 달랑 몇 개 있는 한국인 운영 게스트하우스가 우리를 거부하니, 세상에서 버려진 것처럼 절망스러웠다. 이 낯선 땅에서 누구를 어떻게 믿어야 하나. 하지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소개에 소개를 거듭해 조선족 모녀(물론 내게는 할머니와 엄마뻘)의 작은 집에 이틀 묵었다. 돌아와서는 내가 그곳을 가장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여행 도중에 만난 피렌체는 반나절에 도시 전체를 돌아볼 정도로 작은 곳이었기에 이틀 이상 할애할 필요도 없어서 바로 로마행 기차를 타기로 했다. 과거의 영광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중세의 도시 피렌체의 골목이 성큼 다가서는 생각만 해도 땀이 흥건해지는 밤이었다. 골목은 골목으로 통한다. 돌아올 때는 미켈란젤로 광장까지 가서 샌드위치 먹고 놀다가 숙소를 찾지 못해 기차를 놓칠 뻔 했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골목이 수십 개는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익숙해지면 별 것 아니겠지만 이틀 만에 그곳에 통달하기란 어려웠다. 아르노 강의 베키오 다리, 단테와 베아트리체, 두오모에만 관심이 쏟아졌었다. 헤매던 길을 찾게 해준 건 묵던 게스트하우스 건물 1층에 있는 빵가게의 빵 냄새였다.

 

<군주론>은 15-16세기를 살았던 이탈리아 정치학자 마키아벨리에 의해 씌어졌다. 모두 동의할 만한 내용은 아니지만 아주 틀린 얘기도 아니며, 배경지식이 뒷받침 되어야만 더 많은 것이 보인다. 분량이 짧고 어렵지 않지만 정신줄 놓고 읽었던 처음에 나는 절반도 이해하지 못했다. 한 마디로 한 권 읽기 위해 몇 십 배의 자료와 책을 읽어야 하는 대표적 텍스트. 이번에는 어떤 상황에서의 마키아벨리는 그런 통찰을 할 수도 있겠다고 이해하는 중이다. 다음 번에는 그런 그를 비판하거나 더 좋은 대안을 찾아가며 스펙트럼을 넓힐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그간 당연시되던 정치와 종교의 유착을 비판하며 분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인간은 본래 사악한 존재이므로 정치영역을 종교의 윤리적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이상적인 정치상일 뿐이라는 것), 당시 도시국가로 이뤄졌던 이탈리아의 도시 중 하나인 피렌체의 통치자(로렌초 데 메디치)에게 바치는 헌정 형식의 정치철학서를 썼다. 메디치 정부 하에서 공직에 입문하려는 목적으로 집필한 것으로 전해지는데(집필목적이 이처럼 정확했는지, 후세대가 중요한 정치철학서로 둔갑시켰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치가는 필요에 따라 일체의 도덕적 구속에서 해방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지금도 논란이 되며, 오늘 날 그를 권모술수에 능한 책략가로 굳혀지게 만들었다. 몇 세기가 지난 지금, 그의 이론을 당시로 국한시켜 이해하는 것도, 오늘 날의 기준으로 이해하는 것도 어려운 일일 것이다. 대상에 대한 판단은 일방향을 띠는 단순한 문제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시 정치학 이론들이 이상적 정치공동체로만 지나치게 흘러간다고 생각한 그는 초점을 권력의 획득과 유지의 방안으로 돌리면서 정치가의 권력(힘과 능력)과 조직공동체를 중요하게 인식한 것이다.

 

"군주된 자는, 특히 새롭게 군주의 자리에 오른 자는, 나라를 지키는 일에 곧이곧대로 미덕을 지키기는 어려움을 명심해야 한다. 나라를 지키려면 때로는 배신도 해야 하고, 때로는 잔인해져야 한다. 인간성을 포기해야 할 때도, 신앙심조차 잠시 잊어버려야 할 때도 있다. 그러므로 군주에게는 운명과 상황이 달라지면 그에 맞게 적절히 달라지는 임기응변이 필요하다. 할 수 있다면 착해져라. 하지만 필요할 때는 주저 없이 사악해져라. 군주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가? 나라를 지키고 번영시키는 일이다. 일단 그렇게만 하면, 그렇게 하기 위해 무슨 짓을 했든 칭송 받게 되며, 위대한 군주로 추앙 받게 된다."

 

당시 이탈리아는 도시국가로서 작은 도시들로 분열된 쪼개진 케익 같았고 마키아벨리는 이런 이탈리아의 분열된 상황을 좋지 않게 보고 비판하려 했던 걸로 보인다. 악을 행해서라도 선한 목적을 관철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많은 비판을 받지만, 일단 선하고 안정된 사회제도(국가)가 뒷받침 되어야만 세분화된 정책의 정당성을 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자를 행하기 위해서 기독교의 선(善)과 윤리를 잠시 내려놓고 달려가도 괜찮다는 의미는 옳기도 한 것이다. 그는 '불가피하게' 그럴 수도 있음을 인정한 것이지, 윤리를 아예 배제시켜야 한다는 극한의 의미가 아니었다. 또한 관용과 도덕 만으로 공화정을 묵인한다면 혼란한 이탈리아에 혼란함을 더 가중시킬 뿐이라고 했으며, 불가피한 경우에는 전제정치나 권모술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주사회가 중요하긴 하지만 일단 분열된 도시국가들을 하나로 통솔하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여긴 것이다.

 

여기까지 와서 새삼 피렌체 공화정의 메디치 가에 대해 얘기할 필요는 없겠지만 얼마 전 미켈란젤로 관련 미술사 다큐를 보면서 또 한 번 당시 피렌체의 활짝 꽃피운 르네상스 문화를 동경한 후 읽은 책이라 자연스럽게 '군주'가 아니라 '번영'에 관심이 기우는 걸 막을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선한 목적을 위해 악한 절차를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군주에게 가장 어렵고 힘든 결단을 내려야 할 순간이 아닐까 싶다. 선의의 거짓말도 있고, 다수의 이해관계가 공존하는 한미 FTA 같은 상황도 있는데 나는 늘 그런 결정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한 목적이 모든 악행을 타당화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쪽에 가까웠다. 실제로도 악행의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 오늘 날의 도덕 아닌가. 당시 이탈리아의 혼란과 분열 사이에서 느낀 공화정에 대한 답답함을 마키아벨리만큼 이해할 수는 없다. 다만 그의 답답함이 느껴지기는 한다. 도덕은 거쳐야 할 과정이지, 도덕이라는 절차에 얽매이면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가 없다. 모든 정당성을 일일이 검사받아야 한다면 특히 이해관계를 극복해야 하는 정치의 영역에서는 엄청난 걸림돌이 될 것이다. 그래서 대사의 공관 불가침/문서 불가침/민형사 관할권으로부터의 자유(물론 예외도 있다!)도 존재하는 것 아닌가. 이들은 해당국가에서 공적임무를 처리하는 동안 개인이 아니라 국가의 자격으로 이 모든 것들을 누린다. 한마디로 공적임무 처리기간 내에는 어떠한 개인적 잘못도 묻지 않는다. 도덕에 얽매이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가장 큰 반증을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하지만 책임은 또 다른 문제다. 선한 목적을 타당화시키기 위해 과정이나 절차를 불가피하게 묵인해준다고 치자. 행여 선한 목적이 변질되어 악한 결과로 나타났을 때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마키아벨리의 이론에는 이 또한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가 포함되었겠지만 오늘 날 이 문제는 단순히 넘어갈 수가 없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게 재밌다. 결론은 항상 엉뚱한 생각으로 가지만 내가 이들 시대에 태어났어도 이렇게 생각했을 거야,라면서 자화자찬하면 더 재밌다. 아프리카를 버릴 만큼. 그래서 독서가 갑자기 옛날에 읽다만 이제 존재조차 옛날 이야기가 된 <로마인 이야기> 읽기로 건너뛰었다. 여러 권을 동시에 읽지만 관심사가 제일 깊은 책이 더 자주 손에 잡힐 수밖에 없다. 로마, 르네상스, 이탈리아가 내 로망의 정점을 찍는 단어들이긴 한데, 뭔가에 빠지기에 날이 점점 더워진다. 세상에, 더워더워더워더워더워. 날씨를 움직이는 건 군주가 할 수 없는 일일까. 쫌 해달라고 해보지. 미실처럼 하늘이시여, 하면서 제사라도.. 덥지 말라고, 쫌만 더우라고.. 이 책을 읽어서 이승기의 국가(?)가 이해되지는 않았다. 애초 독서의 시작이 불순했기 때문에 결과를 기대할 수 없는 거겠지만. 뭐든 이런 식으로 의미를 부여해야 끝까지 갈 수 있는 저질 의지력이라는 점은 반성한다. 내 몰입이 지속적이지 못한 건 프로이트식으로 볼 때 성적억압과 결핍 때문..( '') 다음 차례는 플라톤의 <국가론>인데 <소크라테스의 변명>이 더 끌린다. 언젠가 찜해뒀던 거다. 그치만 아아, 진짜 생각만 해도 정신이 덥다. -_-;; 아이스크림 사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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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마제국, 영광의 날들에 바치는 글
    from 너의 의미 2013-06-27 06:55 
    시오노 나나미의 <살로메 유모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원래는 읽다만 <로마인 이야기>를 끝까지 보려고 했지만 워낙 스펙타클한데다 길기도 길고 다양한 캐릭터의 복합적이고 연속적인 등장으로 심심할 틈 전혀 안 주는 이 책도 어쩔 수 없는 인문서이다보니, 한 눈 안 팔고 들입다 끝까지 팔 수는 없었다. 20대 초반에 읽으려던 것보다 확실히 편해지고 이해의 폭도 커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읽는대로 꿀꺽꿀꺽 소화가 잘 되는 건 아니었다.
  2. 딸기향 베네치아
    from 너의 의미 2013-06-27 06:56 
    세상에 단 하나, 혼자 떠나도 심심하지 않을 것 같은 소도시가 있다면 그건 베네치아다. 산타루치아역으로 통하는, 들어서자마자 짠 비릿내가 훅 끼쳐오는(나는 부산을 떠나본 적 없는 부산사람이라 다른 지방 사람들이 부산역에 내릴 때 그렇더라는 말을 귓등으로 들었다, 하지만 베네치아는 정말로 그랬는데 이건 과장이 아니라 그곳은 기차역 바로 앞이 바다니까 당연한 것이다) 리알토 다리와 바포레토와 곤돌라, 산 마르코 성당과 카사노바의 도시. 마지막으로 물의 도시
 
 
비로그인 2012-05-07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정말이지 무게감 넘치는 고전들이네요. 책장에 장식용으로 꽂아놓는 책이라고 해야 더 어울릴 듯한 ㅋㅋ 아직까지 저의 독서는 취미생활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창작의 밑거름이 되고 지식의 재료가 되겠지만, 그래도 어떤 목적의식을 가지고 읽을 필요가 있겠어요. 저는 요새 도스도예프스끼를 읽는데 진도가 팍팍 안 나가서 (재미는 있는데 너무 두꺼워요!) 다른 책에 눈동냥하고 다시 돌아오고 문어다리 비슷한 형국이랍니다 ㅎㅎ 또 요새는 시집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르겠어요. 소설보다 시가 더 좋다니까요! :)

아이스크림은 뭘로 사오셨어요? 저는 쿠앤크가 제일 좋아요. 제 동기는 서주 아이스바? 우유맛 나는 그게 최고라고 하더라구요. 제가 무슨 우유를 얼려서 먹어? 이랬더니, 아이스크림은 순수한 맛이 제일이라고,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고 그러대요. ( '').. 아, 저도 목이 타네요.

아이리시스 2012-05-08 00:04   좋아요 0 | URL
안 갔어요. 이제 가기엔 나는 소중하니까..( '') 밤 12시에 아이스크림 사러가는 여자는 좀.. 술보다는 낫지만 그래도.. 저는요, 스물한 살의 봄에 도스토옙스키를 읽는 수다쟁이님이 더 멋진 것 같아요. 제 생각엔 목적의식 절대적으로 필요해요. 입맛에 맞는 것만 읽는 건 직업 생기고 진짜 취미생활일 때는 좋은 것 같은데 수다쟁이님은 어리고 또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니까요.. 여러가지 의미에서.. 제가 지나고 생각해보니까 그런 것 같아요. 시가 좋죠! 시세계로 들어갈 수만 있다면!!(공감)

근데 저는 읽는 나도 즐기기 때문에 시보다는 지식이..( '') 지식보다는 내 글이..( '') 아, 진짜 막 이래요ㅋㅋㅋ 아이스크림은 요즘 월드콘 먹고 있는데, 그때그때 달라요. 더울 때는 수박바나 메로나, 호두마루도 좋고 저도 쿠앤크 좋아해요. 우유맛 나는 것도 좋고 아, 다 좋네ㅋㅋㅋ

마녀고양이 2012-05-08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로마인이야기는 카이사르 읽고 멈춤 상태인데,,, ㅠㅠ,
아이리님은 군주론을 읽으셨나 보네요. 저는 정치 관련 서적은 멀~~리 하고 싶어져버렸습니다.
그러니까, 희망이 별로 없다 머 이런 짜증이랄까. ^^

배고파요, 학교 다녀오니까 더 고파... ㅠㅠ.
아이리님 아이스크림 안 샀다구요? 에잇, 나랑 똑같은 시간대에 먹고, 함께 굴러다녀야하는데!

아이리시스 2012-05-08 00:40   좋아요 0 | URL
지금 마고님 서재에서 답글 없이 돌아오는 길임ㅋㅋㅋ 저는 아직 로마는 시작도 안하고 로물루스가 로마를 건국하기 전이라던가 뭐라던가 1권 시작중인데요, 히히히(뭐냐, 이 읽은 척은_-) 멀리하고픈 마음 공감 백배! 오늘 재단에서 5월 3주기 기념행사 알림책자 날아와서요, 아까 잠깐 침울해서 또 눙무리ㅠㅠㅠ 나려고 했지만 울지는 않았어요. 어쩐지 서러워요. 좋은 봄날을 정치적으로 싸우면서 이렇게 보낸다는 게! 그러는 정치인들을 보는 게!!

이제 오셨어요? 완전 학구파 으하하 부러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얼른 식사하세요! 아이스크림은 낼 꼭 한보따리 사다놓을 거예요!!! 저는 아이스크림 안먹어도 집에서 굴러다녀요. 걱정마세요! ㅋㅋㅋㅋㅋ

맥거핀 2012-05-08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리시스님은 정말 책도 좋아하고, 영화도 좋아하시는 군요. 마키아벨리든 뭐든 간에 그 자체보다는 그 사상을 자기나름대로 대강 이해하고, 그것을 자신의 주장(혹은 정책)을 합리화하는 도구로서만 삼는 후세들이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랫동네는 날씨가 어떤가요? 여기는 왠지 꾸물꾸물하고 뭔가 기분이 살짝 나빠지는 날씨군요.^^;

아이리시스 2012-05-09 18:11   좋아요 0 | URL
네! 저는 책도 좋아하고 영화도 좋아하고 맥거핀님도 좋아해요. 와우. 사실은 철학이나 과학 같은 거 왜 그렇게 사상 싸움을 해대나, 그걸 우린 왜 읽고 아는 체 하고 연구하고 그러나 저는 항상 궁금했는데요. 누가 먼저 말했는데 내가 먼저 말한 척 하면 부끄러우니까 알기 위해서 그러는 건가.. 그들도 그 시대에서 보면 모두들 스스로 극복 못한 모순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그게 뭐 대단하다고,가 제 생각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건 대단한 거고 그래요.(뭐라는 거지..)

날씨 안 좋아요! 기분도 안 좋아요! 꾸물꾸물 흐리고 황사처럼 누런 세상인데요.으흐흐.

이진 2012-05-08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님 나 시험 끝났어요 :)
꺄아~ 시험끝나고 나서 처음으로 친구들과 부둥켜안고는 방방 뛰며 소리를 질렀답니다. 시험이 끝나서도 있지만 내일이 학교 개교 기념일이라 하루 쉬거든요! 친구들은 시내로 놀러가는 계획을 모두 짜놨던데 저는 모자란 잠을 보충할겁니다. 푹 자야죠 푹.
나는 저런 책 못읽겠어요. 지금 나이에 못 읽는 건 당연한 거 맞죠? ㅎㅎㅎㅎ 그런데 서울 사는애들은 읽을텐데... 하면서도 안 읽고 있답니다. 그냥 소설도 이해하기 힘든걸요.

참, 전국 일등의 꿈은 물건너 갔습니다. 백점을 노렸던 사회와 국어는 각각 1문제 2문제씩 틀렸고(사회는 정말 만점이었는데 마킹실수... 하 듣고나서 엄청난 멘붕을 경험했습니다. 어차피 시험 내내 멘붕상태였지만요) 수학은 무려 ... 상상도 못할 1/5사태가..............................

아이리시스 2012-05-09 18:14   좋아요 0 | URL
소이진님 원래 시험은 사흘 정도 가는데 이틀 만에 끝났네요? 아.. 또 있는 건가.. 개교기념일 지나고! 그럼 오늘 쉬고 내일 또 시험 치는 건가? 으하하. 여튼 신나겠어요. 끝난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기분 생각나서 부러워요. 네, 지금 나이에 못 읽는 거 당연한 거.. 서울 사는 애들은 읽어요? 히히히. 서울 사는 애들도 안 읽어요! 걱정마요.푸하하.

참, 그래도 전국 이등은 할 수 있겠죠? 근데 사회랑 국어는 엄청 잘했네요. 김태희는 중학교 내내 올백을 맞았다고 했지만 고등학교에서는 그렇지 않았겠죠?( '') 그러니까 안심해요. 수학은 그럼 20점인 거예요?ㅋㅋㅋ 미안.

에세르 2012-05-09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친구"에서 준석(유오성)이 상택(서태화)에게 하는 말이 결국 마키아 벨리가 했던 말이라는 것을 최근 어떤 글을 읽다가 깨달았습니다. " 타인을 손상하지 않으면 안되는 경우에는 그 복수를 겁낼 필요가 없을 만큼 통렬하게 가하지 않으면 안된다.(군주론)" 과연, "통치자가 민중을 이끌려면 존경의 대상이 되거나 공포의 대상이 되어라. 존경을 받기 어렵거든 차라리 공포의 대상이 되라."라고 말한 마키아벨리답다고 느꼈습니다. 군주론에 대해 쓰신 글 잘 읽었습니다.

아이리시스 2012-05-09 18:18   좋아요 0 | URL
네! 에세르님 댓글 보면서 생각해보니까 저희 아빠도 예전에 다음 대통령 얘기하면서.. 차라리 공포의 대상이 되는 독재자를 뽑아야 한다고..( '') 마키아벨리다운 거였네요!!! 으하하. 이해는 되는데요, 집에 식구가 많은데 각자 다른 음식 먹겠다고 하면 통일시키기 어렵잖아요? 요리하는 엄마만 피곤해지고.그럴 때는 충분히 이해가 돼요!! 공포로 단결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는. 그래도 좀 무섭긴 해요. 저도 평소에는 사람은 봐주고 잘해줄 수록 기어오르기 때문에(실제로 많이 당해봐서) 처음부터 딱 잘라 거절하고 안되는 건 안되는 거란 걸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조직은 오죽할까요. 저는 인정에 끌리는 선택을 잘 하는 편인데도 머릿속으로는 늘 그렇게 생각하고 말도 그렇게 하는 걸 보고 놀란 적이 많아요.하하.
 
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가 없다 - 우리가 알고 있던 만들어진 아프리카를 넘어서
윤상욱 지음 / 시공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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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은 지금, 아프리카의 대부분의 것에 관한 가장 쉬운 입문서라고 생각한다. 며칠 아프리카에 빠져 지내며(또다른 아프리카 역사에 대한 책을 읽는 중) 오랜시간 이어져 내려온 아프리카에 대한 국제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을 잡았다고 여기고 있는데, 뉴스에서 진보당에 터진 비교적 더 가까운 일들을 보며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를 살게 해줄 이 나라 정치인들이 난리인데, 아무리 아프리카 사정을 잘 알게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어 회의마저 들었다. 국내사정은 모르겠다. 원래 '국제' 관련 일을 하고 싶었고 언어도 되도록 많이 구사할 줄 아는 능력을 갖추고 싶었다. 내 영역이 그곳까지 미치지는 않았지만 이 책을 통해 아프리카의 모든 것들이 차곡차곡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다. 아프리카는 단 한 번도 꿈꾸지 못한 대륙인 줄로만 알았다. 기후는 원래 무덥고 건조하며, 먹을 것을 재배하기는 어렵고, 운도 없게 그곳에서 태어난 아프리카인들은 어쩔 수 없이 그렇게들 살아야 하는 줄로만 알았다. 조금 더 커서 아프리카 대륙을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때 나는 당연히 그곳의 실상황에 대해서나 일련의 역사적 부조리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다. 원래 그런 곳인 줄 알았다. 반성한다.

 

아프리카의 기후가 저주 받은 건 틀림없다. 사하라 사막이 횡단으로 가르는 아프리카는 자연스럽게 남과 북의 지리적 상황을 감수해왔다. 지금의 아프리카는 뭉뚱그려 아프리카로 일반화하기에 사정이 좀 다르다. 남아공, 에피오피아, 소말리아, 나이지리아, 앙골라 등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리비아, 이집트, 튀니지 등의 북아프리카로 나뉘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프리카 상황으로 접하는 절대적 빈곤, 에이즈, 말라리아, 낙후된 여건 등 언론 속 모습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블랙 아프리카)의 일들이다. 사하라 사막의 특성상 자연스럽게 나타난 지리적 현상이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유럽 식민지배에 의해 인위적으로 쪼개져 분할된 이후로 나타나게 된 역사적 현상이기도 하다. 원래 국가라는 개념보다는 부족의 지배자 혹은 지도자를 선출하여 다스려온 아프리카의 민족 특성상, 유럽과 서구가 제멋대로 통합 혹은 분리를 실용노선으로 정한 다음부터는 내전과 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부족 개념의 여러 집단을 임의적으로 통합하거나 분리하여 아무렇게나 국경선을 그으면서 부족의 역사, 인종, 종교, 특성 등을 간과하고 국가로 만들었다. 어제까지는 옆 동네와 잘 지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평화를 유지하는 길이었는데 갑자기 하나의 국가로 거듭났으니, 지배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죽고 죽여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원유를 얻을 수 있는 유전이 있는 나라는 특히 심한데, 서구와 선진국들의 점유전쟁으로 아프리카 국가 지도자는 돈을 벌 수 있다. 이 돈으로 한 번 지배자 위치에 오른 이들이 부정선거와 내전을 치를 무기를 구입하고 외국은행으로 개인재산 불리기를 시도하면서 끊없는 정쟁이 계속된다. 세계 각국과 UN이 원조하는 상당수 구호품들도 이런 식으로 독재자의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간다. 지키는 자와 뺏으려는 자는 인종/종교/혈족 등 여러가지 요인을 시발점으로 내전을 벌이는데, 이럴 경우 피해는 가난한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되풀이되는 악순환. 실제로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국가들은 날마다 당일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이들이 대부분인데, 그 중 가장 심각한 곳이 바로 오늘날 바다에서 공공의 적이 되는 해적의 나라 소말리아다. 소말리아는 사실상 무정부 상태이며, 아주 어린 소년들이 먹고 살기 위해 목숨 걸고 바다를 누비는 범죄를 막을 아무런 국가적 장치를 기대할 수 없다.

 

가난, 에이즈, 말라리아, 식수 등은 사소하고도 중요한 문제다. 최소한의 것들로 사망률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구조적인 문제는 아프리카 지도자들의 부패이며, 국제사회가 아무리 모기장과 식량, 물을 보내도 소수 지도자들과 공무원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간다. 아프리카인들은 자력으로 상황을 나아지게 할 수 있다는 희망 자체를 잃어버렸다. 말라리아는 모기장만 제대로 쳐도 죽음을 막을 수 있는데 모기장 공수는 물론, 말라리아가 창궐하는 마을까지 운반할 도로,교통 인프라가 없다는 것, 모기장을 만드는 공장과 식용으로 쓸 우물을 파는 공사를 진행하더라도 공사를 진행하는 국가가 발을 뺄 경우 중단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물고기를 주는 대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려던 다른 국가들도 점점 아프리카인들의 무대책과 무대응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외국에 팔기만 하면 돈을 버는 유전과 광물자원을 팔며 돈을 벌지만 자기 배불리기와 권력유지에만 신경쓸 뿐이다. 최근 아프리카에서 불거진 재스민 혁명(2010년 12월 튀니지에서 벤 알리의 독재정권에 반대하며 일어난 민중혁명으로 후에 이집트 무라바크와 리비아 카다피 축출 등으로 이어지는 아프리카와 아랍 민주화 혁명의 발단이 됨)은 조금씩 사회적 의식수준이 높아진 시민들의 민주화를 향한 갈망이 표출된 것이다. 실제로 지금도 아프리카 및 중동 곳곳에서 진행중이며, 내전으로 엄청난 인명피해를 입고 있다.

 

왜 이래야만 하는가. 앞서 얘기한 빈곤, 독재, 기후, 내전 등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어떤 정치적 제도마련이 필요한 것일까. 지금까지 서술한 것만으로도 이 모든 것들이 하루아침에 급격히 나빠진 게 아니라는 건 자명하다. 아프리카 지도자들의 부패, 자국의 가난을 유럽 식민주의의 잘못으로 전가하는 점, 곳곳에 만연한 종교분쟁(크게는 이슬람교와 기독교지만 역사적으로 부족적 전통을 가진 만큼 셀 수 없는 숫자만큼의 전통 종교들이 부딪침), 도움의 손길을 가장한 선진국들의 유전/광물/시장 쟁탈전, 시민들의 질낮은 교육수준, 기후변화, 한없이 부족한 인프라와 기술, 무엇보다 희망을 가질 수 없는 구조 등 총체적 난국이란 걸 알 수 있다. 아프리카를 이끌어가야 할 지도자들의 권력과 재물에의 집착이 오히려 아프리카와 아프리카인들을 병들게 한다. 이들은 무조건 역사 탓, 서구 탓, 그렇지 않으면 자국의 자원을 내어주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미래에 대한 한 치 고민도 없이, 자원을 더 내다 팔거나 원조를 받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타국들 입장에서 영원토록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제 국제사회는 물론, 아프리카의 결단력이 필요한 때이다.

 

독재자를 축출하는 것만으로 민주화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잎만 떨어져 나갔지, 뿌리는 그대로라서 다음 지도자가 다시 독재와 부패를 답습할 수도 있고, 군부독재가 시작될 경우 권위주의는 뿌리 뽑히기 힘들다. 실제로 재스민 혁명이 성공했으나 해당국가의 다음 행보가 궁금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선거제도 역시 부정부패가 만연해 여론조사에서는 늘 당선을 예견했던 후보가 실제 선거에서 진 경우도 몇 번이나 있었다. 선거철만 되면 내전에 불이 붙고, 국내문제불간섭 원칙을 어겨서라도 UN이나 선진국이 아프리카의 선거에 관여해야 했다. 실제로도 원조 규모나 시기 등을 협상카드로 제시하며 아프리카를 압박하고 있지만 이런 궁여지책이 얼마나 통하겠는가. 아프리카에 묻힌 자원이 유한한 것만도 아니고, 100년 넘게 이어져 내려온 유럽 식민주의의 폐해를 극복하지 못한 이 대륙이 자연스럽게 민주와 풍요의 탈을 쓸 리도 없다. 아프리카의 문제는 대륙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이제 전 지구촌이 극복해야 하는 문제가 되었다. 실제로 아프리카의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대륙의 크기 또한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포기하거나 내려놓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저자는 서구의 아프리카 쟁탈전을 염려한다. 과거 미국과 유럽이 닦아놓은 길은 유용했으나 간섭이 심했기에 아프리카로서는 마다할 제안이었다. 현재 중국은 서구의 틈을 비집고 들어와 아프리카의 선택 가능한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 국영 기업들은 아프리카에 정착해 유전과 광물을 캐고 자원을 탐낸다. 값싼 생필품을 만들어 팔고, 아프리카인들은 일시적 유용을 누린다. 그들은 당장의 먹거리가 너무나도 급하기에 현재 낭비되고 있는 자국의 지하자원 같은 것들을 지킬 여력이 없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은 틈새시장을 아주 잘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미래를 위한 자국의 투자와 국가와 기업의 윤리는 분명히 다른 것이다. 서구는 배불리기에 급급한 중국을 비난하지만 이들 또한 가능하다면 중국처럼 하지 않을 리 없다. 아프리카는 이제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가. 실타래는 하나씩 또 총체적으로 풀어가야 한다. 아프리카 지도자들의 국가정체성이나 국민을 지키는 마음이 아쉬운 이유다. 아프리카의 미래에 대해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공존한다. 지금으로선 지나친 낙관론 또한 비극으로 여겨진다. 이대로라면 아프리카의 침몰에 울어줄 국가는 없을 것이다.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는 있어도 아프리카 대륙을 위해 슬퍼할 진정한 친구는 없을 것이다. 오랜 역사와 아름다운 문화를 가진 아프리카 대륙에도 민주주의가 활짝 꽃피우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깨끗한 정치를 맡아줄 지도자가 더 많이 나타나 전통과 문화를 오롯이 지켜낼 날은 언제일까.

 

그런데 헤겔은 왜 이랬을까?

 

헤겔에 의해 아프리카는 유아기의 인류, 고차원적 사고 능력이 없는 흑인들의 땅이자 어두운 밤의 장막에 둘러쳐 있는 대륙으로 묘사된다. 그리고 흑인들의 검은 피부는 어둡고 몽매한 밤의 이미지와 함께 어우러져 '흑 아프리카'라는 부정적 개념을 정형화하는 데 일조했다. 헤겔은 아프리카 흑인들의 인간성마저 부인하면서 인간의 존엄성과 도덕적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고 보았다. 또한 그는 아프리카인에게 종교적으로도 편향된 시각을 투영했다. 고차원적인 기독교는 야만인들에게 적합지 않으며, 욓려 이슬람교가 더 잘 어울릴 것이라고 한 것이다. 이러한 흑인이 인간성에 대한 부정은 19세기 노예무역업자와 노예를 필요로 했던 이들에게 양심의 가책 내지는 죄책감의 방파제가 되어주었다. (p.42)

 

오늘부터 헤겔 안티 하겠음. 책 한 권 읽어본 적 없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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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사랑하는현맘 2012-05-07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리카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흠...얼마전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대한 책을 읽었는데 그렇더라구요.
여기나 거기나 지도자들의 문제는 참 어렵군요. <지도자>란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데요.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건지, 그런 사람만이 지도자가 되는건지. 우리에게도 그들에게도 진정한 사람 지도자가 필요해요.
다음에 읽으실 책도 기대되요!

잘 지내고 계세요? 날은 더운데 계속 봄이라고 우겨대고 있어요. 아직 잎파리들이 짙은 초록색이 되지 않았으니까요.
전 더워도 아직 봄을 즐길래요. 짧아서 더 아쉽죠~

아이리시스 2012-05-07 00:22   좋아요 0 | URL
저를 지도자로 뽑으세요. 저는 잘할 수 있어요, 현맘님. 불끈!!

아프리카는 좀 바보 같아요. 남탓 하고, 잠시 행복하자고 후손 생각 안하고 자원 마구 팔아먹고.. 국민들이 불쌍해서 눈물이ㅠㅠㅠㅠㅠ 이 책이 비교적 쉬운 편이고 다른 건 좀 더 지식 수준이라서 차례대로 읽는 걸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이제 아프리카 국가들의 이름과 위치가 어색하지 않으니 그래도 다행이랄까.. 오오, 현맘님은 왜 리뷰 안쓰시는 거예요!!! 언제까지 기다리고만 있어야 하나요!!!

리뷰 올려달라!! 올려달라!! (데모중-오랜만에 하는 건데.. 더워서 여기까지요)

이진 2012-05-07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증말!! 누나 왜 이렇게 늦게 오신거에요. 매일매일 글 안올라오나 목 빠지게 기다렸잖아요 ㅎㅎㅎㅎㅎㅎ 말이 더워서 글쓰는게 잠시 귀찮아 진거죠? 남해도 저번주까진 영 춥더니 갑자기 날이 확 더워졌어요. 서울은 벌써 반팔까지 입고 다닌다며 놀라 했는데 이젠 여기도 슬슬 반팔을 꺼내야겠지용.

제게 아프리카는 기근, 기아의 나라로밖에는 기억되지 않는군요. 언젠가는 도와주고싶은 그런 나라요.
그나저나 아이님 저 벌써 <토끼드롭> 다운 받아서 시험끝나면 볼 궁리를 해대고 있었단 말입니다.
제가 빨랐죠? 흣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시다 마나가 나온 드라마는 <마루모의 규칙>이랑 <마더> 이게 젤 유명하고 다른거는 잘 모르겠어요.
극상의 어떤... 뭐도 있다던데 말이에요.
어쨌뜬 <토끼드롭> 무지무지 기대되요!
남자주인공도 무려 데스노트의 엘이라니요... ㅎㄷㄷ

이진 2012-05-07 00:52   좋아요 0 | URL
참, 신나게 공부중이었는데 아이님 댓글 달린거 보고 바로 컴퓨터 켰어요.
공부도 마침 접고 자려던 참이었는데 오랜만에 뵈니까 반갑기도 해서요ㅎㅎㅎㅎㅎ
내일 중간고산데 마음이 편하네요.
마치 모든 것을 내려놓은 후의 해탈감이랄까요, 무소유랄까요.

아이리시스 2012-05-07 16:46   좋아요 0 | URL
어맛, 지금 누나 늦게 왔다고 소이진님 화내는 거임? 좀 기다릴 줄 아는 남자가 나는 멋있든데..( '') 푸하하하ㅋㅋㅋ 글을 쓰려면 머리를 써야 하는데 아무 생각이 안나길래 아, 진짜 더워지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뭐 이런 생각만 들고..

<아, 그 버니가 토끼였음?>ㅠㅠ 일본은 드라마,영화 죄다 제목이 웃기더라고요. 근데 나도 다운 받았음. 마더하고 토끼드롭. 그 포스터의 남자가 엘이었음?ㅠㅠ

근데 공부를 신나게 하다니, 의문1. 아이님 댓글에 바로 컴퓨터 켜다니, 의문2. 내일이 중간고산데, 그럼 오늘인데, 아아아아아, 드디어 소이진님이 전국 1등 할 기회가.. 셤 잘 봤어요? 오늘은 내일 꺼 공부해야죠!!! 여기 오지 마!!! 해탈감은 뭐고 무소유는.. 절대 오면 안됨!!!

오늘은 진짜 더워요.으아아아악.

비로그인 2012-05-07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두 사람 댓글 보면서 제가 다 웃네요. 오랜만에 오신 아이리시스님! 저도 아프리카에 관심 좀 가져볼까봐요. 이 책이 좋은 입문서라고 하니 어여 읽어봐야겠어요. 저는 역사의식이 너무 없어서 (역사적문맹) 역사 책을 가뭄에 콩 나듯이라도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설만 읽으니까 사람이 너무 구름 같아지는 거 같아요. 가끔 비도 내리고 눈도 콩콩 내리는데 구름만 보고 있는 그런 기분이요. 인문학 책도 읽으면 좋다고 하셨던 게 작년이었나요? ㅋㅋ 그런데 여지껏 제대로 읽지도 않고 있네요. 책에 관해서면 뭐든지 좋은데 이상하게 자꾸 미루게 되는 경향도 있어요. 빌려놓고 그냥 반납하고, 읽어야 할 책 그냥 거들떠보지 않고. 뭐 이런거요.

음, 과연 소이진님의 전국 1등 도전은? @_@ ㅎㅎ

아이리시스 2012-05-07 23:00   좋아요 0 | URL
수다쟁이님은 <뜻으로 본 한국역사>도 읽는데? 역사적문맹 아님^^

구름 같아졌어요? 하하. 내가 그런 말을 했어요? 인문학 책 읽으면 좋다고? 소설 읽으면 안 좋고?ㅋㅋㅋ 내 안에 수애가 살기 때문에 어쩔 수 없기도 한데, 말이 좀 이상한데?^^

원래 책이 너무 많으면 시간이 너무 많으면 뭘 해도 잘 안되는 것 같기도 해요. 내일 읽어가야 하는 책이면 오늘 밤 새서 다 읽어야 수업에 들어갈 수 있으니까 하게 되고, 내 책이면 아까워서 읽어야지 하기도 하는데 그래도 수업에서는 안 읽고 들어가도 티가 안 나고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내 책이 아니니까 그냥 반납하게 되고 그렇죠? 다 그래요. 저도 그래요.(웃음)

수다쟁이님은 갈 길을 잘 가는 거예요! 이제 책 말고 다른 거 좋은 관심거리 생긴 거 아니예요? 그랬으면 좋겠다..^^

소이진님 여기만 피하고 다른 서재에 왔잖아요!! 일단 내 맘대로 전국 2등으로 목표 수정했어요^^ @_@ ㅎㅎ

이진 2012-05-08 16:16   좋아요 0 | URL
아... 들켰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2012-05-07 2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07 2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는 요즘 '편가르기'의 끝장판을 보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드라마 <패션왕> 얘기다. 웹툰은 못봤다. 스맛폰이 없고 아이팟은 이제 충전기가 생겨서 이제부터는 볼 수 있겠다. 아, 노트북으로는 하는 게 많아서 웹툰읽기까지는 안.. 생각해보니까 나는 그림을 못 그려서 글을 쓰나 보다. 그림 그리는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부럽다. 음악도 글로, 소설도 글로, 그림도 글로.. 아.. 진짜 비극이다. 하루아침에 서해번쩍 동해번쩍 하며 두 남자(두 회사)를 오가는 신세경(가영)이 무의식으로는 얼마나 자신과 싸우고 있을지, 나라면 어떻게 했을지(이건 아닌가;;), 사람이 사람답기 위해 '무엇' 위에 '무엇'을 둬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봤다. 재밌기만 한 줄 알았는데(나는 사각관계 매니아;; <여인의 향기>도 김선아 아니었음 그래서 봤을 듯;;) 나도 모르게 심하게 감정이입해서 내 마음 속 깊은 바닥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불완전한 인격, 자존심, 자아성찰, 자아비판까지 뻗어나갈 생각은 없고 그저 나(우리)는 얼마나 쉽게 손바닥 뒤집으며 죄책감 없이 살아가나, 내 선택의 영원성은 어디까지인가 싶어서 내면에 귀를 기울여보았다. 닥치지 않고서야 눈앞에서 어떤 것을 선택할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중시하는 가치관에 더 다가갈 수는 있을 듯해서.

 

 

1. 신세경(가영)은 능력이 출중한(전문가에게 타고난 천재 디자이너란 평을 받는) 아마추어 패션 디자이너

2. 천애고아, 부모 원수 부띠끄에서 핍박 속 성장, 쫓겨난 후 숙식제공하는 동대문 봉제공장(유아인)에 디자이너 겸 잡부로 취직

3. 살던 부띠끄에서 간혹 마주치던 패션 대기업 이사(이제훈)와 가느다란 친분

4. 유아인은 가진 것 없이 갓 들어온 여직원 신세경에게 4년 미국유학 비행기표를 선뜻 내밀 만큼 따뜻한 남자

5. 우연한 친분을 가장해 어려운 일이 생길 때 부탁하러 갔던 이제훈은 짜증 내면서 도와줄 건 다 도와주는 고마운 남자

6. 뜻하지 않은 동거에 情 나누기까지, 밑바닥 인생은 밑바닥 인생을 알아보며 차곡차곡 서로의 신뢰를 쌓아감(신세경과 유아인)

7. 전 애인(유리)과 다시 시작했지만 능력 출중하고 의사표현 정확하면서도 순수한 신세경에게 끌리는 대기업 이사(이제훈)

 

+ 7번까지 쓰다가 내가 뭐하고 있나 싶었음

 

사랑의 작대기를 그어보려했지만 크게 의미는 없고, 서로가 서로를 너무 잘 아는 신세경과 유아인에게서 사랑이 싹트는 중, 이제훈이 신세경을 좋아하는 중, 유리의 마음이 유아인에게 있어 보이고 신분상승욕구 때문에 이제훈을 포기 못하는 중 정도로 정리되는데 전형적인 청춘멜로가 맞구나. 말하다 보니까 이걸 왜 쓰나 싶어진다, 진짜. 표현도 못하고 포기도 못하는, 몸은 달았는데 마음은 못 헤아리는 사랑 앞의 아마추어들. 이들이 주인공이다. 두 남자는 한 여자를 서로 자기 곁에 두고 싶어 일을 빙자한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여자는 능력이 있으니 어딜 가더라도 성공은 보장되어 있는 셈인데, 두 남자는 여자가 자기 곁에 있어야 행복할 거라며 서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을 벌인다. 대기업 이사와 영세업 사장이라니 결과는 뻔해 보이는데도 늘 여자 때문에 번번이 한 쪽이 한 쪽을 끝장내지도 못한다. 인생은 내 것은 물론, 네 것 또한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것이어서(재물 가진 자가 재물 없는 자의 생계를 찍어누를 수도 있지만 이런 치사한 짓까지는 안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종종 한다, 여자를 얻어야 하니까, 남자에게 여자는 자존심일 뿐인가..) 네 명의 청춘의 꿈과 사랑은 시종일관 휘청거린다. 흔들흔들 언제 무너져내릴 지 모르는 건물 같아서 불안이 극에 치닫는다. 오늘 하나되면 내일 분열한다.

 

갈등이 극명하다. 가진 자/못 가진 자, 능력자/능력 미달자, 사랑하는 자/사랑받는 자, <힐링캠프>에 나와서 이효리가 자기에게는 '금'이 있는데 '쌀'을 가진 남자를 만나서 행복하다던 그 마음. '쌀'도 없이 스물 한 살이 된 그녀에게는 아직 '금'은 보이지 않는 걸까. 매슬로의 '욕구단계설'도 아닌데 이건 좀 비약적 평가인가. 신세경은 재벌 2세 이사님(이제훈)이 아무리 구애해도 꿋꿋이 모르는 척 일관하면서(관심 자체가 없음) 가족 같은 사장님(유아인) 곁을 지킨다. 스카웃 제의도, 유학 제의도, 퍼스트 클래스도 모두 단박에 거절하는 용기가 가상할 만큼 사장님을 향한 의리(사랑)가 극명한데, 그럼에도 불안하고 두 남자는 괴롭다. 몸이 머무는 곳에 마음이 없고, 마음이 머무는 곳에 몸이 없으니 남자들은 내내 애닳아한다. 그녀가 떠날까봐, 데려오지 못할까봐. 흔들리지 않고 해결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는 그녀에게 화내고 밀어내고 닦달하니 그녀 또한 '쌀'보다 '금'이 탐나는 순간이 없을까. 나가겠다는 마지막 말 앞에 사장님은 폭풍같은 눈물을 그제서야 흘리며 얘기한다. 우리는 끝까지 같이 가야하는 거 아니냐고. 그렇구나, 금과 쌀. 하물며 사장님은 한 번도 따뜻한 적 없던 그녀에게 처음으로 전기장판 깔린 이부자리를 내어주었고, 화장품 세트를 사서 내밀고, 태어나서 처음 미역국 생일만찬 아침을 만들어준다(위 사진). 신세경에게 유아인은 사장님이자 오빠고 가족이고 사랑이 되어버린 남자다. 먼저 입맞춤도 했고, 이불도 덮어주고, 사장님이 나 오해하는 거 제일 슬퍼요, 나 사장님 좋아하는데 사장님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술주정도 했다. 사장님이 다른 여자를 보고 웃으면 뒤에서 운다.

 

나는 '금'과 '쌀' 중에 무엇을 택해도 신세경의 선택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그들은 자기가 보고/겪고/존재해온 한에서는 최대한 여자를 사랑하고 있으니까. 주는 법이 틀렸다고 주는 마음을 탓할 수 없고(재벌남자 만날 일도 없지만 나는 그래도 너는 그러면 안된다거나 가정교육을 못 받아서 내 말에 꼬박꼬박 토다냐는 일상적 대사에 기절할 뻔;;), '쌀'을 선물한 사람(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기억)에게 '금'을 주지 않는다고 비난할 수 없다. 사랑이 확실했기 때문에 지금껏 그녀는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다. 늘 그(유아인)를 지키기 위해 뛰어다녔는데 그에게 오해 당하고 비난 당한다. 속상하다. 큰 욕심도 없다. 그런 그녀가 이제 떠나겠다고 선언하니 변한 것일까. 마음에서 어떤 화학작용이 일어났을까. 나는 그녀를 비난할 수 있을까. 바닥에서 위로 올라가야겠다는 욕구는 그야말로 본능 아닌가. 점점 헷갈리고 있었다. 비난하고 싶어졌다. 사랑은 의리가 아닌데, 사랑이 왜 의리로 지켜지면 안되냐고 반문하고 싶었다. 그게 그런 게 아니라는 대답만이 귓가를 맴돌고 있다.

 

'금'을 가진 남자는 능력을 타고난 여자를 가장 높은 곳까지 올려줄지 모른다. 내밀어진 두 손 앞에서 누구의 손을 잡고 뛸 것인지는 그녀의 선택이다. 그녀가 비난 당한다면 남자의 낙하산이 된 것, 능력을 시기하는 자들에게 받는 질투, 가진 것 없는 여자가 대기업 이사님을 욕심냈다는 정도. 사장님과 끝까지 함께 간다면 비극은 길어지겠지만 사랑도, 양심도, 인간성도 모두 보장받아 희망과 청춘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권력에의 욕구가 있다는 주장은 권력에 욕심 없다고 말하는 사람을 공개적으로 묵살하는 발언이다. '쌀'이 채워지면 '금'사냥에 나서는 것은 욕구의 본능이지만 신세경(가영)이 본능을 눌렀으면, 본능을 누르고 스스로 '금'을 얻었으면 하는 것은 청춘에 기대하는 마지막 희망이자 응원이다. '쌀'과 '쌀'이 만나도 언젠가 '금'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은 갖고 살고 싶다. 앞으로도 내가 펼치는 날개 안에서만 어떤 남자를 만나 사랑할 수 있다는 점을 (최근 미혼여자들 설문조사에서 자기 연봉 두 배 이상의 남자를 배우자로 맞이하고 싶다고 답한 비율이 절반이라는 점을 비판하며) 믿어의심치 않는다. 나도 여잔데 그런 조사는 대체 누굴 대상으로 하는지.

 

 

 

김치찌개백반 대신 날마다 스테이크를 썰게 해주는 남자를 만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쌀'은 '쌀'을 만나고 '금'은 '금'을 만나지 않으면 인생이 꼬일 텐데. 적어도 '쌀'과 '쌀을 만나러 내려온 금'이어야 말이 통하지 않을까, 섞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내가 '금'(재물, 능력)이라고는 갖지 못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신세경(가영)은 나보다 못하게 살지만 능력 하나는 출중한데 나는 뭐, 이것도 저것도 없으니까 가만 보니까 이걸 쓰고있을만 한 위치가 못 되는군,하면서 급 꼬리내림.

 

그래도 생애 처음으로 그가 아침 일찍 일어나 만들어준 생일상은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살든 절대로 못 잊지 않을까. 드문드문 희미한 기억 속에서라도 가장 곧은 '양심'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스카이라운지에서 손쉽게 랍스타 사주는 남자보다 손수 미역국, 계란말이, 고기볶음 해주는 남자를 여자는 더 본능적으로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금수저 물고 태어난 어떤 남자보다 자기 손으로 금수저를 놓을 줄 아는 남자가 더 멋지다는 걸 요즈음 <패션왕>은 자꾸 깨닫게 해준다. 나는 금수저 물고 태어난 남자가 나 좋다고 죽어라 따라다니면서 구애하지 않으니(할 리도 없고) 한 '봄' 밤의 꿈일 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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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사랑하는현맘 2012-04-28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유아인 캐릭터가 저렇군요. 상을 차려주는 싸장님이라니... ㅎㅎ 전 한번에 드라마 한 개씩만 보니..요새는 하지원 나오는 드라마 봐요. 이승기한테는 몰입이 안되긴 하지만요^^ 봄날의 꿈... 아련해요. 요새 성시경 노래만 들으면 심장 근처가 지긋이 시린데 봄 타나봐요~

아이리시스 2012-05-04 20:19   좋아요 0 | URL
생일상도 차려주고 사업수완도 뛰어나고 가는 여자 안 잡고 오는 여자 안 막는 나쁜남자 스타일이라서 최근 드라마에서 드물게 완소 캐릭터예요!!! 요즘 싸장님 심리를 분석하고 있다는ㅋㅋㅋ(저 할 일이 없어가지고..)

<더킹 투 하츠> 첫회 보고 안 보다가 요즘 다시 재밌던데요. 그래도 뭔가 이승기는 매번 2% 부족해요^^ 근데 공주가 호위병을 사랑하나요? 아.. 너무 로맨틱.. 이번주부터 보려구요ㅋㅋㅋ

이제 금세 조금씩 더워져서 집에서도 반팔 입으니까 봄 탄다고 하기에는 점점 여름이 오고 있어요. 여름에 안 좋은 추억이 있었잖아요. 작년에..( '') 아아악!!!

2012-04-28 04: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04 2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28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재밌게 읽었어요. 추천 꾹- 하고 갑니다.^^ (고속버스 안이라 길게 못 써욤...)

아이리시스 2012-05-04 20:25   좋아요 0 | URL
섬님은 고속버스 안에서 알라딘 하는 분이시군요. 부럽게.. 어디를 재미나게 다니시는 거예요?
봄을 만끽하시길..^^ 추천 땡큐~^^

카스피 2012-04-28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아직도 국내회사에선 패션 디자이너에 대한 환상이 있네요.알던 패션 디자인너 왈 "TV에 나오는 패션회사 있은면 얼른 글록 가겠다.디자이너는 3D야...."라고 하시더군요.
몇몇 부띡 디지이너외에는 대부분 해외 카피하는 디자이너가 대부분.특히 대기업 계열 패션회사는 더하다고 하지요.
대기업 패션회사의 경우 이사는 대부분 40~50대 아자씨.. 뭐 오너 자식이 있을수 있겠지만 패션회사는 대부분 계열회사중 하위권이라 당최 그쪽으로 갈 일이 없어요.
아무튼 현실과 다른 직업중이 하나가 바로 빠숑 디자이너^^

아이리시스 2012-05-04 20:29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 아이리시스의 환상을 깨시면 안됩니다, 부디 통촉..........( '')
하하. 어릴 땐 그런 게 있었는데요.. 화장품 회사 드라마 하면 화장품 회사, 의학 드라마하면 의사 되고 싶고 막. 근데 이사든 사장이든 회장이든 로맨스나 멜로가 되려면 적어도 20-30대여야 하는데 실질은 너무 으아으아!!! 대학 때 패션 디자인과 친구랑 같이 다녔는데요. 학교다닐 때도 그렇게 막노동처럼 보이는 과가 없죠ㅎㅎㅎ 그래도 있었으면 좋겠다.. 저런 이사.. 근데 이사가 좀 불쌍해요. 아버지한테 눌려 살아요. 제 생각에는 싸장님이 완소 캐릭^^ (패션의 패..자도 모르는 게 다행이죠. 경쟁에 제일 눌려사는 분야인데 제일 빛나기 어려운 직업이 아닐까 싶어요. 거기다 디자이너들이 이름 걸고 만든 옷들 저는 이쁜 줄도 모르겠고..^^

stella.K 2012-04-28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참 만화였죠?
근데 지난회부터 좀 지지부진한 것 같아 좀 거시기 하더군요.
가영이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상태가 좀.
그래도 옥탑방 왕세자 보다는 아직 볼만 합디다.
왕세자는 벌써부터 제꼈지만.ㅋㅋ

아이리시스 2012-05-04 20:32   좋아요 0 | URL
처음에는 할 말은 똑 부러지게 하는 예쁜 여자아이더만 이사님은 왜 내치지를 못하는 걸까요?
옥탑방은 옥탑방만 이쁘고 이야기가 영 산으로 가서요.. 저도 제낀 거 동감! 근데 아직 못 제꼈어요ㅠㅠㅠㅠㅠ
<패션왕> 시작할 때부터 웹툰 보려고 했는데 웹툰이란 건 정말 시간이 남아야 보겠더라고요. 할 것도 많고 볼 것도 많아서ㅋㅋㅋ

stella.K 2012-05-06 12:00   좋아요 0 | URL
어유, 이 얼마만에 보는 아이님의 댓글입니까?
요즘 바쁘게 사시나봐요.^^

아이리시스 2012-05-06 23:45   좋아요 0 | URL
어유, 이 얼마만에 보는 스텔라님의 댓글입니까? 으하하^^
요즘 귀찮아서 쓰러져 있어요. 사는 게 귀찮아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진 2012-04-28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하, 만화도 인기가 엄청났잖아요.
학교만 가면 애들입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는것이 '패션왕'이었답니다.
저는 물론 만화도, 드라마도 보고있지는 않지만요.
저도 그림 잘그리는 사람이 너무 부러워요.
제 친구중에 그림에는 도가 틀정도로 잘그리는 친구 둘이 있는데 감탄을 합니다,볼때마다.
그에비해서 저는 글로 표현하는것도 미미하고ㅠㅠ

아이리시스 2012-05-04 20:37   좋아요 0 | URL
소이진님은 어려서 그런 것들이 화제가 되기도 하는군요! 인터넷 세상이 보급된 세상에서의 학창시절은 저의 학창시절과는 확실히 다를 것 같아요. 저는 그때도 드라마를 좋아했는데 그땐 그래도 방송사들 것 중에 하나만 보잖아요. 재방송 안해주면 다시보기 하기도 어렵고.. 어릴 때 본 게 로망처럼 오래오래 남아요. 세상은 그때와 많이 변했는데 감성이 간혹 그때에 머물러 있기도 해요.

그림 잘 그리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그려지기만 해도 좋겠어요. 푸하하. 우린 그저 글쓰기 연습이나 하자고요, 소이진님. 아니다, 소이진님은 아직 어린 꿈나무니까.. 희망을 줄게요. 누나처럼 되지 말고 잘 그리게 해주세요, 하나님,부처님,예수님,성모마리아님,알라신이시여..( '')

맥거핀 2012-04-29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글을 제대로 보기전에 사진만 보고, 아 이거는 애기 입맛과 어른 입맛에 대한 비교글이구나 생각했는데, 뭐 그런 건 아니군요. (저는 애기입맛이라 밑에 같은 찌개와 나물보다는 위와 같은 햄, 계란말이, 고기가 좋음..-_-) 근데, 쌀과 금 중에서 선택하는 건 너무 행복한 고민이 아닌가..뭐 이제훈과 유아인 사이에서의 고민이라도 그렇고요.^^;

아이리시스 2012-05-04 20:40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하하하하. 애기.. 우쭈쭈쭈.. 편하겠네요. 햄 굽고 계란말이하고 고기 볶고 이런 건 밑의 것보다는 쉬운데.. 히히히히히히히. 제가 햄/소시지/맛살을 못 먹거든요. 그.. 김밥 속에 든 코딱지만한 것도 맛이 느껴져서 뺄 정도. 나머지는 저도 다 좋아요!!!

아.......... 고민하고 싶어요. 어차피 이제 유아인도 50억 벌었거든요!!! 일주일 사이에 돈을 벌더라고요. 역시 자수성가한 싸장님이 짱^^

2012-04-29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04 2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신지 2012-04-29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효리의 말... '금'이 (재물, 능력)이라면 '쌀'을 가진 남자는 뭐죠? 저는 아이리시스님 글은. 처음에는 읽고나서 음 내가 지금 뭘 읽었지? 생각이 안 나서, 꼭 두 세 번 읽어보게 돼요;;;;;;

신지 2012-04-30 10:44   좋아요 0 | URL
좀전에 우연히 이효리가 나온 그 방송 재방송으로 보았습니다. ^^ 몰랐는데 이효리가 요즘 공개연애를 하는 모양이더군요. 쌀은 아마도 쌀만 있어도 행복한 남자? (아직도 정확히는 잘 모르겠는데)드라마도 그렇고 배경지식이 없어서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이효리에게 남자의 외모, 경제력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은, 제가 보기에는 당연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녀는 꾸민 듯한 모습이 아니어서 참 좋아보이더군요.

아이리시스 2012-05-04 20:55   좋아요 0 | URL
제가 늦게 와서 신지님이 힐링캠프를 보시게 했군요. 첫번째 댓글의 의미 알겠고요. 방송보고 느끼신 것에도 공감합니다. 두세 번 읽어보게 되는 건 좋은 의미에서여야 하는데, 아하하. 그렇잖아도 저도 '금'과 '쌀'에 대해 길게 생각해봤는데요. 둘 다 가진 좋은 분들도 많을 테니까 양분법으로 저렇게 말한 건 실수일 수도 있겠다 싶어요.

벌기만 하고 쓸 줄 모르는 사람이 있잖아요. 버는 만큼 쓰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주위에 '돈돈돈' 하는 사람들 보면서 한 적이 많은데, 저는 그렇게 이해했더니 확 다가왔던 것 같아요. 결국 둘 다 가지고 있어야 행복해지는 건데.. 갑자기 제가 무슨 말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ㅋㅋㅋ 그런데 이효리가 옥탑방을 예쁘게 꾸밀 줄 아는 남자라서 멋지다고 한 건 무슨 뜻인지 조금 알겠더라고요.. 물론 좋은 사람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도 저것도 제대로 못 갖추고 늘 불평불만으로 사니까.. 그러지 말자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알라딘에서 우리가 대가없이 책 선물하고 위로하고 하는 건 '쌀'을 가진 거 맞죠?^^

2012-05-06 2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06 2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07 0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29 1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04 2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별족 2012-04-30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웹툰 '패션왕'은 전혀 다른 이야기예욤... 그건, 학원물이고 또, 음, 패션을 소재로 한 결투물???? ㅋㅋㅋ

아이리시스 2012-05-04 21:00   좋아요 0 | URL
별족님 안녕하세요. 아, 전혀 다른 이야기예요? 근데 왜 그게 원작이래요? 으하하. 아무래도 웹툰이 이런 멜로일 순 없지 않을까 저도 생각은 했는데요. 패션을 소재로 한 결투물이라니, 흥미로운데요. 이러다가 드라마 끝나고 시간 흘러서 보게 되는 건 아닌지.. 지금은 드라마에 한창 빠져있으니까요ㅋㅋㅋ

별족 2012-05-21 10:52   좋아요 0 | URL
유심히 보시면 그 웹툰이 원작,이라고 한번도 안 해요. 그 웹툰을 원작으로 삼은 다른 영화나 드라마가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아이리시스 2012-05-24 01:31   좋아요 0 | URL
그게..그 뭐지.. <메이의 집사>랑 비슷할까요? 그거 엄청 좋아하거든요. 드라마는 처음부터 제목만 같았나 봐요.. 처음에 어디서도 그런 말을 들은 적 없긴한데 사실 웹툰에는 별로 관심도 없어서 뭘 그걸로 드라마를 만드나 그랬던 기억이 나요, 별족님. 이제 그것도 끝나서 슬퍼요ㅠㅠㅠㅠ

2012-05-02 0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04 2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04 2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06 2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