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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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쿠바에 사는 벌새는 커피콩만 한 크기의 알을 낳고 하루에 1800송이의 꿀을 먹으며 때에 따라 남미 대륙과 알래스카를 횡단하기도 한다. 나는 스미에게 마음속으로 벌새, 허밍버드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
건물 쪽으로 갈수록 높은 관직이라고 가르쳐줬는데도 벌새는 이동하지 않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하지만 공중에 멈춰 있기 위해 최대한 날갯짓을 하는 벌새처럼 스미도 순간순간의 긴장을 이겨내고 있을 거였다.
- P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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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목이 영두씨는 자기 세계가 분명한 사람이라고 그랬거든. 시간이든 생각이든 한번 하고 버리는게 아니라 남겨두었다가 거기에 다시 시간과 생각을 덧대 뭔가 큰 걸 만들어가는 사람 같다고."
- P163

"사람들은 어쩐지 자주 보는 건 결국 싫어해. 마음이 닳아버리나봐."
"건전지예요? 닳게?"
"많이 쓰면 닳지, 닳아서 아예 움직이지 않기도 하는걸."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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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사실 이모 이 일 안 할지도 몰라."
(...)
"왜 안 하려고 하는데요?"
(...)
"모르겠어."
"그럼 하면 되잖아."
"모르겠으면 하면 되는 건가?"
"나는 모르겠으면 그냥 하거든. 아까 인사한 선생님인것 같은데 또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싶으면 그냥 해, 자기 전에 양치를 했나 안 했나 헷갈릴 때도 그냥 하고"
- P20

그런 사람을 무작정 만나러 가라니 나는 입맛을 잃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래 봤자 불친절하기밖에 더하겠어, 하는 오기도 생겨났다. 사는 게 친절을 전제로 한다고 생각하면 불친절이 불이익이 되지만 친절 없음이 기본값이라고 여기면 불친절은 그냥 이득도 손실도 아닌 ‘0‘으로 수렴된다.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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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로 가면 어디가 나오는지 알려주실 수 있어요?"
"이 길?" 노인은 낫으로 땅을 짚고 손잡이에 기댄 채 펄롱을 빤히 보았다. "이 길로 어디든 자네가 원하는 데로 갈수 있다네."
- P54

최악의 상황은 이제 시작이라는 걸 펄롱은 알았다. 벌써 저 문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는 고생길이 느껴졌다. 하지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이미 지나갔다. 하지 않은 일,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일-평생 지고 살아야 했을 일은 지나갔다. 지금부터 마주하게 될 고통은 어떤 것이든 지금 옆에 있는 이 아이가 이미 겪은 것, 어쩌면 앞으로도 겪어야 할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 P121

"(...) 저는 좋은 이야기의 기준 가운데 하나는 독자가 이야기를 다 읽고 첫장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도입 부분이 전체 서사의 일부로 느껴지고 이 부분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그 뒤에 이어질 내용의 특징을 잘 드러낸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독자가 처음에는 뚜렷이 보이지 않는 것일지라도 도입 부분에서 어떤 것을 느끼기를 바랍니다. 전체 이야기를 알고 나면 첫 문단이 적절하게 느껴지고 이어질 이야기를 암시한다고 생각될 것입니다. 저는 두 번 읽어서 결말 부분이 앞으로 밀려와 다시 서사가 한 바퀴 돌아가기 전에는 이야기를 다 읽었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 P128

펄롱을 괴롭힌 것은 아이가 석탄광에 갇혀 있었다는 것도, 수녀원장의 태도도 아니었다. 펄롱이 거기에 있는 동안 그 아이가 받은 취급을 보고만 있었고 그애의 아기에 관해 묻지도 않았고-그 아이가 부탁한 단 한 가지 일인데-수녀원장이 준 돈을 받았고 텅빈 식탁에 앉은 아이를 작은 카디건 아래에서 젖이 새서 블라우스에 얼룩이 지는 채로 내버려두고 나와 위선자처럼 미사를 보러 갔다는 사실이었다.
- P99

배로강이 자기가 갈 길을 안다는 것, 너무나 쉽게 자기 고집대로 흘러 드넓은 바다로 자유롭게 간다는 사실이 부럽기도 했다.
- P117

가슴속에 새롭고 새삼스럽고 뭔지 모를 기쁨이 솟았다. 펄롱의 가장 좋은 부분이 빛을 내며 밖으로 나오고 있는 것일 수도 있을까? 펄롱은 자신의 어떤 부분이, 그걸 뭐라고 부르든-거기 무슨 이름이 있나?-밖으로 마구 나오고 있다는 걸 알았다. 대가를 치르게 될 테지만, 그래도 변변찮은 삶에서 펄롱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와 견줄 만한 행복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 P120

펄롱은 미시즈 윌슨을, 그분이 날마다 보여준 친절을, 어떻게 펄롱을 가르치고 격려했는지를, 말이나 행동으로 하거나 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을, 무얼 알았을지를 생각했다.
그것들이 한데 합해져서 하나의 삶을 이루었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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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폴리오 전체 수익률의 91.5%는 자산배분 정책에 따른 것이며, 종목 선택은 4.6%, 매매 타이밍은 1.8% 영향을 미쳤다. 1.8%밖에 영향을 안 미치는 매매 타이밍에 너무 고민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오히려 91.5%의 영향을 미치는 자산배분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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