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이나 정치인, 재벌 등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노인이라고 불리지 않으며 그들도 스스로를 노인으로 정체화하지 않는다. 우리는 서민에게만 노인이란 칭호를 붙인다. 노인이 되는 것은 보통 사람들에게만 문제가 된다. 이것은 나이듦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자연스러운, 생물학적 현상이 아니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 P184

나이에 따라 인간의 권리가 다르지 않다면, 노후(老後)라는 말부터 없어져야 한다. 노전(老前) 생활이 따로 없듯이 노후 생활도 없는 것이다.
- P187

"군대 다녀와야 어른 된다. 철든다" "남자 된다", "사람 된다" 등우리 사회의 일상적 언설은 병역 의무 수행이 시민권뿐만 아니라 문화, 정서, 의식 등 모든 차원에서 ‘인간됨‘의 내용을 구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이러한 인식에서는 "어른, 사람=남성"을 뜻하게 된다. 여성을 ‘철들게 하기 위해‘ 입대를 권하는 사람은 없다. 군 가산제 논쟁 때마다 등장하는 남성 논리인 "여자들이 의무는 다하지 않고, 권리만 주장한다."라는 비난이 있는데, 근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의무와 권리는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다. 일정한 자격을 갖출 경우. 국가는 개인을 ‘국민‘, ‘시민‘으로 인정하고, 국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갖는다. 의무는 수행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을 수는 있어도, 이행했다고 해서 보상받을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군 가산제제도는 여성과 장애인 등 처음부터 국방의 의무가 면제된 사람들에게 그 면제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처벌하는 격이다. 면제의 기준을 문제삼아 여성과 장애인의 징병을 주장할 수는 있어도, 처음부터 면제된 의무를 안 했다고 해서 개인의 권리와 생존권(취업권)을 박탈하거나 감수하라고 말할 수는 없다.(...) 여성은 병역의 의무가 면제된 것이 아니라 배제된 것이다.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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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사람의 입장에서 남해(海)는 틀린 말이다. 그들에게는 ‘북해다. 왜 박완서는 ‘제3세계‘ 문학이고, 괴테는 ‘세계‘ 문학인가? ‘유색 인종‘은 흰색은 하나의 색이 아니라 색의 기준이 된다는 백인우월주의의 표현이다. 왜 한국의 프로야구 최종 결선은 ‘코리안 시리즈‘인데, 미국은 아메리칸 시리즈가 아니라 ‘월드 시리즈‘인가? 한국어나 영어에서 만남(meet)은 본다(see)는 것을 의미하는데("또 봐요."), 이는 시각 장애인을 배제한 말이다. 
- P80

동물의 세계에 먹고 먹히는 자가 있다면, 인간 세계는 말을 만드는사람, 즉 정의하는 자와 정의당하는 자가 있다. 언어는 차별의 결과가 아니라 차별의 시작이다. 
- P80

헌법 제39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의 의미는 무엇인가? 국방의 의무가 없는 여성과 장애인, 아동은 국민인 ‘비장애 성인 남성의 ‘보호‘(지배)를 받는다? 여성은 주로 ‘사적 영역에서 국방의 의무를 지는 남성을 보조함으로써 간접적으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한다? 아니면 여성이 "국방의 의무를 지는 방법을 실제로는 "법률이 정한 바"가 없기 때문에, 여성은 국민이 아니다?
- P81

하긴, 어차피 외로움이란 삶의 조건이어서 결혼해도 외롭고 안 해도 외롭다. 시인 신현림의 표현대로 "여자에게 독신은 홀로 광야에서 우는 일이고, 결혼은 홀로 한 평짜리 감옥에서우는 일"인지도 모른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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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을 남녀에 관한 이슈에 국한하지 않고 삼라만상(인식의 모든 대상)에 대한 새로운 사유방식, 접근 방식, 논의 방식이라는 인식의 방법으로 이해한다면, 자신과 세상을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다. 우리는 현실에서 도피하거나 현실에 ‘반대(도대체 반대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하지 않고, 현실을 인정하고 사랑하면서도 동시에 다른(alternative) 현실을 살 수 있다.
혁명은 사회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재정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P16

낮과 밤의 구분이 모호한 해질녘 황혼과 동트는 여명이 아름다운 것은 경계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경계에 선다는 것은 혼란이 아니라 기존의 대립된 시각에서는 만날 수 없는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상상력과 가능성을 뜻한다. 대립은 서로를 소멸시킬 뿐이다.
- P24

정체성은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와 맥락 속에서 구성된다.
- P28

만일 여성학이 어렵다면 그것은 여성학자가 현학적이어서가 아니라 여성주의가 익숙하지 않은 세계관이기 때문이다.
- P54

모성은 본능이 아니라 정치학이다. 모성은 어머니와 자녀의 관계를 설명하는 말이 아니다. 모성은 남성과 여성의 관계를 의미한다.
만약 모성이 본능이라면, 미혼모도 어머니이므로 차별받아선 안 된다. 미혼모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은 합법적 아버지가 있어야 어머니와 자녀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함의한다. 
- P63

만일 유림의 주장대로 동성동본 간 금혼이 우생학적 근거에 따라 근친 간 결혼을 방지하기 위해 존속되어야 한다면, 아버지의성뿐만 아니라 어머니들의 성이 같아도 금지해야 할 것이다.
- P65

이제까지 어머니의 지위는 여성이 거의 유일하게 도달할 수 있는 존경받을 만한 사회적 권력이었다.
문제는 어머니의 권력과 여성의 권력은 정반대라는 것이다. 어머니의 지위가 높은 사회일수록 여성의 지위는 낮다. 어머니는 아들의 대리인이다. 고부 갈등은 여성과 여성의 갈등이 아니다. 시어머니/며느리는 여성의 관점에서 비롯된 정체성이 아니라, 여성이 남성과 맺고 있는 힘의 관계를 설명할 뿐이다. 어머니의 권력은 결국 출세한 아들의 권력에서 나온다. 어머니의 행복한 삶은 잘난 아들을 통해서(정확히 말하면 아들의 아내의 노동을 통해서) 보장된다.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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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비 얘기가 나올 때마다 돈가스 소스처럼 따라 나오는 이슈는 노후다. 그럴 돈 있으면 노후 준비에 쓰라고, 차라리 애한테 돈으로 물려주라고, 그 돈이면 건물도 사겠다고 말하는 주변인들이 등장한다. 참 쉽게도 말한다. 부모들이 그걸 몰라서 그 큰돈을 학원에 가져다주는걸까? 그 돈으로 하고 싶은 게 얼마나 많은데, 바꾸고 싶은 건 또 얼마나 많고, 가고 싶은 곳은 얼마나 많은데 말이다.
학원에 돈을 갖다주는 부모 본인들이 누구보다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틈만 나면 슬퍼진다. 그런 마음으로 결제하는 거다. 그러니 학원 하나하나 소중하지 않은 곳이 없다. 학원에 가서 진상 비스므레한 상담을 하고 돌아올 때마다 느껴지는 자괴감을 통계청 관계자분들, 사교육비 기사를 올리는 기자님들은 얼마나 알고 계실까? 엄마들도 결코 이런 삶을 원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다른 방법이 있다면 그 방법을 알고 싶어 미칠 것 같은 마음을 말이다.
- P138

다들 하는 일이라며 엄마인 나의 하루를 당연하게 취급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가 엄마니까 당연하게 해야 한다고 여겼던 일상의 일들을 꼽아보며 엄마인 나를 칭찬해보자.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귀찮고 힘들고 무거운 일들을 끝내 최선을 다해서 해내는 엄마인 나를 돌아보고 쓰다듬어주고 싶은 밤이다.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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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놓은 혹은 언제부턴가 쟁여져 있던 카* 커피가 똑 떨어졌다
커피머신 혹은 드리퍼를 사려고 했지만 아직 잘 모르겠다
전에도 사놨다 팔아버렸는데 내가 과연 관리를 잘 할 수 있을까?
물만 쓱 부어 간편하게 마시다가 드리퍼로 내리는 시간, 그걸 기다릴 수 있을까?
여러 생각에 확실한 구매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알라딘에서도 커피를 판다는 걸 잊고 있었다
(쿠폰과 스탬프는 덤!)
그래, 내 기호를 찾기까지 여러가지 커피를 접해보기로.
막입이지만 마시다 보면 나만의 커피를 찾겠지
포장지를 뜯는 순간 커피향이 참 좋았는데 정작 마실때는 글쎄...
이거다! 느낌은 아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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