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책들
오쇼 라즈니쉬 지음, 류시화 옮김 / 동광출판사 / 199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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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오쇼 라즈니쉬가 읽은 십만 권의 책 가운데 그가 사랑한 150권을 뽑아 소개한 것이다. 많은 강연에서 그는 자신의 말이나 글을 기억할 필요가 없으며, 그 순간이 지나고 다 잊어 버려지는 것이 제대로 강연을 듣고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해 왔다. 그런데 이 책에서 그는 150권이나 되는 책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제목을 다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어려울 것 같은 150권이 쏟아져 나온다. 그에게 있어 이 책들은 기억이 아니라 체험이었을까? 승찬이 문을 두드리며 [신심명]을 소개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수많은 책의 저자들이 자신의 것을 소개해 달라고 그를 괴롭힌다고.

그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책뿐 아니라 읽어서는 안 되는 책, 혹은 깨달은 이가 쓰지 않았지만 읽을 만한 책 등을 포함해서 소개한다. 그의 도서목록에 오를 첫번째 책은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였다. 나 역시 다시 읽고 싶은 책이었는데 이 책이 소개되어 있어 반가웠다. 이렇게 처음 몇 권까지는 익숙하고 반가웠지만 책장을 넘기면서 처음 보는 책이나 혹은 우리나라에 번역이 되어 있는지 알 수 없는 책들도 있었다. 특히 그는 구제프의 책이나 구제프 제자의 책을 여러 권 소개하고 있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구제프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서 새삼 그 인물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사실 오쇼가 150권이나 되는 책의 내용을 다 소개한 것은 아니다. 어떤 책은 제목만 언급하기도 하고, 또 어떤 책은 그 책의 한 구절만을 소개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대의 영적 스승이 어떤 책을 읽었는지 엿보고, 함께 그 책들 중의 일부라도 공감할 수 있다면 이 책을 읽은 보람이 있을 것이다. 또한 자신의 독서수준과 읽는 자세에 대해서도 돌아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우리나라에 번역된 책에 대해서 역주가 있었더라면 금상첨화였을 것 같다. 그러나 관심이 있다면 스스로 책을 찾아보는 기쁨이 그보다 더 좋은 공부가 되리라 본다. 보물을 찾고 싶을 땐 보물지도를 펼쳐본다. 좋은 책을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특히 영적인 것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오쇼가 남긴 책지도를 참고해 봐도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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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라마나 마하리쉬 지음, 이호준 옮김 / 청하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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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무엇보다 궁금한 것은 나다. 감정에 휘둘리고, 몸이 원하는 대로 따르고, 망상들로 가득차 문득 가만히 앉아 있으면 나는 누구인가 생각하게 된다. 그 감정이 나인가, 몸이 나인가, 생각이 나인가? 나는 누구인가? 어떨 때의 나가 참나인가? 그 모두가 나인가? 마하리쉬의 자아탐구는 성경의 '쉬임없이 기도하라'라는 구절을 떠올리게 한다. 몸, 감정, 생각 등이 덮쳐올 때 질문이 이것들에 휩싸이는 것을 막아준다. 나는 누구인지 깨달음을 얻는 것이 궁극적 목적이겠지만 그의 자아탐구를 지속적으로 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수행인이 될 수 있는 길에 들어서게 되는 건 아닌지...선행과 대상에 대한 기도와 헌신 등도 모두 나로 가는 길이다. 그의 자아탐구는 그것들에 비해 훨씬 직접적이다. 자신에게 적절한 수행법이 가장 좋은 수행법이겠지만 이런 직접적인 길이 있음을 보여주는 책으로, 내게는 아주 유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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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10 14: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대구 보현선원 선방. 팔십 넘은 노보살이 칠십 먹은 보살에게 젊다고 한다. 일어나 앉을 때도 끙 소리가 나야 할 분들이 하루에 다섯 시간 단정히 앉아 있다. 내게 젊은 사람이 어떻게 일찍 이런 데 관심이 있었냐고 부럽다고 하신다.

선방치고는 비교적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는 곳이라 나는 주로 오후에 가서 앉아 있다. 1시간이 채 못되어 다리가 아프다. 다리를 바꾸어 앉는다. 바꾸어 앉을 때는 소리가 난다. 이상한 일이다. 다들 다리가 아플텐데 다른 이들이 다리 바꿔 앉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다른 요령이 있는 것일까? 노보살들은 이렇게 앉아 있지 않아도 다리가 아플텐데 어떻게 앉아 있을까? 이런 망상이 문득 일어난다.

꺼꾸러지면서도 "아이고, 화두 놓칠뻔 했네"라고 한 어떤 스님이 떠오른다. 가만히 앉아서도 화두를 놓치고 있으니...

선방에 오면 망상이 더 이는 듯하다. 아직 사흘밖에 선방에 앉지 않아도 그런가? [천로역정]에서 본 구절이 생각난다. 청소를 하려면 쌓인 먼지를 떨어야 하고, 그러면 청소하지 않을 때보다 먼지가 더 많은 것처럼 느껴진다고. 그렇다고 청소해서 먼지가 더 나니 청소하지 말아야 한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도 먼지가 뽀얗게 이는 그런 청소 초기였으면 한다. 또 망상이다.

생각은 구름처럼 바람에 몰려 다니다 화두를 들면 순식간에 흩어진다. 악한 생각도 생각이며, 선한 생각도 생각이며, 부처에 대한 생각도 생각이니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라"는 말은 선가에서 절실한 말이다.

선방을 나와 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 보살 한 분이 걸어가신다. 곧은 자세다. 나도 저렇게 늙어갈 수 있을까? 내가 젊은 나이에 선방에 왔다고 부러워하시는 그분들이 나도 부럽다. 늙어서도 열정을 잃지 않고 쉬임없이 정진하기를! ---------이뭐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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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발~* 2004-03-13 0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현선원이라... 어디있는 곳인가요?

이누아 2004-03-13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구를 좀 아시는 분이신가요? 팔공산 동화사 말사 중 하나인 보현사라는 절에 있는 선방입니다. 대구 중심가인 반월당에 있구요. 다른 선방과 달리 시간이 자유롭고, 집에서 다닐 수 있을 뿐더러 교통도 편리합니다. 동안거와 하안거를 제외하고 그 사이에 산철결제가 있습니다. 지금은 그 기간입니다.

비발~* 2004-03-21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대구쪽 보현선원이군요 -- 헉 그렇다고 아는 건 아니고요. 혹시 가까운 데 있음 가볼까... 하고 검색해봤드니 전국 곳곳에 무척 많더라고요.ㅜㅜ 여긴 서울입니다.

이누아 2004-03-22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달 이상을 마음대로 사용하실 수 있는 분이라면 인천 용화선원엘 가보세요. 거기에는 송담 스님이라는 선지식이 계십니다. 선지식이 있는 곳에서 지도를 받으며 공부하는 건 하늘이 내린 복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비발~* 2004-03-23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고맙습니다. 인천이라면 언제라도 갈 수 있겠습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로 유명한 탈주범 지강헌. 88년, 나도 텔레비전 뉴스에서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다. 오늘 이야기는 꼭 그 인물 자체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빈부격차, 그 격차에 따른  불평등과 그에 대한 분노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80년대 이야기가 아닌 오늘의 이야기였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혹시 나는 너무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내가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가지려고 기웃거리고 있지는 않은가...얼마큼이 필요한 만큼일까? 서민들이 장만하려고 하는 집이 한 채 있으면 필요한 만큼일까? 아이를 낳아 대학을 졸업시키고도 노년을 여유롭게 보낼 수 있는 것이 필요한 만큼일까?

필요한 만큼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지만 필요한 것을 갖지 못한 사람들은 확실히 눈에 띈다. 그들은 집이 없고, 집을 빌릴 돈이 없으며, 대학은 고사하고 초등학교에 가는 아이에게 도시락을 싸줄 수도 없다. 그리고도 빚이 있다.

문득 어떻게 해야 바르게 사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이 칭찬이 될 수는 없다. 부자가 곧 비난이 될 수도 없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누군가를 끝없이 밀어내면서 그들의 자리를 차지해서 부자가 되고 있는 것이라면? 모든 행위는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어떤 흐름에 합류하게 된다. 장애자 시설이 마을에 들어온다고 반대하는 흐름이나 갈곳없는 사람들을 몰아낸 재개발지역에 투자하는 흐름에 내가 흘러들지 않기를!! 그러나 어이하랴..내가 하는 행위조차 어디에 속해 있는지 명확하게 알지 못할 때가 더 많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드는 것을. 왜 이런 우려가 생기는 것일까?

물론 나는 정경환처럼 70억을 탈세한 사람이 아니다. 혹은 지금 너무 가난해서 곤란한 지경에 이르지도 않았다. 하지만 텔레비전을 보면서 몇 십억이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 되면 편한 것에 쉽게 물들 듯 그렇게 물들까 두렵고, 너무 가난해서 정치인이나 부자를 원수처럼 생각해 증오가 커질까 두렵고, 바둥바둥 앞만 보고 살아가다 내 이웃을 등질까 두렵다. 바르게 사는 것은 어떻게 사는 걸까?

[주역]건괘 괘사에 "군자종일근근"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 사회에서 내가 아무 흐름에나 휩쓸리지 않으려면 참으로 종일근근해야 할 듯하다. 안으로나 밖으로나 깨어있지 않으면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며, 내가 무엇을 하는지 나도 모를 일이 되고 말 것 같은 두려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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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나서 그냥 덮지 말고 뭐라도 한자 적으면 정리도 되고 좋을 듯해서 알라딘 서평을 적기로 했다. 그런데 그냥 느낌을 적는 것인데도 혹시 다른 사람의 책선택에 영향을 줄까 염려가 될 때가 있다. 특히 그다지 관심있게 보지 못한 책일수록 더욱 그렇다. 나는 책을 선택할 때 마이리뷰를 참조하는 편인데 다른 이들도 그럴 수 있으리라 생각하면 나는 재미없게 읽었지만 사람마다 다를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내가 재미있게 읽은 책은, 쉽게 말해서 별 다섯개를 표시할 수 있는 책에 대해 말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런 이유로 책을 읽은 후에도 글을 적지 못할 때가 많다. 사실 오늘 적은 [절간이야기]가 그런 책 중에 하나다. 아주 주관적으로 어둡게 본 책으로 나라면 다른 이에게 권하지 않을 것 같지만 다른 이는 아주 다르게 볼 수 있는 책..

새삼 비평가들이 쉽지 않은 일을 하는 사람들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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