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와 더불어
구상
 
 

나는 홀로다.
너와는 넘지 못할 담벽이 있고
너와는 건너지 못할 강이 있고
너와는 헤아릴 바 없는 거리가 있다.

나는 더불어다.
나의 옷에 너희의 일손이 담겨 있고
나의 먹이에 너희의 땀이 배어 있고
나의 거처에 너희의 정성이 스며 있다.

이렇듯 나는 홀로서
또한 더불어서 산다.

그래서 우리는 저마다의 삶에
그 평형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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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05-07-17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스도 폴의 江

                  -具     常-

 

그리스도 폴!
나도 당신처럼 강을
회심의 일터로 삼습니다.
허지만 나는 당신처럼
사람들을 등에 업어서
물을 건네주기는커녕
나룻배를 만들어 저을
힘도 재주도 없고
당신처럼 그렇듯 순수한 마음으로
남을 위하여 시중을 들
지향도 정침도 못 가졌습니다.

또한 나는 강에 나거서도
당신처럼 제상 일체를 끊어 버리기는커녕
속정의 밧줄에 칭칭 휘감겨 있어
꼭두각시 모양 줄이 잡아당기는 대로
쪼르르, 쪼르르 되돌아서곤 합니다.

그리스도 폴!
이런 내가 당신을 따라
강에 나갑니다.


니르바나 2005-07-17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상 시인의 시 한 수를 이누아님에게 드립니다.
편안한 휴일되세요.

로드무비 2005-07-17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상 시인과 천경자 화백이 식사하는 옆 테이블에서
저 두 분은 천상 예술가구나, 느끼고 감탄한 적이 있답니다.^^

이누아 2005-07-17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님, 고맙습니다.
로드무비님, 부럽네요. 가까이서 그분들을 뵐 수 있었다는 것과 예술가를 알아볼 눈을 지니셨다는 것 모두.

비로그인 2005-07-19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시 이후로 알라딘이 진정국면에 들어섰네요. (요즘 알라딘, 넘 맘에 안 들어요!)
시 좋아요. 홀로 그러나 더불어..전 갠적으로 어렸을 적엔 후자쪽이 싫었어요. 그렇지만 지금은 후자도 맘에 들어요. 앞으론 후자 없으면 못 살거에요. 당장 퇴근길에 맥주 한 잔을 마시더라도 벗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가 난다구요! 헤..이누아님, 시 잘 읽고 갑니다..

이누아 2005-07-21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님, 지나가는 말로라도 자꾸 술 얘기 하시면 미워요.^^ 전 얼마 전 홀로 있고 싶었습니다. 어디로 달아나고 싶은 그런 기분이 자꾸 들었어요. 그래서 이 시가 눈에 띄었는가 봅니다. 달아나는 대신 소리내어 시를 읽었지요. 기분은 그냥 기분인 채로 흘러가 버려라! 그렇게 그 기분은 흘러갔습니다.
 

 

      꽃나무

                               -이상

 

벌판한복판에꽃나무가하나있오.

근처近處에는꽃나무가하나도없오.

꽃나무는 제가생각하는 꽃나무를열심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열심으로꽃을피워가지고섰오.

꽃나무는제가생각하는꽃나무에게갈 수 없오.  

나는막달아났오.

한꽃나무를위하여그러는 것처럼

나는참그런이상스러운흉내를내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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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지금 당장 죽는다 하더라도, 그 사람의 주변을 둘러싼 채, 손을 잡고 울며불며 슬퍼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행동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죽어가는 사람에게 갈애의 집착을 일으킬 뿐이며, 덕스러운 행위를 쌓을 좋은 기회를 빼앗아버리는 것이다.

 

주변사람들은 그에게 종교적인 가르침과 수행을 상기할 수 있도록 마지막 숨이 멈출 때까지 조용하고 부드럽게 속삭여줌으로써, 그로 하여금 공덕을 쌓을 수 있도록 올바른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죽어가는 사람이 창조주를 믿었다면, 창조주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이 그 사람을 좀더 편안하고 평화롭게 만들어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집착과 두려움, 그리고 후회의 감정을 덜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만일 그 사람이 환생을 믿고 있다면, 의미있는 내생에 대해서 생각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불교도는 붓다를 마음 깊이 새기고, 이번 삶에서 행한 선행을 더 좋은 새로운 삶을 향해 바칠 수 있을 것이다. 무신론자라 해도 죽음은 삶의 한 부분이며, 이제 걱정해도 소용없는 일이 자신에게 일어났다고 생각해야 한다.

 

중요한 점은 죽음의 과정 동안에 정신이 산란해지지 않도록 마음의 평온을 얻는 것이다.

 

---달라이라마 저, 제프리 홉킨스 편저, 이종복 옮김, [달라이라마, 죽음을 이야기하다], 북로드, 2004, p.120

=====================

한 스님이 젊은 사람들이 알고 있어야 하신다면서 말씀하셨다. 죽어가는 사람이 마지막까지 갖고 있는 감각은 청각이라서 울거나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거나, 텔레비전을 틀어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아미타경]이 있다면 그것을 읽어주고, 여의치 않으면 죽어가는 이의 귀에 작은 소리로 "나무 아미타불"정근을 해 주면 좋다고. 달라이라마는 죽음의 순간에 우리가 죽는 순간에도 이렇게 마음의 평온을 잃지 않도록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며, 그래서 가까운 이에게 미리 부탁해 두는 것이 좋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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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다. 어제부터 내린 비가 쉬지도 않고 지금까지 내린다. 때문일까? 술이 마시고 싶다. 아주 간절해진다. 1년 반이나 참아왔는데, 콜라를 사갖고 와서 마신다. 콜라는 술이 아니다. 맑은 빛깔도 아니고, 쓰지도 않고, 취하지도 않는다. 검은 액체가 목에 와 닿고 내 눈에 곧 맺힌다. 술은 아니 먹기를 참 잘 하였다.

오전에 나갔다 돌아와 옷도 갈아입지 않고, 친구에게 편지를 쓰고 노귀재 노래를 듣는다. 어머니는 언니 49재 하는 절에서 지내고 계신다. 어머니의 얼굴은 작고 검게 변했다. 아버지와 작은 언니처럼 곧 사라져버릴까 두려운 마음마저 일었다. 하지만 다행히 절에 계신 후로는 얼굴이 차츰 나아지고 있다. 나도 어머니처럼 절에 가 있고 싶다.

가슴이 답답하다. 염불을 해도, 소리를 질러도, 울어도 가슴이 시원해지지가 않는다. 주먹만한 돌이 내 가슴을 누르고 있다. 내가 울면 눈물 위로 떠오르고, 한숨 아래로 가라앉는다. 이럴 땐 진리가 내게 체득되지 못했음을 절감한다.

이번 주 금요일은 막재다. 스님께서 어머니에게 막재 전에 수요일부터 지장보살 정근 12만독을 권하신다. 나도 지금부터 해야 겠다. 미세한 바람만큼이라도 작은 언니에게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큰언니의 말처럼 나도 이렇게 우는 시간에 언니를 위해 기도해야겠다. 그러자, 선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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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11 17: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낯선바람 2005-07-11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예전에도 님이 저랑 이름 같다는 걸 보고 반가워했었는데^^; 자기 이름을 부르며 독려하는 모습... 저도 가끔 제 이름을 불어봐야겠어요. 힘내세요.

로드무비 2005-07-11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내시길...
저도 잠시 기도할게요.

니르바나 2005-07-11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누아님, 이승에서의 인연을 놓으시고 이제는 편히 가시라고 기도드립니다.
아울러 사랑하는 가족들 마음도 편해지시길 빕니다.

혜덕화 2005-07-11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는 스님께서 먼저 돌아가신 도반 스님의 제자를 만났다. 서암 스님 그 제자에게
"너희 스님은 한번 가더니 오지도 않고....편지도 없고 전화도 없지?"
"예 스님"
"참 야속한 사람이다"
옆에 있던 시자가 여쭈었다.
"그러면 스님은 세상을 떠나시고 나서 다시 오시겠습니까?"
"그래, 공부 잘 하면 내가 오지"
서암 스님의 이글이 생각납니다.
미혹한 우리 중생에게 죽음이란 이렇게 냉정할 뿐입니다.
님의 슬픔이 불법 안에서 향연기처럼 퍼져 사라지기를 바랍니다._()()()_

이누아 2005-07-13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짧은 아침 기도를 마친 뒤입니다. 비도 개었나 봅니다. 계속 올 것 같던 비가 이렇게 그쳤습니다. 제 생명도 이렇게 그칠 겁니다. 누구나 말입니다. 그래서 이것이 슬픈 일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언니는 아픈 몸을 벗고 수행할 더 나은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일 겁니다. 저는 대체로 평온합니다. 염려 마십시오.

제가 힘들 때면 어디선가 우르르 나타나서 위로해 주는 님들, 모두 감사합니다.^^
 

노귀재

                                        -홍순지



노귀재 넘으며 노귀재 넘으며 넘으며
노귀재 그 숨찬 가파름은
아직도 내게 묻어 따라 오는
속세의 먼지 속세의 먼지 털어 버리라고
저 아래 계곡으로 떨꿔 버리라고
모조리 다 던져 버리라고

노귀재 이곳은 노귀재 이곳은
사람과의 만남에 묻혀 잊혀온
바람과 만나고 구름과 만나고
푸르름이 푸르름과 만나고 먼산 가까운 산
모두 모두 만나고 잊고 산 것이
무엇인지 다 가르쳐 주고

노귀재 지나면 노귀재 지나면 지나면
도시의 답답함이 싫어
빌딩숲 사이에 숨어사는
비루한 개 같은 시궁창 쥐 같은 삶이 싫어
언덕에서 신선처럼 사는 친구 있어
술잔 놓고 기다려 종일토록 날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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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7-11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봉우리가 노루귀처럼 쫑긋하다고 해서 노귀재일까요? 아..편안한 노래..

이누아 2005-07-11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분의 블로그에서 봤습니다.

"노귀(奴歸)재: 영천에서 청송으로 국도를 따라 가다보면 큰 고개를 만나게 된다,
이곳이 노귀재요, 청송군의 관문이다. 임진왜란때 왜군이 승승장구 하여 한반도를 약탈 하면서 노귀재 밑까지 쳐들어 왔으나 그곳에서 후퇴를 하였다 한다.이유는 중국의 명장인 이여송(松)과 청송(靑松)의 송자가 일치 하는지라 왜장이 용감한 백성에게 묻길 "저 고개를 넘으면 어딥니까 ?" 주민이 대답 하길 "청송이라는 곳이다" 하여튼 이여송의 松자만 들어도 무서웠던 모양이다. 그 길로 후퇴를 하였으니 오랑캐奴子와 돌아갈歸子를 써서 노귀재라 불렀다 한다."

노奴에 오랑캐라는 뜻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놈 저놈 할 때 쓰이는 글자이니 왜놈이라는 뜻으로 쓰였을지도...

비로그인 2005-07-11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핫! 글쿤요! 이거야 원. '왜놈'이란 어휘보단 제가 푼 썰이 더 로맨틱하지 않습니꽈? 예? 으하하하..으쓱으쓱~

이누아 2005-07-11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노루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