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손길은

가랑비 같이 다가오리

흐드러지게 장미가 필 땐

시드는 걸 생각지 않고

 

술 마실 때

취해 쓰러지는 걸 염려치 않고

사랑이 올 때

떠나는 걸 두려워하지 않으리

 

봄바람이 온몸 부풀려갈 때

세월 가는 걸 아파하지 않으리

오늘같이 젊은 날, 더 이상 없으리

 

아무런 기대 없이 맞이하고

아무런 기약 없이 헤어져도

봉숭아 꽃물처럼 기뻐

서로가 서로를 물들여 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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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6-02-26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이 올때
나 바람부는 들판의 풀처럼
흔들리리
따뜻한 손길
짜릿한 입술
뜨거운 가슴
모두 나를 흔들어도
지나간 뒤 다시 몸을 세우며
나는 다시 누울 준비를 하리
그 모든 떨림
다시 돌아갈 곳
그곳에서 나는
사랑하고 싶으리
사랑의 기쁨에
사랑의 아픔에
사랑의 상처에
나 상하지 않으리
그 모든 것 수용하는
마음의 빈탕
그곳에서 비로소
나 사랑을 깨달았네
나 비로소 사랑을 하게 되었네

이누아 2006-02-26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처에 상하지 않는 사랑...
 
침묵의 뿌리
조세희 지음 / 열화당 / 1985년 9월
평점 :
품절


그것이 어떤 종류의 것이든, 우리는 날마다 죄 지으며 도시에 와 살고 있다. 그러나 이 도시가 우리의 고향은 아니다.-p.80

어디를 보는지 알 수 없는 눈,  만지면 까끌까끌할 터진 입술, 바람과 먼지에 찌든 머리칼과 때묻은 옷을 입은 짙은 쌍꺼풀의 소녀...그 소녀가 이 책의 표지에 붙어 있다. 침묵이라는 말이, 뿌리라는 말이 가져올 무게가 책을 펼치기도 전에 배경이 보이지 않는 이 소녀의 사진에 실려 있다. 책의 내용과 어울리지 않게-아마 사진 때문에 선택했을-맨질맨질한 종이 위에 펼쳐진 글자들이 아이들의 일기에 가 닿았을 때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어느 청년 노동자의 삶과 죽음]이라는 책을 고등학교 때 읽고 하루 종일 울었던 기억이 난다.  왜 그렇게 울었던 걸까? 하고 묻자 오빠는 그런 책을 읽고도 울지 않는 사람은 정말 이상한 사람이야 라고 했다. 아이들이 적은 글자 사이사이의 침묵이 무거웠다. 덮었다. 책을 덮어도 표지는 보인다. 공부하는 작은 상이 있다. 이 책을 그 상 위에 올려놓지 않고 상 아래에 두었다. 그 상 옆에서 기도를 하는 나는 책표지의 소녀가 매일 날 바라보고 있는 걸 봤다. 그런데도 우리는 눈이 마주쳐지지가 않았다. 이 죄 지으며 사는 도시를 떠나 고향에 가 닿으면 우리, 서로 눈 마주칠 수 있을까? 소녀의 얼굴에 먼지가 앉을 쯤에야 나는 책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그리고 한참 후에 가방에 넣어 두었다. 가방을 멜 때마다 그 소녀를 업고 다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오늘은 일요일. 일터에 나왔다. 일요일의 일터는 조용하다. 조금의 일을 하고, 비는 시간이 많아 가방을 여니 소녀가 있다. 다른 책도 없고, 나는 가볍게 소녀를 만나기로 했다. 글자를 다 읽었다. 사진을 본다. 그러다 나는 또 운다. 사진 때문인지, 아침에 받은 친구의 마음 아픈 소식 때문인지, 내 가슴의 돌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우리에게 운다는 것처럼 쉽고 자연스러운 일은 또 없었다. 우리는 언제나 제일 쉬운 방법으로 비극에 대처했던 셈이"(p.124)라고 하는 작자의 말처럼 나는 그렇게 제일 쉬운 방법으로 이 모든 이유에 대처했다.

사실, 얼마간은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책 읽는 내내 꿈 이야기를 하는 듯 느껴졌다. 뒤섞여 있다. 아마 내가 책을 집중해서 읽지 못하는 탓일게다. 이렇게 꿈처럼 여길까봐 그는 두 번이나(내 기억에 그렇다. 더 많이 얘기했는지도 모른다) 같은 말을 했다. "우리땅 어느 곳의 역사가 20년밖에 안 된다는 것은 곧 그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을 남에게 전가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p.41,p.138). 그가 내내 이야기하는 것은 이 이야기가 꿈이 아니라 내가 책임져야 할 어떤 일이라는 것이었다. 그래도 나는 모르는 척 울기만 했다.

책표지의 그 소녀 이야기만 하고 그만두련다. 무엇을 말할 수 있겠는가...남의 집 이야기처럼 감상을 말하고 싶지가 않다. 아니면 내 안의 침묵의 뿌리가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입을 막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떤 것에도 이렇게 입을 꼭 다물게 하는 내 침묵의 뿌리는 무엇일까? 이 모든 이야기에 내 책임이 있다고 하는 작자의 말에 겁을 먹은 것일까? 이게 그냥 70,80년대의 이야기이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허튼 생각을 하다 책을 덮는다. 그 소녀,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는 소녀...책을 덮는 순간, 소녀의 얼굴...그 얼굴은 이 책 자체이다. 하여 이 책은 덮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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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6-02-26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나라 어느 곳을 다녀보아도 2-30년 전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생각에 공감합니다.
산업화와 물질화의 속도에 빼앗겨버린 우리들의 마음과 영혼이 때로는 텅 빈 폐허의 도시를 걷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적이 여러번 있습니다.
퇴근하는 길에서 쳐다본 고층 아파트의 군집들이 마치 꿈처럼 환상처럼 보이는 경험들 말입니다.
아, 삶이 꿈이 아닐까? 환상이 아닐까? 하는 느낌들이 가끔씩 마음에서 올라오곤 합니다.

이누아 2006-02-26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정 우리집이 양옥이 되기 전, 마당이 있고, 한가운데, 그리고 또 가장자리에 꽃밭이 있었어요. 늘 이집저집 이사를 다녔던 제게 그 집은 처음으로 우리집이었고, 이사를 가지 않아도 되는 집이었어요. 그 작은 꽃밭에 오만 가지 꽃들과 나무들이 뒤섞여 살았어요. 아침에 세수대야에 물을 받아놓으면 장미 꽃잎이나 감잎이 떨어져 있곤 했었지요. 그것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저는 그저 꿈을 꾼 걸까요? 저 소녀는 그저 사진일 뿐일까요? 아니면 사진 속 저 소녀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파란여우 2006-02-27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덜한 도시 뒷골목에 유기된 우리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 리뷰입니다.
이런 사진은 들여다 보는 일만으로도 가슴속이 자꾸 뭉쿨뭉쿨 아려오죠.

이누아 2006-02-27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동감입니다.

icaru 2006-02-27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고 싶을 때 울 수 있는 일터라니...으아...너무 고즈넉하네요~ 이누아 님처럼...
열화당에서 일하는 친구가 있는데... 열화당 사장님하고 조세희 님하고 오랜 친구라 하대요... 심지어는 조세희 님 아드님도 그 출판사에서 오래 일을 했다고~

이누아 2006-02-27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화당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어감은 열나고 화난 것만 같아요.^^

비로그인 2006-02-28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뭔 말을 못하겠더라구요. 지금은 어른이 되었을 법한 '애들' 일기가 참..가슴이 많이 아팠어요. 누덕누덕 꼬질꼬질한 삶..저도 분명 그런 시기를 보냈지만 생각해보면 또 그때만큼 행복했던 적도 없었어요. 부모님이 계셨고, 가난했지만 공부에 대한 부담없이 자연 속에서 몽상을 즐기고..나름 좋았어요. 막연히 그리워져요.

이누아 2006-03-05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난하고 병든 이웃의 모습이 간혹 텔레비전에 나와요. 모자이크 처리도 없이. 누가 그런 모습을 모두에게 보이고 싶을까요? 한 피디 말이 보통 200만 원을 준대요. 가난한 사람들은 그 돈이 몹시 큰 돈이라 얼굴을 내보인다고. 물론 그 결과로 도움을 받는 일도 많지만요. 우리 과 선배는 영화감독이에요. 단편영화 내용..사진기를 들고 다니는 여자가 있어요. 흉터난 아이의 얼굴을 찍어요.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않으마 약속하고. 세월이 흘러 그 여자, 길가다 누군가를 만나요. 고등학생 나이가 된-학교는 다니지 않지만- 그 아이가 사진을 봤다고 해요. 자신의 사진. 상을 타셨군요. 하고 인사하고 지나가요. 웃으며, 가볍게. 여전히 얼굴에 상처가 있는 채로. 이 책의 저자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옮겨 적고, 사진을 찍었겠죠. 당연히. 그렇지 않았다면 우릴 울리지도 못했겠죠? 어쨌든 문득 어른이 되어 이 글과 사진을 읽는 아이, 어떤 마음이 들까 싶었어요. 우리처럼 아무 말도 못할까요? 아니면 그 꼬질꼬질했던 삶을 그리워할까요? 끔찍해 할까요?...횡설수설횡설수설.....
 

할머니 머리에 눈이 왔어요, 벌써 벌써 하얗게 눈이 왔어요~

아이들의 눈은 정확하다. 거울을 보면, 특히나 엘레베이트 안에서 거울을 보면 내 머리에 눈이 온 것 같다. 몇 주 전에 만난 아는 언니는 보자마자 "너 머리가 왜 그렇냐? 몇 달 전에는 안 이랬잖아"한다. 그 몇 달 전에는 광명 사는 친구가 와서 뽑아주고 갔었다. 내 나이면 새치가 아니겠냐고 하겠지만 흰머리다. 뿌리부터 끝까지 새하얗다. 흰머리는 좀더 강하고, 반짝거린다. 뽑아도 덜 아프다.

부모님이 모두 40대에 백발이었던 유전 탓에 큰언니는 염색을 시작했고, 연년생인 오빠는 반백이다. 나도 내년에 저렇게 될까? 미리 알고 있었던 터라 마흔이 되면 염색을 해야지 했는데 벌써 눈이 내렸다.

첨 시집간 다음날, 시골에 가서 시외삼촌께 인사를 드렸다. 내 까만 머리가 마음에 드셨는지 염색하는 되바라진 젊은 처자들 이야기에 흥이 나셨다. 그리고 헌 봉투에 5만 원을 넣어 주셨다. 본관과 본관에 해당되는 족보상의 큰 인물에 대해 넙죽 대답하자 더욱 기분이 좋아지신 게다. 아쉽게도 얼마 안 있다 돌아가셨지만 염색 안 한 내 까만 머리를 아마 가장 기뻐하신 분이 아니신가 싶다.

한번 염색을 하면 쭉 해야 할텐데 벌써부터 염색을 해야 하나? 멋으로 염색하는 사람들이야 나 같은 사람을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난 화장하기 싫고, 염색하기 싫다. 게을러서 그렇다지만 귀찮은 게 아니고 그런 게 싫다. 그러나 혼자 사는 세상도 아니고...좀 더 개겨 볼까? 머리가 전부 하애지면 하얗게 해서 지내야지.

할머니도 아닌데.....너무 빨리 눈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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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6-02-21 0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눈이군요..
머리에 맞는 눈이 아니라
가슴으로 맞아들이는 눈입니다.ㅎㅎ

이누아 2006-02-21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은 까만 머리임에 틀림이 없군요. 그렇지 않고서야 웃으며 이 이야기를 들을 순 없을텐데..^^

혜덕화 2006-02-21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눈이 나빠서인지, 염색을 하니 눈이 따갑고 불편하더군요. 머리가 자라니 염색한 것이 탈색되어 자꾸 염색 하는 것도 귀찮아 이제는 염색하지 않기로 했어요. 하지만 아직 그냥 흰머리를 방치하기엔 너무 젊은 나인데, 염색을 한 번 해 보세요. 저는 다행히도 아직 흰머리가 많진 않지만, 자꾸만 새치가 올라오더군요. 세월이 주는 훈장이라, 그렇게 생각하려구 해요.^^

이누아 2006-02-21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를 방치하기엔 너무 젊은 나이라...언젠가 복돌님이 지금 50살 쯤 되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 말이 생각나네요. 그래도 요즘 50된 분들도 다 염색하고 다니시니 지금 제가 50이라고 해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죠?

비로그인 2006-02-22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두 그냥 염색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흰머리..뭔가 묘한 매력이 있다구요. 묵직한 권위도 있어 보이구.. 전 숱이 적은 편인데, 유전인가 봐요. 미역물을 내서 머리를 감으라고 사람들이 조언하지만 관심도 없고 고민도 하지 않아요. 더 성글어지면 빡빡 밀고 다닐려구요. 우리 그냥 지내요!!

이누아 2006-02-22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님, 복돌님이 염색하지 말라고 한 최초의 사람입니다. 이 말쌈, 좀더 개길 수 있는 힘이 되었습니다. 과연 제가 할머니가 될 때까지 염색하지 않고 지낼 수 있을까요???
 

사람들은 내게 와서, 아침 일찍 일어나 명상하는 것이 힘들다고 말한다. 그들은 이 정도 노력도 벅차다고 생각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도 못한다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그대가 달리 무슨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대는 아무 노력도 안 하면서 바라는 것만 거창하다. 명상하기 위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도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하면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습니까?"하고 묻는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하면 신을 알 수 있습니까? 저를 도와주십시오. 저는 이 윤회의 사슬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하고 말한다. 그러나 자의自意로 이 세상에 돌아오는 사람은 없다. 이렇게 표류하는 식으로 살면, 항상 추락하는 삶을 살면, 항상 쉬운 길을 선택하고, 저항과 도전이 가장 적은 길, 아무런 투쟁도 없이 중력의 법칙에 따라 추락하는 삶을 살면 이 세상으로 돌아오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없다. 그대는 자동적으로 이 세상에 돌아온다. 축축한 마음은 항상 이 세상 주변을 배회한다.

건조한 영혼만이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다. 건조한 영혼은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래로 끌어당기는 힘이 작용하지 못한다. '건조해진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주의 깊게 깨어 있다는 뜻이다. 무엇을 하건 의식적으로 하라. 나는 "이 일을 하지 말라. 저 일을 하지 말라"고 말하지 않는다. 무엇을 하건 상관없이 더 깨어 있어라. 그러면 모든 행동이 그대를 더 건조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이때 초연함이 찾아온다. 주의 깊게 깨어 있을 때 그대는 자동적으로 초연해진다.

                                                                                          -오쇼, [서양의 붓다], pp.231-232 

========

축축해서 무거웠구나. 햇볕에 좀 말려야겠다.

따뜻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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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2-20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다보니 참. 개인적으로 시시콜콜한 문제 혹은 사회적으로 억압적인 갖가지 상황들에 부딪힐 때가 있더라구요. 그럴 때마다 더 깊이 고민하며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자꾸 피해가고만 싶고, 끝내는 '두렵고 귀찮아 미치겠어', 라고 탄식하는 절 보게 되더라구요. 그러면서도 세상이, 제 자신이 저절로 변하길 원한다면 그건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격이겠죠..근데 너무 건조해지면 주, 주름이 생기지 않을까요..보습제라도 발라 줘야 땡기지 않는디..쩝.

혜덕화 2006-02-20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얼마전부터 새벽 명상을 한다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6시 30분에 시계를 맞추어 놓고 일어나 명상을 하더군요. 오늘 아침에 깨워도 일어나지 않아 안깨웠는데, 마침 이 글이 보이네요. 아들에게 보여줘야겠어요.

이누아 2006-02-20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이님, 일단 암스트롱 얼굴엔 주름이 많아 보이는군요. 자기 전에 로션이라도...까르마파님에게도 필요하신가요?^^
혜덕화님, 왜 이 글 앞부분을 굵게 적어 두었겠습니까. 오쇼에게 찾아갔던 저 사람, 저 대신 야단맞고 온 것 같아요. 아이가 스스로 새벽 명상을 하겠다고 했다니! 삼천배 하는 대단한 엄마에 대단한 아이!!
 

아침, 부스스한 얼굴로 칫솔질을 하다 고개를 든다. 거울. 잃어버린 언니. 검은 머리 사이에 흰 머리칼, 위치까지 똑같다. 더이상 보이지 않는다. 거울 혹은 언니. 만진다. 찬 유리덩어리. 언니는 사라진다. 다시. 살아있는 것들은 사라지는 것이며, 사라진 것들은 다시 사라진다. 뱉어내고 싶어. 목구멍으로 자꾸만 흰 거품이. 입을 벌리고 거품을 보려 하지만 보이지 않아. 그런데도 사라지지 않는 거품. 입을 동그랗게 오무리고 후 하고 불면 비누방울이 되어 허공에서 반짝일까. 살아있는 것들은 사라질 것이며, 사라진 것들은 속속들이 사라진다. 사라졌다. 허나 어쩌다 내 흰 머리칼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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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17 1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2-19 2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2-23 09:1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