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여자 두 분이서 집을 보러 오셨다. 들어오시자마자 짐이 많다고 한다. 요즘 우리집에 오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다. 생활도구여야 하는데 짐처럼 보이나 보다. 좁은 집에 점점 물건들이 늘어간다.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프로에 자전거를 타는 할아버지가 나온 적이 있다. 그 할아버지는 생활보호대상자이어서 나라에서 약간의 돈을 받아 생활하신다. 할아버지의 방은- 집은 모르겠다. 방만 기억난다 - 좁고 깨끗하다. 다른 물건이 보이질 않는다. 방 위 어디 공간에 가방이 있다. 짐가방. 언제든지 떠나실 수 있게 가방을 싸 두셨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자전거를 타신다. 하루종일 자전거를 타신다. 저기 멀리까지 자전거를 타신다. 비슷한 처지의 다른 분들은 박스라도 주어서 생계에 보탬이 되게 하거나 적은 돈이라도 모아서 힘든 사람을 위해 쓰기도 하신다. 그런데 이 할아버지는 자전거만 타신다. 취재진이 하루종일 따라 다닌다. 정말로 자전거만 내내 타신다. 말도 별로 없으시다. 취재진이 헤어질 때 새 자전거를 사 주었다. 고맙다고 환하게 웃으셨다.

그 할아버지를 잊을 수가 없다. 짐이 없는 집. 짐이 없는 달림. 조금도 더 욕심내지 않음. 단순한 생활. 그 할아버지가 좋다. 아무짝에도 쓸모없이 하루종일 자전거만 탄다고 손가락질해도 난 그 할아버지가 좋다. 마음으로 그 할아버지를 스승으로 삼았다. 어디 계신지 알면 찾아가 뵙고 싶다. 찾아가 뵈면 실망하게 될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도 내게 스승이시다. 그런데도 스승과 달리 짐만 늘어나고 있으니...

저렇게 사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혼자 살아서 이렇다 저렇다 말도 없고, 사는 게 이렇다 저렇다 말도 없다. 에고는 변명하고, 에고는 행위하고, 에고는 자신을 내세우려 한다. 어떻게 하면 인정받을까 골똘히 연구한다. 그러나 저 할아버지, 그런 게 없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그것이 자랑이든 자책이든 삶에 누추한 변명이 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자전거 타는 할아버지, 자전거만 타신다. 

짐이 많은 집을 보며, 짐이 없던 그 할아버지 생각이 났다. 할아버지. 가방 하나만 들고 나오면 아무 것도 없을 할아버지의 방. 단순한 생활. 만족한 미소. 사랑하는 자전거 타기. 누구의 간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늘도 달리고 계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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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6-03-10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짐이 많으면 집이 커야 하고 집이 크면 큰 집을 장만하느라 수고를 힘써야 하므로
고단한 삶이 되지요. 갖고 싶은 물건이 많으면 가슴속에 그것이 가득차서 정작 써야 할 가슴쪽은 공간이 없어지죠. 전 그래서 제 작은 오두막이 좋답니다. 천상의 낙원!

하지만 마음은 왜 이리 맨날 밴뎅이래요?

로드무비 2006-03-11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전거 타는 할아버지가 보고 싶군요.
그 프로에 보면 가끔 그런 분들이 나와요.
언젠가는 아무 말 없이 동네 쓰레기를 전부 치우고 다니던 아주머니.
그 아주머니의 방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이누아 2006-03-11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 전남 고창 개펄에서 밴댕이를 봤어요. 그놈 정말 웃기더군요. 바다에서 나오기만 하면 죽어버려요. 그래서 어부들이 밴댕이 속이라고 하나봐요. 자기가 있던 곳이 아니면 바로 죽어 버려서 어부들에게 아무 유익도 안 주기. 근데도 우린 그 자리에서 밴댕이회를 해 먹었지요. 그러나 파란여우님의 마음이 밴댕이시라니 그 밴댕이는 고래만한 큰 밴댕이인가 봐요. 천상의 낙원에서 떼굴거리는 밴댕이를 상상합니다.^^ 내가 왜 이러나? =3=3

로드무비님, 그분들의 방 모습이 바로 마음의 모습인 듯 느껴집니다. 제 방은 어떻나 돌아보게 됩니다. 두리번두리번...괜히 둘러봤군요 --;;

니르바나 2006-03-11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누아님,  자전거를 타는 할아버지 한번 만나고 싶어요.
저도 책속에서 만난 분이 한 분 계십니다.
아래 책에 나오는 무위도인 이야기인데 이상하게 잊혀지지 않아요.


이누아 2006-03-11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에 넣어 두었다 마음 움직이는 날, 읽어 볼께요. 금방 절판되진 않겠죠? 품절과 절판이 무서워요.

비로그인 2006-03-13 0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할아버지도 잔차족이시군요! 방가, 방가! 에이구, 근데 말이죠. 요즘처럼 소비를 자극하는 사회에서 깰랑 짐보따리 항 개에 자신의 삶을 챙겨넣기도 힘들어요. 글고보믄 대단한 할아버지시네요. 크아..이누아님, 저 지금 날 꼬빡 새고 있습니다. 좀 전에 레미제라블을 읽고 있었는데, 을매나 재밌는지..크하하하..

이누아 2006-03-13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님, 약속하신 물건이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무슨 약속인지 기억하시는지? 제가 꿈! 이라고 하면 아! 하실는지? ^^

2006-03-13 0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big_tree73 2006-04-16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누아, 라스 폰 트리에 감독, '어둠속에서 춤을(Dance in the dark)'
나한테 또 다른 밀레의 '만종'이 될 듯해. 신석기 태양 문양 만큼 강하다.
.
.
다시 일할 수 있을것 같아. 너한테 제일 먼저 얘기하고 싶었어.
잠들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자러 간다.
안녕. 고맙다.
 
녹색시민 구보 씨의 하루 - 일상용품의 비밀스러운 삶
존 라이언.앨런 테인 더닝 지음, 고문영 옮김 / 그물코 / 200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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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리뷰를 읽고 사다두고는 잊고 있었다. 책장 책들 위에 가로로 놓여 있는 구보 씨의 하루, 펼친다. 얇군. 읽다보니 앞에 있던 경고문구가 떠오른다.

이 책의 초고를 읽은 사람들은.......당황하거나 절망감에 빠졌다고 고백했다.......여러분들이 알게 모르게 소비하는 일용품들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기를 바라고, 그것을 반성적으로 성찰할 수 있기를 희망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전혀 기쁘지 않을 것이고, 다만 끔찍한 경악만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p.14).

그랬다. 녹색시민들이 해야 할 일을 유심히 볼 뿐 본문은 되도록 빨리, 듬성듬성 읽었다. 처음에는 마음이 아주 무거웠고, 다음에는 해야 할 일을 찾아야 겠다고 생각했고, 그 다음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발적 가난이 가질 수 있는 의미는 무엇일까? 신문이나 책을 되도록이면 구입하지 말고, 돌려 보자고 한다. 우리의 신문들은 내가 읽지 않아도 부수 이상을 찍어낸다. 광고를 위해서. 어쨌든 그래서 돌려 보았다고 하자. 시민A가 다니는 출판사가 문을 닫을 처지에 놓이게 되고, 그는 직장을 잃을 것이다. 그랬다고 치자. 책을 찍어내지 않게 되자 인쇄업자와 제조업자들이 불황이라고 소리칠 것이다. 그랬다고 치자. 저 저임금에 헤매는 3세계 국가의 노동자들 역시 나무 베는 일이 없어져서 실업자가 될지도 모른다. 그래, 모른다고 치자. 내수경기가 안 좋아서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내수경기가 좋아지려면 누군가 소비를 해야 한다. 그러니 소비를 미덕이라 부르는 것은 마땅하지 않는가.

자전거를 타자. 그런데 더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기 전까지 선구자적 자전거 타기 인간이 겪게 될 일들이 있다. 자동차 멀리하기 첫번째, 이 책에서 제시하듯 대중교통이 잘 발달된 곳에 산다...부자들이 외곽에 살고, 도시의 공동화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를 생각해 보라. 공기 좋은 곳에 살고 싶다. 두 번째, 아침에 자전거로 출근하라...유산소 운동을 하면서 온갖 매연을 다 맡게 된다. 지구를 살리기 위해 나를 죽여라. 세 번째, 그래도 자전거를 타려면 차에 자전거를 싣고 어디론가 가야 한다. 산악자전거처럼. 역시 차가 필요하다.

소비하지 않아도 불황을 겪지 않는, 혹은 불황에도 아무렇지도 않은 사회에서, 우리가 일시에 자전거를 타기로 결심하는 일이 벌어질까?

언젠가 인도여행을 다녀온 친구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인도사람들이 대변을 보고 모두 화장지를 쓰게 되거나 중국인들이 모두 신문을 읽게 되는 날, 지구엔 단 한 그루의 나무도 남지 못할 것이라는 대화였다. 한 트럭의 종이는 나무 일흔 두 그루라는 이야기도 나누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나눈 대화가 실현되고 있다. 지구의 문명이란 애초부터 모두가 누릴 수 없다는 전제 위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닌지. 일부만이 누릴 수 있는 것. 이젠 물도 사먹는다. 물을 사먹는 걸 상상이나 했는가...신선한 공기도 부자들만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

소비가 지구 전체의 환경에 끼치는 나쁜 영향에 대해 구보 씨와 같은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이 알고 있다. 드디어 나도 약간 알게 되었다. 나는 지나치게 부정적인 사람인 게다. 아니면 내 생활을 바꾸고 싶지 않아서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 것이거나...그래도 책에 실천할 것들은 의외로 많다. 간단하게...음료수를 적게 마시라든지, 건조기 대신 빨래줄을 이용하라든지 인권단체나 환경단체를 지원하라든지...그러고보니 많네. 할 수 있는 것들 혹은 하고 싶은 것들은 하련다. 하기 싫은 거, 어려운 거, 안 하련다. 이러니 뭐가 되겠는가. 환경이나 소비의 문제가 지구의 생명과 직결되어 있는데, 지구가 우리 생명과 직결되어 있는데 하고 싶으면 하고, 말고 싶다면 말겠다니. 이래 가지고야 책을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가. 정신차려라!!! 이누아.

당신이 무엇을 입고, 신을 것인가에 너무 신경쓰지 말아라. 자발적 가난을 서약하라(P.60).

자발적 가난에 대한 서약의 유무에 관계없이, 무엇을 입고 신을 것인가에 대해 엄청 신경쓰인다. 이 책 읽기 전보다 훨씬. 가격보다 가치가 소중한 입을 것과 신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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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바람 2006-03-07 0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어렵지요. 이거. 자발적 가난을 서약하라니. 제가 찾은 답은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거예요. 저희 동네에서 '음식물 쓰레기 안 버리기 서약 운동' 캠페인이 있었어요. 누가 할까 했는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서약을 하시더군요. 동네 아줌마들을 꼬실까 했는데 너무 쉽게 서약서에 자기 이름을 쓰더라구요. 물어봤지요. 자기 진짜 음식물 쓰레기 안 버릴 자신 있어? 애 둘 딸린 아줌마 친구가 너그럽게 웃으며 말하더라구요. 설마~, 근데 먹을 만큼만 먹으면 되지 않겠어! 뽀뽀해주고 싶었어요. 너무 무겁지도 그렇다고 싱겁지도 않은 말이었어요. 제가 아이들 유모차 안 태우기 운동하면 유모차 회사로부터 압력을 받겠지요. 근데 엄마들은 맘만 먹으면 유모차 안 태울 수 있거든요. 같이 걷는 거예요. 세상을 향해 발을 뗄 수 있게. 넘어지고 넘어지는데, 조금만 기다려주면 되거든요. 그러면 아이는 자발적으로 유모차를 거부하게 되어요. 대신 엄마랑 손을 잡게 되지요. 전요 이런 생각도 해봤어요. 자발적 가난을 서약하는 건 좀 어렵고 귀찮잖아요. 그래서 말인데요 전세계적으로 아이 안 낳기 운동을 하는 거예요. 말하자면 이 무서운 세상에 아이를 내보낼 수 없다. 무정자 무난자 캠페인이지요. 그러면 지도자들이 좀 겁을 먹지 않을까요. 환경도 좀 보호해보겠다고 약속도 좀 하고, 전쟁도 안 하겠다고 서약서에 도장도 찍고 그러지 않을까요. 내 자식이 없으면 남의 자식이 더 귀히 보이지는 않을까요. 굶어죽는 아이들도 좀 보살필 수 있지 않을까요. 내 자식에게 쏟을 정성으로 말이지요. 사실은 인류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해법이 우리의 2세대를 낳지 않는 것을 담보로 해야 할 만큼이라고 생각하면 서글퍼요. 좀 전에 읽은 책인데요. <자발적 복종>이라는 책이 있더라구요. 핵심은 왜 사람들은 자발적 복종을 스스로 선택하는가, 선택할 수밖에 없는가인데 이게 1548년에 저자가 18살에 쓴 책이라고 하니 시사하는 바가 많았어요. 배가 고프면 배에서 소리가 나는데 영혼이 고프면 어디서 소리가 나지요? 왜 많은 문학작품에서 심장을 말하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내 몸속의 물이다라고 말하고 싶은데. 한번은 꼭 한번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싶어요. 의도되지 않았고 습관화되지 않은... 앗 뜨거!

달팽이 2006-03-07 0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번은 꼭 한 번은 내 영혼의 눈물을 흘리고 싶어요.
자발적 가난에 대한 님의 답변에 공감합니다. 돌바람님

이누아 2006-03-07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바람님, 새벽에 쓰셨네요. 저거 쓰면서 실천은 없이 불평만 늘어놓고 있는 제가 보여서 흑색시민이라고 한 거예요. 아이 안 낳기 운동...제 친구가 아이를 낳고 제게 한 말이었어요. 한번도 지구를 염려해 본 적이 없는데 내 아들이 살 곳이라 생각하니 50년 후도 걱정된다고. 그나마 아이들이 있어서 이 정도인 건 아닐까요?^^

돌바람님, 달팽이님, 내용이랑 상관없는 이야기에요. 눈물요. 몸이 아프거나 하품을 하면 눈물이 물처럼 흘러요. 근데 마음이 아프거나 슬픔이 가득차서 흘러내리는 눈물은 정말로 뜨근뜨근해요. 아, 이래서 뜨거운 눈물이라고 하는구나 싶을만큼. 전 그 눈물이 심장에서부터 흘러나오는 거라 그렇게 뜨거운가 생각했는데...심장은 피 때문에 맨날 빨갛게 보이잖아요. 빨간 건 좀 뜨거울 것 같고.^^

니르바나 2006-03-07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정 이 세상을 아끼는 모든 분들을 돌바람님 버젼으로 사랑한다 표현하고 싶군요. ㅎㅎ

돌바람 2006-03-08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누아님, 그래요. 맞아요. 아이가 있고 보니 드는 생각이 맞습니다. 그러니 '아이 안 낳기 운동'이란 얼마나 황당하고 씁쓸한 기쁨을 포기하는 일이겠나요. 달팽이님과 니르바나님, 이누아님 늘 제가 한 수 배웁니다. 넓고 깊게 보는 것과 굵고 세세하게 보는 것은 늘 밀고 당기네요. 좋은 날 되세요.^^

이누아 2006-03-10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님, 쑥스러워하지 마시고 표현하시지요.^^
돌바람님, 뭘 한 수 배웠다는 말씀일까요? 님도 좋은 날 되세요.
 

헤라클레이토스는 말한다.

"진리를 말하고 진리를 행하라. 그대가 진리라고 느끼는 것만 행하라"

처음에는 어려울 것이다. 그대의 삶 전체가 거짓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느낌이 들 것이다. 그러나 곧 모든 것이 새로운 패턴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새로운 게쉬탈트가 형성된다. 그러나 한동안은 어려울 것이다.  -p.107

 

그대는 사랑하지도, 웃지도, 울지도 못한다. 이 모든 것이 거짓이다. 그런데 그대는 진리를 추구한다고 한다. 안 된다. 이런 상태로 진리를 추구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진리와 만나기 위해서는 진실해져야 한다. 오직 똑같은 것들끼리 만난다. 진실하지 못한 사람은 진리에 도달할 수 없다. 진실한 사람만이 진리를 만난다. -p.109

 

이 한 가지를 명심하라. 죽은 것은 결코 죽지 않는다. 이것이 죽은 것의 안정성이다. 살아 있는 것은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이것이 삶의 문제다. 그러나 그것은 살아 있다. 온갖 위험을 무릅쓰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

진실하라. 많은 문제가 닥칠 것이다. 하지만 문제 하나하나가 그대를 더 성숙시킬 것이다. 진실하게 말하고 진실하게 행동하라. 이것은 진리를 받아들일 준비를 갖추는 것이다. 그대가 어느 지점까지 성숙했을 때 갑자기 문이 열린다. 이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p.113

                                                                      -오쇼 라즈니쉬, [서양의 붓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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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06-03-07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리의 세계에 들어서는 자에게 신을 벗으라고 말씀하시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진리의 엄정한 자세에 옷깃을 여미게 되는군요. 이누아님

2006-03-07 2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누아 2006-03-10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리의 세계에 들어서는 자에게 신을 벗으라는 말씀이 새롭게 보입니다. 신은 몸을 담는 그릇이라고 하지요. 자신을 담고 있던 세계에서 벗어나라는 말씀처럼 보이네요. 거짓에 의존하던 습관을 벗으라는 말씀으로. 감사합니다, 니르바나님.

속삭이신 님, 그 화물차 때문에 주제가 있는 줄 알았어요. 나즈막한 마을을 가로지르는 차, 마을로 가기 위해 서 있는 할아버지. 큰 차와 끌고 다니는 것도 위험해 보이는 자전거. 그 일상의 위태로움이 보이는걸요. 고맙습니다.
 

착함과 평화의 주님과 함께

착한 이누아 자매 고마와요.

이곳에 도착 후 첫번째 편지로 기쁨이 매우 컸습니다.

12월 30일에 받았지요.

2006년 새해엔 더욱 뜻깊고 좋은 일만 가득하길 빌어요.

여긴 40도가 넘는 뜨거운 열기 속에서 흑진주들과 함께 성탄, 새해를 맞이 하였고, 지난 주엔 군인들끼리 개인감정으로 총질하는 통에 죽고, 죽이는 사고로 약간 어수선했지만 지금은 조용해요.

저는 보쌈벨레로 도저히 갈 수 없어 다만 그곳에 생긴 문제들 해결하느라 주말에만 그곳에 왔다 갔다하고 지금은 이곳 수도 방기에서 밀린 일들 정리하고 있어요. 진짜 덥네. 건조기여서 더 더운 것 같네요. 그곳은 시원~하지요^^

지난 주엔 고물차 빌려 타고 가다 고장이 나 허허초원 한복판 길에서 누군가 지나가며 도와주길 기다리며 장장 그 강렬한 태양 아래서 3시간 30분을 하늘에 계신 하느님과 대화하며 있었지요. 덕분에 지금까지 허리가 많이 안 좋지만...결과는 물이 없는 곳에(번개에 펌프를 다 태웠음) 물도 나오게 하고, 전기도 밧데리 사서 놓고...하고 왔답니다.

돌아오니 모두들 반가와서 죽지 않고 돌아왔다고 하고 끌어안고 뺨에다 뽀뽀를 하니 얼굴을 하루에도 몇 번은 씻어야 합니다.  땀에다, 침에다... 좋아서 해대니 뭐라 말도 못하고 꼽다시 다 받아야 하네요.

학원에 원장님과 선생님께도 잘 안부 전해 주이소. 일일이 다 소식 못 드리고 마침 주일날 한국직행편이 있어 급히 소식을 드려요. 건강 유의하시고, 주님 사랑, 부처님 자비 안에서 하고자 하는 일들이 큰 기쁨이 되시길 빌어요.

메일은 이곳 pc방에 한국 자판이 없어 답 보내는 것이 힘이 드네요. 읽기는 할 수 있고...한국자판이 오면(부탁해 놓았음) 답도 드릴께요. 메일번호는 ########이고 전화도 제가 방기에 있으면 받을 수 있어요. 가끔 어렵게 걸리긴 하지만 ############하면 되지요.

가끔씩 소식 전하면서 함께 기쁨을 나누도록 해요. 그때 주신 소화제 지금 정말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어요. merci, 고맙습니다. 안녕. 기쁨 먹고 사시길.

                                                                               2006.1.13, 방기,   ##율리엣다 수녀가

==============================

방금 편지를 받고 전화를 드렸다. 국제전화 선불카드를 어제 막 충전해둔 터라 주저하지 않고 걸었더니 비싸다. 그래도 다행히 누구를 통해서 전하지 않고 바로 수녀님께서 받으셨다. 독감에 걸려서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으셨다. 답장이 없기에 내가 보낸 카드를 못 받으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답장을 주셨다. 그러니까 네 달이 걸려서야 상호연락이 된 셈이다. 편지를 받고 몹시 기뻐서 여기다 무턱대고 옮긴다. 내 기쁨이 수녀님이나 서재지인들에게 전해질까? 수녀님 덕분에 오늘이야말로 배부르게 기쁨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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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6-03-03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쁨 먹고 사시라는 편지를 훔쳐보는 사람조차 기쁩니다^^

돌바람 2006-03-03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쁨 먹고 트림도 나옵니다.^^

비로그인 2006-03-03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큐 영화를 보는 것만 같은 편지네요. 속이 꽉 찬 배추처럼 든든합니다!!

달팽이 2006-03-03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삽니다..

니르바나 2006-03-04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율리엣다 수녀님은 이누아님의 소울메이트이시군요.
영혼을 살찌게 하는 기쁨을 서로에게 안겨 주시니까요. ^^

이누아 2006-03-04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들 읽어보니 흐뭇하시지요. 삶이 흐뭇한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흐뭇합니다. 우리도 흐뭇하게...

2006-03-04 14: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누아 2006-03-04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사랑하는 사람이..."로 시작되는 말이 감동을 줘요. 봄이 되어서 저도 감성이 살아나는 걸까요?
걔는 우리집에 있을땐 한구석에 박혀 있었는데 그 집에 가서 사랑 받는다니 걔한테 좀 미안시럽기도 하고, 님에게 고맙기도 하고.

2006-03-04 1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3-05 14: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누아 2006-03-05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님의 서재에 이야기 남깁니다.
 

"네 독은 좋은 거니?........"................................................

 

"아저씨가 여기 온 건 잘못이야. 마음이 아플거야. 난 죽은 것처럼 보일테니까. 하지만 정말 죽은 건 아닌데..."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알잖아...거긴 너무 멀고, 내 몸을 가지고 갈 수는 없어. 너무 무겁거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벗어버린 낡은 껍데기 같을 거야. 낡은 껍데기가 슬플 건 없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조금 풀이 죽었다. 그러나 다시 기운을 내려고 애쓰고 있었다.

"참 좋겠지! 나 역시 별을 바라볼 거야. 모든 별들이 녹슨 도르래가 있는 우물이 될거야. 별들이 내게 마실 물을 부어 줄거야..."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참 재미있겠지! 아저씨는 5억 개의 작은 방울을 가지게 될거고, 난 5억 개의 우물을 가지게 될테니."

그리고 그도 역시 아무 말도 없었다. 울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야. 이제 혼자 가게 해줘."

                                                                                                                            -[어린왕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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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02 1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누아 2006-03-02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우리는 어떤 결론을 요구하지만 그런 건 우리의 습성 같은 걸거예요. 무거워서 벗어버린 어린왕자의 몸을 생각해요. 어떻게 변했을까요? 그래도 여전히 어린왕자일까요? 달마대사는 잘 생긴 왕자였는데, 길에서 만난 어떤 사람과 몸을 바꿨대요(정확한 이야기 내용은 아님. 기억에 이상 있음). 꽃에 책임이 있다고, 양을 데리고 갔으니 자신의 별로 돌아갔겠죠. 그러나 꽃은 어린왕자의 보살핌 없이 무사했을까요? 맘대로 생각하세요. 벌써 갔다가 여우 만나러 다시 돌아왔는지도 몰라요. 꽃과 마찬가지로 여우와 왕자는 또 서로 길들인 사이잖아요. 근데 낡은 껍데기래요. 찡해져요. 그래도 우는군요.

2006-03-03 15: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누아 2006-03-03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그때 그게 퍼온글이 아니라 당시 외식제연(지금의 이웃이야기)란에 다른 사람이 글을 쓸 수 있도록 열어 뒀는데 친구가 거기다 글을 올렸어요. 그렇게 올린 글에는 서재주인보기가 안 되더라구요. 지금 퍼온글에는 서재주인보기 자알 되고 있습니다.^^
아, 그랬군요. 그러니까 좀 이해가 가네요. 그래요 놀라실만 했겠어요. 그래도 뭔 상관입니까. 벅벅 긁으며 소식 기다리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