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이 삶의 전부라고,

정말 철저히 그렇게 여긴다면

아무도 이 삶에 머무르지도,

이 삶으로 되돌아 오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다.

꿀처럼 달콤한 무언가가 이곳에 있다. 

그 꿀은 위태로운 동아줄 위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칼날 위에 발라져 있기도 하다.

그래도 여전히 그 꿀은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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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6-05-06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우리는 그것이 고통인줄도 모르고 있습니다.
드러난 고통은 우리의 영적인 꿀일수도 있고요..
삶은 아! 궂은 봄날일뿐...
그래도 달다..

2006-05-07 17: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람이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되는 것은

일어난 일 때문이라기보다는

일어난 일에 대한 생각 때문이다

                                                      ---몽테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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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6-04-26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사람의 얼굴을 보고 미운 생각이 든다면...
그 사람을 보는 내 마음 어딘가에 그런 생각이 있음을 살필일이다..
좋은 사람의 얼굴도 마찬가지다.

이누아 2006-04-27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주 예수 안에서 알고 또 확신하는 것은 이것입니다. 무엇이든지 그 자체로 부정한 것은 없고, 다만 부정하다고 여기는그 사람에게는 부정한 것입니다-로마서 14장 14절

몽테뉴의 말이나 로마서의 바울의 말 모두 [예수, 선을 말하다]에 인용된 걸 다시 적은 겁니다.
 
예수, 선을 말하다
케네스 렁 지음, 진현종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숙희야, 네 생일이 다가오는구나. 네 생일이 되면 주려고 샀던 책을 다 읽었다. 요즘은 리뷰도 안 쓰고 지냈는데 네게 줄 이 책을 빌미삼아 여기에 편지를 쓴다. 게다가 오늘은 16살, 17살의 우리가 음악회에서 처음 만난 날이기도 하구나. 그때도 우린 이런 대화를 나누었지.

이 책은 우리가 나누던 대화와 벗어나 있지 않다. 이 책에서는 책을 읽기 전에 마음을 비우라고 한다. 이 주제와 관련되어 떠오르는 모든 선입관을 죄다 떨쳐 버려야 한다(p.12)고 하는구나. 그러나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어야 야, 선입관, 저리 가 라고 할 수 있겠니? 나는 기독교인이 아니지만 이미 안착한 내 머리 속의 선입관이 있구나. 행여 이 책이 예수를 선에 끼워 맞추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로 책을 열었던 거다. 그 의심 덕에 처음엔 좀 엉성하고, 어색한 무엇을 느꼈다. 나중엔 점점 사라져 갔지만. 심각하지만 않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내게 아주 와닿고 재미있는 구절을 발견했다. 오늘은 이 구절만 얘기할까 싶다. 왜냐하면 너는 이 책을 읽지 않았으니 다 읽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테니 말이다.

미래에 주의를 고정시키면 불안이 끝이 없을 것이다. 예수는 지옥을 "그들을 파먹는 구더기들도 죽지 않고, 불도 꺼지지 않는"(마가복음 9장48절) 곳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가 말한 비유의 직접적인 출처는 예언자 이사야인 것으로 보인다. -p.206

깊은 선입관을 가지고 보건대, 이 구절은 내가 늘 말하던 그 구절이다. 나는 늘 생각을 벌레라고 표현한다. 생각의 벌레들...게다가 분노와 부정적인 감정은 불과 같다. 꺼지지 않는 불처럼 고요하다가도 바람만 불면 확 하고 타오른다. 여기에 대해 저자는 그것을 생각이나 부정적 감정이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그것들의 성격을 잘 알고 있다.

예언자 이사야가 그들의 불과 그들의 벌레라는 말을 쓴 것은 고통의 근원이 내면적인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지옥의 불이 다른 불과 달리 꺼지지 않는 까닭은 그것이 안에서부터 타오르기 때문이다. 그 불의 출처를 찾아 정신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방법을 얻지 못하면 불을 끌 방법이 전혀 없다.마찬가지로 벌레 역시 적절한 비유인데, 벌레는 안에서부터 먹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것이 죽지 않는 까닭은 우리의 내면 세계에서 자양분을 얻기 때문이다.......그들은 내면의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하늘나라가 자기 안에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좀비처럼 살아가고 있다. -p.207

우리의 마음이 만들어낸 불과 벌레를 어떻게 끄고, 사라지게 할 수 있을까? 그것들이 처음에 왜 만들어졌을까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화살을 맞아놓고 화살의 성분분석을 한 뒤에야 뽑겠다는 어리석은 사람이었구나 싶다. 지금까지. 좋은 생일맞이 책에 지옥이야기가 뭐냐고 할지 모르지만 손바닥을 뒤집기만 하면 천국이 거기에 있으니까.

손바닥을 뒤집듯 쉬운 이 일이 쉽사리 되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은총이 부족한 것일까? 은총을 저자는 우아함이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연습이나 행위가 바로 그 우아함의 전제조건이라고 하는구나. 예술가인 네게 유익한 내용이다. 293페이지에 있다. 안 옮기마. 아니, 그 페이지 제일 마지막 구절만,

노력할 필요가 없게 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영성의 경우 노력의 무익함을 깨닫는 데는 노력이 필요하다.

요즘 읽는 모든 책에서 비슷한 구절을 발견하는구나. 노력이 필요한 강한 선입관 때문에 눈에 띄는 거겠지. 이제 눈치챘겠지만 이 책은 예수로 시작해서 예수로 끝나지만 성경 구절만 잔뜩 인용한 그런 책은 아니다. 예수를 사랑하고 싶었지만 예수를 이해하지 못해 멀어져 갔던 저자가 선수행을 통해 다시 예수를 만나고 있는 책이라 해도 되겠다. 나 역시 전체 성서 중에 요한복음이 내게 더 와 닿았던 역사적 배경도 좀 이해하게 되었다고 해야 하나.

얼마전 네가 얘기했던 유다복음 같은 책들이 엄청나게 많다. 좀 황당한 내용이 많은 숱한 외경들 외에도 1945년 발견된 토마복음서 같은 것도 있다.  이 복음서에는 곽노순이란 분이 해석을 하셨는데 그게 따로 책으로 나와 있는지는 모르겠다. 우리집에 오면 잡지에 실린 복음서 내용을 보여주마. 이 책을 읽을 때 그런 복음서들의 내용이 들어있지 않을까 했는데 저자는 현재 공인된 성서의 내용들만을 가지고 이 책을 썼다. 

이야기가 길어졌구나. 미리 생일 축하한다. 중국 다녀와서 보자. 잘 다녀와라. 네가 읽고 나서 더 풍성하게 이 책을 뜯어 먹어보자. 네 덕에 이 책을 읽었구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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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6-04-26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 번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 생각했는데..
이누아님이 먼저 글을 올려주셨군요..
잘 읽고 갑니다.
공부에 힘이 붙기까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
그래서 평범한 우리들은 노력해야 한다는 말...와닿네요..

2006-04-27 1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누아 2006-04-27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 별로 노력하지 않고 금방 지치는 가벼운 마음을 들여다 봅니다.

속삭이신 님, 예전에 아는 선배가 위빠사나 명상 하는 데 열흘 정도 참가했다고 해요. 불자는 아니지만 그 이후로 마음의 단추를 하나 얻은 것 같다는 말을 했어요. 화가 나거나 엉뚱한 생각이 일면 그 단추를 누른다구요. 벌레들을 잡는 데에는 뭔가 단순하면서 결단력 있는 방법이 필요할 것 같아요. 천국이 별 건가요? 그 벌레들과 꺼지지 않는 불들이 없으면 곧 평온이지요. 평온. 평온하게 살고 싶어요.
 

케네스 렁 지음, 진현종 옮김, [예수, 선을 말하다], 지식의 숲

 

진리에 이르는 길에는 고분고분한 것이 전혀 없다. 흔히 알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참된 믿음은 안식처라기보다는 일종의 도전이다. 믿음을 갖는다는 것은 겁쟁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전사가 되는 것이다. -p.238

없어져야 할 것은 두려움과 희망의 종교이다. 진정한 믿음과 불안에서 비롯된 숭배는 결코 공존할 수 없다. -p.239

믿음은 신앙, 교리, 신조 또는 신학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믿음은 실존과 연관이 있지, 지성과는 연관이 없다. 솔직함, 수용력, 신뢰 그리고 사랑과 관계가 있지, 주장이나 논증과는 관계가 없다. 그것에는 가장 현저한 것으로 부드러움, 자유, 평범한 마법 그리고 용기 같은 선적인 요소가 다분히 들어 있다. -p.240

가짜 믿음의 확실한 징표는 호전적인 자세이다. 참된 믿음은 인생의 모든 양상에 대한 부드러움으로 특징지어지는 반면, 가짜 믿음은 고집불통, 편집증 그리고 '옳다'고 하는 필사적인 요구로 쉽사리 확인된다.

가짜 믿음은 근본적으로 변장한 편집증이기 때문에 폭력적으로 변하는 강력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 수많은 종교적 광신자들에게는 깊은 불안감이 있다.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그들은 마음의 평화를 위해 어떤 권위의 상징에 집착할 필요성을 느낀다.............그것은 자유롭게 해 주기보다는 가두고, 정돈하는 대신 가로막으며, 가르치기보다는 세뇌시킨다. -pp.250-251

진리를 많이 지니고 있다는 사람들이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나는 그들이 믿고 있는 것에 대한 그들의 진정을 결코 의심하지는 않는다. 다만 나는 그들에게 자각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 염려스러울 따름이다. -p.255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 있다.  -예수

종교는 절이나 수도원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의 마음 속에서 찾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어쩌면 종교를 구하기 위해서 언젠가 절이나 수도원을 헐어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    -달라이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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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6-04-21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라이라마님의 말씀이 스며듭니다.

혜덕화 2006-04-21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침묵이 길어져서 궁금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_()_

2006-04-21 1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누아 2006-04-21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 문득 믿음이 불안을 없애기 위한 붙잡아야 할 견고한 무엇이 아니라 불안을 받아들이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이 책에 그런 구절이 있네요.

혜덕화님, 그간에도 삼천배도 하시고, 성경과 경전공부도 하시고...늘 제게 본보기가 되십니다. 고맙습니다. _()()()_

속삭이신 님,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지요? 그래도 늘 새롭게 볼 수 있는 건 우리 자신의 능력 아닐까 싶습니다. 달라이라마와 거의 같은 경지에서 노니셨군요. 근데 제가 사용한 에고라는 말이 좀 걸리셨나 봐요.--;; 그리고 2인 포럼이 어떤 걸까요?

2006-04-23 1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4-23 2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4-25 19: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4-25 2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4-26 1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만, 내가 아니 생각하여도 될 일을 공연히 생각하고,

내가 안 들어도 좋을 일을 공연히 들으려 하고,

내가 안 보아도 좋을 일을 공연히 보려 하고,

내가 안 간섭하여도 좋을 일을 공연히 간섭하여,

이 일을 할 때에는 정신이 저 일로 가고

저 일을 할 때에는 정신이 이 일로 와서

부질없는 망상이 조금도 쉴 사이 없는 것이

비로소 공부인의 크게 꺼릴 바이라,

자기의 책임만 가지고 이 일을 살피고 저 일을 살피는 것은

비록 하루에 백 천만 건을 아울러 나간다 할지라도

일심 공부하는 데에는 하등의 방해가 없나니라.

                                                                        -대종경 수행품 17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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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3-13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옙!






근데, 잘 되려나..자신 없네요, 히잉~T^T

돌바람 2006-03-13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공부랑은 연이 없나봐요. 정 반대로 하고 있으니... 그러니 어지럽지, 속으로 쯪쯪 하고 그럽니다. 그래도 아침 문안 인사드려요. 똑똑!

2006-03-13 15: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누아 2006-03-13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님, 끙! 하지 않으시고 옙! 하시니 속이 시원합니다. 자신이야 있든 말든.^^
돌바람님, 저런 공부에 연이 없는 사람은 세상에 없어요. 특히나 돌바람님은 이름부터 공부해야 하는 숙명인걸요. 제가 공부 못하면 돌이누아 남아! 하듯이. 우리 남아서 나머지 공부할까요?^^ 참, 고향도 서울인가요?

니르바나 2006-03-13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열어도 일심 입닫아도 일심
나가서도 일심 들어와서도 일심^^

이누아 2006-03-14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느질하던 사람이 달이던 약을 잊고 다 태워버렸습니다. 그래서 선생에게 묻습니다. 내가 일념으로 바느질 하느라 약을 잊었습니다. 이럴 땐 어찌 해야 되겠습니까? 그 선생님의 대답이 바로 페이퍼 내용입니다. 백 천만 가지의 일을 하더라도 자기의 책임 안의 것을 아울러 보는 것은 일심 가운데 있는 것이지 한가지 한가지 일이 일심이라 다른 것을 돌아보지 못하는 건 아니라는 거지요. 제게는 시사하는 바가 많았습니다. 원불교 소개하는 작은 책자에서 가져온 겁니다. 니르바나님께 대답할 때도 일심으로!^^

2006-03-15 1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3-16 1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3-16 1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3-21 1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3-21 1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3-29 2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4-05 17: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4-14 1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4-18 15:3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