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눈을 뜨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삶을 바꾸려고 하지 말고 삶에 대한 태도를 바꾸어야 겠다 라는.
오늘 오후에 시내에 나갔다. ㅅㄱ 언니를 만났다. 밥 먹으러 가려고 식당을 향해 가는데 붕붕~ 고개를 돌리니 앗! ㅊㅎ 선배다! 반갑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했다.
너거들 밥 묵었나?
아뇨, 인자 밥 묵으러 갈라카는데요.
그라마 밀레오레 옆에 저~ ㅅㅅ반점에 와서 묵어라.
붕붕~ 우리를 남겨놓고 오토바이는 달린다. 우리도 따라 걸어본다. 오토바이 사라진다. 그래도 우리는 그 반점에 도착했다. 짬뽕밥 두 개를 시켰는데 군만두가 서비스다. 빽이 좋긴 좋다. 선배가 없을 때 돈을 내려고 갔더니 이미 계산을 끝냈다. 배달하러 나갈 때마다 나는 손을 흔들며
오빠야, 갔다 오이소.
하면서 짬뽕밥을 먹는다. 선배 역시 왔다 갔다 하며 ㅅㄱ언니에게
니 서양사반이었나?
아뇨, 아무 반도 아니었는데요.
아, 아이가.
근데 이누아 선배가? 와 언니라카노?
우리 동기 언니에요.
아..
그렇게 왔다갔다 하면서 한마디씩 할 수 있을 뿐이었다. 바쁜 점심시간이어서. [삶이 보이는 창] 잡지를 한 권 받았다. 거기에 선배가 쓴 글이 실려 있다. 글은 감상보다는 정말 철가방의 하루가 빼곡하게 적혀 있다. 사실, 선배가 저렇게 열심히 일하는 건 처음 본다.
언니야, 아마 여기가 저 선배가 일한 직장 중에 가장 오래 일하는 곳이지 싶다.
라는 말을 하면서 생각했다. 이제 선배는 연락처가 든 수첩을 버리지도 않고, 일자리를 자꾸 바꾸지도 않는다. 선배도 알아차린 것일까, 삶을 아무리 바꾸어도 바꾸어지지 않는 그 답답함에 대해서. 그래서 이제 삶의 태도를 바꾼 걸까. 난 2년 동안 마시지 않은 술을 마셨다. 반점에서 파는 작은 고량주를 사서 짬뽕밥과 함께 마셨다. 체할 것 같던 속이 확 뚫리는 것 같았다. 딱 두 잔. 그만큼이 딱 좋았다. 나오는 데 선배가
토요일날 9시 좀 넘으면 끝나는데 그때 대구 참반 아 들 불러서 술이나 한 잔 하자.
밤 9시요? 그냥 일요일이 낫겠는데요. 근데 나오면서 보니까 오전반, 오후반, 종일반 있던데 오빠야는 종일반이에요?
야가 무슨 소리하노? 직장이다, 직장!
선배는 2주에 한번 정도 일요일에 쉰다. 선배의 손은 두텁고 단단했다. 여기서 일하는 선배가 좋다. 그러나 행여 다른 사람들이 철가방이라고 무시하지나 않을까 싶기도 했다. 나와 ㅅㄱ 언니가 짬뽕밥을 먹던 그 2시는 선배가 그릇을 찾으러 간 때다. 배달하는 것보다 그릇 찾는 게 더 힘들다고 선배의 글에 적혀 있다. 선배가 힘든 시간, 맛나게 밥을 먹고는 배달음식 먹고나서 빈그릇도 잘 챙겨야지 생각했다. 무슨 일이나, 무엇이나 내 가까운 사람이 하는 일이라 여기면 이렇게 마음이 훈훈해지는 것을.
어쨌든 오늘 갑자기 길에서 흥겹고 즐거운 벗을 만난 느낌이다. 왈로야, 보고싶재? 누구 결혼식 없어도 함 보자. 오빠야의 연락처는 이누아의 손에 있다.^^
*참, [삶이 보이는 창]은 너 만날 일 있으면 가져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