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체크해 보았다. 괜찮았다.
나는 거의 3년을, 그중에 2년은 좀 심하게 아팠다. 왜 아픈지 알 수 없었지만 몸의 근육들이 두근거리고, 떨리고, 팔딱 뛰었다. 속이 메쓰겁고, 어지러웠다. 에어컨 바람을 쐬면 머리가 아팠다. 여름에도 긴 팔옷을 들고 다녔다. 2,3일에 한번씩 몸살이 났다. 괜찮은 날도 준몸살상태였다. 큰 병원을 찾아 건강검진을 했다. 체력이 많이 떨어졌으니 운동보다는 잘 먹고 푹 쉬라고 했다. 그외 오른쪽 청각에 약간의 이상이 있는 것 외에 별다른 사항은 없었다.
밖에 나가기가 힘이 들었다. 걸으면 숨이 찼다. 속이 좋지 않아서 가다가 쪼그리고 앉아 있기도 했다. 살이 빠졌다. 힘이 하나도 없었다. 제대로 이유를 알 수 없었고, 검사를 통해서도 드러나지 않았다. 한의원에서는 뭐라고 진단을 해주고 약을 줘서 먹었다. 먹을 때 좀 낫기도 했지만 다시 안 좋아지기도 했다.
결혼 전부터 그랬다. 결혼 후엔 신랑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신랑도 힘들어했다. 서울에서 살다가 대구에 내려와 적응도 되지 않고, 일도 버거웠던 모양이다. 신랑은 나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나 역시 그의 도움이 필요했다.
나는 견디기가 힘들었다. 뚜렷한 병명이 없는 탓에 스스로 게으른 사람으로 여겨졌고, 다른 사람들도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빈 껍데기만 있는 것 같았다. 우울해졌다. 자꾸만 우울해져서 두렵기까지 했다.
늦게 시작한 대학원 공부를 그만두기로 했다. 사흘 동안 교수님들이 꿈에 나타나서 공부를 계속하라고 하셨다. 그게 내 마음이었을까? 그러나 그만두었다. 2주에 한번씩 가던 시댁에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가자고 신랑에게 말했다. 나는 내가 신경쓰던 일들을 줄여가기 시작했다.
조금씩 나아졌지만 여전히 힘들었다. 몸이 조금 좋은 날은 나도 모르게 무리를 했다. 언제 안 좋아질지 모르니 좋을 때 할 일을 하기 위해서였다. 좀 움직인 다음날은 몹시 힘이 들었다. 그렇게 힘든 어느날, 어느 목사님의 설교를 들었다. 인터넷으로. 목사님은 문제가 있는데 그 문제에만 매달리면 암 걸려 죽지만 문제를 잊고 기도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다 금강경이 눈에 띄었다. 그 금강경 마지막 쪽에 기도하면 반드시 성취된다는 문구를 보고, 그날부터 매일 금강경을 읽었다. 무엇을 성취하겠다는 염원을 둔 것은 아니었다. 아프다는 문제를 문제로만 보면 볼수록 우울해지는 것 같아서 그냥 읽었다. 석 달 정도 읽었을 때 몸은 여전히 좋지 않았지만 우울은 사라져갔다.
그때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의 나 자신을 내가 얼마나 싫어했는지 확인했다. 무능한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왜 존재 자체로는 안 되는 걸까? 그것은 불가능한 것일까? 나 자신에게 그렇다면 무의식중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런 자세를 취하고 있지는 않는걸까? 몸을 비롯한 나를 둘러싼 것들과 존재 자체에 대해 생각했다. 아무 것도 아닌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내가 되고 싶었는데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나에게 내가 취한 태도는 적대적이었다. 무엇보다 나에게 부드러워지고, 너그러워지기로 했다. 그리고 내 존재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했다. 차차 나아져 갔다. 몸도 마음도.
내 문제는 몸이 아니라 마음이었던 모양이었다. 지금에서 돌아보면,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 상황에서 생긴 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매일 기도하고, 요즘은 인삼가루를 먹는다. 인삼가루의 효과는 대단해서 에어컨을 쐬도 아무렇지도 않다.
지난 산철결제 때도 자주 몸이 좋지 않아 선방에 매일 나갈 수는 없었는데 저번 달부터는 아무래도 뭔가 다르다. 이번 하안거 결제중에는 매일 선방에 나가는데도-그것도 버스를 타고!- 전처럼 근육들이 난리를 치지 않는다. 이틀 정도 심하게 아프긴 했지만 예전에 비하면 한 달에 한번 아픈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리고 이번 달엔 그렇게 아픈 적이 아직은 없다. 그리고 오늘 체크해 보니 건강한 보통사람처럼 나온다. 나를 위해 기도해준 가족들과 친구들, 끊임없이 약을 먹여준 신랑, 수행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느끼도록 도와주신 스님들과 도반들...생각해보면 나의 기도나 운동만으로 좋아진 것은 아니다. 고마울 따름이다.
항상 신랑이 말하기를, 좀 좋아질 때 특별히 조심하라고 했다. 지금이 그때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올해가 지나기 전에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아주 건강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만 같다.
건강이 아니더라도 문제가 있는 사람은 문제만 생각하면 문제아가 되기 쉽상이니, 욕심을 접고, 자기를 잊고 기도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