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노운
디디에 반 코뵐라르트 지음, 권수연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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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존주의 철학의 영향 때문일까? 프랑스 소설에서 종종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고민하는 등장인물을 만나곤 한다. 얼마 전에 읽은 공쿠르상 수상작인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에서도 주인공은 자신이 누군지에 대한 기억을 잃고 자신을 찾기 위한 추적을 시작한다. 『언노운』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사고로 72시간 동안 코마에 빠진 뒤 깨어난 주인공. 모든 기억을 잃지 않은 듯하지만, 정작 병원 문을 나서고 보니 그의 자리에 자신과 똑같은 추억과 똑같은 기억을 가진 남자가 존재하고 있다. 낯선 땅에서 자신의 신분을 확인해주는 사람도, 신분증 같은 서류상의 증거물도 전혀 남아 있지 않은 상황. 이런 상황 속에서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밝혀내기 위한,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한 추적을 시작한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출간된 『언노운』. 영화를 먼저볼까, 원작 소설을 먼저 볼까 고민하다가 반전을 알고 봐도 재미있을 것이라는 알 수 없는 확신에 이끌려 원작을 먼저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영화와 원작 모두를 보고 난 뒤의 결론은 영화와 원작 모두 각각의 매력이 있다는 것. 일단 기본적인 이야기 구조(코마에 빠진 뒤 깨어난 주인공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는 같지만, 영화와 원작을 가르는 요소는 '액션'과 '음모'다. 소설에서의 반전은 문자 그대로 반전으로 존재한다. 주인공 마틴 해리스의 자기 증명과도 같은 독백과 자신의 전공 분야인 식물학적 지식에 대한 기억이 주를 차지해 영화보다는 훨씬 주인공 내면에서 일어나는 내밀한 이야기를 다룬다. 그가 느끼는 혼란, 자신을 증명할 것이 없어 느끼는 절망이 영화의 원작인 『언노운』 속에는 가득하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원작에는 거의 없었던 액션이 끼어든다. "사라진 72시간 액션을 재구성하라"라는 영화 포스터 속의 카피처럼 영화 속 마틴 해리스는 소설 속 이미지보다는 강하다. 자신의 기억에 없는 행동, 예를 들면 피아노 연주 같은 행동을 통해 자신의 정체를 의심하는 소설 속 마틴 해리스와 달리, 영화 속에서는 누군가 그에게 진실을 이야기해줄 때까지는 그는 각성하지 못한다. 하지만 세부적인 사항에는 차이가 있어도, 액션과 음모가 가미되어 좀더 자극적이고, 좀더 화려하게 단장했다 해도 기본적으로 『언노운』이 제시하는 것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이다. 누구도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주지 않고, 자신을 증명할 어떤 방법도 남아 있지 않은 상황. 무엇이 나를 나로 만들어주는 것인지, 무엇이 나를 나라고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전 세계 동시 개봉을 택했다는 말처럼 『언노운』의 매력은 반전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원작을 읽고 영화를 보면서 곳곳에 깔린 복선이 눈에 들어와 더 재미가 더해졌다. 덤으로 원작과 영화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아직 영화를 접하지 않은 이라면 두 작품을 비교해서 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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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꼬박꼬박 관심신간 정리해야지, 라고 다짐한 게 엊그제 같은데, 마지막으로 관심신간 페이퍼 올린 게 11월.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온 관심신간을 다 쓸 기력은 없고;; 그냥 새로운 마음으로 2월 넷째주 관심서적 소개.  

     
 






2월 개봉 영화 중 가장 눈에 띄었던 <언노운>의 원작 소설. 200페이지 분량의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이라 영화 보기에 앞서 원작을 먼저 읽었다. 영화가 음모와 액션에 중심이 놓이는 듯한 느낌이라면 원작은 자신의 존재라는 실존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듯. 영화도, 소설도 반전을 알고 봐도 재미있는 작품. (원작을 읽고 반전을 알고 가니 되려 복선이 눈에 띄어서 영화가 재미있었다.)

 
     
     
 








 밀실 살인 게임 두번째 이야기. <벚꽃-> 이후로 잠잠하다가 작년에 갑자기 우후죽순 나오면서 돌풍을 일으킨 우타노 쇼고. 우타노 쇼고의 다른 작품은 거의 다 읽었는데 <밀실살인게임>은 아직 읽지 않아 기대가 된다. 1편에 대한 스포일러가 들어 있다고 하니 우선 1권부터 읽어야 할 듯.

 
     
     
 

 





 

이전에 이미 두 차례 출간된 적 있는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가 새 모습으로 출간됐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역사를 다룬 책으로 기록문학의 걸작으로 꼽히며, 영화로도 만들어진 바 있다. 절판된 상태라 아쉬웠는데 새 모습으로 나오니 반갑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이야기를 다룬 고전 중의 고전.

 
     
     
 








꾸준히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 주영하의 새 책 <맛있는 세계사>. 빵, 국수, 초콜릿, 피자, 햄버거 등 우리와 익숙한 열 가지 음식을 통해 세계의 역사를 읽어내려간다. 먹기 위해 일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그만큼 우리 생활과 밀접한 음식문화. 음식문화를 통해 역사를 읽어가는 작업은 독특하지는 않아도 흥미롭다.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전쟁이 요리한 음식의 역사>도 함께 읽으면 재미있을 듯.

 
     
     
 



흔히 연예인이 내는 책이라면 에세이나 화보집 정도의 책이 많은데 독특하게도 이윤석이 '웃음'에 대한 책을 썼다. 개그맨이라는 직업적 이점도 있지만 그간 박사 연예인이라는 지적인 이미지에도 잘 어울리는 듯한 책. 왜 웃음은 전염이 될까, 왜 방청객은 여자가 많을까 등 웃음의 방법이 아닌 웃음 자체에 초점을 맞춰 가는 방식이 결코 가볍지만은 않을 듯. 다양한 사례를 통해 재미있게 웃음을 읽어갈 수 있을 듯하다.

 
     
     
  그 외에 관심 가는 책들.
 
     
     
 

페이퍼를 다시 쓸까 하다가, 그냥 덧붙이기. ㅎ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을 읽고 홀딱 반해 다음 권을 기다리다가 일단 구판으로 읽었던 밀레니엄 시리즈의 2권이 출간되었습니다. 문신으로 볼 때 사진 속 인물은 리스베트로 추정됩니다만 제 상상 속의 리스베트는 이런 모습이 아니야, 라는 것은 뭐 부질 없는 말.(사실 저 표지 속 여자가 거식증에 걸린 것처럼 보일 정도로 깡마르지는 않았지 말입니다.) 두번째 이야기에서는 리스베트의 인생을 바꾼 '모든 악'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집니다. 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 개인을 다뤘다면 2부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에서는 조직과의 대결이 그려집니다. 좀더 스케일이 커지고, 좀더 등장인물에 대해 살이 붙는 밀레니엄 두번째 이야기! 구판에 대한 리뷰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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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1-02-22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를 운디드나에 묻어주오> 장바구니에 담아 갑니다. 너무 슬플까봐 걱정이 좀 되네요.<톰아저씨의 오두막>도 나왔군요.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이매지 2011-02-22 23:02   좋아요 0 | URL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는 읽으면서 화도 날 것 같고, 슬플 것도 같아 걱정이예요. 그러고 보니 저는 그동안 <톰 아저씨의 오두막>의 작가가 누군지 잘 몰랐던..^^; 이번에 새삼 알게 되었어요 ㅎ

가넷 2011-02-25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는 예전에 나왔을때 사둔 것을 아직도 못 읽고 있네요. 고1때 였던가 사두었으니까 거의 10년에 가까워 지네요;;; 읽지도 않았는데 누렇게 변색되어 가고 있더군요. 아마 몇번 읽으려고 했는데, 너무 착잡한 느낌이 있어서 못 읽었던 것 같기도 하고...

대구집에 있을텐데... 다음에 가게 되면 찾아서 읽어야 겠네요.

이매지 2011-02-25 18:42   좋아요 0 | URL
꽤 오래전에 사셨군요! ㅎㅎ 저도 나중에 절판되서 헌책방에서 살까 했었는데, 이렇게 새 모습으로 나오니까 반갑네요 ㅎㅎㅎ
 
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
야마구치 마사야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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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봐도 범인의 정체를 알 수 없는 상황. 이런 상황 속에서 가끔은 답답한 나머지 피해자가 범인이 누구인지 알려줬으면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정작 그런 상황이 발행하면 어떻게 될까? 사실 이 책에 대한 소개를 처음 봤을 때만 해도 살아 있는 시체, 다시 말해 좀비가 나오는 이야기라는 사실에 어딘가 오싹하다거나, 찝찝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있었다. 표지에 이끌려 구입은 했지만, 그런 근거 없는 판단 때문에 꽤 오랫동안 책장에 '꽂아만' 두고 부채감만 안고 있었다. 그러다 뭐 적당히 읽을 게 없을까 하고 책장을 둘러보다 오랫만에(?) 눈에 들어와 읽고는 땅을 치며 후회했다. 이 책을 이제사 읽다니! 맙소사!

  일단 독특하게도 이 책은 일본 작가가 쓴 책이지만, 배경 및 주요 등장인물이 미국인으로 설정되어 있다. (물론, 주인공인 그린은 반쯤 일본인의 피가 섞인 인물이지만) <살아있는 시체의 죽음> 속 가족은 장의업을 가업으로 삼고 있는 누구보다 죽음에 가까운 이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정작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TV 속에서 죽음을 접하고, 매일같이 죽은 사람을 단장하고, 조금이라도 더 이윤을 남기기 위해 장례식장 경영에 대해 고민을 하며 죽음을 바라보기는 하지만, 그 누구도 정작 자신의 죽음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평범한(?) 사람들 가운데 여기, 죽었음에도 살아서 움직이고, 심지어는 자신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나서는 인물이 있으니 바로 이 책의 주인공 그린이다. 펑크족이라는 이점을 이용해 점점 혈색을 잃어가고 부패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화장으로 감추고, 친족 사이에 벌어지는 죽음의 흔적을 추적하는 그린. 그리고 그 추적 가운데 숱한 살아 있는 시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삶과 죽음을 가르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이 이들을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인가. 

  누가 살아 있는 것인지, 누가 죽은 것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은 상황. 이런 혼동스러운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읽어가다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천천히 죽음을 향해간다. 매일 수십 개의 머리카락이 빠지고, 세포는 점점 줄어가며 그렇게 소멸해가지만 우리는 우리가 살아 있음을 너무나 당연스레 받아들인다. 이 책은 바로 그렇게 우리가 당연시해온 삶과 죽음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배경 및 설정 자체는 서양의 것이지만, 이 점에서 윤회사상 같은 동양의 죽음관이 슬쩍 드러난다.  

  일본 작가가 쓴 책이지만 미국적인 내용과 미국적인 유머 때문인지 여느 일본 추리소설처럼 술술 넘어가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은 놀랄만큼 유머러스하고, 삶과 죽음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고 있다. 얼핏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은 두 개의 요소를 작가는 처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솜씨 좋게 버무려나간다. 비논리적이고, 비현실적인 설정. 하지만 묘하게 납득해버리고 마는 비논리 속의 논리. 이것이 어쩌면 삶 속의 죽음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특한 설정만큼 독특한 이야기. 다소 호불호가 갈릴 것 같은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데뷔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꼼꼼한 이야기 솜씨에 감탄했다. 두뇌 게임을 원하는 정통파 추리소설 독자나 가볍게 술술 읽을 일본 추리소설 애호가에게는 아쉬움이 남을지도 모르겠지만, 좀비 소설에 대한 편견 없이 한바탕 소동을 즐긴다는 마음으로 읽어간다면 분명 어느샌가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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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해 다짐을 이것저것 해봤지만, 어느새 유야무야. 심지어 가장 지키기 쉬운 꼬박꼬박 리뷰 쓰기는 두 개나 밀렸다. 리뷰를 쓰러 왔다가 오랫만에 생존신고(?) 한 번해보기. 아무도 댓글도 안 달아주면 어쩌나(!) 싶은 마음도 슬몃 드는데... 으음...

2. 
1월 첫 주에 한 1달 치 혼을 빼놔서 그런지 올해는 쓱쓱 잘도 지나가는 느낌. 작년부터 잡아온 원고들을 이제는 내보내려 용쓰고 있는 요즘. 표지도 본문도 이래저래 일이 꼬여버려 원래 출간하려고 했던 가을을 훌쩍 넘긴(마음 같아서는 이왕 이렇게 낸 거 올 가을에 내죠! 하고 싶지만 그거슨 모두에게 특히 선생님께 민폐) 책 한 권과 나쓰메 소세키의 문학론에 대한 책 한 권. 두 권의 출산이 코앞이다. 이래저래 선보이고 싶은 원고가 많아 자꾸 마음만 앞서는 듯. 하나씩 하나씩 제대로 마무리해서 선보여야 하겠다는 다짐중.  

3.
일주일 동안 폭풍 야근을 했더니 주말이 이리 기쁠 수가! 주말이다!! (이 한마디를 쓰려고 이렇게 중언부언.)

4.
예전에는 책을 한 권씩 다 읽고 넘어갔는데 요즘은 돌려막기 독서중. 이 책 읽었다 저 책 읽었다.








가끔 한 번씩 들춰보는 <굴라쉬 브런치>. 한때 알라딘 서재에서 인기였는데 혼자 뒷북질중.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을 읽으려다가 <1984> 다시 읽기. 지하철에서 출퇴근할 때 읽는 중인데, 역시 다시 봐도 섬뜩하다. 작년에 <리딩으로 리드하라>를 읽으며 고전을 읽어야겠다고 결심하고 산 <논어>. 잠들기 전에 읽곤 하는데, 아무래도 원문 필사라도 하면서 읽어야 할 것 같다. 그 외에 읽고 있는 <쓰면서도 헷갈리는 우리말 오류사전>과 <문장기술>.


덧)
막간을 이용해 홍보 한 토막. 아시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지만, 요즘 네이버 카페에서 인문학 삼인방(정민, 안대회, 정병설) 선생님의 연재가 진행중입니다. 다산과 그의 제자 황상의 이야기를 통해 '삶을 바꾼 만남'을 이야기해주시는 정민 선생님, <한중록>을 꼼꼼히 읽으며 그 시대와 문화, 그리고 그 속의 '권력과 인간'에 대해 이야기해주시는 정병설 선생님, 24개의 시학을 통해 '궁극의 시학'에 대해 이야기하시는 안대회 선생님까지. 읽으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멋진 강의가 이어집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 구경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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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달 2011-02-19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완전 직장인이 되셨군요. :)

이매지 2011-02-19 00:12   좋아요 0 | URL
그러고 보니 다음달이면 딱 2년이군요 ㅎㅎ
미미달님, 오랫만이에요! 와락!

Kitty 2011-02-19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이다!!!!!!!!!!! 너무 좋아서 잠을 못자고 있어요~~
매지님도 해피주말~~

이매지 2011-02-19 09:03   좋아요 0 | URL
키티님도 폭풍 업무 ㅠㅠㅠㅠ
아, 내일은 돈부리라도 가야할까봐요 ㅋㅋㅋㅋ

마노아 2011-02-19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콤한 주말이에요! 한숨 돌리고 피곤도 좀 푸셔요!!

이매지 2011-02-19 09:04   좋아요 0 | URL
아침부터 밥 먹으라는 성화에 힘입어(?) 일어났습니다 ㅠㅠ
아, 더 자고 싶었는데. 꺼이꺼이. ㅎㅎㅎ

순오기 2011-02-19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존신고 반가운데요~ ^^
리뷰 쓰기도 나도 잘 안해서리~ ㅠㅠ
그래도 빡센 야근 끝내고 행복한 주말 보내셔요~ ^^

이매지 2011-02-19 09:05   좋아요 0 | URL
생존신고했더니 즐찾 하나가 빠졌네요 ㅋㅋㅋㅋㅋ
올해 들어서 야근한 날이 야근 안 한 날보다 많은 것 같아요 ㅠㅠ
리뷰는....이제 써야죠 ㅠ

세실 2011-02-19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일 추진이 안됨에도 불구하고 야근은 안한다 주의...
주말근무때 일하려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는 이렇게 알라딘 기웃거리고 있습니다.
이게 뭥미^*^
매지님 반가워요~~~ 2권의 책이 나온다니 기대됩니다.
편안한 주말 되세요~~~

이매지 2011-02-19 12:46   좋아요 0 | URL
제가 만든 책이 세실님 도서관에도 들어가야 할 텐데 말이죠 ㅎㅎㅎ
저는 요즘 어차피 늦는 거 맛난 저녁이라도 먹자, 하고
저녁 먹는 재미(?)로 삽니다 ㅋㅋ
세실님도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ㅁ<

stella.K 2011-02-19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돌려막기!
저도 그래요. 안 그럴려고 용 쓰는 중이어요.ㅋㅋ

이매지 2011-02-19 12:47   좋아요 0 | URL
뭐라도 하나 끝내야 하는데 계속 밍기적밍기적 ㅎㅎ
이번 주말에는 밀린 리뷰도 쓰고, 돌려막기하는 책도 좀 쳐내야겠어요 ㅎㅎ

L.SHIN 2011-02-19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바쁜 와중에도 항상 많은 책을 읽는 것을 보면 정말 대단하지 뭡니까,매지님.^^

이매지 2011-02-19 22:53   좋아요 0 | URL
많은 책은 아니고, 그냥 오며가며 출퇴근 시간에 읽은 거밖에 없어요~
확실히 예전보다는 읽는 책이 줄어든 ㅠㅠ
 
1984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
조지 오웰 지음, 김기혁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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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평화
자유는 굴종
무식은 힘-11쪽

그가 '빅 브라더 타도'라고 썼든 쓰지 않았든 달라질 것은 없었다. 그가 일기를 계속 써나가든 포기해버리든 달라질 것은 없었다. 사상경찰은 그를 똑같이 취급할 것이다. 그는 이미 다른 모든 죄를 포괄하는 본질적인 죄를 범했다. 그가 종이에 쓰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는 여전히 죄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그런 것을 '사상죄'라고 물렀다. 사상죄는 영원히 감춰질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 잠시 동안, 혹은 몇 년간은 어떻게 용케 은폐가 가능할지 모르지만, 조만간 반드시 발각되고 마는 것이었다.
그것은 언제나 밤에 일어났다. 체포는 예외 없이 밤에 행해졌다. 잠을 깨우는 갑작스러운 흔듦, 어깨를 휘어잡고 뒤흔드는 우악한 손, 눈에 갖다 대는 번쩍이는 불빛, 침대를 삥 둘러싼 험악한 얼굴들. 대부분의 경우 재판도, 체포 보고서도 없었다. 사람들은 항상 밤중에 그대로 사라지고 말았다. 성명은 호적에서 빠져버리고 그에 관한 모든 기록은 깨끗이 없어진다. 그가 한때 살았었다는 사실도 부인되고 그다음에는 잊히고 만다. 그는 폐기, 멸종되고 만다. 그것을 보통 증발되었다고 말했다.
-28~9쪽

오늘날에는 아이들 거의가 무서운 존재였다. 무엇보다도 가장 악랄한 것은 스파이단과 같은 그런 조직체의 힘에 의해 아이들이 제도적으로, 어떻게 다루어볼 수 없는 작은 야만인으로 바뀌는 것이며, 더구나 당의 규율에 반발하는 성향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반발은커녕 그들은 당과 당에 관계되는 모든 것을 찬양했다. 군가, 행진, 깃발, 등산, 모의총 훈련과 당의 강령 복창 및 빅 브라더 숭배 따위는 모두 그들에게는 영광스러운 놀이였다. 아이들의 잔인성은 모두 외부로 향해서 국가의 적들에게, 외국인과 반역자들에게, 태업을 일삼는 분자들과 사상범들에게 쏠렸다. 서른이 넘은 부모들이 제가 낳은 자식들이 무서워 떠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는데, 도청하여 고자질하는 학생-흔히 '소년 영웅'이라는 말을 썼다-이 어떤 위태로운 이야기 대목을 엿듣고는 저희 부모를 사상경찰에 밀고했다는 기사가 <타임스>에 실리지 않는 주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35쪽

우리의 가장 무서운 적은 바로 우리 자신의 신경 조직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어떤 순간에든 자기 자신 속에 있는 긴장이 자칫하면 밖으로 드러나게 마련이었다. 2, 3주 전에 거리에서 지나쳤던 남자가 생각났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남자로, 당원 같았고 서른다섯 내지 마흔쯤 되어 보였으며, 키는 늘씬한 데다 말랐고 작은 가방을 들고 있었다. 불과 몇 미터쯤 떨어져 있었을 때 그 남자의 왼쪽 뺨이 별안간 경련 같은 것으로 일그러졌다. 두 사람이 서로 지나치는 순간에도 다시 그 현상이 일어났다. 카메라 셔터가 찰칵하는 것처럼 빠르게 씰룩거리고 떨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 남자의 습관임이 분명했다. 윈스턴은 당시에, 저 가련한 친구 볼장 다 봤군, 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났다. 더구나 무서운 사실은 그런 일이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는 사실이었다. 무엇보다 제일 위험한 것은 잠꼬대였다. 그것은 그가 아는 한은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것이었다. -83쪽

그는 전에도 여러 번 생각했던 것처럼 자기가 미친 건 아닌지 의아해했다. 어쩌면 정신병자는 그저 소수에 불과할는지도 몰랐다. 옛날에는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고 믿는 것이 미쳤다는 증거가 되었다. 그러나 오늘에 와서는 과거는 바꿀 수 없다고 믿는 사람이 미친놈 취급을 당했다. 그는 자기 혼자 그런 신념을 가지고 있고, 혼자인 까닭에 미친놈이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자신이 미쳤다는 생각은 그다지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정말 무서운 것은 그 자신 역시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102쪽

그러나 부의 전반적인 증가가-진정 어떤 의미에서는 그 자체가 파괴인데-계급사회를 파괴시킬 위협이 된다는 사실 역시 분명하다. 모든 사람의 약간의 노동력만으로도 먹을 것이 충분하고 욕실과 냉장고가 있는 집에 살고, 승용차와 비행기까지 가질 수 있는 세상에 살게 된다면 불평등의 가장 뚜렷하고 어쩌면 가장 중요한 형태는 없어지고 말 것이다. 일단 부를 모두가 누리게 되면 차별이 없어진다. 사유(私有)와 사치라는 의미의 '부'가 공평히 분배되고, 그 반면 '권력'은 소수 특권 계급이 장악하게 되는 사회를 의심의 여지 없이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사회는 실질적으로 오래 안정 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이 똑같은 시간적 여유와 경제적 안정을 향유하게 된다면, 빈곤으로 인해 멍텅구리가 되는 것이 정상적이어야 할 수많은 대중이 유식해지고, 제 나름대로 사색하는 것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소수의 특권층은 조만간 자신들의 특권적 기능을 빼앗기게 될 것을 깨닫고, 그들을 쓸어 없애버리려고 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볼 때 계급사회는 오직 빈곤과 무지를 기반으로 할 때 가능한 것이다. -233쪽

상층계급의 목표는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중간계급의 목표는 상층게급의 위치로 올라가는 것이다. 하층계급의 목표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면-너무나 고달픈 일에 짓눌리므로 하층계급의 특성이란 일상생활 외에는 어떠한 것도 그다지 의식하지 않는 것이니까-모든 차별을 없애고 모든 사람이 평등한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전 역사를 통해 그 주된 요점이 똑같은 투쟁이 끊임없이 반복해 일어난다. 오랜 세월 상층계급은 안전하게 권력을 손에 쥔 듯하나, 조만간 그들 자신에 대한 신념 혹은 효율적인 통치 능력, 혹은 그 둘 모두를 잃게 될 시기가 반드시 온다. 그 후 중간계급은 상층계급을 전복시킨다. 그들은 자유와 정의를 위해 투쟁한다고 가장하고 하층계급을 자기네 곁으로 끌어들인다. 그리고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무섭게 하층계급을 옛날의 노예 신분으로 전락시키고 스스로가 상층계급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당장 새로운 중간계급이 어느 한 계층이나 두 계층 모두에서 갈라져 나오고 다시 투쟁이 시작된다. 이 세 계층 중에서 하층계급만이 일시적으로라도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다.-246~7쪽

오세아니아 사회는 궁극적으로 빅 브라더는 전지전능하고 당은 완전무결하다는 신념 아래 놓여 있다. 그러나 실제로 빅 브라더는 전능하지 않고 당에는 결함이 없지 않기 때문에 일을 처리하는 데는 끊임없이 그때그때의 임시변통이 필요한 것이다. 여기에 열쇠가 되는 '흑백'이라는 말이 있다. 수많은 신어와 마찬가지로 이 낱말 또한 두 개의 반대 개념을 가지고 있다. 반대편에게 적용할 때는 명백한 사실인데도 흑을 백이라고 뻔뻔스럽게 주장하는 버릇을 의미한다. 당원에게 적용할 때는 당이 요구하는 대로 흑을 백이라고 말할 수 있는 충성심을 뜻한다. 그러나 그것은 또한 흑을 백이라고 '믿는' 능력을 말하며, 나아가서는 흑을 백으로 '알고' 전에 반대로 믿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능력을 뜻하는 것이다. 이것은 끊임없는 과거의 변조를 요구하며 사실상 나머지 모든 것을 포함하는, 신어로 '이중사고'라고 알려진 사고체계에 의해 가능하게 된다. -258쪽

그는 아직 궁극적인 비밀을 알아내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어떻게'는 이해했지만 '왜'는 이해하지 못했다. 1장도 3장처럼 모르는 사실을 가르쳐준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가 이미 습득한 지식을 체계화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읽고 나자 자신이 미치지 않았다는 것은 전보다 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소수파에 속했다고 해서, 심지어 한 사람만 있는 소수파라고 해도 미친 것은 아니다. 세상에는 진실과 진실이 아닌 것이 있는 법이며, 온 세상에 대항해서라도 진실에 달라붙어 있다면 그것은 미친 짓이 아니다. 떨어지는 태양의 노란 빛줄기가 창문을 통해 비껴 들어와 베개를 비추고 있었다. -2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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