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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제1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9월
평점 :
절판
96년 제 1회 문학동네 신인작가상을 수상했던 작품인 이 책은 다른 사람의 자살을 도와주는 주인공, 뭐 굳이 직업명을 붙이자면 자살보조업자쯤되는 사람과 그의 고객이었던 여자들, 그리고 그 여자들의 주변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최근들어 부쩍 알려진 작가인 클림트의 유디트와 같았던 여자가 등장하고, 책의 표지는 다비드의 마라의 죽음이라는 그림이었고, 책의 마지막은 사르다나팔의 죽음이라는 그림으로 마무리 된다. 얼핏 이 사실만 보기에 진주귀고리소녀처럼 그림을 보고 그 주인공에 대해 지어낸 이야기인가 싶지만, 이 책은 그저 그의 개인적인 취향을 그림을 통해 보여줬을뿐, 그림을 통한 허구는 아니었다.
이 책 속에는 자살을 권하는 사람과 그로 인해서 자살을 하고자하게 된 사람이 등장한다. 자신의 욕망에 휩싸인 사람과 자신의 욕망을 두려워하여 그것을 피하려는 사람도 등장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그들은 그들 자신을 파괴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자살을 한다고 해도 현실과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글쎄... 이 책의 마지막에 나오는 '왜 멀리 떠나가도 변하는 게 없을까, 인생이란.'이라는 말처럼 죽음을 선택한다고 하여도 그리 변하는 것은 없지 않을까?
내가 읽은 김영하의 다른 소설들보다는 좀 덜 날카롭고, 좀 덜 냉소적이긴 하지만, 이 책도 다른 책들처럼 굉장히 술술 읽혀나갔다. 김영하는 독자가 어떻게 하면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가를 잘 파악하고 있고, 그래서 독자가 쉽사리 자신의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게 만드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군더더기가 붙어있지 않고, 빠르게 진행되는 이야기들을 읽어갈 때면, 그에게 점점 매료되어 감을 느낀다. 얼마전 모 인터넷 사이트에서 앞으로 문단계를 이끌어갈 인물로 김훈과 더불어 뽑히기도 했던 김영하. 다음에는 어떤 작품으로 매료시켜줄 것인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사실 김훈보다 김영하쪽이 더 매력적이다. 적어도 내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