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지 히토나리의 편지
쓰지 히토나리 지음, 김훈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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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지나 엽서에는 스피드만을 요구하는 요즘의 시대 감각과는 정반대인 평온함과 그리운 손길도 있다. 편지에는 이제부터 마음을 전하겠다는 무게가 전해지며, 편지 봉투를 뜯는 사람은 다소의 차이가 있어도 오로지 자신에게만 전달된 그 특별한 우편물에 얼마간의 기대와 흥분을 느낄 수 있다. -8쪽

편지란 사람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은 존재이다. -12쪽

그것이 어떤 기회였던, 만나기만 하면 그건 멋진 첫 출발이 됩니다. -21쪽

사람이란 너무 행복하면 그 행복의 의미를 잃기 쉬운 법. 행복이란 게 뭔지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무심코 인생을 업신여길 때, 거기에는 보이지 않는 함정이 입을 벌리고 있다. 감사할 수 있는 것, 이건 틀림없이 행복하다는 증거이다. 만약 죽기 직전에 고마운 마음을 가슴에 채우고 떠날 수 있다면, 그보다 멋진 마지막은 없을 것이다. -65~6쪽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에 묶이지 않고-66쪽

-나카라이 히사미 님
나는 당신이 싫어요. 당신도 내가 싫은가요?
당신은 나를 변화시키고 싶지 않나요?
나는 당신을 변화시키고 싶어요.
지금이 변화시킬 기회인지도 모르겠어요.
나는 당신이 좋아요. 당신도 내가 좋은가요?

          -나카라이 히사미 -102쪽

편지에는 마법의 힘이 숨어 있어 제대로 그 힘을 활용할 수만 있다면, 마음은 몇 배나 아름답게 미화되어 상대에게 전해진다. 느낌이 좋은 연애편지라면 받은 쪽은 보내는 이의 이미지를 좋은 쪽으로 키워갈 수 있을 것이고, 또 보내는 사람이 자신의 용모에 자신이 없다 할지라도 상대는 이를 좋은 쪽으로 오해해 줄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그 안에 멋진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그 무언가를 글로 제대로 표현할 수 있다면 러브레터는 괴로운 마음을 대변하는 가장 듬직한 원군이 된다. -118~9쪽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맞는 단 하나의 열쇠가 필요하다. 이것이 연애편지의 철칙이다. -122쪽

마음에는 경계라는 게 있어서 사람들은 그곳을 들어갔다 나왔다 그리고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고 생각해. 난 마음의 국경을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했고 아직도 여행을 하고 있어. 마음의 경계란 복잡하고 다양한 지형을 그리고 있어. 내가 어느 날, 집에 돌아가지 않고 여행을 떠난 건, 좀 특별한 지형을 한 마음의 풍경에 발을 디뎠기 때문이야. 그 여행은 대단히 힘들었지만, 그래도 내 나름대로 성장할 수 있었어.-175쪽

편지는 완전한 수제품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편지를 받으면 기쁘다.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나에게만 보내진 메시지. 그것을 우체통에서 발견했을 때, 사람들은 작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을 받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우편 집배원을 통해 멀리서 배달된다는 것이 기쁘고, 거기에는 우체통이라는 것이 존재해, 그 작은 상자를 여는 기쁨까지도 딸려 온다. -20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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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지 히토나리의 편지
쓰지 히토나리 지음, 김훈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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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제목만 봤을 때는 사실 이 책의 소재가 '편지'라는 것만 알 수 있었지 무슨 얘기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차례를 보니, 편지를 쓰는 것에 대한 방법을 알려주는 책인가 싶어지기도 하고, 편지를 매개로 벌어지는 연애담인가 싶어지기도 하고, 여튼 궁금한 마음만 더해져서 결국엔 재빨리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직업이 소설가인데, 부업으로 시작한 편지를 대필하는 일이 오히려 승승장구하게 되고...이 책은 그가 편지를 대필해 준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편지로 구성되어 있다. (때로는 사연은 생략되고 편지만 실려있기도 한다.)

 짝사랑하는 소녀에게 조심스레 사랑을 고백하는 편지에서부터, 자기가 차버린 남자에게 다시 돌아와 달라는 편지, 어린 시절 자식을 버리고 다른 남자와 결혼한 엄마가 그녀의 아들의 결혼을 축하해주는 편지, 죽음을 앞두고 있는 할머니에게 손자의 죽음을 알릴 수 없어 손자를 가장하고 쓰는 편지 등등 이 책 속에는 아기자기한 이야기들이 담겨있고 때로는 감동을 때로는 풋풋함을 느끼게 해준다.

 언제든 필요한 일이 있으면 핸드폰으로 문자나 전화를 할 수 있고, 이메일을 통해서 연락을 할 수 있으니, 사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 편지는 거의 쓸 일이 거의 없다. 그 때문에 우편함에 쌓이는 것은 온통 고지서, 광고물들뿐이다. 하지만, 우편함을 열었을 때, 그리운 사람에게서 받는 편지 한 통. 손으로 정성껏 써 내려간 그 편지는 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할 것이다.

 사실, 나같은 경우에는 남자친구가 군대에 가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는 편지를 많이 쓰는 편(원래도 편지를 쓰는 걸 좋아하긴 했지만.)이다. 매 번 편지를 쓸 때마다 편지지를 앞에 두고 무슨 얘기를 적을까 고민하고, 편지를 써내려가는 과정, 그리고 조심스레 봉투에 넣고, 우표를 붙여 우체통에 넣는 그 순간까지 편지는 그것을 쓰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분이 좋게 해준다. 그리고 가끔씩 우편함에 넣어진 녀석의 편지를 접하면 대체 무슨 얘기를 썼을까 하고 기대하게 된다(사실 뜯어보면 맨날 무슨 말을 써야할지 통 모르겠다는 편지이지만.)

 이러한 일련의 경험(편지를 쓰기위해 머리를 짜내고, 편지를 받고 기뻐하는 것)을 해 본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서는 책상 서랍을 열어 편지지 한 장을 꺼내, 그리운 사람에 편지를 쓰고 싶어질 것 같다. 때로는 느리게 살아가는 것도 삶에 있어서 하나의 즐거움이 되는 것 같다.

 

+그러고보니 지난 번에 읽었던 <사랑을 주세요>에서도 편지를 매개로 하는 내용이 나왔던 것이 기억이 나기도... 그리고 책 속에는 츠지 히토나리가 한국의 독자에게 보내는 메모(?)도 끼워져 있어서 그의 깜짝 편지도 만나볼 수 있을 듯. (공지영과 함께 소설을 연재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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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테라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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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표지에서부터 '무슨 이리 안 어울리는 동물의 조합인가' 싶었고, 제목을 보고선 '카스테라? 먹는 그 카스테라?'라는 생각을 하면서 박민규의 첫 소설집을 넘기기 시작했다. 차례를 쓱 보니 이거 또한 가관이다. <카스테라>,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몰라 몰라, 개복치라니>, <아, 하세요 펠리컨>, <야구르트 아줌마>, <코리언 스텐더즈>, <대왕오징어의 기습>, <헤드락>, <갑을고시원 체류기>라니. 이거 제목만 봐서는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 궁금해 궁금해.'라는 생각으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 박민규의 이야기에 그렇게 또 다시 빠져들었다.

 박민규의 소설은 일단 재미 있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을 읽노라면 마치 무슨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이 정신이 없어진다. 엄밀히 말하자면 혼을 쏙 빼놓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나도 모르게 작가가 하는 말투에 감염되어버리고 말아버린다. 아. 몰라 몰라.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현실적으로는 좀 뭐랄까 삼류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정도로 규정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우주적으로 (박민규도 이 책에서 계속 우주적 운운한다.)볼 때, 이들의 모습은 독특하다. 지구를 자세히 보려면 지구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말처럼 이들도 한 발자국 물러서서 보면 그저 독특한 개성을 가진 하나의 인격체인 것이다. 그러한 인물들이 겪는 일들은 황당무계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요란한 소음을 내는 냉장고때문에 냉장의 세계를 알게된 사람이 그 냉장고에 소중하거나 해악인 것을 넣어버리는 일(카스테라)라던지, 무슨 CF의 멘트처럼 어느 날 우연히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대왕 오징어를 만났다는 이야기(대왕오징어의 습격)나, 헐크 호건에게 헤드락을 당한 사람의 이야기(헤드락)등과 같은 일들은 실로 황당무계하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웃어 넘기기에는 너무 서글픈이야기도 함께 있다. 다리도 제대로 펼 수 없는 고시원에서 방귀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조심조심 살아가는 생활기(갑을 고시원 체류기)나, 집안을 살리기 위해서 푸시맨으로 일하는 학생이 아침마다 아버지를 밀어야 하는 상황에 처하는 이야기(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73번이나 회사에 원서를 냈다가 퇴짜를 맞고 공무원 시험이나 준비해야지 하고 오리배가 있는 놀이동산에서 일하는 이가 겪는 이야기(아, 하세요 펠리컨), 한 달이 넘게 변비에 고생하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야구르트 아줌마) 등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내게 때로는 잔잔한 즐거움을 , 때로는 서글픔을 , 때로는 눈물이 날만큼 웃음을 선사해주었다.

 박민규의 문체가 독특하거가 말거나. 난 이제 시장에 가서 카스테라나 하나 사서 먹어야겠다.



 고마워, 과연 박민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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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5-07-04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님 서재에서는 님의 나이가 안느껴져요. 너무하신거 아니에욧!!

이매지 2005-07-04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제가 너무 숙성해버렸다는 것입니까?
혹은 아직 철이 안 들었다는 것인가 -ㅅ-a
 
한여름 밤의 꿈 - Shakespeare's Complete Works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윤기.이다희 옮김 / 달궁 / 2005년 6월
품절


진실한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늘 그렇게 좌절해 왔다면 그것은 운명의 법칙입니다. 그렇다면 시련 속에서 인내를 배워야지요. 사랑에는 늘 고통이 따른다고 하니, 사념이니, 꿈이니, 한숨이니, 소망이니, 눈물이니 하는 것들은 사랑의 동반자들이겠군요. -45~6쪽

사랑은 아무리 하찮고 천하고 더러운 것이라도 아름답고 기품 있게 만드는 것. 날개 달린 에로스를 그릴 때 눈을 가린 모습을 그리는 것도 이 때문인가. 더구나 사랑하는 마음에는 분별도 없다. 날개가 달려 있고 눈은 가려져 있으니, 천방지축 물불 안 가릴 수밖에. 그래서 사랑의 신 에로스를 어린아이라고 하는가 보다. 어린아이는 종종 엉뚱한 것에 속아서 선택을 하니까. -50쪽

그대가 날 끌어당기지 않았어요? 아, 무정한 지남철 같은 사람. 하지만 그대가 끌어당기는 것은 쇠붙이가 아닙니다. 강철 같이 진실한 저의 일편단심이랍니다. 끌어당기는 힘을 버리세요. 그러면 끌려가는 힘도 없어지겠지요. -72쪽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나 미치광이들은 머릿속이 복잡하고 뒤숭숭해서 그런지 냉정한 이성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것들을 상상해 내고는 하지요. 미치광이들과 사랑에 빠진 사람들, 그리고 시인들은 그렇게 상상해 낸 세계에서 산답니다. 이 세상에는 드넓은 지옥을 꽉 채우고도 남을 만큼 많은 악마를 만나는 사람들이 있지요. 이 사람들이 바로 미치광이들이에요. 마찬가지로 정신나간 사람들이 사랑에 빠진 사람들인데, 이들은 새까만 집시의 얼굴에서 트로이아 헬레네의 아름다움을 보아내지요. -155쪽

연극이란 아무리 훌륭해도 인생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아요. 시시껄렁한 것도 배우들의 상상력이 제대로 풀어지면 꽤 볼만하게 되는 법이지요. -1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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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꿈 - Shakespeare's Complete Works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윤기.이다희 옮김 / 달궁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셰익스피어의 대표적인 희곡 작품인 이 작품은 네 남녀의 사랑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여기에 테세우스와 히폴뤼타의 사랑이야기, 그리고 그 외에 가지가지 이야기가 나타나고 있다. 하룻 밤 동안에 한 방울의 마법 꽃즙 때문에 등장인물들이 겪는 웃지 못할 헤프닝, 사랑과 미움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내용, 그리고 간간이 등장하는 언어유희, 날품팔이꾼들의 희화화된 비극적인 연극담등의 곁가지적 이야기에, 결국은 모두에게 해피엔딩!이라는 부담없는 결말. 이 모든 게 가볍고 즐겁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던 작품이다.

 이윤기가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테세우스와 히폴뤼타 등의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설명을 해준 것은 책을 읽는데 조금은 도움이 되어주는 듯하다. 그리고 책의 중간중간에 실려 있는 삽화도 지루하지 않게 책을 읽어갈 수 있게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인간적으로 책 값이 너무 비싼거 아닌가하는 생각은 여전하다. 200페이지가 채 안되는 책이 만원이라니 양장이기도 하고, 칼라판이기도 하지만, 조금만 더 저렴한 가격으로 만날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주제에 말이 많다! )

 보아하니 다음 작품은 <로미오와 줄리엣>같은데, 언제쯤 나오려나. <햄릿>이나 <리어왕>, <오셀로>와 같은 작품들도 어서 나왔으면 좋겠다. (왠만하면 책 값 좀 내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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