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선한 이미지의 박해일, 찍는 영화마다 평범치 않은 배역만 골라맞는 강혜정. 그들이 만난 영화 <연애의 목적>은 역시 평범치 않은 영화였다. 학교 선생인 유림과 그보다 1살 많은 교생 홍. 유림은 애인도 있으면서 홍에게 시도때도 없이 찝쩍거린다. 미친놈 아니야? 싶기도 하다가 귀엽군 싶기도 하고, 여튼 유림의 모습은 과도하다고 할 수 있을만큼 솔직하다. 한편 홍은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하지만 점점 더 유림에게 마음을 여는 모습을 보인다.

 이 영화를 보면서 한 번쯤 생각해보게 되는 문제는 바로 이 영화의 제목과 관련되는 '연애의 목적은 무엇이냐?'라는 점이다. 대체 연애의 목적이 섹스인지, 아니면 사랑인지에 대해서 이 영화는 참 설득력없게 보여주고 있다. 대체 왜 다시는 사랑을 않겠다는 홍은 유림과 사랑에 빠지게 된단 말인가. 그저 홍은 몇 번 튕겨보는 정도이고, 결국엔 "세상에 섹스 싫어하는 사람도 있냐"라는 말을 하기에까지 이른다. 그리곤 자신이 살겠다고 유림을 바닥까지 끌어내려놓고는 다시 만나러 가기까지 한다. 아니 뭐가 이렇단 말인가.

 간단히 말하면, 이 영화는 재미는 있다. 그리고 언어를 통해 은근하게 보여주는 것까지도 괜찮았다고 본다. (다 보여주는 것보다는 살짝씩 보여주는게 더 감칠맛나지 않는가.) 하지만 머리로 이해하기엔 부족한 영화이다. 좀 더 탄탄한 영화를 만들려고 했으면 뒤에 둘이 다시 재회하는 모습을 빼는 편이 나았을 것 같다. (물론, 그 장면에서의 강혜정의 모습이 가장 예쁜 것 같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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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는 다소는 지루할 수 있다. 일상의 쳇바퀴 속을 하염없이 돌고 도는 우체국 여직원 정혜의 일상을 다르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 영화는 매일 등기 우편물의 무게를 재고, 우편물을 분류하는 것과 같은 기계적이기도 한 일을 반복하고, 집에서 혼자 홈쇼핑을 보고, 키우고 있는 식물에 물을 주고, 그렇게 조용히 살아가는 정혜의 이야기이다. 정혜가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문득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들. 그게 이 영화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정혜는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법이 없고, 대사도 정말 몇 마디 안 된다. 하지만 대사가 없이도 영상으로 보여지는 그녀의 행동으로 그녀의 심경변화를 느낄 수 있다.

 매일 아침 시끄럽게 울리는 자명종 소리, 동료들과의 맥주 한 잔, 혼자서 먹는 밥, 잠들 때도 켜놓은 티비. 그것은 어쩌면 정혜 한 사람의 일상에만 규정되는 것은 아니리라. 그리고 상처를 갖고, 이제는 그 상처를 조금씩 치유해가려고 하는 과정(그 방법이 극단적이던, 그렇지 않던간에.)을 느낄 수 있기에 정혜가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조용하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가진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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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7-12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게 영국영화의 미학이라고 하던데... 90년대 초반의 우리나라 영화들은 늘 한꺼번에 너무 많은 얘기들을 하려고 하거나 극단에 치우치는 줄거리가 불만스러웠었는데. 그런 전형적인 한국 드라마 혹은 멜로 영화의 틀을 처음으로 깬 영화는 "접속"이었다고들 하지요? 그러고 보면 지금의 여자, 정혜까지 먼길을 왔네요. 저는 외국에 살아서 이달에 한국가면 꼭 보려고 벼르고 있지요.

마늘빵 2005-07-12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소 지루하지만 일상의 캣취하는 이런 영화가 좋아요.

이매지 2005-07-12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치님: 전 우연히 인터넷 영화 사이트 이용권이 생겨서 봤어요^-^ 영국영화는 거의 본 게 없어서 낯선 느낌. ^-^ 이달에 한국 오시는군요. 오시거든 한 번 보시고 말씀해주세요^-^

아프락사스님: 다소 지루하긴 했지만 김지수가 새삼 연기를 괜찮게 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더 많이 들었던.

살수검객 2005-07-12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대종상에서 여자신인상 탈줄 알았는데,,그 결과가 좀 황당했죠..여자 정혜의 연기를 보면서 김지수의 역량을 다시금 느꼈는데 말이죠..

이매지 2005-07-12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이예요 - 저도 보면서 참 어이가 없어했었던.
 
망량의 상자 - 하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 여름, 우연히 <우부메의 여름>이라는 추리소설을 읽고, '정말 여름에 읽기엔 좋은 책이구나.'하며 혼자 뿌듯해했던 기억이 있다. 그 때문에 올해 <우부메의 여름>의 작가인 교고쿠 나츠히코의 <망량의 상자>가 출간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읽어야지하고 잔뜩 벼르고만 있었다. 그리고 읽기 시작했지만, 일단 분량부터 이 전에 읽었던 <우부메의 여름>의 족히 2배는 되는 지라, 책을 보면서 언제 다 읽나 한숨만 푹푹 내쉬었는데, 상권은 좀 오래 걸린 편이지만, 하권은 정말 순식간에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하권이 좀 더 얇다는 이유도 한 몫 했을지도.)

 이 책 속에는 총 4개의 사건(가나코 살해 미수사건, 가나코 유괴미수사건, 가나코 유괴 및 스자키 살인사건, 불특정 연쇄토막살해사건)이 등장하고,(교고쿠도가 사건의 진상을 밝힐 때에는 사건은 5개가 되지만 이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을 듯 하여 생략.) 각각의 사건은 전혀 개연성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독립된 사건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하나씩 하나씩 얽혀들어가 마침내 톱니바퀴처럼 돌아간다. (하지만 그 각각은 여전히 각각으로 존재하고 있다.) 마치 사건은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것인가 싶을 정도로 묘하게 맞아들어가고, 그러한 이야기의 전반에 걸쳐서 '망량'과 '상자'가 등장한다. 더불어 작가의 특징이기도 한 요괴 이야기도 빠지지 않고 불쑥불쑥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요컨대 묘하게 섬뜩한 느낌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래서는 책 속에서 교고쿠도가 몇 번이나 말하듯이, 뒷.맛.이. 좋.지. 않.다.

 이번에도 교고쿠도의 기나긴 이야기(궤변인가.)는 보는 이에게 긴장감을 고조시켜주었고 또 마지막에 가서는 '아아. 그랬던 것이로군!'이라고 하며 무릎을 치게 했다. 책의 두께에 대한 부담이 나름대로 상당했지만, (내심 판형을 더 크게 했으면 페이지의 압박은 없었을텐데 싶기도.) 어찌되었건 두번째로 만난 쿄고쿠 나츠히코의 이야기 역시 잘 읽었다. 묘하게 섬뜩한 느낌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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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달 2005-07-11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우부메의 여름'이 저에겐 좀 어려웠어요. +_+ ;
 


이 곳의 오랜 회원이긴 하지만 좀 송구스럽기도 합니다. 미리 양해는 드렸지만 게시판 성격에 맞지 않으면 운영자분께서 잘 조치해주시기 바랍니다.

'옥문도' 출간 소식과 표지 시안을 소개하려 합니다;

이미지로 확인할 수 있는 시안은 90% 정도로 세세한 부분을 조정하고 확정됐습니다. 표제의 어두운 글씨는 은박을 덧입힐 것이기에 참작해 주시기 바라구요.

'옥문도'는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중 최고작뿐 아니라 일본 추리소설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작품입니다. 긴다이치 코스케는 소년 탐정 김전일의 할아버지로 설정돼 있는 바로 그 탐정이죠. 제가 편집일을 하기 전부터 꼭 보고 싶었던 작품이기도 하구요. 기획 자체는 2년 가량 된 것 같지만 비로소 빛을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이 작품은 1947년 작으로 긴다이치 코스케의 두 번째 사건입니다. '옥문도'라는 섬을 배경으로 한 연속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죠. 각각의 살인사건에 적용된 트릭뿐 아니라 전체적인 소설의 구조 자체도 칭찬할만 하다고 생각됩니다.

몇몇 추리소설을 기획했지만 편집 경력이 미천하여 부족함이 많습니다. 솔직히 두렵기도 합니다. 어쩔 수 없는 홍보글이지만 잘 팔리는 것에 앞서 가치있는 작품을 소개하고 싶다는 마음은 항상 가지고 있습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__)

+오랜만에 싸이월드 화요추리클럽에 들어갔더니, 이런 글이 올라와 있었다.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도 참 보고 싶었는데 나온다니 기쁘기 그지없는.
근데 왜 두번째 책이 나오는 것일꼬.
괜히 모스경감 시리즈가 생각이 나는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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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7-08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가요^^
 
라파엘로의 유혹
이언 피어스 지음, 송신화 옮김 / 서해문집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이 전에 읽었던 이언 피어스의 작품인 <핑거포스트 1663>을 워낙 재미있게 읽었던지라, 이 책도 주저없이 덥썩 집어들게 되었다. 그리고 역시나 기대했던만큼 재미있었다.

 이야기는 라파엘로의 미공개 그림이 아래에 감추어져있다고 생각되는 작품을 젊은 미술사학도 아가일이 찾아낸다. 그는 그것을 직접 확인하고자 로마에 왔으나, 벌써 번스라는 중개상이 가져간 뒤였다. 그리고 작품은 경매에 붙여져 어마어마한 가격에 로마의 박물관이 가지게 되고, 그러던 중 그림이 홀랑 타버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뒤이어 박물관에서 일하던 페라로가 살해당한다. 그림을 불태운 사람, 페라로를 살해한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이런 미스터리를 아가일과 이탈리아 미술품 절도반의 플라비아와 보탄도가 풀어나간다.

 이 책 속에는 미술가의 뒷 얘기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가득 실려있다. 미술품에 투기를 하는 사람, 작품을 모방해서 그리는 화가, 위조품을 가려내는 감정가, 그리고 박물관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세력다툼 등등. 하나의 그림을 놓고 벌어지는 온갖 지저분한 일들이란.

 이런 류의 소설이 대개 그렇듯이 이 책도 사실 여부에 있어서 굉장히 헷갈리게 했다. 정말로 라파엘로의 그림이 존재했다는 것인지 아닌 건지. 책에 앞에는 라파엘로의 그림이 실려져있고, 책의 뒤에는 책에서 나온 화가들의 작품이 실려있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책에서 나온 화가들의 작품의 경우에는 그 페이지에 적절하게 소개해주는 편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책을 다 읽고 보고서는 대체 어디 나왔던 사람인지 기억이 안났으니..

 이 책은 이언 피어스 자신이 미술사를 전공해서 그런지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외에 다른 미술사 미스터리 시리즈가 출간될 예정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작품도 기대가 된다. 그리고 더불어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세 주인공(아가일, 플라비아, 보탄도)이 모두 매력적이어서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도 좋겠다 싶었다. 그지 어렵지 않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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