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특공대 - The A-Team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자고로 오락 영화라면 이 정도는 되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젊은 작가의 첫 장편의 대 성공. 내가 작가였다면 성공은 둘째치고 황석영, 성석제 같은 문단 선배들의 추천사만으로도 몸둘 바를 몰랐을 것 같다는 생각도 슬몃 들었던 <두근두근 내 인생>. 예상 외의 큰 성공 때문인지 이 소설의 작품성은 요즘 한국문학계의 가장 뜨거운 감자가 아닐까 싶다. 차세대 한국문학의 희망이라는 의견과 '청춘만화' '재치문답'이라는 다양한 견해가 팽팽하게 대립한다. 딱히 김애란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지만 어쩐지 싸이월드 스킨 같은 소녀감성 표지에 마음이 가지 않아 미뤄오다가 결국 등 떠밀리는 심정으로 <두근두근 내 인생>을 만나게 되었다.

  열일곱. 누군가는 불장난에 아이를 낳고, 누군가는 나이보다 몸이 빨리 늙어 죽어간다. 같은 열일곱 살을 다른 방식으로 보낸 이들, 바로 아름이네 가족이다. 열일곱에 아이를 가져 우여곡절 끝에 결혼생활을 시작해 몸도 마음도 고되지만 행복한 시절을 보낸 것도 잠시. 어린 아름이는 조로증이라는 희귀병에 걸려 순식간에 부모보다 더 늙어버린다. 열일곱의 나이에 여든의 몸을 가진 아름이는 집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을 그 나름대로 살아간다. 그러던 중, 아름이는 병원비 마련을 위해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투병중인 또 다른 소녀와 첫사랑에 빠져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단 한 번의 찬란한 여름을 보낸다.

  <두근두근 내 인생>의 주된 소재인 조로증은 일단 호기심은 끈다. 열일곱이지만 외모도 신체 기능도 팔십 대 노인과 별 차이가 없는, 딱히 원인도 치료법도 알 수 없이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는 병. 아름이는 이렇게 죽음과 맞닿은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상대방의 반응에 일희일비하며 첫사랑에 두근거리고, 부모 몰래 일을 꾸미는 등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에게서 만날 수 있는 풋풋함도 갖고 있다. 불장난 같은 사랑으로 열일곱 시절을 보낸 아빠 엄마의 이야기와 그저 오가는 편지로 마음을 전하는 아름이의 첫사랑이 오버랩되면서 누가 이 아이의 평범한 삶을 빼앗아갔는가 하며 이야기의 비극성은 극대화된다. 김애란은 이런 비일상적인 상황에 놓인 주인공을 통해 비극 속에서 행복을,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아 이야기가 신파로 흐르는 것을 막는다. 죽음이 지척에 있지만 그럼에도 웃기는 놈이 되고 싶어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불합리한 삶을 긍정하는 힘도 잃지 않는다. 하지만 이야기는 거기서 끝이다.

  페이지는 술술 넘어가 그리 어렵지 않게 이야기의 결말부까지 다다르지만,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는 이상하게도 아무 감흥이 남지 않는다. 장편이라면 조금 더 인물의 내면을 치밀하게 그려도 좋았을 것 같은데, 조금 더 이야기를 끈끈하게 이어갔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책을 놓는 순간 단편보다는 분량이 좀 많은 단편을 읽은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독특한 소재를 끌어왔지만, 이야기의 전개 자체는 어디까지나 예상가능한 범위 안에서 이뤄져 식상한 느낌마저 들었다. 소재의 신선함, 그리고 아포리즘으로 이뤄진 '잘 만들어진'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 실망스러웠다. 아직 젊은 작가니 앞으로 이어질 장편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에서 아쉬움을 털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적과 흑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7
스탕달 지음, 이규식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장바구니담기


그녀의 교육은 고통으로 이루어졌다. 이런 종류의 괴로움을 친구인 데르빌 부인에게조차 이야기할 수 없을 만큼 자존심이 강한 그녀는 남자란 모두 자기 남편이나 발르노 씨, 샤르코 드 모지롱 군수와 같다고 상상했다. 상스러움, 돈이나 지위, 훈장 등의 이해관계가 아닌 모든 것에 대한 노골적인 무감각, 자기들이 반대하는 모든 추론에 대한 맹목적인 증오가 그녀에게는 장화를 신거나 펠트 모자를 쓰는 것처럼 남자에게 자연스러운 일로 보였다. -62쪽

돈 있는 자들이란 다 그렇지 뭐. 모욕을 주고서 그런 다음에는 우스꽝스러운 짓을 하면서 모든 걸 보상할 수 있다고 믿는단 말이야!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66쪽

무엇을 나쁘게 생각하기에는 부인은 너무 행복했다. 고지식하고 순진한 성품을 타고난 이 착한 시골 부인은 새로운 감정이나 불행의 기미에 조금이라도 민감해지려고 마음을 썩인 적이 전혀 없었다. 쥘리앵이 오기 전까지 파리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착한 주부의 운명인 어마어마한 집안 살림에 골몰하던 레날 부인은 사랑의 열정이라는 것을 그저 복권을 생각하듯 분명한 속임수이며 어리석은 자들만 좇는 행복으로 알아왔다. -78쪽

쥘리앵은 커다란 바위 위에 서서 8월의 태양으로 이글거리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바위 아래 풀밭에서 매미들이 울어젖혔고, 그 소리가 멎을 때면 주위의 모든 것이 고요했다. 그는 발 아래의 넓은 땅을 굽어보았다. 그의 머리 위 큰 바위에서 날아오른 새매 한 마리가 때때로 소리 없이 거대한 원을 그리며 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쥘리앵의 시선은 기계적으로 그 맹금의 뒤를 좇았다. 새의 유유하고 힘찬 동작에 탄복했다. 그는 그 힘이 부러웠고 그 고독이 부러웠다.
그것이 나폴레옹의 운명이었다. 언제 그것이 쥘리앵 자신의 운명이 될 것인가? -10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인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무리 읽어도 질리지 않는 미미 여사의 에도 이야기, 그 아홉번째다. 지난 번에 읽었던 『하루살이』가 각각의 이야기가 마치 하나의 장편처럼 연결된 연작 단편이긴 했지만 분량이 짧아 다소 아쉬웠는데, 이번 작품 『미인』은 두툼한 장편이라 이야기를 긴 호흡으로 따라갈 수 있어서 좋았다. 장편을 좋아하는 개인적인 취향 때문일지 몰라도 미미 여사의 작품 또한 단편보다는 장편이 더 힘이 느껴져서 좋다. 원제가 '텐구 카제(천구 바람)'인『미인』을 읽기 전에는 제목이 무슨 의미일까 갸웃하게 된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아아' 하고 『미인』이라는 제목에 수긍하게 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름다워지기를 바라고, 아름다운 여인을 부러워하는 여인네의 마음은 같았던 걸까. 『미인』은 바로 그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마음을 나눈 남자와 결혼을 앞둔 한 처녀가 갑자기 사라진다. 처녀의 아버지는 핏빛의 붉은 노을과 거센 바람이 불어닥쳐 딸을 데려갔다고, 자신의 딸이 '가미카쿠시'를 당했다고 주장하지만 비현실적인 이야기였기에 되려 그가 딸을 죽인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받는다. 결국 그는 자살을 선택한다. 그 무렵 다른 가게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다. 하지만 두번째 실종사건에는 몸값을 요구하는 협박장이 날아든다. 첫번째 사건 이후 조사를 시작한 오하쓰는 오빠 로쿠조를 도와 돈을 몸값을 지불하러 가고, 그곳에서 거센 바람과 함께 관음보살을 빼닮은 요물을 만난다.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게 된 오하쓰는 우쿄노스케와 함께 조사를 시작하고, 또 한 명의 조력자 꼬마 고양이 데쓰를 만나게 된다. 제각각의 능력을 가진 세 주인공. 과연 요물의 정체를 밝혀낼 수, 사라진 처녀들을 구해낼 수 있을까. 

  이 책의 소재인 '가미카쿠시'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온 바로 그것이다. 이 세상이 아닌 다른 곳으로 사람이 사라져버리는 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는 가미카쿠시가 재미있게 그려졌다면 『미인』에서는 좀 더 절박하게 그려진다. 요물에게 조금씩 기운을 빼앗기는 처녀들을 죽기 전에 구해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에 대한 미야베 미유키의 답이기도 하다. 다른 누군가의 아름다움을 질투하고, 아름다움을 손에 넣지 못한 마음이 낳은 망념. 하지만 누가 이 여인에게 손가락질을 할 수 있을까. 아름다움이 하나의 권력이 되어버린 사회 속에서 과연 더 아름답고 싶은 마음이 비뚤어져 요물이 되어버린 천구가 조금은 불쌍하게 느껴졌다.

  미야베 미유키의 초능력 쪽의 이야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미인』은 그 정도가 심하지 않아서 그런지, 아니면 아예 말하는 고양이까지 나오는 판국이니 어느 정도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읽어서인지 그리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 (가미카쿠시도 한몫을 한 듯) 오하쓰와 데쓰가 아웅다웅하는 모습이라던가 오하쓰와 우쿄노스케 사이의 미묘한 핑크빛 기류 등 책의 주된 줄기보다 부수적인 잔재미가 쏠쏠했던 작품.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스피 2011-08-19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매지님 리뷰를 읽어보니 급 책이 땡기는데용^^

이매지 2011-08-19 23:04   좋아요 0 | URL
제 리뷰에 잘 호응(?)해주시는 카스피님 ㅎㅎ
 
까마귀의 엄지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0
미치오 슈스케 지음, 유은정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 온다 리쿠 등으로 인기몰이를 시작해 다양한 작가군으로 이어져온 일본 소설계에서 최근 돋보이는 작가는 단연 미치오 슈스케가 아닐까 싶다. 나오키상 수상작인 『달과 게』를 비롯해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외눈박이 원숭이』 『솔로몬의 개』 등 제법 많은 작품이 소개됐다. 다양한 작품이 나온 터라 첫 만남으로는 어떤 책이 좋을까 고민하다가 처음 보기에는 『용의 손은 붉게 물들고』가 무난하다는 추천을 받아 얼마 전 처음 미치오 슈스케를 만났다. 다소 어두운 분위기의 이야기였지만 나쁘지 않네, 하고 좀 더 알아볼 마음이 들었던 차에 『까마귀의 엄지』를 만났다. "사기는 신사의 범죄다"라는 띠지 문구만 봐도 『용의 손은 붉게 물들고』와 전혀 다른 분위기의 이야기라는 것이 느껴졌기에 더 기대감을 안고 읽어나갔다.

  사채 때문에 가족도 잃고 인생이 꼬여버린 중년의 두 남자, 다케자와와 데쓰. 생김새도 삶과 전혀 다른 두 사람이지만 '사기'라는 기술 하나만 가지고 세상을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소소한 사기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두 사람 앞에 소매치기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소녀 마히로가 나타난다. 꾼은 꾼을 알아본다고 했던가. 다케자와와 데쓰는 자기들처럼 남을 속이는 것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마히로에게 마음이 움직이고, 살고 있는 곳에서 쫓겨나게 된 마히로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는다. 하지만 마히로는 자신의 언니 야히로와 언니의 애인 간타로라는 덤까지 데리고 다케자와의 집에 들어온다. 나이도, 개성도, 생김새도 다른 다섯 사람이지만 그럭저럭 한 지붕 아래서 평온한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이런 평화도 잠시. 7년 전 다케자와가 와해시킨 사채 조직의 추적과 위협은 날로 심해진다. 그저 상대의 공격을 피해 도망다니기에 바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없다는 생각에 다섯 사람은 결연히 자신들의 기술을 이용해 상대방에게 일대 반격을 하기 위해 '앨버트로스 작전'을 계획한다.   

  '사채' 때문에 인생이 말린 주인공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얼핏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 같은 사회파 미스터리로 흘러가지 않을까 싶었는데, 어디까지는 이는 주인공들을 하나로 묶는 소재로 등장할 뿐 전형적인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라고 할 정도로 이 책은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그동안 사채업자들의 괴롭힘에 피하기만 한 주인공이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사채업자들에게 복수를 계획한다. 소매치기, 열쇠공, 마술사, 미녀 등 따로 행동했다면 감히 어깨 형님들에게 덤비지 못했을 이들이 하나로 뭉쳐 저마다의 장기를 살려 일대 사기극을 벌인다는 내용은 한 편의 익살극을 보는 듯한 재미를 준다. 하지만 이야기가 단순히 앨버트로스 작전의 수행으로만 끝났다면 『까마귀의 엄지』는 고만고만한 사기극으로 끝났을지 모른다. 앞의 사기극은 마지막 한 방을 위한 소극(笑劇)이라고 할 정도로 마지막 반전이 이 책의 압권이다.

  우타노 쇼고는 이 책을 두고 "일급 엔터테인먼트"라고 평했다고 하는데, 그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마치 눈 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인물, 박진감 넘치는 전개, 그리고 반전. 뭐 하나 뒤지지 않는 일급 엔터테인먼트 소설! 미치오 슈스케에 대해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작가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미치오 슈스케를 잘 모르는 독자는 물론이거니와 기존에 그의 작품에 거부감을 느꼈던 독자라도 빠져들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과연 다음 번에는 어떤 모습으로 만나게 될지. 팔색조 같은 미치오 슈스케의 또 다른 변신이 기대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구름이 2011-08-17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을 읽고 욕을 하면서 책을 집어던지시든지, 감탄하시면 되겠습니다.

이매지 2011-08-17 22:34   좋아요 0 | URL
해바라기가 가장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인 것 같더라구요. ㅎㅎ
조만간 집어 던지든 감탄하든 해야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