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보석 - An Inspector Morse Mystery 3
콜린 덱스터 지음, 장정선.이경아 옮김 / 해문출판사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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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의 제목처럼 이 책은 사라진 보석인 '울버코트 텅'이라는 보석의 실종에 관한 이야기이다. 영국 에쉬몰리언 박물관에 기증되기로 했던 중세의 보물인 이 보석은 돈 좀 있다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로 이루어진 미국인으로 구성된 단체 관광객과 함께 영국에 온다. 하지만 보석을 박물관에 전달하기로 보석 주인이 자연사한다. 이제 보석만 찾으면 될터인데... 보석 절도에는 별반 관심없는 모스는 그 시시한 사건을 루이스에게 떠넘기지만, 뒤이어 살인사건이 일어나 그 또한 이 사건에 관여하게 된다.

  전혀 알지 못하는 단체 관광객들. 그들 사이에서 드러나는 과거의 관계나 드러나 있지 않았던 애정관계들을 지켜보는 것을 흥미로웠다. 미국과 영국 사이의 그 미묘한 감정의 관계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웠고, 어떻게 보면 다소 복잡한 (보석이 사라지고 사람은 넷이나 죽는다. 더 죽었었나?! )이야기인 것도 같지만 모스는 그 복잡한 진실을 마치 십자말 풀이를 하는 것처럼 풀어간다. 중의적인 답이 나올 수 있는 십자말풀이를 하는 것처럼 그도 처음에는 이리 헛디디고 저리 헛디디지만 결국에는 루이스의 사건과 관계없는 한 마디로 그의 머리는 팽팽 돌아가고 결국에는 십자말 풀이를 완성까지 한다. 역시 모스 경감은 똑똑하구먼.

   모스 경감은 여전히 여러 여자의 마음을 휘어잡아서 그는 왜 맨날 사랑받기만 하는가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는 만만찮은 여자를 만난 덕분인지 모스 경감가 질투하는 모습을 보게 되서 왠지 신선한 기분이 들었다.

   다른 시리즈보다 조금은 더 유쾌하고, 조금은 더 복잡하고, 그렇지만 결말에서는 마음이 아픈. 그런 이야기였다. 이 시리즈는 읽을수록 점점 더 옥스퍼드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니 아아. 이걸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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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9-29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외면일기
미셸 투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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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외면의 의미에 대해서 처음에는 어떤 사물을 받아들이지 않고 배척한다는 식의 외면인가? 라고 생각했었다. 사실 겉으로 나타나는 모양인 외면을 일기로 쓴다는 것은 뭔가 이상해보였고, 그 때문에 자연스럽게 난 이 책이 작가가 싫어하는 대상에 대해서 쓰고 있는 것이라고 혼자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책을 넘겨보니 이 책은 그런 이야기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내가 설마 그거겠어?라고 생각했던 내면의 반대인 외면의 일기를 해주고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건을 직접 겪기도 하고, 듣기도 하고, 보기도 한다. 그러한 일련의 외면적인 일들을 일기처럼 쓰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책 <외면일기>다.

  사실 미셸 투르니에가 프랑스 문학의 거장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의 작품은 전혀 읽어본 적이 없길래 그가 문학적으로 어떤 역량을 지닌 작가인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니 짤막한 일기들 속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움이나 유머가 제법이네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하기사 이 책을 지은 그의 나이는 나보다 몇 배는 많으니 그동안의 경험의 축적이나 사상의 깊이, 혹은 확실하게 세워진 그 자신의 세계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죽음에 대해서 '이제 80에서 멀어지고 있구먼.'이라며 기뻐하는 모습이라던지, 담담하게 죽음을 받아들이려는 노력, 그러면서도 끝에 실린 역자와의 인터뷰에서는 다리가 아파서 직접 현장에 가보지 못해서 소설을 못 쓰고 있다는 푸념들은 아마 노인만이 가질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뭔가 세상을 초월한 듯한 느낌. 하지만 그러면서도 세상과 맞닿아 있는 느낌이었다.

   사실 거장의 이야기를 접할 때는 조금 겁이 나기도 한다. 혹, 내가 그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할까봐. 혹은 너무 어려운 말들로 나를 힘들게 할까봐.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짧은 글을 통해서 키득거리기도 하고 진지하게 고민해보기도 하고, 그냥 신문을 보듯이 사건에 대해서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그저 읽고 넘어가기도 하면서 재미있게 책을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잡아서 술술 넘기는 것이 미덕은 아닌 책이었다. 1월부터 12월까지 나눠진 챕터에 실린 짧은 이야기들을 조금씩 맛보면서 즐기는 것이 더 좋은 것 같다. 그 때문에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심지어 다른 책들과 바람을 피우기까지 했다. (혹, 그가 기분을 나빠할지라도 난 이 책을 아끼면서 보고 싶었을 뿐이다.)

  책의 제목과 관련된 외적일기에 대한 이야기에서 그는 각자의 정신상태를 나타내는 내면의 일기가 아니라 그 반대로 사람들, 동물들, 사물들 같은 외적인 세계 쪽으로 눈을 돌린 일기를 써보라고, 그러면 날이 갈수록 글을 더 잘, 그리고 쉽게 쓸 수 있을 것이라는 그의 말에 나도 그럼 외면일기를 좀 써봐?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면서 문득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수업시간의 풍경을 그대로 글로 옮겨보라고 한 교수님의 말씀이 떠오르기도 했다.

  짧지만 흥미로운 일상의 기록. 나도 미셸 투르니에의 외면의 세계 속으로 빠져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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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랄라 하우스
김영하 지음 / 마음산책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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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하라는 작가는 그 활동영역이 꽤 넓은 편이다. 얼마 전 내가 좋아하는 모 작가는 기껏 뽑힌 교수직을 고민끝에 포기하고 그저 전업작가의 길을 택했다. 하지만, 김영하는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하고, 영화 시나리오 작업을 하기도 하고 (솔직히 <내 머릿속의 지우개>로 지난 대종상 각색상 받은거 보고 놀랬다.) , 그 와중에 소설 작품도 내고, 영화 에세이도 내고, 게다가 라디오에 출연도 하고, 끝내 이런 신변잡기적인 책까지 냈다. 부지런한건지 관심사가 그만큼 넓은건지, 아니면 그만큼 인복(혹은 일복)이 많은건지 알 수가 없다.

  이 책은 그 표지부터 책 구성까지 미니홈피의 형식을 따르고 있다. Free Talk라고 하여 그 안에서 자신이 키우는 두 마리 고양이 방울이와 깐돌이 얘기에서부터 '길 위에서'라는 폴더명으로 일상적인 이야기나 자신의 생각들을 묶어서 보여주고, '문학 앞에서'라고 하여 자신의 책 혹은 좋은 문학 작품들, 자신이 만난 작가들 등에 대한 이야기들도 담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너무 내용이 가벼운 책들은 싫어한다. 그런 사람들이 이 책을 본다면 "이게 뭐야!"라고 할만큼 이 얘기는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들이다. 사실 김영하가 고양이를 키우던 개를 키우던 이구아나를 키우던 내가 무슨 상관이냐? 라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겠다만 그런 것도 일종의 개인적인 취향이 아닐까? 술, 담배가 기호식품인 것처럼. 이 책도 김영하를 좋아하는 사람들, 혹은 작가란 대체 어떤 종류의 인간이고 뭘하고 사나. 라고 한번쯤 궁금해본 사람들이면 이 책은 하나의 보물 상자가 되지 않을까 싶다.

  김영하의 미니홈피에서는 사진첩만 봐서 그의 글들을 모니터를 통해서 읽어보는 기회는 갖지 못했다. 그 때문인지 종이 위에 쓰여진 그의 이야기들이 너무 재미있게 느껴졌다. 대신 좀 아쉬운 점이라면 Free talk 에 비해서 사진첩이 너무 빈약하게 느껴졌다. 나야 김영하의 사진첩을 이미 봤기 때문에 괜찮았지만, 조그맣게 편집된 사진 여러장을 보는 것은 맛이 좀 떨어진 것 같다. 특히나 <검은 꽃>의 자료 수집 관계로 간 띠깔의 사진들은 그냥 모니터 가득 한 장의 사진을 보는 게 더 좋은 것 같다. 아, 그리고 마지막에 붙어있는 방명록을 통해서 그간 궁금했던 몇 가지 질문들을 해결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조금은 가벼운 느낌도 들긴 하지만 김영하를 소설로 접했을 때와 에세이로 접했을 때의 느낌이 달라서 그 차이를 즐겨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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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달 2005-09-27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니홈피 궁금해요. +_+
한번 가봐야징 ~ ㅎ

이매지 2005-09-27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보셔요 ~ 사진도 제법 잘 찍는거 같던데 ^-^

페일레스 2005-09-28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포스트 잇>의 21세기 버전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

이매지 2005-09-29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전 <포스트 잇>은 읽지 않았는데, 그 책도 한 번 읽어봐야겠군요^-^
 
자유의 감옥 올 에이지 클래식
미하엘 엔데 지음, 이병서 옮김 / 보물창고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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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모>로 익히 알려져 있는 미카엘 엔데의 <자유의 감옥>은 이전에 나왔다가 절판되었다가 다시금 출판된 책이다. 요새 심취해있는 퍼트리샤 콘웰시리즈나 히치하이커 시리즈도 그랬지만, 요새는 어째 묻혀졌던 작품들이 다시금 발간되는게 유행인 것 같은 느낌이...어찌되었건간에 새로나온 판으로 보려고 생각을 했는데, 도서관에는 절판된 책만 있고, 새 책으로 신청해도 받아줄 것 같지도 않아서 그냥 절판된 책으로 읽어버렸다. 보니까 번역한 사람도 같길래...

 잡소리는 그만두고, 이 책에는 총 8개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긴 여행의 목표'라는 제목을 가진 이야기부터 어떤 공간에 대한 이야기로 묶을 수 있을 법한 '보로메오 콜미의 통로', '교외의 집', '조금 작지만 괜찮아'. 그리고 지하묘지 동굴세계에 사는 그림자들에 대한 이야기인 '미스라임의 동굴', 이상한 하얀 도시에 관한 이야기인 '여행가 막스 무토의 비망록', 책의 제목이기도 한 '자유의 감옥', 그리고 순수와 믿음에 대한 이야기인 '길잡이의 전설' 이렇게 총 8편의 이야기들은 저마다 내가 최고라고 하면서 뽑낸다하여도 난 어떤 놈이 젤 좋아!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각각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뭐 책에 실려있는 내용이 8편정도 되니까 슬슬 한 놈씩 읽어주마!라고 생각했는데, 잡자마자 다 읽어버렸다. 젠장!

 미하엘 엔데는 굉장히 능숙하게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을 읽는 독자는 그의 거짓말을 마치 사실인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그는 매우 훌륭한 거짓말 쟁이다. 대체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기에 이리도 환상적인 이야기를 쓴 것일까 싶기도 하지만, 그 얘기를 직접 해줄 미하엘 엔데는 이미 이 세상에 없다. 이 책이 환상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고 해도, 한 편으로는 뭔가 철학적인 색채 또한 풍기고 있다. 밖으로 나갈 수 있었지만 스스로 나가기를 포기했던 '자유의 감옥' 속의 주인공이라던지 '집'이라는 개념을 찾기 위하여 끝없이 헤메는 '긴 여행의 목표'의 주인공의 모습, 그리고 아무런 인식없이 그저 시키는 대로만 하는 '미스라엘의 동굴'의 많은 그림자들의 모습. 그런 모습들에서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미하엘 엔데같은 작가가 또 나올지는 두고봐야 알 일이지만, 또 이런 작가를 만나기는 어려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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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09-27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절판된 판으로 읽어서 그런가 구판이 더 마음에 들어요. ^^
책 참 좋죠?

2005-09-27 0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매지 2005-09-27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는 그래도 새로운 판이 더 괜찮은것 같아요^-^
속삭이신분 / 오타였습니다 -_ ㅠ 어찌 그런 실수를 했을까요 -_ ㅠ

페일레스 2005-09-27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번 읽어보고 싶었는데 매지님 리뷰 읽어보니까 더 읽고 싶어지네요 ^_^
꼭 읽어봐야지~ 잇힝 -_-;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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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제목대로 이 책은 그리스인 조르바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는 머리로 고민하고 애태우지 않고, 몸으로 느끼고 몸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와 그를 고용한 화자와의 이야기가 이 책의 전체적인 이야기이다.

  이 책 속에서 조르바는 살아 숨쉬고 있었고, 그는 인생을 즐기고 있었다. 그저 마음가는대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나이를 먹었어도 그는 끊임없이 여자를 통해서 자신의 욕정을 해소하면서도 끊임없이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을 서슴치 않는다.즐길때는 언제고, 지나서는 여성은 자신보다 하급의 사람이라는 둥. 어쩌고 저쩌고. 여성을 폄하하는 내용이 많이 나오는지라 썩 기분이 좋게 읽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의 자유스러운 사상과 행동만은 가슴에 와닿았다. 과거나 미래를 사는 것이 아닌 그가 살아서 숨쉬고 있는 현재를 즐기는 조르바의 모습이 부럽게 느껴졌다.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말고 가슴으로 느끼고 마음이 시키는 대로의 행동을 하라는 조르바가 던져주는 메세지. 그 메세지를 받아들일 수는 있지만 과연 내가 그것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한가지 덧붙이고 싶은 건, 이 책의 번역을 맡은 이윤기에 대한 존경심이다. 자신이 번역한 책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다시 책을 번역하는 용기와 그 장인정신에 존경심을 표하고 싶다. 장미의 이름을 읽었을 때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윤기는 장인정신을 지닌 몇 안되는 번역가인 것 같다. (주인공 이름을 잘못 번역해놓고는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일본소설을 번역하는 김모 번역가와 비교된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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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9-27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 마음가는대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 오와! 내가 원하는 삶.
그나저나. 매지야~ 너 정말 책 많이 읽는구나!! 대단하다 -_-)b 부러워. 그 능력!!

이매지 2005-09-27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이거 올 초에 읽은건데 난 올려놓은 줄 알았는데 안 올렸더라구^-^;;
뒤늦게 이제사 올린거지 뭐 ^-^;

페일레스 2005-09-27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소설 주인공 이름을 잘못 번역한 김모 번역가인가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