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거미원숭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문학사상사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하루키의 초 단편집인 밤의 원숭이는 원래 광고를 위해 쓰여진 글이었다고 한다. 전혀 광고와 무관한 글이 광고를 위해 쓰여졌다는 기발한 발상. 게다가 이 책에 쓰여진 글들은 하나같이 어이가 없을 정도로 황당한 이야기들. 뭐 이런 이야기를 짓는 것은 하루키 본인에게 있어서는 장편 소설을 쓰는 중간에 머리를 잠시 식힐 수 있는 일거리였다니 뭐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뭐라 할 말은 없지만...

  하지만 이 책 속에서도 하루키의 다른 소설에서 볼 수 있었던 인간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는 등장한다. 예를 들어 '도넛화'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그의 인간에 대한 성찰을 볼 수 있다. 자신이 애인이 도넛화되어 결국 헤어지자고 하자 그녀는 그에게 "우리들 인간 존재의 중심은 무(無)예요. 아무것도 없는 제로라구요. 왜 당신은 그 공백을 똑바로 직시하려고 하지 않죠? 왜 주변 부분에만 눈길이 갈까?"라고 말한다. 어찌보면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가슴이 텅 비어버린 도넛과 같은 인간이 아닐까? 여튼간에 짧아서 금방 읽어버려서 좀 허무하긴 했지만, 그래도 하루키의 독특한 느낌은 어느정도 존재해서 좋긴했다.

  이왕이면 이 책의 원래 형태인 광고의 모습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는... 그림과 글이 어우러진 간단한 글. 지하철에서 읽기 좋은 책이 아니었을까?(나 역시 책 빌리고 오는 버스에서 다 읽어버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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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on 2005-10-15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저는 도서관에서 책만 반납하려고 갔다가, 짧은 거 한 권이라도 읽자고 해서 읽은 책이 저 책이었어요. 그것도 엄청 빨리 읽어버려서...

이매지 2005-10-15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서도 무난히 볼 수 있죠^-^;
전 집에 올 때 버스를 30~35분정도 타거든요. 너무 빨리 읽어버려서 아쉬웠어요 ㅋ
 
니시노 유키히코의 연애와 모험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오근영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어떤 한 사람에 대해서 여러 사람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듣는 건 새롭다. 사람마다 저마다의 시각으로 한 사람을 바라보는 것. 남의 입에 오르내리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썩 좋은 기분만은 아닐테지만, 그래도 나 같은 제 3자가 보기에는 한 사람을 나름대로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바로 이 책 <니시노 유키히코의 연애와 모험>에서는 10명의 여자들이 이야기하는 니시노 유키히코라는 한 남자에 대해서 판단할 수 있었다.

  카사노바는 저리가라 할 정도로 여성편력(?)을 가지고 있는 니시노 유키히코. 그의 여자와의 관계가 10대의 청소년 시기부터 50대의 아저씨의 시기까지 다양하게 등장한다. 자신의 본능에 충실한 니시노의 모습은 그를 사랑했던(혹은 그에게 관심을 가졌던) 여자들에 의해서 보여지고 있다. 니시노를 만날 때 10대의 소녀였던 사람에서부터 중년의 여성이었던 사람까지. 그녀들은 니시노를 만났던 그 시절을 회상하면서 가슴 한 켠에 '니시노는 정말 이상한 사람이었어.' 혹은 '니시노. 좋은 추억이었지.'등의 생각들을 한다. 과연 니시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죽는 날까지 미혼으로 살면서 이 여자 저 여자 만났지만 진정한 사랑은 하지 못했던 남자. 바람둥이라고 몰아붙이고 욕하기에는 뭔가 미워할 수 없는 남자. 양다리를 걸쳐도 '니시노라면 그럴만도 하지.' 라고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되는 남자. 게다가 늘 여성에게 둘러쌓여 있지만 늘 사랑을 갈구하는 남자. 여성에게 빠르게 호감을 불러일으키지만 결국에는 매번 버림을 받는 남자. 나이에 맞지 않게 어리광을 부리는 남자. 등등등. 니시노는 그녀들의 기억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었다.좀 더 본질적인 니시노의 모습, 혹은 니시노 자신이 말하는 자기의 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지만 10명의 화자를 통해 만나본 니시노는 참 모호했다. '니시노는 이런 사람.' 이라고 단순한 규정을 지을 수 없기 때문에 더 궁금해지는(혹은 더 매력있는) 인물이었던 것 같다.

  제목 자체는 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책 자체의 내용으로 볼 때는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다.  전체적으로 쓸쓸함을 느끼게 해주는 듯한 내용. 게다가 책의 뒤에 옮긴이의 말에 있는 것처럼 "조용한 여운이 오래오래 머무는.." 그런 이야기였던 것 같다. 그 옛날에 유행했던 '풍요속 빈곤'이라는 노래가 문득 떠오르면서 니시노가 불쌍하게 여겨지기도 했으니 할 수 있다면 니시노에게 "어이. 자네 변명이라도 좀 해봐."라고 해보고 싶었다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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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여자들이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 라틴여성문학소설선집
이사벨 아옌데 외 지음, 송병선 옮김 / 생각의나무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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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실 우리나라에는 남미의 문학은 많이 소개되지 않은 편이다. 나 또한 떠올리는 것이 기껏해야 <백년의 고독>으로 유명한 마르케스나 <거미 여인의 키스>의 마누엘 푸익, 그리고 보르헤스 정도. 이렇게 무지한 남미 문학에 대한 이해를 높여보고자 이번 학기에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이해'라는 과목을 들을까 했지만 어찌 폐강이 되서 듣지 못했다. 그 수업은 결국 수업계획서만을 남겼고, 수업계획서에 가장 마지막으로 실려있던 것이 이 책에도 등장하는 이사벨 아옌데였다. 교수님이 <세피아빛 초상>을 번역했다면서 은근슬쩍 흘리시면서 그녀가 유명한 작가라고 하던 게 문득 기억이 난다. 그래서 찾아보니 이사벨 아옌데의 작품은 그래도 몇 편 국내에 소개된 것 같았지만 읽어보지 못하고 있던 차에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이 책에 실린 그녀를 비롯한 나머지 여성작가들은 굉장히 낯선 느낌으로 다가왔다.

  워낙 좋은 평들도 많이 들었고, 때마침 하이드님께 추천까지 받아 읽게 된 이 책에는 총 13개의 단편이 실려 있다. '라틴여성문학소설선집'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 속에는 여성 작가들이 써내려간 다양한 방식의 이야기들이 실려 있었고, 더불어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는 작가 소개와 작가의 말이 덧붙여져있어서 낯선 작가에 대한 친숙한 느낌을 들게끔 해주었던 것 같다. 대개 작가의 말은 자신이 왜 글을 쓰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기때문에 나처럼 평범한 독자가 느끼는 '작가는 무엇때문에 글을 쓰는가?'에 대한 궁금증을 조금은 해소시켜줬던 것 같다.(저마다 다른 이유로 글을 쓰고 있었다.)

  험한 세상 속에서 악착같이 살아가는 여자의 모습이나 역사의 흐름 속에서 저항할 수 없었던 개인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때로는 그 역사의 흐름 속에 몸을 던지는 여성의 이야기(일주일은 칠일), 그리고 마치 최근 재미있게 보고 있는 <위기의 주부들>의 르넷이 개구장이들을 키우느라 정신없이 생활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해줬던 마지막 이야기인 '훌륭한 어머니처럼'등과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가득 실려 있었다.

  한 작가의 작품의 분량이 그리 많지 않은 편이라 아쉬움이 남기도 했지만 그래도 간단간단하게 맛보기에는 좋은 책이었던 것 같다. 여성에 대한, 혹은 여성의 시각으로 본 삶에 관한 이야기들이 남미의 이야기라고 해도 낯설지 않게 다가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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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10-14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년의 고독>으로 유명한 마르케스나 <거미 여인의 키스>의 마누엘 푸익, 그리고 보르헤스 어쩜 나랑 그리도 비슷하셔. ㅋㅋ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이해' 들었는데..
왜 기억에 나는게 저것들밖에 없을까? 하하. 이 책 나도 보고싶다. ^-^

이매지 2005-10-15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정말 평범한 범주에 있는 것이지 ㅋㅋㅋ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이해. 너무 수업을 빡빡하게 하려고 해서 애들이 다 빠져나갔어. 완전 독서세미나식으로 하려고 했거든 -_ -;;
 
무라카미 하루키 수필집 1 - 코끼리공장의 해피엔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백암 / 199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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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하루키의 수필집에서는 그의 생활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그의 소설을 이해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할 수 있었다. 전 3권의 책중에서 이제 겨우 한 권을 읽었을 뿐이지만, 하루키의 인간에 대해서 이해하는데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의 생활 습관이라던지, 취미, 혹은 그의 인생에 대한 그의 글을 읽으면서 하루키란 작가도 결국에는 나와 별반 차이없는 인간이로군.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하루키만의 독특한 사고체계를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수필집에 그림을 그린 미즈마루와의 대담을 통해서도 인간 하루키에 대해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하루키의 소설에 늘 등장하는 음식이야기때문에 또 곤혹을 치르렀다는.. 맥주와 던킨 도너츠에 이어 이번에는 비프 커틀렛이 먹고 싶어졌다. 아악. 하루키의 책은 진정 배가 부를때 읽어야 되는 것이란 말인가!

  여튼간에, 그의 남은 수필집도 기대가 된다. 아, 그리고 그가 6번이나 말한 이사에 대한 내용에서는 굉장히 부러웠다는.. 사실 태어나서 이사를 한번도 해보지 않은 지라, 나도 하루키처럼 괜시리 전학오는 친구들이 부럽다거나 그랬으니.. 초등학교 시절 소원 2가지를 꼽으라면, 팔이나 다리에 깁스하는 것과 전학을 가는 것. 내가 생각해도 좀 별스럽긴 하지만 그 당시에는 엄청나게 부러웠다고! 여튼간에, 무라카미 하루키 수필집은 소설과 다른 방식으로 마음이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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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10-14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비엔나 슈니체르가 너무 먹고 싶었어요. 하루키 책은 꼭 배가 부를 때 읽어야 해요. 그럼요. 맥주가 옆에 있음 더욱 좋구요.
찬 두부도 먹고 싶고... 쩝쩝..

이매지 2005-10-14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맞다. 두부도 있었죠. 냉장고에 맥주가 있기는 있는데, 제가 안 좋아하는 녀석이 들어있어서. 쩝.

페일레스 2005-10-15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블라디, 오블라다 인생은 브래지어 위를 흐른다>라는 수필집도 재미있어요.
원제랑은 전혀 상관없는 제목이지만.

이매지 2005-10-15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그책도 봤어요^-^ 재미있었죠. 그 책에서 생각나는건 누드로 일하는 아줌마들 이야기 -_ -ㅋ
 
칼의 노래 2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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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04년 상반기 베스트셀러에 빠지지 않는 칼의 노래. 2001년 동인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점과 이순신에 대한 내용이라는 점, 그리고 굉장히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다는 점에서 과연 어떤 소설이길래 그런가 싶어서 집어본 책.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린시절 위인전을 통해서 한 번 쯤은 접해봤을 것이고, 광화문 사거리에 가면 우뚝 서 있는 이순신장군상을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위인전에서는 이순신의 업적에 대해서 소개를 할 뿐이고, 이순신 장군상은 동상일뿐이니, 그 것을 보고 느낀다하여도 단순히 '이순신 장군=본받을만한 사람'으로 느낀다. 하지만 왜 본받을 사람이람? 단순히 나라를 위해 싸워서? 그렇다면 이순신말고도 본받을 사람은 많지 않은가? 왜 이순신이 부각되어야 되는 것인가? 여튼 이러한 생각은 어찌됐던간에 칼의 노래를 읽고 나서 이순신 장군에 대한 좀 더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위인전처럼 이순신 장군은 이러이러하게 살았다가 아닌 인간 이순신은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를 보여주는 책이었다. 전쟁에 임하면서 단순히 왜구를 상대로 싸운 것이 아니라, 가깝게는 조정을, 그리고 멀게는 명나라까지 어찌보면 그의 적이었다. 조정에서는 끊임없이 그를 모함하는 자들이 있었고, 임금은 전쟁중에 그에게 징징거리는 소리를 하기 일쑤였다. 게다가 전쟁을 돕기 위해서 온 명군은 서해에 머물며,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고 왜군이 철수를 하기 시작하자 그때서야 남해로 내려온다. 하지만, 명군은 전쟁을 도우러 온 것이 아니라 단순히 자신의 몫을 챙기기 위해서 온다. 백성들은 끊임없이 울고, 임금도 끊임없이 울고, 도우러 온 명군은 자신의 이익을 남기기에 여염이 없고, 왜구의 수는 엄청나고... 그런 상황 속에서도 늘 자신의 사지를 찾았던 이순신. 성치않은 몸을 이끌고 전쟁에 임해야했던 이순신.

 전쟁 속에서 끊임없이 두려움을 접했지만, 그 두려움이 있었기에 싸울 수 있었던 이순신. 그의 고독한 고뇌, 고독한 두려움, 고독한 삶이 안타까웠다. 전쟁중에 어머니의 상을 당하고, 자신의 아들은 자신때문에 적군에게 죽임을 당하고... 비단, 이런 일은 이순신에게만 있었던 일은 아닐 것이다. 모든 백성은 굶주렸고, 돌아갈 고향을 잃었으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힘들었을 것이다. 전쟁에 대한 씁쓸함. 비통 등이 이순신이라는 인물을 통해 극대화되어 표출된 것 같다.

 칼의 노래 양장본에는 이런 글이 써 있다. '한국 문학에 벼락처럼 쏟아진 축복'. 오랜동안의 신문기자 생활을 마치고 작가로 나타난 김훈. 그가 '한국 문학에 벼락처럼 쏟아진 축복'으로 여겨지기에 칼의 노래 한 권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나 싶다. 군더더기가 없는 그의 문체는 때때로 건조한 맛을 느껴지게 하지만, 그래도 김훈이라는 작가의 새로운 발견이라는 점에서는 반론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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