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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 피그 - 로마의 명탐정 팔코 1 ㅣ 밀리언셀러 클럽 22
린지 데이비스 지음, 정회성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표지에서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겠지만, 이 책의 배경은 복작복작한 현대가 아니라 과거다. 그것도 폭군 네로 이후 티투스 황제가 들어서기 전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책 속에 등장하는 배경이 로마시대일지라도 그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현대와 별반 다르지 않다.
우선 이 시리즈의 주인공 팔코는 악덕 집주인이 운영하는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숨이 헉헉차는 6층에 사무실 겸 숙소를 마련해놓고 사는 탐정이다. 올라가는 것 만으로도 힘드니 당연히 고객이라고 할만한 사람도 별로 없고, 실적도 뭐 그냥 그런 탐정이다. 매번 집주인이 방세를 받아내려고 고용한 검투사들을 피해서 도망다니고, 어머니로부터는 한심하다는 소리나 듣는. 뭐 그야말로 별 볼 일없는 탐정이다. 하지만, 그런 그는 우연히 위기에 처한 한 소녀를 구해내고, 큼직한 사건 속으로 발을 디딘다.
책의 제목인 <실버 피그>는 다소 생뚱맞아보인다. 은돼지라니. 제목 치고는 좀 뭔가 이상하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실버 피그는 주요한 소재이기도 하고 달리 제목을 붙일만한 다른 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다만, 계속하여 '잉곳'이라는 왠지 서먹한 단어를 접해서 낯설음을 느끼기는 했다.
팔코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로마에서 브리타니아로 건너가기도 하고, 그 곳에서 광산에 잠입해 노예와 같은 생활을 하기도 하며, 로마에 다시 돌아와서는 협박을 당하기도 하고, 또 진실한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에서 다소 몇 군데는 부족한 면이 엿보이긴 했다. 예를 들어, 로마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어느 정도는 그와 동떨어진 이야기가 그려진다던지, 브리타니아의 광산에서의 일들이 너무 부족한 것 같다던지. (좀 더 세부적인 이야기들이 나왔었더라도 좋았을 것 같다.)와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그런 모든 부족한 점을 덮어버릴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주인공 팔코의 매력이다. 모스 경감처럼 만나는 여자들 족족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그의 능력. 그리고 어찌보면 무능력해보이지만, 어찌보면 또 든든하고, 어찌보면 다감해보이지만, 어찌보면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 그의 모습은 꽤 독특하고 매력적인 인물로 다가왔다.
팔코 시리즈가 앞으로 계속 나와 몇 가지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과연 그는 헬레나와 결혼을 할 것인가 ?, 앞으로의 그의 탐정일은 어떻게 풀려 갈 것인가 ?, 세탁소 주인인 레이나와 악덕 집주인인 스마라크투스의 결혼생활은 어떻게 될 것인가? 등의 문제 들 말이다. 제법 두꺼운 책이지만, 부담스럽지 않게 페이지가 넘어가는 책이었다. 팔코와의 즐거운 만남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가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