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후에 오는 것들 - 공지영 사랑 후에 오는 것들
공지영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2월
구판절판


사람들은 사실 우리 생각보다 남의 일에 관심이 없다. 나도 그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왠지 모를 수치심과 불안감으로 떨고 있었다. -28쪽

말이야, 두꺼비집이 닫히는 것처럼, 물기 묻은 전원에 스위치가 자동으로 차단되는 것처럼, 사랑 같은 거, 호감 같은 거, 느끼려는 순간 철컥 하고 스위치가 내려져. 나도 어쩔 수가 없어.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야. 그런데 그 이후에는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어. 아무리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아무것도 느껴지지가 않아. 감정이 암전된 것만 같아.-30쪽

이 밤 따뜻한 저 카페 안에서 연인들은 사랑하리라. 사랑한다고 말하고 두 손을 잡고 있으리라. 죽을 때까지 함께 아침을 맞자고 약속을 할지도 모른다. 내일이면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빠져나가듯 말들이 우리를 버려두고 추억의 페이지 속으로 우루루 사라져 버릴지라도, 어쩌면 지금 이 순간 그들은 영원을 움켜쥔 듯 기쁠 것이다. -57쪽

말할 시간은 많을 거야. 그러다 보면 그 말을 하는 동안, 네가 말하는 그 감정이라는 것도 변해 가. 네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도 잊어버리고, 네가 왜 그 말을 하려고 했는지도 모르게 되고. 감정은 변하는 거니까. 그건 고마운 거야. 변하니까 우린 사는거야.-96쪽

결혼이라는 것만큼 이미 해본 사람은 하지 말라 하고, 하지 않은 사람은 기어이 하고 마려는 것이 또 있을까. 사람들은 인터넷으로 물건을 주문할 때면 그토록 꼼꼼히 리뷰들을 챙기면서 결혼이라는 사건에 대해서는 누구의 리뷰도 신경 쓰려고 하지 않는다.-104쪽

나는 내가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온 우주의 풍요로움이 나를 도와줄 거라고 굳게 믿었다. 문제는 사랑이 사랑 자신을 배반하는 일 같은 것을 상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랑에도 유효 기간이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이미 사랑의 속성이었다. 우리는 사랑이 영원할 거라고 믿게 하는 것 자체가 이미 사랑이 가지고 있는 속임수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사랑의 빛이 내 마음속에서 밝아질수록 외로움이라는 그림자가 그만큼 짙게 드리워진다는 건 세상천지가 다 아는 일이었지만, 나만은 다를 거라고, 우리의 사랑만은 다를 거라고 믿었다 -112쪽

여자들은 말이야. 너무 매사를 사랑에 연결시키는 경향이 있어. 사랑에 집착하는 순간, 거기에 모든 걸 거는 순간, 남자는 떠나가는 거야. 남자의 본성은 사냥꾼이거든. 잡아 놓은 짐승보다는 아슬아슬하게 도망 다니는 언덕 위의 날랜 사슴을 쫓아가고 싶어하거든. 우리 여자들이 할 일은 그들의 그런 본성을 인정하고 쿨해지는 거야. 그래야 남자들의 사냥 본능을 만족시킬 수 있거든. -125쪽

사랑이 깨어지는 방식은 이래. 남자와 여자가 첫눈에 반한다. 대개는 남자가 먼저지. 그러다가 여자가 그 마음을 받아들인다. 사랑이 익숙해질수록 여자는 사랑을 조금씩 더 많이 주기 시작한다. 그러면 남자는 슬슬 여자가 지겨워지고 새로운 사람에 흥미를 느낀다. 여자는 더 집착하고 그럴수록 남자는 더 떠나고 싶어하고, 그럴수록 여자는 더 집착한다. 그리고 끝. 속편은 이거야. 여자는 친구를 붙들고 남자들은 다 똑같아, 나는 다시는 사랑하지 않겠어, 라고 다짐하지. 마지막은 긴 눈물과 중무장한 분노, 그리고 냉소지. 하지만 어느 날인가 또다시 여자를 흥미 있게 생각하는 남자의 구애를 받게 되고 이렇게 끝도 없디 다시 시작되는 거야.-1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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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후에 오는 것들 - 츠지 히토나리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훈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냉정과 열정사이>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작가 츠지 히토나리. 그가 이번에는 우리나라의 작가인 공지영과 함께 같은 제목으로 남녀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때문에 '<냉정과 열정사이>와 좀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어느 정도에서는 그렇지만 또 어느 정도에서는 약간은 다른 모습을 느꼈다.

  작가부터 일본인, 한국인으로 구성되어 있고, 애초에 작품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한인 우호의 해를 기념하기 위함이었으니 당연히 두 나라에 대한 언급은 등장한다. 그것도 지나치게 우호적으로. 애초에 서로의 그 자체만을 사랑했던 두 남녀가 일본인, 한국인으로 규정지어져서는 결국 이별에까지 이르게 되는 모습은 왠지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지만 그래도 뭔가 좀 부족하다는 느낌이었다. (둘이 헤어진 결정적인 이유는 '고독'이었겠지만.)

  <냉정과 열정사이>에서는 아오이를 잊지 못하는 준셰이가 있었다면, <사랑 후에 오는 것들>에는 홍이를 잊지 못하는 준코가 있었다. <냉정과 열정사이>에서는 준셰이를 사랑하지만 아오이의 추억에 눌려 그를 얻을 수 없었던 매미가 등장한다면, <사랑 후에 오는 것들>에는 준코를 원하지만 최홍때문에 그를 얻을 수 없었던 칸나가 등장한다. 이런 인물의 유사성때문이었을까. 그냥 <냉정과 열정사이>의 아류작을 하나 읽게 된 느낌이었다.

  직접 한국을 방문했던 것인지 츠지 히토나리는 인사동, 동대문 등의 정경 묘사에 꽤 치중했다. 하지만 그런 세부적인 묘사는 가끔은 너무 지나친 듯하여 '꼭 그렇게까지 해야했나'라는 아쉬움을 주었다. 감상적이긴 했지만 그래도 마음을 울리기엔 뭔가 부족한 느낌으로 다가왔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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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후에 오는 것들 - 츠지 히토나리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훈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2월
구판절판


도대체 누가 후회라는 말을 만들어 냈을까. 신은 사람에게 후회하게 함으로써 무엇을 배우게 하려는 것일까. 무겁게 짓눌리는 시간의 쇠사슬을 등에 지고 아래를 내려다본다.-6쪽

언제나 첫인상만큼 믿지 못할 것도 없다.-13쪽

행복과 같은 양만큼의 불안도 있었다. 그 불안을 뛰어넘을 수 있느냐 없느냐는 행복의 질에 달려 있다. -70쪽

꿈이 차츰차츰 무너져 내려 작은 구멍과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밝은 미래에도 검은 구름이 끼게 되었다. 평온한 미래라도 거친 파도가 일 때가 있다. 이것들은 자연현상과 다를 바 없었다. -77쪽

고독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쓸쓸함은 사랑을 약하게 만든다. 슬픔은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 거기에 젊음이 더해지면 모든 것이 위태로워진다. 밝은 색을 잃어버린 화가가 그린 그림과 같았다.-89쪽

세상은 하루하루, 아니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안정된 것들도 모래산 위에 꽂은 깃발처럼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불안정한 것이 아닐까.-161쪽

사소한 한마디, 별 뜻 없이 한 말이 그 틈에 커다란 균열을 만들어 버리는 일이 있다. 그러나 그 순간에는 아무도 그것이 심각한 줄을 모른다. 병을 앓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통증을 느낄 때는 이미 병이 몸속 깊이 퍼져 있는 상태인 것이다.-161~2쪽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려면 그 사람과 같은 입장에 서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이란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 같으면서도 실은 전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죠. 상대방의 마음을 제멋대로 거짓으로 꾸미는 게 보통이에요.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해를 풀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2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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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복, 주사위, 윷놀이, 격구, 쌍륙, 투전, 화투, 고스톱
이런 도박의 역사에 대한 책.
많은 문학작품들에서 이런 도박의 모습을 잠깐씩 볼 수 있었는데,
사회상과 관련해서 살펴볼 수 있는 괜찮은 책 같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와 함께 중세 유럽을 휩쓴 베스트셀러.
비교문화 인류학자들이 고증하기를
조금 과장되긴 했지만
16세기 동남아 풍속을 매우 사실적으로 담았다고 한다.
꽤 두껍고 비싸긴 한데 그래도 재미있을 것 같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의 130번째.
이번에는 버지니아 울프다.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은 아직 읽어본 적이 없는데,
이 책을 계기로 접해봐야겠다.
그나저나 세계문학전집은 몇 권까지 나올 참인가?!

 

<사람 vs 사람>을 지었던 정혜신이 새로운 책을 냈다.
사람대사람. 읽어본 적은 없는데 괜찮다는 소문은 많이 들어서.
누군가 나의 성향을 정신분석학적으로 풀어놓으면
좀 무서울 것도 같지만.
나 자신을 이해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다.
뭐 남들의 이야기를 읽는건 재미있을 것 같지만.

 


브랜드 네이밍에 관한 책.
브랜드 네이밍이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고,
어떻게 사람들에게 파고드는지에 대한 책이라고 한다.
요새 갑자기 마케팅쪽에 관심이 생기고는 있는데,
공부를 시작하기엔 좀 늦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다.
그냥 책으로라도 즐겨야지.

 

 

요새들어 부쩍 이런 책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문학이 전공인 나는 뭐 좋지만.
이러다가 너무 식상해져버리지 않을까 조금은 걱정도 된다.
책 속에서 소개된 책 중에 절반은 아직 안 읽은 것들인데,
그걸 다 읽고 이 책을 읽는게 좋을라나.
아니면 이 책을 읽고 관심을 가지고 그 책들을 접해보는게 좋을라나.
아. 세상은 넓고 읽은 책은 많구나 !

 


요새는 개정판을 내는게 대세인지.
예전에 반쯤 읽다가 반납할 수밖에 없었던 <총, 균, 쇠>의 개정판이 나왔다.
개정판이 구판보다 좀 더 표지도 깔끔하고 페이지도 더 많은데,
가격이 7천원쯤 차이난다. 뭐가 크게 달라진게 아니라면 구판도 상관없을 것 같은데.
사람 맘이 간사한게 이왕이면 개정판. 이런 맘이 든다 -_ -;;;;
개정판에는 '일본인은 어디에서 왔는가'가 추가 수록되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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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1-19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핀투여행기 무척 두꺼워요~

바람돌이 2006-01-19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총균쇠 저도 저 개정판으로 구입할까 싶은데.... 역시 사람맘이 간사하지요. 새로 나오면 별로 다를것 같지도 않은데 새판을 보고 싶으니...(근데 안그런 사람도 많은 것 같긴 해요. )

이매지 2006-01-19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 한 권에 700여장씩하니 장난이 아닐거 같긴 했어요. 사셨군요 !
바람돌이님 / 뭐 새로 추가된건 '일본인은 어디에서 왔는가'뿐인데, 그게 7천원어치의 매력요소가 아니라면 구판도 뭐. 실리를 따지시는 분들도 많은 거 같긴 했어요^^;

마태우스 2006-01-31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색에 땡스투합니다^^

이매지 2006-01-31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허접한 페이퍼에 어이하여 땡스투를. 이라고 생각했으나,
아직 리뷰가 없는 책이었군요 ^^;
마태님의 리뷰를 기대할께요 ^-^
 
식객 6 - 마지막 김장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요새는 워낙 일하는 사람들도 많고, 다들 바쁘게 사는지 김치를 사서 먹는 집도 꽤 늘었다. 우리집만하더라도 그냥 어떤가 싶어서 꽤 유명한 김치를 구입해서 먹은 적이 있었는데 맛은 뭐 괜찮았지만 그래도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김치를 하면서 손으로 쭉 찢어서 간을 보고, 김이 나는 밥 위에 아삭한 새 김치를 척 얹어서 막을 보는 그 느낌. 그런 일을 하면서 가족간의 협동심도 생기는 것 같고, 겨울내 먹을 김치를 담궜다는 뿌듯함도 느낄 수 있었는데 그걸 못 느끼는 것이 아쉬웠다. 그래서 맛은 둘째치고, 김장을 하는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주문해놓은 김치를 다 먹고는 김장을 새로 했다. (뭐 그래봐야 우리집은 김장을 한 번에 끝내는게 아니고 일정양만큼 해놓고 부족하면 나중에 또 하는 식이라서. 그렇게 많이 하지는 않지만.)

  이 책에서 말한 것처럼 김치는 마늘, 생강, 파, 고춧가루와 같이 따로 먹으면 강한 맛이 나는 재료들이 어우러지고 버무려짐으로 조화의 맛을 이룬다. 김치는 우리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반찬(김치는 반찬에 넣지 않지만.)이라고 할 수 있다. 좋은 김치 재료를 고르는 법, 김치의 역사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것도 재미였지만, 무엇보다도 수육과 함께 김치를 먹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결국 오늘 저녁은 수육과 김치로 낙찰.) 

  낯선 음식인 과메기, 그리고 비싸서 자주 먹지는 못하는 대게, 팔딱팔딱 뛰는 빙어(아, 초장찍어서 빙어 먹고 싶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무척 배가 고파졌다. 사랑과 정성이 들어간 따끈한 음식들. 그것이 어떤 산해진미보다 더 훌륭한 것임을 식객을 통해서 다시금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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