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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한국학
J. 스콧 버거슨 지음, 주윤정.최세희 옮김 / 이끌리오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외국인이 한국에 들어와 살면서 겪는 일들을 두고 자기 나름대로의 감상이나 비판을 하는 것을 이제는 서점에 가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바나 그 목소리도 비슷비슷하기때문에 어떻게 보면 좀 묻히는 감도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 비슷한 종류의 책인 <당신들의 대한민국>을 보면서 박노자의 날카로움에 나도 모르게 부끄러워졌던 반면에 이 책 <발칙한 한국학>을 보면서는 한국인으로 대상으로 쓴 하나의 잡지를 읽는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크게 4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1장은 '한국에 대한 너무나 이상한 이야기들'이라는 제목을 달고 자신이 찾은 한국에 관련된 서적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거기에는 직접 한국에 와보지 않고 쓴 한국 여행 가이드도 있고, 이토 히로부미의 사주를 받아 쓴 여행기도 있다. 그뿐 아니라 한국인이 백인이라는 주장을 하는 이야기도, 유태인이라는 이야기도, 심지어는 한국을 외계에 있는 한 혹성으로 비유한 이야기도 있다. 우리로는 황당하고 말도 안 된다고 생각되는 것이지만 실제로 그런 문헌들은 존재하고 있다니. 거 참. 이렇게 문헌으로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 그는 곧이어 한국에 있는 외국 마을 표류기란 제목으로 부산, 이태원, 대학로, 인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그의 개인적인 시선이 많이 들어가있었다면, 나머지 두 장에서는 주로 그를 제외한 다른 사람의 한국에 대한 의견이 실려 있다. 이슬람교를 선교하는 사람, 재일교포 3세 클럽 DJ, 비디오 작가 등. 그 사람들은 한국에 대해 저마다 생각하고 있는 바를 자신의 목소리에서 이야기하고 있고 저자인 스콧 버거슨은 한 발 물러서서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어찌보면 이 책은 굉장히 산만하다. 저자는 너무 많은 영역에 대해 말하고 싶어했고, 한 권의 책을 만들어 낸 것보다 한 권의 한국에 관련된 잡지를 만들어 낸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는 서문을 통해 Have fun!이라고 이야기하며 독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즐겨주기를 바랬다. 저자가 바라는 대로, 어느 정도 재미는 있었다. 하지만, 얇게 퍼진 이야기는 어떤 깊이를 가지지 못한 듯 싶었고, 특히나 제목에서 느껴지는 어떤 날카로운 비판을 느끼기는 힘들었다. (그러니까 별로 '발칙해'보이지 않았다) 다만, 외국인이 같은 외국인을 인터뷰해서인지 한국인이 인터뷰를 했더라면 직접 얘기하기 껄끄러운 면들에 대해서 얘기해준 면이 마음에 들었고, 또 하나 그가 평양에서 겪은 일들로 어느 정도 북한에 모습을 엿볼 수 있었던 것이나, 한 명의 외국인의 시점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국가에서 온 외국인들의 시점을 바라볼 수 있었던 점, 그리고 이슬람교에 대해서 좀 더 알 수 있었던 것을 제외하면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았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