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
웬디 케셀만 글 / 바바라 쿠니 그림 / 강연숙 옮김 / 느림보 


 
 




 

엠마 할머니의 일흔두 살 생일이었어요.
엠마 할머니에게는 아들 딸이 네 명, 손자가 일곱 명, 증손자가 열네 명 있었어요.
가족이 찾아오면 할머니는 행복했어요.
그러나 할머니의 가족은 오래 머무르지는 않았어요.
할머니는 혼자 지낼 때가 많아서 무척 외로웠어요.
 
 




엠마 할머니의 하나뿐인 친구는 주황색 고양이, 호박씨였어요.
할머니와 호박씨는 함께 햇볕을 쬐기도 하고
딱따구리가 나이 든 사과나무를 쪼는 소리도 들었어요.
가끔씩 엠마 할머니는 나무 꼭대기에서 꼼짝도 못하는 호박씨를 구해 주기도 했어요.
 
 




 

가족은 할머니의 일흔두 번째 생일 선물로 산 너머 작은 마을 그림을 선물했어요.

"멋지구나!"

그렇지만 마음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저건 내가 그리워하는 고향 마을이 아닌데...'

 




 

 

그러던 어느 날 엠마 할머니는 물감이랑 붓, 이젤을 사왔어요.

그리고 창가에 앉아서 기억나는 대로 고향 마을을 그렸어요.

엠마 할머니는 가족에게 받은 그림을 내려 놓고 자기가 그린 그림을 걸었어요.

가족이 찾아오면 선물 받은 그림을 다시 걸어놓았다가

가족이 떠나면 자기 그림으로 바꿔 놓는 숨바꼭질을 계속 했죠.

 

 



 

그런데 어느 날 할머니가 깜박했지 뭐예요?

 

"저 그림 어디서 난 거예요? 우리가 선물한 그림이 아닌데요?"

"내가... 내가 그렸어."

 

할머니는 그 그림을 얼른 벽장 안에 감추었어요.

 

 




 

"감추지 마세요! 멋져요! 그림을 더 그려 보세요."

 

"많이 그렸어."

 

그러고는 벽장에서 스무 점도 넘는 그림들을 꺼내 왔어요.

 

 




 

 

그날부터 엠마 할머니는 쉬지 않고 그림을 그렸어요.

할머니는 현관 문턱까지 쌓이는 눈을 그렸고

꽃이 활짝 핀, 나이 든 사과나무와

그 나무를 쪼고 있는 딱따구리도 그렸어요.

 

 




 

 

햇볕을 쬐면서 발끝을 오므리고 있는 호박씨도 그렸고요.

할머니는 고향인 산 너머 마을을 그리고 또 그리고 자꾸자꾸 그렸어요.

곧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엠마 할머니의 그림을 보러 오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이 떠나고 나면 할머니는 또 혼자였어요.

 

 




 

 

그렇지만 이제 엠마 할머니는 무언가 달랐어요.

할머니는 날마다 창가에 앉아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림을 그렸어요.

할머니의 그림은 벽에도, 벽장에도 찬장에도 가득했어요.

엠마 할머니는 자기가 좋아하는 곳들과 사랑하는 친구들에 둘러싸여 있었어요.

그래서 이제는 조금도 외롭지 않았어요.

 

 

 

 

 

 

우리 나라에서 일흔두 살의 나이란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모습이 연상되는 그런 나이에요.

엠마 할머니처럼 뭔가를 시작한다기보다 뭔가를 마무리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이.

하지만 이 책 속의 엠마 할머니는 젊은 사람들도 선뜻 하기 힘든 결심을 내리고

외롭고 무료하게만 흘러가던 삶의 방향을 비틀어 버려요.

자기가 좋아하는 곳들과 사랑하는 친구들에 둘러싸인 삶을

그림으로 그려야겠다고 생각한 결심이 엠마 할머니를 외로움에서 벗어나게 한 거죠.

그냥 흘러가는대로 내버려 뒀던 삶이었는데

삶은 흘러가는 방향을 바로 잡아 주길 기다렸던 것처럼

엠마 할머니의 하루하루는 기쁨으로, 행복으로 가득하게 돼요.

엠마 할머니는 이제 더이상 산 너머 고향 마을을 그리워하지 않을 거예요.

고향 생각이 나면 햇살이 따뜻하게 비치는 창가에 앉아 그림으로 그리고

온 집안 구석구석에 걸어 놓으면 되니까요.

고향은 산 너머가 아닌 바로 곁에서 엠마 할머니를 지켜 주겠죠.

 

 

이 이야기는 늦은 나이에 그림을 시작한 엠마 스턴이라는 화가의 이야기에요.

바바라 쿠니의 책 속 그림들은 엠마 스턴의 그림을 바탕으로 그려낸 거죠.

하지만 8호 [에밀리]의 그림과 비교해 보세요.

바바라 쿠니와 엠마 스턴의 그림이 참 닮은 꼴이라는 느낌이 들 거예요.

목가적인 느낌, 판화로 찍어낸 듯한 기법, 세밀한 선 등이 많이 닮아 있어요.

바바라 쿠니의 따뜻한 그림처럼 엠마 할머니의 그림에서도 따뜻함이 느껴져요.

프랑스의 노작가 미셸 투르니에가 세상을 바라보는 정감 있는 시선 그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같아요.

내 주변을 사랑하고 캔버스에 담는 여유.

엠마 할머니가 참 부럽습니다.

 

출처 : http://paper.cyworld.com/boo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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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4-10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예뻐요.

박예진 2006-04-10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너무 예쁜 그림책이에요!
얘기도 너무 좋고요.
아 참, 이매지님~~ 저 이벤트해요. 캡쳐+이벤트! 시간나시면 꼬~옥 놀러오셔서
참가해주세용~ㅎㅎ :)

woodpecker26 2006-05-31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참 좋아하는 책인데.. 넘 이뻐서 퍼갑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5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박찬기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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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음직한 이름 베르테르. 그는 훌쩍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 대자연으로 둘러싸인 고장에 가서 모처럼만에 자연과 더불어, 아이들과 더불어 즐거운 생활을 한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그는 행복한 기운을 온 몸으로 느낀다. 그런 그에게 운명같이 찾아온 한 여자가 있었으니 바로 로테. 뭐 하나 흠잡을 구석없이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와 같은 여자인 그녀는 단숨에 베르테르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를 그녀의 사랑의 포로로 만들어버린다. 하지만, 로테는 이미 알베르트라는 남자와 약혼을 한 사이이고, 알베르트도 훌륭한 인품을 가진 사람이라 딱히 흠잡을 구석이 없는 사람이었다. 이후 베르테르는 로테와 알베르트와의 비정상적인 관계를 지속해가고, 결국은 참을 수 없어 그들을 떠나보기도 하지만 다시금 그들의 곁으로 돌아오게 된다. 베르테르의 너무도 열정적인, 그렇지만 절망적인 사랑은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데...

  이 이야기는 괴테 자신의 이야기와 친구인 예루살렘의 이야기를 합해놓은 것이다. 한 때 약혼자가 있던 샤로테 부프라는 여인을 사랑했던 괴테. 그는 결국 그녀를 피해 다른 곳으로 도망치듯 떠난 경험을 가지고 있었고, 한 편 그의 친구인 예루살렘은 남편이 있는 부인을 사랑했고 결국 자살로 사랑을 마감하고 만다. 사실 오늘날에는 '골키퍼있다고 골 안들어가라는 법 있냐'는 식의 의견이 대부분이기때문에 어찌보면 이 이야기는 따분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한 남자가 사랑에 빠져 얼마나 행복할 수 있으며, 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좌절하여 얼마나 절망할 수 있는가. 사랑의 마력은 대체 무엇인가 등과 같은 점들에 대해 깊이있게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훌륭하다. 베르테르가 남긴 편지, 메모 등으로 구성되었기때문에 베르테르의 입에서 들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이 있는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그녀를 내게서 멀어지게 해주십시오!"하고 기도를 할 수는 없다. 그녀가 가끔 나의 것처럼 느껴지곤 한다. "그녀를 내게 주십시오!" 나는 그렇게 빌 수도 없는 입장이다. 그것은 그녀가 다른 남자의 소유이기 때문이다. 나는 한없이 괴로운 마음으로 그런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이렇게 나가다가는 명제와 반(反)명제의 끝없는 되풀이가 되어버리겠다.

  위와 같이 고민하던 베르테르는 결국 "수많은 계획과 기대가 내 마음속에서 미친 듯이 날뛰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죽어버리자는 단 하나의 생각만이 마지막으로 내 마음을 확고하게 사로잡고 말았습니다. 그대로 드러누워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담담해진 기분 속에서도 죽어버리자는 그 생각은 변함없이 굳건하게 남아있었습니다. 이것은 절망이 아닙니다. 스스로 참고 견디어냈다는 것, 당신을 위해서 스스로 몸을 바쳐 희생하겠다는 것에 대한 확신입니다. 그렇습니다. 로테, 내가 침묵을 지킬 필요가 어디 있습니까? 우리 세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은 사라져야 합니다. 나는 그 한 사람이 되려는 겁니다!"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다. 과연 베르테르의 죽음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는 개개인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어떻게든 참고 견뎌야지, 다 그런거야'라는 의견이 있는가하면 '그에게 마지막 남은 길은 죽음이었을거야'라고 의견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던 베르테르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고, 죽음으로 로테와의 영원한 만남을 기약하려 했다. 사랑, 절망, 시련, 고통. 그 모든 것에 휩싸여버린 젊은이 베르테르. 시대는 변했지만 우리 주변에서 사랑에 괴로워하는 사람을 한 번쯤은 만나본 적이 있지 않을까. 우리의 베르테르는 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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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4-10 0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다시 읽어봐야하는데 하도 어릴때 읽어서요. 집에 책도 없네요

이매지 2006-04-10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참에 하나 사서 보셔요 ^^ 예전엔 지루했는데 다시 보니 생각보다 괜찮더군요^^

비로그인 2006-04-27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작년 여름에~! 나도 이제 진정한 문학인이 되려면 베르테르쯤은 알아야지 않겠어? 이럼서 이거 읽다가 잤다는.;;; 부끄릅네용.. ㅋ

이매지 2006-04-27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정한 문학인이라면 혹 전공이 문학쪽이신가요? ^^; 나중에 다시 한 번 읽어보셔요. 저도 예전에 읽었을 땐 엄청 지루해했었거든요~

비로그인 2006-05-04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노~ 전공이 문학은 아니에요.. 그렇담 잠이와도 저걸 읽고있었겠죠? 전공이라면 그래도 공부는 해야하니깐 읽어야 했지만 결국 잠이와서 도저히 읽을 수 없었어요.. ㅠㅜ 참고로 저의 전공은 행정학도 랍니다.. ^^

이매지 2006-05-04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전 행정학도이셨군요^^ 어쩐지 공무원학원사진이 페이퍼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5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박찬기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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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서로를 괴롭히는 것처럼 불쾌한 일도 없다. 그중에서도 화가 치밀 정도로 지긋지긋한 일은 젊은이들이 온갖 즐거움에 스스로의 문을 활짝 열어놓을 수 있는 인생의 꽃다운 청춘기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얼굴을 찌푸리고 즐거운 나날을 망쳐버리는 일이다. 그들은 상당한 시일이 지난 다음에야 비로소 돌이킬 수 없이 좋은 시간을 낭비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54쪽

우울증이란 꼭 게으름과 같다고 할 수 있지요. 그것은 게으름의 일종입니다. 우리 인간의 천성은 게으름으로 기울어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일단 마음을 가다듬고 분발하기만 하면, 일은 잘 진척되고 활동 속에서 참다운 기쁨을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55쪽

첫인상은 우리에게 쉽게 받아들여지게 마련이다. 인간은 원래 어떤 신기한 일이라도 쉽게 곧이듣게끔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일단 곧이듣고 믿게 되기만 하면 단단히 달라붙어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법이다. 그것을 다시 지우거나 말소시키려고 한다는 것은 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85쪽

우리가 우리 자신을 잃는다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거나 마찬가지다. -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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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빵
백희나 글 / 백희나 그림 / 김향수 빛그림 / 한솔교육
 
 
 



 




어느 날 아침, 눈을 떠 보니 창 밖에 비가 내리고 있었어요.
빗소리에 잠이 깬 나는 창문에 송글송글 맺힌 빗방울들을 바라 봅니다.


 
 





"일어나 봐, 밖에 비 와."

 

나는 동생을 깨워 밖으로 나갔어요.

부엌 불을 환히 켜시고 아침을 준비하는 엄마의 푸근한 등이 보이네요.

 

 







한참 동안 비 오는 하늘을 올려다 봤어요.

오늘은 뭔가 재미있는 일이 생길 것 같았지요.

"어, 이게 뭐지?"

 

작은 구름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었어요.

 







작은 구름은 너무너무 가벼워서 우리는 구름이 날아가지 않게

조심조심 안아서 엄마에게 드렸어요.







  엄마는 구름으로 빵을 만드시려나 봐요.

 









그때였어요.


"이런! 늦었군, 늦었어! 비 오는 날은 길이 더 막히는데!"

 

아빠는 빵이 익을 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어요.

급하게 가방과 우산을 챙겨 들고 허둥지둥 회사로 뛰어갔지요.

엄마는 아빠가 배고플까 봐 걱정하세요.

 







45분이 지나고, 부엌 가득 고소한 냄새가 피어올랐어요.

오븐을 여니 맛있게 잘 읽은 구름빵들이 두 둥 실 떠올랐어요.

 







구름빵을 먹은 우리도 두 둥 실 떠올랐어요.

 







"아빠는 무척 배고프실 거야."

"우리, 아빠한테 빵을 갖다 드리자."

 

나는 빵 하나를 봉지에 담았어요.

그러고 나서 창문을 열고 동생과 함께 힘껏 날아올랐지요.

 







"아빠다!"

 

우리는 버스 안에서 힘겹게 서 가시는 아빠를 찾아내 구름빵을 드렸어요.

 

 







구름빵을 먹은 아빠도 둥실 떠올라 훨훨 날아서 금세 회사에 다다랐어요.

 







우리는 다시 높은 건물 사이를 날아서 전깃줄을 아슬아슬 비켜서

우리집 지붕 위에 살짝 내려앉았어요.

하늘을 날아다녀서 배가 고파진 동생과 나는 구름빵을 또 먹었어요.

 

구름을 바라보며 먹는 구름빵은 정말 맛있었어요.


 


 


 


 


 


 


"참, 앙증맞기도 하지."

 

종이 위에 그린 얼굴에 천으로 만든 옷을 입은 고양이 가족과

오븐이며 의자며 콩나물 시루같은 버스 등 

직접 만든 소품들이 한데 어울려 멋진 평면과 입체의 조화를 이룹니다.

그리고 이 조화로움이 빛그림(사진의 우리말)에 담겨져

앙증맞은 고양이 가족의 세계는 완성됩니다.

따뜻함이 강조되는 노란 빛깔의 조명

차가울 것 같지만 오히려 따뜻하게 느껴지는 회색빛 비오는 날

아침밥을 안 드시고 출근한 아빠를 걱정하는 마음

구름으로 빵을 만들어 먹으면 구름처럼 동동 뜰 거라는 상상력이

읽는 사람의 마음마저 동동 뜨게 만들죠.

 

어른이 된 저도 구름빵을 먹고 하늘을 날아보고 싶은데

아이들은 책장 덮자마자 밖으로 나가 나뭇가지부터 살펴 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

 

이 책은 2005년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볼로냐 국제 도서전은 매년 4월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어린이 도서 박람회로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의 등용문이 되고 있죠.

구름빵은 그동안 평면적인 그림책에 익숙해져 있던 제게 새로운 발견이 되기도 한 책이지만

때 묻지 않은 상상력이 넘치는 내용도 참 좋았던...

우리 그림책의 자부심을 느끼게 해준 그림책이었습니다.

 

 

출처 : http://paper.cyworld.com/boo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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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마이클 베다드 글 / 바바라 쿠니 그림 / 김명수 옮김 / 비룡소
 
 





에밀리, 그녀는 이 햇살 속으로 걸어나갈 수 있을까요?

 


 





 

노란집 이층 왼쪽 방에는 '신비의 여인'이라고 불리는 아주머니가 살고 있습니다.

그 아주머니는 거의 20년 동안 자기 집을 떠난 적이 없습니다.

낯선 사람이 찾아오면 숨어버리는 아주머니를 두고 사람들은 미쳤다고 말하지만

나에겐 그저 에밀리입니다.

 





 

우리가 이사온 지 얼마 안 된 어느 날, 우편 구멍으로 편지가 들어왔습니다.

거실에서 피아노 연습을 하고 있는 엄마가 편지를 뜯어봅니다.

납짝하게 말린 꽃 하나가 피아노 건반 위로 떨어집니다.

 

"저는 이 꽃과도 같답니다. 당신의 음악으로 제게 봄을 가져다 주세요."

 

나는 꽃을 가져다가 내 방 창턱 위에 놓아 둡니다.

그리고 우리집 보도를 따라, 길을 건너,

노란집의 울타리 안까지 이어진 발자국을 보았습니다.

 





 

나는 꽃에 물을 주며 아빠하고 온실에 있습니다.

노란집의 아주머니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봅니다.

에밀리 아주머니는 키가 작고 늘 흰 옷을 입고 있으며 시를 쓴다고 합니다.

 

 




 

엄마는 나를 데리고 노란집으로 갑니다.

방은 어두침침하고 딱딱한 느낌이고 히야신스의 짙은 냄새가 어지럽습니다.

그때, 계단 위로 얼른 사라지는 흰 빛이 보였습니다.

엄마는 에밀리 아주머니를 위해 피아노를 연주합니다.

 

"지빠귀의 노래보다 아름다운 연주예요. 좀더 연주해 주세요. 벌써 봄 기운이 느껴지네요."

 




 

음악이 시작되자, 나는 조용히 살금살금 계단을 올랐습니다.

내 심장이 마치 작은 새의 심장처럼 빠르게 뛰었습니다.

층계참 꼭대기엔 온통 새하얀 여인이 앉아 있었습니다.

그분은 무릎 위에 놓인 종이 위로 연필을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장난꾸러기 꼬마야, 이리 오렴."

 

 




 

우리 옷은 둘 다 눈처럼 하얀색이었습니다.

"그게 시예요?"

 

"아니, 시는 바로 너란다. 이건 시가 되려고 애쓰고 있는 것일 뿐이야."

 

나는 주머니에 있던 백합 알뿌리 두 개를 꺼내 그분의 무릎 위에 내려 놓았습니다.

"아주머니께 봄을 좀 가져왔어요. 땅에 심으면 예쁜 백합꽃으로 변할 거예요."

"그럼, 나도 너에게 뭔가를 줘야겠구나."

그분은 종이 위에 연필을 급히 움직여 나에게 건네 주었습니다.

 

"자, 이걸 숨겨 두렴. 나도 네 선물을 숨겨 둘 거야. 아마 머지않아 둘 다 꽃이 필 게다."

 

 





 

곧 봄이 왔습니다. 백합 알 뿌리는 햇빛을 받고 비를 맞아 자라기 시작할 것입니다.

새싹들이 흙에서 돋아나고, 그 다음엔 백합꽃이 온통 새하얗게 필 것입니다.

세상에는 너무나도 많고 많은 일들이 신비롭습니다.


 

 

 

 

 

 

백합꽃과도 같이 하얀... 백합꽃의 개화처럼 신비로운 여인, 에밀리.

그녀는 영미 문학을 통해 가장 위대한 여류 시인으로 평가되는 에밀리 디킨슨입니다.

그녀가 꼬마에게 준 시를 마지막으로 이야기는 끝이 나는 것 같지만

다음 장을 넘기면 문 앞에 서 있던 에밀리가 꼭 문 밖으로 나간 것처럼

사라지고 없는 그림이 보입니다.

그녀의 영혼은 햇살 속으로 훨훨 날아간 걸까요...

빛처럼 하얀 옷을 입고 있던 그녀가 빛 속 어디엔가 머물러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에밀리 디킨슨은 1830년 매사추세츠 주의 암허스트에서 태어났습니다.

소녀 시절에는 가족이나 친척, 친구들 사이에서 재치 있고 영리하며 호기심 많은 소녀로

평판이 나 있었는데 자라나면서 그녀는 외부 세계에 대한 관심을 잃어갔습니다.

그녀는 볼 일을 보러 잠시 집을 떠난 것 외에는 결코 일생 동안 집을 떠나지 않았으며

결혼도 하지 않았고 이웃에 있었던 오빠의 집에조차 가지 않았습니다.

에밀리는 낯선 사람들을 몹시 두려워했지만 아이들에게는 언제나 친구가 되어 주었습니다.

이웃에 사는 아이들은 때때로 그녀가 일하는 동안 이야기를 나누려고 부엌 주위로 오곤 했고

그녀는 종종 이웃 아이들에게 줄에 맨 바구니에 생강빵을 담아

2층 창문에서 내려 주곤 했습니다.

 

그녀는 일생 동안 시를 썼는데 그녀가 생을 마쳤을 때

그녀의 여동생은 그녀의 방 안 벗나무 책상에서 1,800편이나 되는 시들을 발견했습니다.

그녀가 부활한 건 사후 69년이 되던 해,

1955년 비로소 그녀의 본격적인 시집이 하버드에서 출판되었고

그때부터 에밀리 디킨슨은 위대한 미국의 여류 시인으로 재조명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위해 마이클 베다드와 바바라 쿠니는 에밀리의 생가를 직접 방문해서

피아노가 있는 거실에 앉아 보고 그녀가 글을 쓰던 방에도 가보고

그녀가 살던 방 창문 아래에 서 있어 보기도 했습니다.

그래선지 에밀리가 보이진 않지만 그림 속 여기저기 숨어서 보고 있는 것만 같고

에밀리가 살던 먼 옛날의 이야기로 깊이 빠져들게 되는 것 같습니다.

평생 고독했을 에밀리지만 그녀가 주인공인 이 책은 따뜻한 그림 덕분에

털옷을 입은 듯 폭신폭신한 느낌입니다.

세상은 그녀의 은둔 생활을 신기해하며 외로웠을 거라고 단정하지만

그녀의 옆집엔 천사가 살고 있으니 그녀는 단지 천국을 지키려던 게 아니었을까요...

 

 

 

 

『내가 만약 누군가의 마음의 상처를

막을 수 있다면 헛되이 사는 것 아니리

내가 만약 한 생명의 고통을 덜어 주고

기진맥진해서 떨어지는 울새 한 마리를

다시 둥지에 올려놓을 수 있다면

내 헛되이 사는 것 아니리.』

 

 

『사랑이란 이 세상의 모든 것

우리 사랑이라 알고 있는 모든 것

그거면 충분해, 하지만 그 사랑을 우린

자기 그릇만큼밖에는 담지 못하지.』

 

 

『사라지며 더욱 아름답게 - 낮이

어둠에 잠기듯 -

태양의 얼굴은 반쯤

훼방 놓으며 - 떠나지 않으며 - 멸망하며 -

 

다시 빛을 모으네, 죽어가는 친구처럼 -

찬란한 변신에 괴로운 채 -

오직 더욱 어두워지게 하면서

소멸하는 - 뚜렷한 - 얼굴로 - 』

 

- 에밀리 디킨슨의 시 중에서

(그녀의 시는 제목이 없어서 첫 행을 제목으로 하곤 합니다.)

 

 

출처 : http://paper.cyworld.com/boo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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