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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컬렉터 2 ㅣ 링컨 라임 시리즈 9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몇 년 전 <본 콜렉터>란 제목의 영화를 본 적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안젤리나 졸리라는 배우가 지금처럼 유명세를 치르지 않았었고,(내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녀는 <툼레이더>로 인기 여배우 반열에 오르지 않았나 싶다) 그나마 덴젤 워싱턴이란 배우는 인지도가 높긴 했지만 그렇게 관심가는 배우는 아니라 내가 왜 이 영화를 택했었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다만, 굉장히 재미있게 봤다는 기억만 날 뿐. 나름대로 오래된 기억의 저 편에 있던 그 이야기. <본 콜렉터>. 이번에는 원작 소설인 <본 컬렉터>로 만나보게 되었다. (대개 영화의 개봉과 함께 출판되는 경우에 비해 이 책은 너무 늦게 출간된 것이 아닌가싶은 생각도 들지만 늦게라도 출간되어 줘서 고마울 따름.)
추리소설을 읽다보면 종종 '안락의자 탐정'이라는 탐정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피치못할 신체적 사정으로, 혹은 머리가 너무 좋은 관계로, 사건의 현장에 직접 가지 않지만 그 똑똑한 머리로 사건을 해결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링컨 라임'도 그런 종류에 속할 듯 싶다. 사고로 인해 온 몸이 마비되어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은 머리와 새끼손가락 약간. 한 때는 법의학 전문 형사로 잘 나갔던 그는 그런 무기력한, 고통만 남은 생활을 미련없이 떠나려한다. 하지만 의문의 살인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은 그는 그것이 연쇄살인임을 깨닫고 살인자와 한 판 두뇌 승부를 펼치게 된다. 물론, 링컨 라임은 머리만 사용할 뿐(아, 후반에는 약간의 근육을 사용하기도 한다) 실제로 사건을 찾아가고 현장을 분석하는 일은 아멜리아 색스라는 경관이 담당한다. 차가운 느낌의 속을 알 수 없는 그녀. 그녀와 라임, 그리고 살인자의 이야기가 이 책 속에는 펼쳐진다.
저자인 제프리 디버는 범인의 신체적인 공격 앞에서 완벽하게 무기력하고 두뇌만을 사용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인물을 만들어내고 싶었다고 한다. 대개 이런 식의 주인공들은 한 번, 혹은 두 번정도 주인공은 될 수 있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링컨라임처럼 시리즈물로 등장하기는 어렵다. 자칫하면 반복되는 구성에 독자가 시들해질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링컨라임시리즈는 6권이나 이미 출간되어 있다. 시리물의 첫번째인 이 책은 링컨라임과 아멜리아의 매력, 그리고 그들의 관계에 대해서 초석을 만들어 놓고 있다. 앞으로 이어지는 시리즈에서 과연 그들의 관계가 (비록 육체적인 관계는 성립이 불가하다하더라도) 어떻게 진행될 지 자뭇 궁금해진다.
링컨라임이나 색스가 겪는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책 속에서는 살인자의 이야기, 피해자의 이야기들도 교차로 등장해 직접 그의 심리를 엿볼 수 있게끔 되어 있다. 범인을 쫓는 과정, 범인의 정체를 대면하게 되는 과정, 그리고 전신 마비 환자인 링컨라임이 겪는 고통을 독자들이 함께 공감하고 따라갈 수 있게끔 되어 있어 꽤 긴장감있게 이야기를 읽어갈 수 있었다.
완벽하게 신체적으로 무기력한 탐정, 그를 옆에서 왓슨처럼 도와주는 보조자들. 그들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할 지, 앞으로 그들이 어떤 사건들을 접하게 될 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