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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화상 - CSI: 과학수사대, 라스베이거스 #1
맥스 알란 콜린스 지음, 유소영 옮김 / 찬우물 / 2004년 1월
평점 :
품절
예전에는 외국 드라마도 케이블이나 공중파 방송을 통해서 보는 게 고작이었다면 인터넷의 발달로 인하여 이제는 동영상을 다운받아서 드라마 팬들이 만든 자막과 함께 볼 수 있게 되었다. 때문에 국내에도 많은 미국 드라마의 팬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 많고 많은 드라마 중에 CSI는 유독 돋보인다. 모 포털 사이트에 있는 CSI 클럽에는 6만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있을 정도고 라스베이거스편을 시작으로 한 시리즈는 어느새 인기를 몰아 마이애미, 뉴욕에까지 퍼져나갔다. 그 중 벌써 6시즌이 마감된 라스베이거스는 단연 돋보이는 존재이다. (마이애미와 뉴욕도 그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지만 역시 원조인 라스베이거스가 최고인 듯)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만 CSI는 과학수사대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들은 때로는 하드보일드 소설 속의 탐정들처럼 몸으로 직접 뛰기도 하고, 때로는 셜록홈즈처럼 증거를 보고 생각하여 사건을 풀어가기도 한다. 물론, 과거 추리소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여러가지 과학적인 도구들이라는 도움이 있지만 어쨌거나 그들은 단서를 쫓아 사건을 해결해간다. 드라마에서 이미 100여편이 넘는 에피소드를 다뤘지만 아직까지 CSI가 인기가 있는 것은 이야기가 대중에게 먹힐 수 있는 구성이기 때문일 것이다. (신기한 과학수사도구들, 과학수사대원들의 이야기, 범인과 피해자의 사연과 같은 것들) 그런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이렇게 책으로까지 CSI는 등장했다.
이야기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일하고 있는 캐서린, 워릭, 닉이 맡은 냉동된 시체와 법의학 회의차 라스베이거스를 떠난 그리섬과 새라가 맡은 눈 속에서 발견한 불에 탄 시체로 나뉘어 진행된다. 사막지대인 라스베이거스와 그와는 정 반대로 폭설이 몰아치는 지역에서 벌어지는 두 사건. 티비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이야기는 교차로 등장하지만 그동안 너무 영상적인 면에 너무 익숙했던 탓인지 소설로 만나는 CSI는 뭔가 좀 어색한 느낌이었다. (뭐 그덕에 상상하면서 읽는 재미도 있었지만) 그리고 아무래도 드라마가 먼저 나왔으니 CSI를 먼저보고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파악한 뒤에 책으로 접하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등장인물 소개를 통해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미리 파악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직접 그들의 에피소드를 보며 그들을 이해하는 것과 짤막한 설명으로 대충 이해하는 것은 다르니까.
그럴싸한 추리소설을 기대하고 보는 독자라면 2프로 부족하다고 외치고 싶을 터이고, CSI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문자로 CSI를 만나본다는 사실에 즐거움을 느끼지 않을까 싶었다. 법의학이나 수사, 혹은 여러가지 문화적 사실들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독자도 쉽게 이야기를 접할 수 있도록 꼼꼼한 주를 달아놓아 어려움없이 읽어갈 수 있었다. 그럴싸한 트릭 하나 없는 이야기이지만(아, 냉동화상을 방지하기 위해 냉동고에 넣은 시체에 물을 뿌렸다는 점은 꽤 영악해보이긴 했다.) 그래도 나름대로 새로운 모습으로 CSI를 접할 수 있어서 책을 읽으며 괜찮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책도 나름대로 재미는 있었지만 책을 읽는 것보다 드라마를 보는 편이 더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