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대장 존

존 버닝햄 글 / 존 버닝햄 그림 / 박상희 옮김 / 비룡소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는 학교에 가려고 집을 나섰습니다.

 

 

 




 

한참을 가는데 하수구에서 악어 한 마리가 불쑥 나와

책가방을 덥석 물었습니다.

존은 책가방을 있는 힘껏 잡아당겼지만

악어는 놓아 주지 않았습니다.

존은 할 수 없이 장갑 하나를 휙 던졌습니다.

악어는 책가방을 놓고 장갑을 물었습니다.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는 허겁지겁 학교로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악어 때문에 늦고 말았지요.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 지각이로군.

그리고 장갑 하나는 어디다 두고 왔지?"

 

"학교에 오는데 하수구에서 악어 한 마리가 나와서

제 책가방을 물었어요. 제가 장갑을 던져 주니까

그제서야 놓아 주었어요. 장갑은 악어가 먹어 버렸고요.

그래서 지각했어요, 선생님."

 

"이 동네 하수구엔 악어 따위는 살지 않아! 넌 나중에 학교에

남아서 '악어가 나온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또, 다시는

장갑을 잃어버리지 않겠습니다.'를 300번 써야 한다. 알겠지?"




그래서 존은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서 300번 썼습니다.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는 서둘러 학교에 갔습니다.

 

그런데 덤불에서 사자 한 마리가 나오더니

바지를 물어뜯었습니다.

존은 간신히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갔습니다.

존은 사자가 심드렁해져서 돌아갈 때까지 나무 위에서 기다렸습니다.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는 허겁지겁 학교로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사자 때문에 지각하고 말았지요.

 

 



"넌 또 지각이야. 게다가 바지까지 찢었군!"

 

"학교에 오는데 덤불에서 사자가 튀어 나와 제 바지를

물어뜯었어요. 나무 위로 올라가 사자가 갈 때까지

한참 기다렸어요. 그래서 지각했어요, 선생님."

 

"뭐라고? 이 동네 덤불에는 사자 따위는 살지 않아! 저 구석에

돌아서서 큰 소리로 400번 외쳐라. '다시는 사자가 나온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바지를 찢지 않겠습니다.' 알았냐?"

 

 



존은 구석에 돌아서서 400번 외쳤습니다.
"다시는 사자가 나온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바지를 찢지 않겠습니다."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는 서둘러 학교에 갔습니다.
 
다리를 건너는데, 갑자기 커다란 파도가 밀려와 존을 덮쳤습니다.
존은 파도가 가라앉고 물이 빠질 때까지
난간을 꼭 붙잡고 매달려 있었습니다.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는 허겁지겁 학교로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파도 때문에 또 늦고 말았지요.
 
 
 



"넌 또 지각이야.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
게다가 옷까지 흠뻑 젖었군!"
 
"학교 오는 길에 다리를 건너는데, 산더미 같은 파도가
덮치는 거예요. 흠뻑 젖었어요. 그리고 물이 빠져 나갈 때까지
난간에 간신히 매달려 있었어요. 그래서 지각했어요, 선생님."
 
"내 살다살다 별소리를 다 듣겠다. 이 동네 강에서 산더미 같은
파도가 사람을 덮치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 갇혀 봐야 정신을
차리겠군. 이 안에서 꼼짝말고 이렇게 500번 써라. '다시는 강에서 파도가
덮쳤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옷을
적시지도 않겠습니다.' 한 번만 더 거짓말을 하고 지각을 했다간,
이 회초리로 때려 줄 테다. 알겠냐?"
 
 



 
그래서 존은 교실 안에 갇혀서 이렇게 500번 썼습니다.
"다시는 강에서 파도가 덮쳤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옷을 적시지도 않겠습니다."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는 서둘러 학교에 갔습니다.
 
가는 길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존은 제 시간에 학교에 갈 수 있었지요.
 
 
 
 



"존 패트릭 노먼 맥세너시, 난 지금 커다란 털북숭이 고릴라한테
붙들려 천장에 매달려 있따. 빨리 날 좀 내려다오."
 
"이 동네 천장에 커다란 털북숭이 고릴라 따위는 살지 않아요, 선생님."
 
 
 
다음 날에도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는 학교에 가려고 길을 나섰습니다.
 
 
 
 
이 그림책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어요?
처음에는 그저 '재미있네~' '신기해~' 이런 마음으로 읽었는데
읽다보니 내가 선생님이었어도 거짓말을 한다고
존을 나무라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악어가 가방을 낚아채고, 사자가 바지를 물어뜯는 일이 어디 흔한 일인가요?
 
하지만 존 버닝햄은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어린이의 말이라고 해서, 상식 밖의 일이라고 해서 무조건 거짓말로 단정짓지 말고
그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하자!
어른의 잣대로 평가하다가 큰코 다칠 수도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마지막에 커다란 털복숭이 고릴라에게 붙잡힌 선생님이 천정에 매달려 도움을 청하는데
존이 두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이 동네에는 그런 고릴라는 살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장면,
너무 통쾌하지 않았나요? ^^
 
사진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책장을 펼쳐서 보이는 존의 글씨를 보면 저처럼 통쾌하다는
생각이 꼭 들 거예요.
거기엔 삐뚤빼뚤한 글씨로 "악어가 나온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가끔은 틀린 글씨로 "다시는 장갑을 잃여버리지 않게습니다." ... 라고 두 면을 가득 채운 존의
반성문이 보이거든요.
존은 이런 글을 수백번씩 반복하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해져요.
아마도 존은 제 말을 믿지 못하고 방방 뛰며 벌을 주는 선생님이 무서워서
반성보다는 내일은 제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지각하지 않기만을 바랐을 것 같아요.
얼마나 답답했을지... 존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싶었답니다.
 
 
지난 7월, 성곡미술관에서는 '행복한 그림책 여행'이란 주제로
존 버닝햄과 앤서니 브라운의 원화 전시회가 있었어요.
그곳에서 존 버닝햄의 그림책을 다시 보게 되는 기회를 가졌는데
그의 원화는 그림책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색감이 풍부하고 매력적이었어요.
그다지 갖고싶은 그림책들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건 우리 나라에서 출간된 그림책들의 인쇄 상태 문제였더라구요.
파스텔톤의 고운 색감들이 너무 예뻤답니다.
 
다음은 전시회 때 성곡미술관에서 준비한 존 버닝햄의 약력이에요.
디카로 찍어와서 다행히 그의 약력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네요. ^^
 

  1937년 영국 서레이에서 태어난 존 버닝햄은 1963
  년 첫번째 그림동화인 '보르카'로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을 받았으며, 1970년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로 두번째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
  을 수상하였습니다.
  그의 작품은 뉴욕타임즈에서 주는 '올해의 동화
  책'상에 네 번이나 선정되었고,
  '뉴요커' 잡지는 존 버닝햄을 "이 시대의 가장 훌
  륭하고 독창적인 작가"라고 격찬하였습니다.
 
  1977년에는 100주년을 맞이한 줄스 베르네의 고전
  작품 <80일간의 세계일주>를 위해
  80일간 44,000마일을 세계일주하며 작품 소재를 
  모으기도 하였습니다.
  1984년에는 '우리 할아버지'로 커트 마슬러 상을 
  수상하였으며,
  소녀와 할아버지의 즐거운 상상과 슬픔이 공존하
  는 이 책은 나중에 '스노우맨'에 의해
  에니메이션 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간결한 글과 자유로운 그림으로 심오한 주제를 표현한 작가는 서일본 철도회사로부터 
일본 엑스포 90'에 의뢰를 받고, 그 유명한 동화책 '야! 기차에서 뛰어내려'가 탄생하게 됩니다.
이 책은 기차놀이와 동물 인형을 좋아하는 남자아이를 통해 생태학적 메세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대표작으로는 '아보카도 아기' '네가 만약' '장바구니' '지각대장 존' '줄리우스는 어디 있지?' 
'구름나라' '잘자라 우리아가' 그리고 최신작으로 '마술침대'가 있습니다.
그는 또한 동화책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키니드 그라함의 '버드나무 속 바람'에 삽화를
그렸으며 어른들을 위한 네권의 책으로 '영국 '프랑스' '내 인생의 가장 행복한 날'
'우리가 어렸을 때' 등을 편찬하여 삽화 작업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책들은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출판되었습니다.
 
존 버닝햄은 현재 영국 런던에서 부인이자 어린이 동화작가로 유명한 헬렌 옥센버리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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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4-16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예전에 읽은적 있어요. 참.. 이런저런 생각이 들게하던 책이었는데...ㅎ

이매지 2006-04-16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으면서 나였더라도 안 믿었을 것 같다는 생각했었어요^^

치유 2006-04-17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각대장...일수밖에 없는 존...또 다른 모험...
또 지각할 수밖에 없는 어떤 사건이 벌어지려는지..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이미 몇 번이나 영상화되었기에 그리 독특하다거나 관심을 끄는 것은 아니었다. 사실 예고편이나 포스터에서 만난 다아시와 엘리자베스는 내가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오던 그 이미지가 전혀 아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다아시는 역시 BBC 드라마에 출연했던 콜린 퍼스(오만과 편견과 관련이 있기도 한 브리짓 존스에서도 그는 다아시로 등장했었다.)였고, 실제로 엘리자베스는 좀 더 통통한 타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생각해보니 이 또한 BBC에서의 엘리자베스의 모습이다.)

  나름대로 두꺼운 책의 내용을 2시간 분량에 압축을 하다보니 소설의 큰 줄기만 훑어가는 경향이 있었고,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에게 이야기의 중심이 놓여있기때문에 상대적으로 빙리와 제인은 부수적인 인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 다소 아쉬웠다. 어찌보면 오늘 날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신데렐라 이야기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이야기이때문에 충분히 지금도 제인오스틴의 이야기는 먹혀들어간다고 생각한다. 특히 서로가 가지고 있던 '오만'과 '편견'을 버리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내용적인 면은 충분히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잔잔한 음악이나 전원적인 배경은 영화의 내용과 잘 어울리는데, 그래도 이상스럽게 난 여전히 BBC판 오만과 편견이 더 좋으니. 나야말로 아직도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이 참에 BBC판 오만과 편견을 한 번 더 봐야겠다.

BBC 드라마 오만과 편견에서 다아시 역이었던 콜린퍼스.



영화 오만과 편견에서 다아시로 나왔던 매튜 맥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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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04-15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쁘다.

미미달 2006-04-16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BBC에서도 했군요. 보고파라....

비연 2006-04-16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BBC 판을 제대로 한번 봐야겠네요^^

이매지 2006-04-16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 여전히 키이라의 매력에 ㅋ
미미달님, 비연님 / 다음달에 DVD로 나온다고 하던데. 전 암흑의 경로에서 다운받아서 봤는데 아마 아직은 구할 수 있을꺼예요^^
 

 

프리다

조나 윈터 글 / 아나 후안 그림 / 박미나 옮김 / 문학동네어린이

 




꼬마 프리다에게 멕시코는 온 세상이나 다름없어요.
프리다의 집은 파란색이지요.
코요아칸이란 마을에 있어요.
 
 
 



프리다의 아빠는 예술가예요.
사진 작가이거든요.
아빠는 프리다에게 붓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가르쳐 주셨어요.
 
 
 



프리다의 엄마는 딸 여섯을 돌보느라 많이 힘들어하세요.
언니들이 있지만 프리다는 외로울 때가 많답니다.
 
 
 
 



무대 왼쪽에서 프리다의 상상 속 친구가 나타납니다.
그 친구의 이름도 프리다예요.
둘은 함께 놀아요.
 
 
 
 



프리다는 갑자기 많이 아팠어요.
몇 달 동안이나 침대에 누워 있었지요.
한쪽 다리에 병이 생겼대요.
상상 속의 친구도 프리다를 즐겁게 해 주지 못했어요.
 
프리다는 그림 그리는 법을 스스로 터득했어요.
그림을 그리면 하나도 슬프지 않았어요.
 
 
 



병이 다 낫고 나서도 프리다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작은 그림을 그렸어요.
다른 그림을 보고 그대로 그렸지요.
 
프리다 아빠는 사진 위에 그림 그리는 일을 하셨어요.
아빠는 프리다에게 사진 위에 그림 그리는 법도 가르쳐 주셨어요.
 
 
 



프리다는 현미경으로 본 것들을 그림으로 그렸어요.
프리다는 물체를 아주 가까이에서 살펴보는 것을 좋아했지요.
 
 
 



학교에서 프리다는 과학을 배웠어요.
너무 지루했어요.
학교 공부는 정말 쉬웠거든요.
어느 날 프리다는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어요.
 
 
 



그런데 끔찍한 사고가 났어요.
버스가 전차에 부딪힌 거예요.
프리다는 거의 죽을 뻔했지요.
 
 
 



병원에 누워 있는 프리다를 구해 준 것은 그림이었어요.
그림은 마치 프리다의 상상 속 친구 같았지요.
프리다가 원할 때면 늘 곁에서 친구가 되어 주었으니까요.
프리다가 희망을 잃지 않도록요.
 
 
 



사고가 난 뒤 프리다는 달라졌어요.
지팡이를 짚고 걸아야 했고, 늘 몸이 아팠어요.
 
 
 
 



하지만 프리다는 울지도 않고 투덜거리지도 않았어요.
우는 대신, 우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렸지요.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을 때는 침대에서 그림을 그렸어요.
몸에 깁스를 하고 있을 때는 깁스에다 그림을 그렸어요.
 
 
 
 



아무것도 프리다가 그림 그리는 것을 막을 수 없었어요.
집 밖에 나갈 수 없는 프리다는 자주 혼자 있어야 했지요.
그럴 땐 상상의 날개를 펼쳤어요.
 
프리드는 눈으로 본 것 위에 마음으로 본 것을 그렸어요.
그것은 사진에다 그림을 그리는 일과 비슷했지요.
 
 
 
 



프리다는 마술 같은 장면을 그린 다음 그 밑에 글을 써 넣었어요.
멕시코에서는 이런 그림을 많이 그렸어요.
그림 중에는 사고가 난 곳에 천사들이 내려와
사람들을 구해 주는 그림도 있었어요.
그것은 아픈 사람들을 위한 기도였지요.
멕시코에서는 그것을 '엑스보토'라고 해요.
프리다는 자기가 아플 때는 자신을 위해 엑스보토를 그렸어요.
 
프리다는 다른 누구도 흉내내지 않았어요.
프리다의 그림은 다른 그림들과 아주 달랐어요.
아직도 미술관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프리다의 그림을 보면서 눈물짓고 한숨짓고 미소를 지어요.
프리다는 자신의 아픔을 아름다움으로 변화시켰지요.
그것은 기적이었어요.
 
 
 
 "이 외출이 행복하기를,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를 바란다."
 
프리다 칼로가 세상을 떠나면서 남긴 말이에요.
이 한 문장만으로 그녀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짐작할 수 있어요.
그런데 전 아이러니하게도 그 순간에 천상병 시인의 시 '귀천'이 떠올랐어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프리다의 마지막 말과 너무나 대조되는 구절이죠?
소아마비와 교통사고로 인한 후유증으로 평생을 육체적 고통에 시달렸으니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몸 안에 갇혀 살았던 그녀는
죽음을 외출이라고 할 만큼 생을 저주할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이 그림을 보세요.
 



<부서진 기둥> 1944
 
 
이 그림 속 프리다는 너무나 고통스런 모습이에요.
여기저기 박혀 있는 못, 척추뼈 대신 갈라진 기둥, 몸을 죄고 있는 띠들
그리고 그녀가 흘리는 눈물....
 
프리다는 수 없이 많은 자화상을 그렸는데
성할 데 없는 자신의 몸을 보면서 느끼는 슬픔과 외로움들을
자화상에 고스란히 담았어요.
 
 
 
이 그림책은 이런 고통을 이기고 화가가 된 프리다의 열정에 촛점을 맞추고 있지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그림책이다 보니 인간승리 같은 이미지가 살짝 느껴지지만
자신을 그리며 스스로 다독이고 위로하는...
프리다에게 그림은 자기 치료같은 의미였을 거예요.
 
그리고 이 그림책에는 프리다 하면 동시에 떠오르는 그녀의 반쪽 '디에고 리베라'에
관한 이야기는 쏙 빠져 있어요.
'프리다 칼로는 누구일까요?'란 사족에 잠깐 나오긴 하지만
그녀의 영혼을 빼앗은 디에고와의 이야기는 어린이들에게 한참 무리일 거예요. ^^;
 
아나 후안의 그림은 프리다의 개성을 아주 잘 표현했어요.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갈매기를 닮은 그녀의 눈썹
특히 마지막 장의 그림은 정말 인상적이에요.
그림 중간중간에 나오는 해골, 악마,표범 등등의 캐릭터들은
멕시코 민속 예술품에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들이라고 해요.
그런데 제 생각엔 이 캐릭터들이 없었더라면...
더 깔끔한 그림이 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끝으로 프리다 칼로에 대해 궁금하신데 책을 읽을 시간은 없다... 하신다면
2003년에 나온 셀마 헤이엑이 주연한 영화 '프리다'를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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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번 산 고양이
사노 요코 글 / 그림 / 김난주 옮김 / 비룡소
 
 





백만 년이나 죽지 않은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백만 번이나 죽고 백만 번이나 살았던 것이죠.

정말 멋진 얼룩 고양이였습니다.

백만 명의 사람이 그 고양이를 귀여워했고,

백만 명의 사람이 그 고양이가 죽었을 때 울었습니다.

 

고양이는 단 한 번도 울지 않았습니다.




 





 

한때 고양이는 임금님의 고양이였습니다.

고양이는 임금님을 싫어했습니다.

임금님은 싸움 솜씨가 뛰어나 늘 전쟁을 했습니다.

그래서 고양이를 멋진 바구니에 담아 전쟁터에 데리고 다녔습니다.

어느 날 고양이는 날아온 화살에 맞아 죽고 말았습니다.

 

임금님은 고양이를 껴안고 울었습니다.


 

그리고 성의 정원에 고양이를 묻었습니다.  


 





한때 고양이는 뱃사공의 고양이였습니다.

고양이는 바다를 싫어했습니다.

어느 날 고양이는 배에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고양이는 헤엄칠 줄을 몰랐습니다.

뱃사공이 서둘러 그물로 건져 올렸지만

고양이는 바닷물에 푹 젖은 채 죽어 있었습니다.

 

뱃사공은 고양이를 안고 소리 내어 엉엉 울었습니다.


 

그리고 머나 먼 항구 마을의 공원 나무 아래에 고양이를 묻었습니다.




 






 

한때 고양이는 도둑의 고양이였습니다.

고양이는 도둑을 아주 싫어했습니다.

도둑은 고양이와 함께 어두컴컴한 동네를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걸어 다녔습니다.

도둑은 개가 있는 집에만 도둑질을 하러 들어갔습니다.

개가 고양이를 보고 짖는 동안에 도둑은 금고를 털었습니다.

어느 날 고양이는 개에게 물려 죽고 말았습니다.

 

도둑은 고양이를 껴안고 소리 내어 엉엉 울었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좁다란 뜰에 고양이를 묻었습니다.

 




 






 

한때 고양이는 어린 여자 아이의 고양이였습니다.

고양이는 아이를 아주 싫어했습니다.

여자 아이는 고양이를 업기도 하고 꼭 껴안고 자기도 했습니다.

울 때는 고양이의 등에다 눈물을 닦았습니다.

어느 날 고양이는 여자 아이의 등에서 포대기 끈에 목이 졸려 죽고 말았습니다.

 

고양이를 안고 여자 아이는 온종일 울었습니다.


 

그리고 고양이를 뜰 나무 아래에다 묻었습니다.

 



 






 

한때 고양이는 누구의 고양이도 아니었습니다.

도둑고양이였던 것이죠.

고양이는 처음으로 자기만의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고양이는 자기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암고양이들은 모두들 그 고양이의 신부가 되고 싶어 했습니다.

커다란 생선을 선물하는 고양이

먹음직스러운 쥐를 갖다 주는 고양이

멋진 얼룩무늬를 핥아 주는 고양이도 있었습니다.

 

"나는 백만 번이나 죽어 봤다고. 새삼스럽게 이런 게 다 뭐야!"


 

고양이는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좋아했던 것이죠.

 

 

 





그런데 딱 한 마리, 고양이를 본 척도 하지 않는 새하얗고 예쁜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난 백만 번이나 죽어 봤다고!"

 

"그러니."


 

고양이는 은근히 화가 났습니다.

안 그렇겠어요, 자기 자신을 가장 좋아했으니까요.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에게 다가가 말했습니다.


 

"난 백만 번이나..."

하고 말을 꺼냈다가 고양이는


 

"네 곁에 있어도 괜찮겠니?"

라고 하얀 고양이에게 물었습니다.


 

"으응."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 곁에 늘 붙어 있었습니다.

 

 


 





 

 

하얀 고양이는 귀여운 새끼 고양이를 많이많이 낳았습니다.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들을

자기 자신보다 더 좋아할 정도였습니다.

마침내 새끼 고양이들이 자라서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하얀 고양이는 조금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와 함께 오래오래 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 하얀 고양이는 고양이 곁에서 조용히 움직임을 멈췄습니다.

고양이는 처음으로 울었습니다.

밤이 되고 아침이 되도록,

또 밤이 되고 아침이 되도록 고양이는 백만 번이나 울었습니다.

아침이 되고 또 밤이 되고, 어느 날 낮에 고양이는 울음을 그쳤습니다.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 곁에서 조용히 움직임을 멈췄습니다.


 

그리고는 두 번 다시 되살아나지 않았습니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때는 고양이가 죽는 묘사가 많이 거슬렸습니다.
페이퍼에서는 소개하지 않았지만 바다에 빠진 고양이가 젖은 걸레같다던가
마술사의 고양이였을 때 상자 묘기를 부리다 반으로 쓱싹쓱싹 잘려 죽었다던가
여자 아이의 등에서 포대기 끈에 목이 졸려 죽었을 때 머리가 덜렁거린다는 묘사는
어두운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는 '사랑' 이 담겨 있었습니다.

사랑을 주지 않고 받기만 했던 고양이는 사랑의 기쁨을 몰랐기 때문에 삶의 기쁨도 몰랐습니다.
그래서 죽는 것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는 환생을 거듭했습니다.
하얀 고양이를 만나기 전까지 고양이는 그저 백만 번이나 환생한 멋진 얼룩 고양이였죠.
하지만 마지막 생에서 고양이는 진정한 사랑을 깨달았습니다.
사랑을 주고 받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이며 그 사랑이 사라지는 것이 얼마나 큰 아픔인지...
아침이 되고 밤이 되도록 펑펑 울면서 깨달았습니다.
그리고는 두 번 다시 되살아나지 않았습니다.
환생을 하고 싶지 않을만큼 사랑이 가득한 생을 살았던 것이죠.

살다보면 참 이기적일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부모님의 사랑은 받는 걸로만 생각하고
상대방의 잘못은 두고두고 곱씹어도 내 잘못은 금세 잊어버리고...
원하는 만큼 사랑을 받을 땐 또 그만큼을 베푸는지...
이 책은 처음 읽을 때보다 두 번, 세 번 읽어가면서 점점 더 생각 거리들이 많아집니다.

사노 요코는 일본의 그림책 작가로 우리 나라에 소개된 그림책이 많습니다.
<100만 번 산 고양이>의 그림처럼 사노 요코의 그림은 어렸을 때 그렸던 그림들이 생각나는
단순하면서도 경쾌한 싸인펜의 터치와 휙휙 바른 듯한 물감이
여느 그림책과는 다른 인상을 줍니다.
또한 리듬감이 있는 글들이 많아 어린 아이들이 읽어도 좋고
등장 인물들의 심리 묘사나 생각할 거리들은 마니아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저는 보지 못했지만 <100만 번 산 고양이>는 '카우보이 비밥'에서
스파이크가 잠시 인용했다고도 하네요. ^^

 

출처 : http://paper.cyworld.com/boo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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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
웬디 케셀만 글 / 바바라 쿠니 그림 / 강연숙 옮김 / 느림보 


 
 




 

엠마 할머니의 일흔두 살 생일이었어요.
엠마 할머니에게는 아들 딸이 네 명, 손자가 일곱 명, 증손자가 열네 명 있었어요.
가족이 찾아오면 할머니는 행복했어요.
그러나 할머니의 가족은 오래 머무르지는 않았어요.
할머니는 혼자 지낼 때가 많아서 무척 외로웠어요.
 
 




엠마 할머니의 하나뿐인 친구는 주황색 고양이, 호박씨였어요.
할머니와 호박씨는 함께 햇볕을 쬐기도 하고
딱따구리가 나이 든 사과나무를 쪼는 소리도 들었어요.
가끔씩 엠마 할머니는 나무 꼭대기에서 꼼짝도 못하는 호박씨를 구해 주기도 했어요.
 
 




 

가족은 할머니의 일흔두 번째 생일 선물로 산 너머 작은 마을 그림을 선물했어요.

"멋지구나!"

그렇지만 마음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저건 내가 그리워하는 고향 마을이 아닌데...'

 




 

 

그러던 어느 날 엠마 할머니는 물감이랑 붓, 이젤을 사왔어요.

그리고 창가에 앉아서 기억나는 대로 고향 마을을 그렸어요.

엠마 할머니는 가족에게 받은 그림을 내려 놓고 자기가 그린 그림을 걸었어요.

가족이 찾아오면 선물 받은 그림을 다시 걸어놓았다가

가족이 떠나면 자기 그림으로 바꿔 놓는 숨바꼭질을 계속 했죠.

 

 



 

그런데 어느 날 할머니가 깜박했지 뭐예요?

 

"저 그림 어디서 난 거예요? 우리가 선물한 그림이 아닌데요?"

"내가... 내가 그렸어."

 

할머니는 그 그림을 얼른 벽장 안에 감추었어요.

 

 




 

"감추지 마세요! 멋져요! 그림을 더 그려 보세요."

 

"많이 그렸어."

 

그러고는 벽장에서 스무 점도 넘는 그림들을 꺼내 왔어요.

 

 




 

 

그날부터 엠마 할머니는 쉬지 않고 그림을 그렸어요.

할머니는 현관 문턱까지 쌓이는 눈을 그렸고

꽃이 활짝 핀, 나이 든 사과나무와

그 나무를 쪼고 있는 딱따구리도 그렸어요.

 

 




 

 

햇볕을 쬐면서 발끝을 오므리고 있는 호박씨도 그렸고요.

할머니는 고향인 산 너머 마을을 그리고 또 그리고 자꾸자꾸 그렸어요.

곧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엠마 할머니의 그림을 보러 오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이 떠나고 나면 할머니는 또 혼자였어요.

 

 




 

 

그렇지만 이제 엠마 할머니는 무언가 달랐어요.

할머니는 날마다 창가에 앉아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림을 그렸어요.

할머니의 그림은 벽에도, 벽장에도 찬장에도 가득했어요.

엠마 할머니는 자기가 좋아하는 곳들과 사랑하는 친구들에 둘러싸여 있었어요.

그래서 이제는 조금도 외롭지 않았어요.

 

 

 

 

 

 

우리 나라에서 일흔두 살의 나이란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모습이 연상되는 그런 나이에요.

엠마 할머니처럼 뭔가를 시작한다기보다 뭔가를 마무리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이.

하지만 이 책 속의 엠마 할머니는 젊은 사람들도 선뜻 하기 힘든 결심을 내리고

외롭고 무료하게만 흘러가던 삶의 방향을 비틀어 버려요.

자기가 좋아하는 곳들과 사랑하는 친구들에 둘러싸인 삶을

그림으로 그려야겠다고 생각한 결심이 엠마 할머니를 외로움에서 벗어나게 한 거죠.

그냥 흘러가는대로 내버려 뒀던 삶이었는데

삶은 흘러가는 방향을 바로 잡아 주길 기다렸던 것처럼

엠마 할머니의 하루하루는 기쁨으로, 행복으로 가득하게 돼요.

엠마 할머니는 이제 더이상 산 너머 고향 마을을 그리워하지 않을 거예요.

고향 생각이 나면 햇살이 따뜻하게 비치는 창가에 앉아 그림으로 그리고

온 집안 구석구석에 걸어 놓으면 되니까요.

고향은 산 너머가 아닌 바로 곁에서 엠마 할머니를 지켜 주겠죠.

 

 

이 이야기는 늦은 나이에 그림을 시작한 엠마 스턴이라는 화가의 이야기에요.

바바라 쿠니의 책 속 그림들은 엠마 스턴의 그림을 바탕으로 그려낸 거죠.

하지만 8호 [에밀리]의 그림과 비교해 보세요.

바바라 쿠니와 엠마 스턴의 그림이 참 닮은 꼴이라는 느낌이 들 거예요.

목가적인 느낌, 판화로 찍어낸 듯한 기법, 세밀한 선 등이 많이 닮아 있어요.

바바라 쿠니의 따뜻한 그림처럼 엠마 할머니의 그림에서도 따뜻함이 느껴져요.

프랑스의 노작가 미셸 투르니에가 세상을 바라보는 정감 있는 시선 그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같아요.

내 주변을 사랑하고 캔버스에 담는 여유.

엠마 할머니가 참 부럽습니다.

 

출처 : http://paper.cyworld.com/boo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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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4-10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예뻐요.

박예진 2006-04-10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너무 예쁜 그림책이에요!
얘기도 너무 좋고요.
아 참, 이매지님~~ 저 이벤트해요. 캡쳐+이벤트! 시간나시면 꼬~옥 놀러오셔서
참가해주세용~ㅎㅎ :)

woodpecker26 2006-05-31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참 좋아하는 책인데.. 넘 이뻐서 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