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13
제인 오스틴 지음, 오화섭 옮김 / 범우사 / 1998년 11월
구판절판


자존심이라는 것은 우리 자신의 생각과 관련된 것이지만 허영심이라는 건 남이 나를 이렇게 생각해줬으면 하는 것과 관련된 거예요-29쪽

만일 여자가 자기 애정을 그 상대방에게 똑같은 방법으로 교묘하게 숨긴다면 그 사람을 붙잡을 기회를 놓칠지도 몰라. 그렇게 된 후에야 비로소 이 세상도 별수 없는 우울한 곳이로구나 하고 생각해봤자 그다지 위로받을 수가 없을거야. 어떤 형태의 애정 속에든 감시와 허영의 요소가 깃들여 있기 때문에 그대로 내버려 둔다는 건 누군가를 이렇다 할 자극 없이 사랑을 할 만큼 열성적인 사람은 거의 없거든. 그래서 여자는 자기가 느끼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애정을 표현하지 않으면 안돼-30쪽

시작의 토대가 된 시간이라든지 장소, 얼굴 표정, 말, 이런 건 확실히 기억하지 못해요. 벌써 오래된 일이니까. 한참 후에야 내가 그랬었구나 하는 걸 알았죠 -4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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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테크리스타
아멜리 노통브 지음, 백선희 옮김 / 문학세계사 / 2004년 11월
구판절판


몸은 세가지 미적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힘, 우아한 기품, 충만함이 그것이다. 어떤 경이로운 몸들은 세 가지를 모두 지니기도 한다. 그와 반대로 내 몸은 이 세가지 경이로움을 눈곱만큼도 갖지 못하였다. 결핍이야말로 내 몸의 모국어였다. 내 몸은 힘의 결핌, 우아한 기품의 결핍, 충만함의 결핍을 표현했다. 내 몸은 허기진 울부짖음을 닮았다.-20쪽

미칠듯한 사랑에 대해 나는 이런 생각을 품고 있었다. 언젠가 내가 그런 사랑을 하게 된다면 이별은 상상도 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 말이다. -61쪽

대개 누군가가 잘 생겼는지 못 생겼는지 결정하려면 오래 생각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문제는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며, 게다가 어느 한 사람의 신비의 열쇠가 거기에 있는 것도 아니다. 외모란 그저 하나의 수수께끼에 지나지 않으며 유달리 까다로운 수수께끼도 아니다-86쪽

아르셰(archee)는, 다리가 미치는 거리를 보폭이라 하듯, 화살이 미치는 사정거리를 말한다. 이 말만큼 나를 꿈꾸게 하는 말도 없다. 이 말에는 끊어질 정도로 팽팽하게 시위가 당겨진 활과 화살, 그리고 무엇보다 시위가 당겨지는 숭고한 순간, 쏘아진 화살이 솟구쳐 날아가는 순간, 무한을 향한 지향, 그리고 활의 욕망이 제 아무리 강력하다 해도 화살이 날아갈 수 있는 거리에는 끝이 있기 마련이기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의연한 실패, 한참 날다 멈춰버리는 활기찬 추진력등이 내포되어 있다. 따라서 아르셰는 멋진 비약이요. 탄생에서부터 죽음까지를 내포하고 있으며, 한 순간에 불타버리는 순수한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93쪽

입맞춤은 나를 매료시켰다. 서로 말을 하지 못하게 만들면서도 타인을 독특한 방식으로 알게 하는 접촉이 나는 신비하기만 했다-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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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가게 재습격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창해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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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면만 보고 좋은 것만 생각하면 돼. 그러면 아무것도 무섭지 않아. 나쁜 일이 생기면 그건 그 시점에서 생각하면 되는거야-108쪽

당신에게는 쌍둥이가 있고, 내게는 없다. 나는 쌍둥이를 잃었지만, 당신은 아직 잃지 않았다. 언젠가 당신 역시 쌍둥이를 잃게 되겠지만 그것은 더 나중의 일이고, 무엇보다 당신은 언젠가 그녀들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을 것이다. 하긴, 당신은 혼란스러울지 모른다. 그건 이해할 것 같다. 누구라도 혼란스럽긴 하다. 그러나 당신이 지금 맛보는 혼란은 치명적인 종류의 혼란이 아니다. 그건 언젠가 당신 자신도 깨닫게 될 것이다.-121쪽

모든 것은 잃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모든 것은 잃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손해본 것을 원래대로 되돌려 놓는 일은 아무도 할 수 없다. 지구는 그 때문에 태양의 둘레를 계속 회전하고 있는 것이다. 내게 필요한 것은 결국 리얼리티라고 생각했다.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회전하고 달이 지구의 둘레를 회전하는, 그런 류의 리얼리티-129쪽

결국 사람은 어떤 상황에도 스스로를 동화시켜 간다. 아무리 선명한 꿈도, 결국은 선명하지 못한 현실 속으로 들어가 소멸해가는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런 꿈이 존재했다는 것조차 떠올릴 수 없게 되어 버릴 것이다.-1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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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의 중국견문록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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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쨋거나 나는 공짜를 믿지 않는다. 내 노력을 통하지 않고 거저 얻은 것을 내 것이라고 믿지 않는 다는 말이다. '일주일만에 확 달라집니다.', '석 달 완성 속기',' 6개월 완전 정복 영어' 등 속성 과정도 믿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낙수가 바위를 뚫는 그 한방울 한방울의 힘을 믿는다. 한 발짝 한 발짝이 모여 마침내 산꼭대기에 이르는 그 한걸음의 힘을 믿는다.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가는 것이 훨씬 빠르고 확실한 길이라는 것도 굴뚝같이 믿고 있다. -225쪽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가? 그렇다면 가지러 가자. 내일 말고 바로 오늘, 지금 떠나자. 한꺼번에 많이는 말고 한 번에 한 발짝씩만 가자. 남의 날개를 타고 날아가거나, 남의 등에 업혀 편히 가는 요행수는 바라지도 말자. 세상에 공짜란 없다지 않은가. -227쪽

오늘을 산다는 것은 바로 이런 거다. 자기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아쉬워하고 불평하기보다는 지금 손에 쥐고 있는 것을 충분히 즐기는 것. 그래서 하루하루가 감사하고 풍요로워지는 것.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확실한 오늘을 무시한 채 지나간 어제나 불확실한 내일을 그리워하는 것이 우리 나약한 인간의 본성일지도 모른다.-237쪽

위대한 성인이나 비범한 사람들이야 가야 할 길이 시작부터 끝까지 뚜렷이 보이겠지만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들은 하나의 길이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다음 길이 보이는 거니까. 하찮은 일이라도 좋다. 원래 하려고 했던 일과 거리가 먼 것처럼 보여도 좋다. 지금 이 순간, 진정으로 마음에서 우러나는 그 일을 시작하는 거다. 그러면 그 길이 다른 길로, 그 다른 길이 다음 길로 이어져 마침내 도달하고자 하는 목적지에 다다르게 될 것이다. 나는 그렇다고 굴뚝같이 믿는다. 항상 마음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있다면 말이다.-314쪽

새로 시작하는 길, 이 길도 나는 거친 약도와 나침반만 가지고 떠난다. 길을 모르면 물으면 될 것이고 길을 잃으면 헤매면 그만이다. 이 세상에 완벽한 지도란 없다. 있다 하더라도 남의 것이다. 나는 거친 약도 위에 스스로 얻은 세부 사항으로 내 지도를 만들어갈 작정이다. 중요한 것은 나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늘 잊지 않는 마음이다. 한시도 눈을 떼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곳을 향해 오늘도 한 걸음씩 걸어가려 한다. 끝까지 가려 한다. 그래야 이 길로 이어진 다음 길이 보일테니까.-3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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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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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물은 광기가 있어서, 때론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방식으로 행동한다. 이런 미치광이 기질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그것이 적응의 원천이기도 하니까. 그런 기질이 없으면 어떤 종도 생존하지 못할 것이다-59쪽

지나가는 배에 구조되리라는 희망을 너무 많이 갖는 것도 그만둬야했다. 외부의 도움에 의존할 수 없었다. 생존은 나로 부터 시작되어야 했다. 내 경험상 조난자가 저지르는 최악의 실수는 기대가 너무 크고 행동은 너무 적은 것이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데서 생존은 시작된다. 게으른 희망을 품는 것은 저만치 있는 삶을 꿈꾸는 것과 마찬가지다. 해야 할 일이 많았다. 텅 빈 수평선을 내다보았다. 물이 정말 많았다. 그리고 나는 혼자였다. 완전히 혼자였다-212쪽

"사랑한다!" 터져 나온 그 말은 순수하고, 자유롭고, 무한했다. 내 가슴에서 감정이 넘쳐났다. "정말로 사랑해. 사랑한다, 리처드 파커. 지금 네가 없다면 난 어째야 좋을지 모를거야. 난 버텨내지 못했을 거야. 그래, 못견뎠을거야. 희망이 없어서 죽을거야. 포기하지 마, 리처드 파커. 포기하면 안돼. 내가 육지에 데려다줄게. 약속하게. 약속한다구!" -292쪽

세상은 있는 모습 그대로가 아니에요. 우리가 이해하는 대로죠. 안 그래요? 그리고 뭔가를 이해한다고 할 때, 우리는 뭔가를 갖다붙이죠. 아닌가요? 그게 인생을 이야기로 만드는 게 아닌가요?-375쪽

두 분이 원하는 게 뭔지 알아요. 놀라지 않을 이야기를 기대하겠죠. 이미 아는 바를 확인시켜 줄 이야기를 말이예요. 더 높거나 더 멀리, 다르게 보이지 않는 그런 이야기. 당신들은 무덤덤한 이야기를 기다리는 거예요. 붙박이장 같은 이야기. 메마르고 부풀리지 않는 사실적인 이야기.-3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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