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스필드 파크 - 상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13
제인 오스틴 지음, 이옥용 옮김 / 범우사 / 2003년 11월
구판절판


아름다워요. 너무나 아름다워요. 이 숲 속으로 들어올 때마다 얼마나 나무들이 아름답게 자라났는지 깜짝 놀라게 됩니다. 3년 전만해도 이 숲은 밭을 따라 나 있는 조악한 관목에 불과했거든요. 이렇게 멋진 숲이 될 것이라고는 좀처럼 생각할 수 없었는데, 지금은 멋진 산책로가 되어 버렸어요. 이 숲 속에 산책로가 나 있어서 그 가치가 있는지, 아니면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아름다운 경치를 가지고 있어서 그 가치가 있는지, 지금은 뭐라고 말하기가 어렵군요. 아마 3년만 지나도 우리는 이 나무숲이 어떤 모양이었는지 잊어버리고 말 거예요. 시간의 힘이란 정말 놀랍죠. 또한 우리 인간들의 마음이 얼마나 쉽게 변하는지도 놀라워요. -324쪽

자연의 힘 중에서 다른 어떤 것보다도 더욱 신비로운 것이 있다면 아마도 그것은 기억일 거라고 생각해요. 기억이란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그 어떠한 지적인 능력보다도 더욱 큰 능력을 갖고 있어요. 그와 동시에 기억은 그 한계와 기복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기억 속에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깃들어 있는 것 같아요. 기억이란 때로는 그처럼 한없고 우리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 같다가도 또한 때로는 한없이 나약하고 혼란스럽기만 하거든요. 그리고 가끔씩 우리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제멋대로 굴기도 하죠. 우리의 존재는 어떻게 보면 기적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그러나 특히 우리에게 주어진 회상하는 능력과 망각하는 능력은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경지를 벗어난 것 같아요.-32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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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적 킬러의 고백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정창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3월
평점 :
품절


 <연애소설을 읽는 노인>을 지은 루이스 세풀베다의 또 다른 작품인 이 책은 소설책이라기보다는 마치 영화의 초고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분량을 좀 더 늘려서 영화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은 작품이랄까.

 첫번째 작품이자 표제작인 <감상적 킬러의 고백>은 고백체 소설이다. 청부살인은 직업으로 하는 한 킬러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내용 면에 있어서는 그다지 색다를 것이 없는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을 듯 싶다. (임무를 수행하러 간 그 자리에 사랑하는 여자가 있어서 그녀를 죽일 수 밖에 없는 그런 내용은 어찌보면 좀 판에 박힌듯한 이야기 전개 방식이 아닌가?)

 개인적으로 두번째 작품인 악어가 더 재미가 있었는데, 강력반 형사 출신이었지만 지금은 스위스의 보험 회사의 직원인 주인공은 보험회사의 거물급 회원인 인물의 죽음을 접하고 그의 죽음이 자연사인지 타살인지를 밝혀내려고 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겪는 일련의 사건들은 짧지만 박진감있게 전개가 되고 있다.

 이 두 작품 모두 영화로 만들면 썩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도 있으면서 너무 무겁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도 아무런 교훈이 남지 않는 것도 아닌. (루이스 세풀베다의 소설이라서 그런지 악어에서는 아마존 생태계에 대한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다. 그 때문에 다시금 생태계 보호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기도 하는 작품이다.) 그의 다른 소설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다음 기회에 접해봐야겠다. (그래도 연애소설 읽는 노인이 더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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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Km -Sound Visual Book - 젊은 아티스트 여섯 명의 여섯 빛깔 여행기
김진표 외 지음 / 시공사 / 2005년 5월
품절


여행은 나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방법이다-59쪽

사람들은 내게, 왜 그렇게 혼자 여행을 다니냐고 물어본다. 솔직히 그들을 단번에 설득시킬 수 있는 결정적인 이유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혼자 떠나는 여행에서 나는 몰랐던 자아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발견된 나의 여러 모습들은 내가 살아가는 방식에 때로는 약으로, 때로는 독으로, 조금씩 영향을 미친다. 표면적으로는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깨닫기 위해 여행을 다니지만, 정작 여행을 하면 할수록 나 자신도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돌아오게 된다. -139쪽

세상에 핑계는 너무나 많다. 아파서, 여자라서, 집이 엄해서, 무서워서. 하지만 이런 핑계를 뛰어넘었을 때 진정 여행의 가치가 빛나는 건 아닐까?-139쪽

사랑이라는 맨홀로 빨려 들어가는 것은 참으로 빨랐는데 이제는 누군가를 만나면 그것이 맨홀이라는 걸 알기에, 사랑에 빠지기 전에 그와 사랑에 빠지는 것이 내게 적합한 일인지 충분히 생각하게 되는구나.-154쪽

왜 이제서야 깨달았을까 후회하고 있어. 그 사람 때문에 왜 그렇게 많은 걸 포기했을까. 그깟 사랑이 뭐라고 나를 놓았을까. 그깟 남자가 뭐라고 나를 희생하고 눈물 지었을까. 그래도 난 사랑에 대한 기대를 놓고 싶지는 않은 걸. 그 기대마저도 없어진다면 살아 숨쉬는 게 아닐 거야. 왜냐하면 내가 갈구하는 그 마지막 사랑이 말이야......아직 나타나지 않았거든. -154쪽

그에게 내가 마지막이 되려면 나 역시 그에게 소중한 그런 존재여야겠지. 서로 노력하지 않으면 영원은 기약할 수 없겠지.-155쪽

덜 사랑하는 자가 되는 것이 여자에겐 얼마나 힘든 일인가. 권태란 연인겐 무서운 형벌이다. 그저 평온하게 일상을 견딜 수 있는 사랑은 없는 걸까?-162쪽

사랑하고, 사랑받는 느낌이 없으니 마치 죽어 있는 것 같다. 감정이 메말라 있는 내가 무섭고도 낯설다. 아무래도......다시, 또다시 사랑을 해야겠다. 다시, 사랑이 하고 싶어졌다. -170쪽

봄날에 꽃은 다시 피어나고
낙엽이 지면 겨울은 오는데
떠난 사람의 마음은 돌아오지 않아...... -2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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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5-06-22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구 떠나 볼까나
 
CmKm -Sound Visual Book - 젊은 아티스트 여섯 명의 여섯 빛깔 여행기
김진표 외 지음 / 시공사 / 2005년 5월
평점 :
품절


 '서로 다른 cm의 신발을 신고, 서로 다른 km의 도시로 떠나는 거야!'라는 의미의 cmkm은 이미 지난 해, JP(김진표)가 JPHOLE이나 그의 미니홈피에서 이야기하였기 때문에, 참 오랫동안 기다리고 또 기다려온 책이었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고, 또 사진을 잘 찍기도 하는 JP의 여행기라. 어떤 느낌일까 하는 마음에 읽기 시작. (다른 5명에게는 솔직히 그다지 관심은 없었다. 미안하다.)

 처음에 시작되는 파트는 <정신과 영수증>을 지은 정신의 도쿄 생활기이다. <정신과 영수증>에 대해서는 참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좀. 그저 일상이다. 뭔가 그 영수증을 통해서 다른 어떤 것을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나 오늘은 이거 샀어.'라고 자신의 다이어리에 써도 무방할 것을 이리 써놓았다. 책의 처음에 배열되어 있어서, 참으로 시작부터 실망해버렸다.

 두번째 파트는 내가 바라고 바라던 JP의 동유럽 여행기. 생각보다 사진이 많이 실려있지 않아서, 내심 DVD를 보면 더 많이 볼 수 있는건가 싶어진다. 자신이 직접 차를 운전해서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고, 얽매임 없이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도 한 번 자동차로 동유럽을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면허도 없으면서.) 여행기의 성격과 여행안내서의 성격이 그래도 어느정도 잘 어우러진 파트였다. 여담을 붙이자면, 전체적으로 봤을 때, JP 참 글쓰느라고 욕봤다. 분량도 젤 많다.

 세번째 파트는 임상효의 파트이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감성적인 면에서만 본다면 이 파트가 가장 괜찮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물론, 여행기라고 하기에는 '이게 무슨 여행기이냐?'라고 반론의 여지가 많지만...사랑이 끝난 뒤에 감정에 대해서 감상적으로 써놓은 글에는 고개가 끄덕끄덕. 하지만 마지막에 레스토랑, 쇼핑샵 등에 대해서 소개해놓은 파트에서는 그저 혀를 내두를 뿐. 전적으로 그녀의 취향에 맞는 그런 곳들에 대한 소개. 나는 갈 일 없다.

 네번째 파트에서 장윤주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이 책을 읽기 전에 그녀가 만든 Fly away라는 노래에 한동안 빠져있었기에 좋은 감정이 있었지만, 책에 실어놓은 사진도 제법 잘 찍어놓았기에 호감은 플러스. 멤버들 중에서 가장 어린 나이이기때문에, 미래에 대한 불안에 혼란스러워하는, 지금의 나와 같은 상태에 공감이 갔다. (하지만 그녀는 모델이라는 직업도 있고, 음악을 하고자 하는 꿈도 있지 않은가.)

 다섯번째 파트는 홍진경의 이야기. 사실 홍진경하면 조금은 가벼워보이는 듯한 이미지였는데, 책에 실린 (그녀의 말을 빌리자면) '가난한 글 몇 줄'을 통해서 그녀가 생각보다 깊이를 가지고 있는 사람임을 느끼게 되었다. 이 역시 예상외의 발견이랄까. 하지만 사진 한 장 없어서 왠지 허전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마지막 파트는 나얼의 이야기. 자메이카에 간 그는 그림을 통해서 자신의 여행을 표현했다. 글이라곤 자메이카에 도착한 이야기 약간뿐. 그게 좀 아쉽다. 자메이카는 아무래도 접해보기 어려운 나라이긴 하니까. 하지만 그림만으로도 자메이카를 어느정도 느낄 수는 있었다.

 이 여섯명의 젊은이들은 자신의 생활을 팽개치고, 과감히 떠난다.(이 책을 만들기 위해서 떠났다는 점에서 보면 일을 하러 떠난거라고 볼 수도 있으려나?!) 그들이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젊음이 부럽게 느껴졌다. (사실 나도 누가 돈 좀 대줘서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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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만나러 갑니다
이치카와 다쿠지 지음, 양윤옥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2월
구판절판


잊는다는 건 슬픈 일이지. 나도 정말 많은 것을 잊어버렸어. 기억이란, 다시 한 번 그 순간을 살아보는 거야. 머릿 속에서 말이지.-22쪽

선생은 여전히, 맺어지지 못한 옛 연인의 자취를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건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나 똑같은 게 아닐까. 가령 몇 십 년 동안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채 살았더라도, 아니 어쩌면 이미 이 별에는 없는 사람이라도, 인간이란 사랑할 수 있는 존재다. 신기하지만 그것이 진실이다. -37쪽

끝과 시작이란 출구와 입구만큼이나 다른 것이다. 입구라는 것은 그 건너편에 분명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다. 분명 멋진 일임에 틀림없다. -141쪽

행복이란 너의 옆자리에 있는 것.-199쪽

"도무지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를 만큼 당신이 좋아요."
 나는 손을 내밀어 그녀를 안았다. 땀이 식어서 그녀의 몸은 서늘해져 있었다.
"나도 그래. 우리는 분명 이렇게 수없이 사랑에 빠질 거야. 만날 때마다 다시 서로에게 푹 빠져서."
"언젠가 어딘가에서 또 다시?"
"그래, 언젠가 어딘가에서 또 다시. 그때도 나를 당신 옆자리에 있게 해줘. 정말 마음이 편안하거든, 당신 옆은." -290쪽

나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융통성이라고는 없는 사람이야. 짤막한 내 잣대 하나로밖에는 세상을 재지 못하는 사람이야. 한 번 좋아하게 된 사람을 간단히 잊어버리고, 싫어하고, 그런 건 못해. 나는 평생 단 한 번의 사랑을 하도록, 하느님이 그렇게 만들어놓으셨어. 그래서 나는 여전히 당신을 그리워하며 그 뒤의 나날을 살아갈 수밖에 없었어-32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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