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영 삼국지 三國志 1
고우영 지음 / 애니북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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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책장을 정리하다가 어머니께서 시집올 때 가져오신 정비석의 삼국지를 보게됐다. "난 이거 3번이나 읽었다."라고 자랑을 하시는 어머니의 말씀에 자극을 받아 "쳇 ! 나도 읽어볼테다!"하고 삼국지에 대해서 알아보던 차에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삼국지라는 이름으로 어찌나 많은 작가들이 책을 펴냈는지 살짝 놀랬지만, 우선 내 물망에 오른 것은 이문열의 삼국지 혹은 고우영의 삼국지였다. 뭐 이전에 이문열의 삼국지를 읽어본 적이 있기는 하지만. 내 기억으로는 5권 이후로 급속하게 재미가 떨어졌던 기억이 있었던지라. 여튼 고민을 하던 차에 고우영의 삼국지를 읽어보고 이문열의 삼국지를 읽어보면 좋을 거라는 야클님의 말씀에 따라 이 책부터 읽기로 결정.

  처음에 이 책을 봤을 때 든 생각은 '뭐가 이렇게 얇아?'라는 것이었다. 200페이지가 안되는 분량의 책인데다가 만화로 되어있다니. 왠지 만만하게 보였다. 하지만 이는 나의 착각이었음이 곧 드러났으니, 책의 첫 장을 펴자마자 고우영의 위트있는 글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처음에 고을이름에 대해서 소개하는데 단순히 '고을이름은 탁현 누상촌이었다.'라고 한 것이 아니라 '고을 이름이 뭔가? 당신이 손바닥으로 살오른 여인네의 히프를 칠 때 어떤 소리가 나던가? 탁 ! 이지? 바로 탁현 누상촌이란 고을이다.'라는 식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이거야 말로 무릎을 탁 ! 칠 수밖에.

  생각보다 얇아서 우습게 봤던 이 책은 그래도 제법 빽빽하게 있어서 보는데 생각보다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하지만, 읽으면서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아니, 지루할 틈조차 없었다. 유비를 쪼다 유비라고 칭하고 있는데서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사실 나도 유비가 좀 쪼다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각종 패러디나 유머들도 재미가 있었다. 빨리 다음 책들도 보고 싶어진다. 역시 전집을 읽게 될 때는 다음 권을 빨리 읽고 싶다는 그 설레임이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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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5-08-30 0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내 이름이 나온다~ ^^

이매지 2005-08-30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야클님 이름 나왔다고 추천하셨어요? ㅋ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유홍준 지음 / 창비 / 199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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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이 처음 나온 것도 벌써 10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넘었다. 하지만 이 책은 아직까지도 꾸준히 팔리고 있고, 답사나 여행에 관련된 책으로는 거의 교과서처럼 굳어져버린 듯 싶다. 아니. 그 뿐 교과서처럼 굳어진 것 뿐만 아니라  내가 이 책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되었던 것은 다름아닌 교과서에 실린 글을 통해서였다. 들판을 보면서 '길게 엎드려 누운 여인의 등허리 곡선처럼 느슨하면서도 완급의 강약이 있는 리듬을 느낀다.'라고 하는 구절이 가슴에 확 와닿았던 것이다. 어린 마음에 그 한 구절에 반해서 읽어야지라고 생각했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그 당시에는 몇 장 넘기고 포기했던 책을 이제서야 제대로 다 읽게 되었다.

  이 책 전체에서 유홍준이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하나다. 바로 '아는만큼 느낄 뿐이며, 느낀만큼 보인다.'라는 것. 내가 이 말에 전적으로 동감하는 것은 예전에 교양과목으로 들었던 <조선시대 생활사>라는 수업때문이다. 그 수업에서는 한 달에 한 번 교수님의 인솔아래 서울 시내에 있는 유적지에 답사를 갔었고, 여기에 최소 한 번 이상은 참석을 해야 됐다. 귀찮기도 하고 가봤던 장소인데 뭘 그런데를 가야하나 싶었지만 그래도 안 가면 성적이 중간고사 레포트를 써서 낼 수 없었으니 따라가는 수밖에. 그 때 귀찮지만 답사에 참여했었기때문에 나는 남산 한옥 마을에 가서 한옥의 구조나 명칭에 대해서 눈을 뜨게 되었고, 이전에도 여러번 가보았던 경복궁을 새로운 안목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요컨대 유홍준의 말처럼 아는만큼 느끼고, 느낀만큼 보이게 된 것이다. 

  그는 이 책 속에서 널리 알려져있는 문화재를 비롯하여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문화지에 대해서 유래나 얽힌 사연, 혹은 그 곳에 가서 눈여겨볼만한 점들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있다. 여기에는 건축의 아름다움이나 주변환경과의 조화뿐만 아니라 작게는 창살모양이나 돌계단에 조각된 동물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들이 포함된다. 그냥 일반 관광객이었다면 무시하고 지나갈 수 있을 법한 것들이고, 그런걸 뭐하러 구경을 하러 가나 싶은 것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는 내 눈으로 직접 한 번 보고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땅끝마을 해남이나 담양의 소쇄원, 고창 선운사와 같이 이전에도 가보고 싶었던 곳들뿐만 아니라 수학여행으로 가서 눈도장만 찍고 온 경주, 양양의 낙산사와 같은 곳들도 가보고 싶어졌다. 다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그가 본 문화재들이 너무 많이 바꾸어버렸을까봐 걱정이 된다. 아니. '더 많이 변하기전에 가봐야할텐데...' 라는 조급함마저 생겨버렸다. 아.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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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명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2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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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아나 사생아들을 입양해 자식으로 삼고 그들에게 한없은 애정을 쏟아부었던 아질 부인. 그녀가 살해되고 모든 상황은 범인으로 그 집의 천덕꾸러기인 재코를 지목한다. 그는 알라비이가 있음을 이야기하지만 그것을 증언해줄 사람이 등장하지 않고. 결국 감옥에 수감되어 몇 달뒤 폐렴으로 죽게된다. 그리고 2년 뒤, 재코의 알리바이를 증명해줄 사람이 등장하고, 그는 가족들에게서 잊혀진 사건을 다시금 들추어낸다. 재코에게 씌워진 누명은 벗겨졌으나 이제 가족들에게 남은 것은 서로에 대한 의심뿐.

  이 책에는 포와로나 마플 양과 같은 굵직한 탐정은 등장하지 않는다.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기억 속에 묻혀진 사건을 다시 들추어낸, 재코의 알리바이를 증명해줄 아서 캘거리라는 지리학자이다. 하지만, 그 뿐만 아니라 경찰에서도 다시금 수사는 진행되게 되고, 아질 부인의 사위인 필립도 이 사건을 단순한 게임으로 생각하면서 진상을 밝혀보려고 노력한다. 즉, 한 명의 탐정이 똑똑한 두뇌를 자랑하는 방식이 아닌 저마다 다른 사람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범인을 찾고자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건에 중심에 있는 가족 구성원들은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원치 않고 왠지 꺼려한다. 그들은 그저 재코가 범인인 것을 계속 받아들이고 싶어할 뿐이다. 그들이 원하던, 원치 않던, 사건의 진범에 대한 추적은 계속되고, 가족 구성원들은 서로를 견제하고, 의심하게 되고, 이윽고 사랑하던 사람끼리도 관계가 틀어져버리고 만다.

  이 책의 상당부분은 가족들의 심리상태에 집중되고 있다. 그 때문에 과연 이들 가운데 누가 범인인 것일까를 두고 독자는 함께 고민하게 될 것이다. 단순히 필립처럼 사건을 하나의 게임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캘거리처럼 정의를 실현하고 죄 없는 사람이 피해를 보지 않는 것이 목적이 될 수도 있겠지만. 목적이야 어찌되고, 범인의 정체를 알아내느냐 마느냐는 둘째치고라도, 이 책 속에서 묘사되는 인간의 심리 묘사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본격적인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심리소설이라고 하는 편이 더 좋을 듯 싶은 책이었다.

  여담이지만 책의 인쇄상태가 참 마음에 안 들어서 읽는 재미를 반감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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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8-26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인쇄상태 안좋다는 책이 이 책이군요. ^-^ 책을 어찌나 많이 보시는지...
대단하시다는 생각밖에 안듭니다. 저보다 나이 많으실꺼라 생각했어요.
근데. 실명이세요? ^-^; 뭐라고 불러야 하나...

이매지 2005-08-26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명은 아니고 이름때문에 붙은 별명이예요 -
그냥 매지야- 라고 하셔도 괜찮아요 ^-^
 
해변의 카프카 (하)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사상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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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처음 접했던 것도 벌써 재작년 일이 되었다. 그 당시만 해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이라고는 <상실의 시대>만 읽었을 뿐이었고, 그의 작품 스타일이라던지 그런 것에 대해서는 전혀 무지했었다. 게다가 그 딱 한 권 접해본 <상실의 시대>도 읽은 게 몇 년 전의 일이었으니. 어찌보면 나는 이 책을 통해서 하루키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고 봐도 무관할 듯 싶다. 이 책을 읽고 하루키의 책들을 한 권씩 다 읽어본 뒤(아직 에세이는 다 읽어보지 못했지만.) 다시 이 책으로 돌아와 읽어보니 느낌이 남다름을 느낀다.

  이 책은 15번째 생일에 가출을 한 다무라 카프카군의 성장 이야기와 어린 시절 괴이한 사건으로 텅 빈 인간이 되어버린 나카타 상의 이야기가 맞물려서 진행된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처럼 두 가지 이야기가 마치 씨실과 날실이 엮어지듯 등장하고 있고, 전혀 다른 두 사람의 이야기가 고무라 도서관이라는 한 장소에서 맞물려지면서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물론, 현실(이 현실이라는 것도 조금은 비현실적인 것 같지만)과 환상을 넘나드는 방식이나 오이디푸스의 이야기를 끌어들여와서 제대로 수습을 하지 않은 점 등과 같이 너무 일을 벌려놓고 수습을 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도 없지 않아들긴 하지만 이 정도면 그래도 괜찮은 편이다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현실과 비현실의 장벽을 함께 넘나드는 이야기 구조를 떠나서 그들에게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서 다무라 카프카라는 한 소년이 성장해가는 것과 나카타 상이 임무를 수행해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으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내가 남자가 아니기 때문인지 이야기의 중심이 페니스에 집중되는 것과 성장과 페니스와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다소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여튼, 그러한 짤막짤막한 부분보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다른 인물들. 즉, 몸은 남성이지만 성적으로는 여성인 오시마 상이나 사랑하던 사람이 죽어버린 후에 죽음만을 기다리는 삶을 살아가는 사에키 상, 피리를 만들기 위해 고양이를 죽이는 조니 워커, 너무도 순진한 살인범인 나카타상, 그리고 우연히 그를 만나 그의 일에 동행하게 된 호시노 청년(개인적으로 이 캐릭터로 소설을 써도 한 권은 쓰겠다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외 커피 전문점의 사장이나 커낼 샌더스와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았다.

  얼마 전 출판된 <어둠의 저편>에서 다소 하루키에 대한 실망을 해서 그런 것인지, 오랜만에 읽는 하루키 특유의 1인칭 시점이 좋았던 것인지, 어쨋든 몇 가지 걸림돌은 뒤로한 채 그럭저럭 재미있게 읽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여담이지만, 나는 하루키의 장편이 좋다. 다음 장편은 언제쯤 만나볼 수 있으려나. 하기사 기껏 기다렸는데 <어둠의 저편>처럼 난감한 소설을 만나면 또 다시 난감해진다. 그에게서 <상실의 시대>와 같은 소설을 다시 만날 수 없을까봐 점점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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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카프카 (하)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사상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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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현재라는 건 미래를 먹어가는, 과거의 붙잡기 어려운 진행이다. 사실은, 모든 지각은 이미 기억이다.-87쪽

누구나 사랑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결여된 일부를 찾고 있기 때문이지. 그렇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면, 다소의 차이는 있을망정 언제나 애절한 마음이 되는 거야. 아주 먼 옛날에 잃어버린 그리운 방에 발을 들여놓은 것 같은 기분이 되는 거지. 당연한 일이야. 그런 기분은 네가 발명한 게 아니야. 그러니까 특허 신청같은 것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133쪽

하지만 나카타 상, 그렇게 말하자면 사람은 누구나 다소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속이 텅 빈 껍데기가 아닐까? 밥 먹고, 똥 싸고, 시시껄렁한 일을 해서 쥐꼬리만 한 봉급을 받고, 이따금 오만코(성 또는 여성기를 뜻하는 일본의 가장 대표적인 비속어)나 할 뿐이잖아? 그 밖에 뭐가 있어? 하지만 이런 말을 하면서도 나름대로 재미있고 우스꽝스럽게 살고 있잖아?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우리 할아버지는 자주 이렇게 말하곤 했지. 세상이라는 건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재미있는 거라고. 일리가 있는 말이지, 그렇지 않아? 만일 드레곤스가 모든 시합마다 다 이긴다면 누가 야구 같은 걸 보러 가겠어?-149~150쪽

자유의 상징을 손에 넣고 있는 것은 자유로움 그 자체를 손에 넣은 것보다 행복한 일일지도 몰라.-167~8쪽

이 세상의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유 같은 건 원하지 않아. 원하고 있다고 믿을 뿐이지. 모든 것은 환상이야. 만약 정말로 자유가 주어진다면, 사람들은 대부분 무척 난감해할걸. 잘 기억해 두라구. 사람들은 실제로는 부자유를 좋아한다는 것을 말이야.-168쪽

결국 이 세계에서는 높고 튼튼한 울타리를 만드는 인간이 유효하게 살아남게 되는 거야. 그것을 부정하면 넌 황야로 추방당하게 돼.-169쪽

제가 추구하는 것은, 제가 추구하는 강함은, 이기거나 지거나 하는 강함이 아닙니다. 외부에서 가해지는 힘을 받아치기 위한 벽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외부에서 가해지는 힘을 받아 거기에 견뎌내기 위한 강함입니다. 불공평함이나 불운, 슬픔이나 오해, 몰이해- 그런 것에 조용히 견뎌나가기 위한 강함입니다.-171쪽

청년은 어렸을 때의 일을 떠올렸다. 매일 근처에 강에 가서 물고기나 미꾸라지를 잡던 시절의 일을. 그 때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됐었는데, 하고 그는 생각했다. 그냥 살아가면 되었다. 살아 있는 날까지, 나는 어떤 존재라는 사실은 분명했다. 자연히 그렇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어느새 그렇지 않게 되었다. 살아가면서 점점 나는 아무 존재도 아닌 것이 되고 말았다. 그것 참 이상한 얘기로군. 인간이란 살기 위해 태어나는 것 아닌가? 그렇잖아? 그런데도 살아가면 갈수록 나는 알맹이를 잃어간다. 그저 텅 빈 인간이 되어가는 것 같다. 게다가 앞으로 살아가면 살수록 나는 더욱더 텅 비고 무가치한 인간이 되어갈지도 모른다. 그건 잘못된 것이다. 그건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그런 사고의 흐름을 어디에선가 바꿔놓을 수는 없을까? -191~2쪽

요컨대 사랑을 한다는 건 그런 거야, 다무라 카프카 군. 숨이 멎을 만큼 황홀한 기분을 느끼는 것도 네 몫이고, 깊은 어둠 속에서 방황하는 것도 네 몫이지. 넌 자신의 몸과 마음으로 그것을 견뎌야만 해.-235~6쪽

"그렇다면 한 가지 묻겠는데, 음악에는 사람을 변하게 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까? 말하자면 어떤 때, 어떤 음악을 듣고, 그 때문에 자기 내부에 있는 무엇인가가 크게 확 변해 버리는, 그런 일 말입니다."
오시마 상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론이죠" 하고 대답했다. "그런 일은 있습니다. 무언가를 경험하고, 그것에 의해 우리 내부에서 무언가가 일어납니다. 화학작용 같은 것이지요. 그리고 그 후에 우리는 자기 자신을 점검하고, 거기에 있는 모든 눈금이 한 단계 위로 올라간 것을 알게 됩니다. 자기의 세계가 한 단계 더 넓어졌다는 것을요. 저도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물론 드물기는 합니다만, 가끔은 있습니다. 연애와 마찬가지입니다." -287~8쪽

추억이란 당신의 몸을 안쪽에서부터 따뜻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당신의 몸을 안쪽으로부터 심하게 갈기갈기 찢어놓는 것이기도 합니다.-3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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