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심 - 중 - 파리의 조선 궁녀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6년 9월
구판절판


우릴 해치는 건 우리 자신이에요. 우리 앞에 도사리고 있는 고통, 분노, 슬픔이 제일 위험하답니다. -339쪽

만나야 할 사람은 만나야 하고, 밝혀야 할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 -348쪽

처음엔 사랑이 인종도 넘고 종교도 넘을 수 있다고 믿지만, 그런 사랑은 철부지 동화에서나 등장하는 법이다. 외교관 직분을 유지하는 범위 안에서 나와 생활을 꾸려 가는 것. 그것이 빅토르가 지닌 사랑의 무게요 한계다. 아쉽긴 해도 나는 그의 고뇌를 이해하기로 했다. 내 마음 역시 오로지 그만을 바라보며 감동하던 시절을 지나쳤으니까. 하찮은 일은 아니지만,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결혼식 얘기는 입 밖에 내지 않기로 했다. 그것이 또한 내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었다. 돌이킬수록 서로에게 생채기만 낼 뿐이니까. 잊는 편이 좋은 일도 있는 법이다. -3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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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심 - 상 - 파리의 조선 궁녀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6년 9월
구판절판


역병보다도 괴질보다도,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병은 마음의 병이다. -62쪽

누구누구를 위해서 배운다 여기지 마라. 병자든 왕실이든. 넌 너 자신을 위해 난 나 자신을 위해 배우는 게다. -69쪽

삶은 반복이다. 다시는 맞닥뜨리기 싫은 것들이 살갗을 벗길 듯 뺨을 비벼 댄다. -82쪽

낯선 곳에서 보내는 첫 밤은 두려움과 함께 설렘을 낳는다. 이 설렘은 우리를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이끌기도 하고 새로운 인연에 닿게도 한다. -101쪽

천 년 만 년 흘러도 결코 잊지 못할 하루가 있는 법이야. 큰 강의 시작이라고나 할까. 마음을 집중해서 살피지 않으면 그런 날이 있는지도 몰라. -165쪽

처음 마음을 건넨 사람은 흉터처럼 훈장처럼 평생 기억에 남는 법이다. -174쪽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 책 속에 정말 길이 있다고 믿는 인간과 그건 한낱 어리석은 비유에 불과하다고 믿는 인간. -208쪽

모든 사물은 감정 속에서 다시 태어난다. 내가 춤추듯 사물도 춤추고 시간도 공간도 가만히 앉아 있는 법이 없다. -237쪽

최선을 다한다고 언제나 마음을 얻는 것은 아니다. 마음을 얻기 위해 준비한 최선이 때론 최악을 낳기도 한다. 기대만큼 상처도 깊다. -242쪽

상처를 입었다고 물러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더 큰 상처를 각오하며 최선에 최선을 더하는 영혼들!-247쪽

책이란 무엇인가. 세상과 만나는 문이다. -257쪽

수백 마디 말보다 서책 한 권이 더 강력할 때도 있다. -2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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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도신사 아르센 뤼팽 까치글방 아르센 뤼팽 전집 1
모리스 르블랑 지음, 성귀수 옮김 / 까치 / 2002년 3월
품절


일단은 푹 쉴 생각이오! 영양보충도 해서 차츰 나 자신으로 돌아가야겠지요. 보드뤼든 다른 누구든 다른 사람이 되어본다는 건 즐거운 일입니다. 개성을 마치 셔츠를 갈아입듯 바꾸고, 외모와 목소리, 눈빛, 필체 따위를 맘대로 고를 수 있다는 것 말입니다! 하지만 문득 그 모습들 가운데서 진짜 자기 자신을 못 알아볼 때가 있어요...그땐 몹시 서글퍼진답니다...지금도 마치 자신의 그림자를 잃어버린 사람 같은 느낌이 들어요...이제라도 나 자신을 되찾아야겠죠...-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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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의 도전 - 한국 사회 일상의 성정치학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05년 11월
구판절판


세상에 하나의 목소리만 있을 때는 다른 목소리는 물론이고, 그 한 가지 목소리마저도 알기 어렵다. 의미는 차이가 있을 때 발생하며, 인색은 경계를 만날 때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34쪽

여성주의는 남성을 미워하거나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애정이든 증오든 이제까지 남성에게 쏟았던 기운을 여성 자신에게 돌릴 것을 제안한다. -69쪽

페미니즘은 그렇게 거창하거나 '무서운' 것이 아니다. 이제까지 잘 들리지 않았던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보자는 것이다. '다른 목소리'는 혼란이 아니라 다양성과 창조력의 원천이다. 사람들도 소품종 대량생산 사회보다 다품종 소량 생산 사회에서 살고 싶어하지 않는가. (중략) 여성주의는 그러한 '다른 목소리'가 세상을 풍요롭게 만들고, 여성도 남성도 성장시킨다고 믿는다. -70쪽

우리가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는 거의 모든 말은 백인, 남성, 중산층, 성인, 비장애인, 이성애자, 서울 사는 사람의 시각에서 구성된 것이다. 중립적인 말,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언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남성의 관점은 가장 오랫동안 지석되어 왔고, '피해'집단도 가장 광범위하다. 또한 성차별은 다른 사회적 억압의 모델을 제공하여, 사회적 약자는 여성으로, 강자는 남성으로 성별적으로 재현된다. 여성주의가 중요한 것은 성차별이 가장 중요한 모순이어서가 아니라, 지배-피지배의 관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72쪽

동료나 적은 공적 영역의 관계이다. 남녀 관계의 최종, 최우선 목표는 언제나 사적 영역이라고 간주되는 '사랑'이며,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질 것으로 기대된다. 남성과 여성의 관계는 사적 영역의 관계가 더 본질적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남성과 여성이 연애 관계에 들어서면, 두 사람은 개인과 개인이라는 동등한 시민이 아니라 '남자'와 '여자'가 된다는 데 있다. 남성과 여성에게 성과 사랑의 의미는 같지 않다. 연애 관계에 있는 남녀에게 부여되는 사회적 역활과 압력 역시 그들의 성별에 따라 크게 다르다. -93쪽

남성에게 섹스는 (당연히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잘하거나 못하는 것이지만, 여성에게 섹스는 좋거나 싫은 것이다. 여성에게는 남성과 다른 (차별적인) 규범이 적용된다. 여성이 섹스를 좋아하거나 싫어하지 않고, 섹스를 잘하거나 못할 때, 그녀에게는 성산업에 종사하는 여자, '걸레'라는 낙인과 추방이 기다린다. 남성이 '더럽다'고 간주되는 경우는 그야말로, 몸을 씻지 않아서거나 돈이나 권력 투쟁에서의 부정부패 때문이지, 섹스로 인한 규정은 아니다. 그러나 여성에게 '더럽다'는 의미는, 대개 성적인 측면이 연상된다. -95쪽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몸무게는 절제와 인내력 등 자기 관리의 지표일 뿐 아니라, 여성의 인격과 정체성의 기준이 된 지 오래다. 물론 뚱뚱한 남성도 환영받지 못하지만, 몸무게가 일상적으로 남성의 삶을 통제하거나 규율하지는 않는다. 여성의 체중은 곧바로 취업, 결혼, 대인관계, 자존감으로 연결되는,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다. 여성의 거식증은 연속체로 존재한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현대 가부장제 사회에서 먹는 양을 조절하지 않는 여성은 거의 없다. -98쪽

흔히 여성은 '보는 주체'가 아니라 '보여지는 대상'으로 간주된다. 사회는 여성의 몸이 어떻게 '보여져야' 하는지에 몰두할 뿐, 여성이 자기 몸을 어떻게 '느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여성은 남성의 눈으로 자신의 몸을 만든다. 물론, 요즘 세상에 다이어트나 화장 등 외모 관리를, "남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라고 촌스럽게 말하는 여성은 거의 없다. 대개는 "자기 만족을 위해서"라고 말하며, 실제로도 그렇다. 그러나 그 '바람직한 자기 이미지'는 미디어 등을 통해 사회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며, 남성은 여성만큼 '자기 만족을 위해' 다이어트와 외모 관리에 몰두하지 않는다. -1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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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06-10-15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2부까지만 보고 못 보고 있는데... 이것도 시험 끝나면 다시 봐야겠어요.;

이매지 2006-10-15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험기간이라 이 책 저 책 앞부분만 들춰봤어요. 쩝.

비로그인 2006-10-15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그래요, 맛만본 책들... 얼른 해치워야할텐데.. ㅠㅜ

이매지 2006-10-15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러다가 맛만보고 반납해야할지도 몰라요 ㅠ_ㅠ
 
그르니에 선집 1
장 그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1993년 7월
구판절판


저마다의 일생에는, 특히 그 일생이 동터오르는 여명기에는 모든 것을 결정짓는 한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을 다시 찾아내는 것은 어렵다. 그것은 다른 수많은 순간들의 퇴적 속에 깊이 묻혀 있다. 다른 순간들은 그 위로 헤아릴 수 없이 지나갔지만 섬뜩할 만큼 자취도 없다. 결정적 순간이 반드시 섬광처럼 지나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유년기나 청년기 전체에 걸쳐 계속되면서 겉보기에는 더할 수 없이 평범할 뿐인 여러 해의 세월을 유별난 광채로 물들이기도 한다. 한 인간의 존재가 그 참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점진적일 수도 있다. 저 자신 속에 너무나도 깊이 꼭꼭 파묻혀 있어서 도무지 새벽빛이 찾아들 것 같지가 않아 보이는 어린아이들도 있다.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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