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15 - 로마 세계의 종언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15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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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국은 말없이 조용히 살다가 찾아오는 현상이 아니다. 강풍에 일어난 파도가 좌충우돌하여 거품을 일으키듯, 사회가 통제되지 않고 이리저리 움직인 끝에 망국이라는 결말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31쪽

인간에게는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선이 있다. 그것은 사람에 따라 다양하기 때문에 객관성이 없다. 따라서 법률로 다룰 수 없고, 종교로 가르칠 수도 없다. 개개인이 자기한테 좋다고 생각하는 생활방식일뿐, 만인 공통의 진리를 탐구하는 철학은 아니다. 이것은 라틴어로는 '스틸루스'(stilus), 이탈리아어로는 '스틸레', 영어로는 '스타일'이다. 다른 사람이 보면 중요하지 않아도 자기한테는 그 스타일이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유는 거기에 손을 대면 자기가 아니게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1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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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UCC - 세상을 바꾸는 창조세대와 UCC 기업 성공전략
김영한 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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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공간에서 '권력'은 이처럼 일반적인 정보의 힘과 다른 개념을 갖는다. 정보를 가진 사람이 자신의 정보를 게시물로 올리면, 정보를 받아 가는 사람들은 댓글이나 리플 등으로 제품을 가져간다는 표시를 하게 된다. 꼭 댓글이나 리플이 아니더라도 그 게시물의 히트수나 다운로드횟수 등이 그 정보가 얼마나 유용하고 가치있는 것인지를 보여주게 된다.
따라서 게시된 정보는 그러한 지표들로 인해 다른 게시물에 비해 얼마나 경쟁력 있고 유용한 자료인지를 또 다른 사용자들에게 알려준다. 그렇게 하여 경쟁력 있고 유용한 자료라고 인정받게 되면서 그 정보를 올린 게시자의 아이디나 존재 역시 유명세를 타게 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그 사람이 그런 정보에 대해 일가견이 있거나 추가적인 정보를 더 가지고 있다면 그는 인터넷상에서 하나의 유명인사가 되면서 문화권력을 가지게 된다. 사이버상의 권력은 자신이 정보를 독점해서 얻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면서 얻게 되는 권력이다. -110~1쪽

참여와 개방, 공유라는 웹 2.0의 본질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으로 1인미디어를 들 수 있다. 창조세대는 미니홈피나 블로그, 개인 방송국 같은 1인 미디어를 운영해 자신만의 섬을 형성하며 자신을 표출한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독립된 섬들은 결국 보이지 않는 바다 속에서 서로 연결되어 거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힘을 발휘한다. 이것이 곧 웹 2.0의 큰 특징인 소셜 네트워크 개념이다. 이 소셜 네트워크는 자기표현이 강한 창조세대에게 그들의 목소리를 더욱 크게 할 수 있는 힘이 되어준다. -27쪽

UCC는 콘텐츠를 만든 자가 누구냐에 핵심이 아니다. 그 콘텐츠에 누구나 접근이 가능하고, 이를 누구나 가져갈 수 있으며, 그것으로 누구나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UCC의 본질이라 하겠다.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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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와 줄리엣 - Shakespeare's Complete Works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윤기.이다희 옮김 / 달궁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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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벌어진 난동은 증오가 부린 것이지만, 사랑이 부리는 난동은 이런 정도가 아니야. 그렇다면 왜, 소란스런 사랑이여, 사랑스런 증오여, 무(無)에서 나온 최초의 존재여, 무거운 가벼움이여, 실속 있는 허영이여, 겉으로는 멀쩡한 형태들로 이루어진 일그러진 혼동이여, 납으로 된 깃털, 투명한 연기, 차가운 불꽃, 병든 건강, 잠이기를 거부하는 늘 깨어 있는 잠이여! 왜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 겁니까. -50~1쪽

사랑이라는 건 그래서 늘 문제라니까. 내 슬픔의 무게만 해도 가슴이 무거운데, 자네 사랑이 그 위를 또 짓눌러야 하는가? 슬픔에 담긴 나를, 자네는 사랑으로써 더 슬프게 만들고 싶은가? 사랑은 한숨의 기운으로 만들어진 연기라서, 그 연기가 걷히면 사랑은 연인의 눈 속에 반짝이는 불꽃이 되는 법. 그 연기가 자욱해지면 사랑의 눈물로 가득 채워진 바다가 되는 법. 그밖에 또 뭐가 있겠나? 신중한 광기, 숨을 멈추게 하는 독약과 삶을 부지하는 감미로움이지. -51쪽

그대의 이름만이 나의 원수일 뿐. 그대가 몬타규든 아니든. 그대는 변함없이 그대입니다. 몬타규가 별 것입니까? 몬타규는 손도 발도 아니고 팔도 얼굴도 아니며 몸 어디에 붙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아, 다른 이름을 가지세요! 이름이 별것인가요? 우리가 장미라 부르는 것은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그 향기에는 변함이 없지 않아요? 로미오 역시 로미오라 불리지 않아도 간직하고 있는 미덕은 어디 가는 것이 아니잖아요. 로미오, 그대 이름을 버리세요. 그리고 그대와 아무 상관없는 그대 이름 대신 내 전부를 가져가세요. -94~5쪽

극단적인 기쁨은 극단적인 종말을 맞는 법이다. 불과 화약이 만나면 그 절정에서 소멸하는 법이다. 꿀도 너무 달면 쉬 질리고 결국 입맛을 버리게 된다. 그러니까 적당히 사랑하게. 긴 사랑은 그리한다네. 너무 서두르면 천천히 하는 것만도 못해. -1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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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비닛 -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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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토머들 중에는 손가락에서 선인장이나 포도나무가 자라는 사람도 있고, 몸의 일부에서 도마뱀의 형질이 나타나는 사람도 있다. 남자의 성기와 여자의 성기를 동시에 완벽하게 가지고 있으며 그것으로 자가수정을 할 수 있는 사람들도 있다. 손가락 끝에 후각, 시각, 미각을 느낄 수 있는 감각기관이 생겨나서 손가락으로 사물을 보거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사람들도 있다. 권박사는 지난 사십 년 동안 전 세계의 심토머들을 연구해왔다. 그래서 우리가 관리하고 있는 13호 캐비닛에는 이렇게 종의 변화가 생긴 사람들의 자료가 가득 들어 있다. -30~1쪽

나는 병원에서 일한다고 모두가 의사는 아니며, 공군에서 근무한다고 모두가 전투기 조종사는 아니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조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투기가 거꾸로 날거나 논두렁에 처박혀서 경운기의 비웃음을 사지 않기 위해선 누군가 그 큰 바퀴를 제대로 갈아끼우고, 비행기 이곳저곳을 닦고, 조이고, 기름쳐야 하며, 또 누군가는 깃발을 열심히 흔들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조종사와 비행기만으로는 하늘을 날 수 없다는 것,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폼나지 않는 일을 해줘야만 비행기가 논두렁이나 하수구에 처박히지 않고 하늘을 제대로 날 수 있다는 것, 그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이해해주길 바라는 거다. 대표성의 잣대에 기대지 말고 개별성의 잣대로 사람을 대해달라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성숙하고 깊이 있는 인간관계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56쪽

폐허랄 가질 용기도, 무책임을 가질 용기도 없어서 우리는 항상 피곤하고 지쳐 있는데도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78쪽

그녀는 당당하게 살고 싶었다. 그녀는 인간의 존재가 자신이 보낸 과거의 시간에 의해 규정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녀는 과거를 고쳤다. 그것은 효과가 있었다. 부끄러운 과거가 지워질 때마다 그녀는 자신감이 생겼고 더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성격을 가지게 되었다. 그녀는 점점 많은 과거에 손을 댔다. 자연적인 망각과 망각하려는 의지에 힘입어 그녀의 수정된 일기는 점점 그녀의 기억을 지배하게 되었다. -98쪽

나쁜 기억을 가지고 사는 것은 더 치명적이고 더 위험한 일이죠. 왜냐하면 나쁜 기억과 더불어 사는 삶은 지옥 그 자체니까요. -100쪽

명동백작은 술자리에서 '사랑은 통조림 같은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사랑에도 통조림처럼 유통기한이 있고, 주의사항이 있고, 가격표가 붙어 있다. 지갑을 열어 자신의 구매력을 살펴본 다음 가격표를 확인하고, 주의사항을 지키면서, 유통기한 내에 사랑하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이 순조롭다.
어쩌면 이 도시에서 사랑이라는 것은 정말 통조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돈과 깡똥따개와 유통기한을 확인할 작은 관심만 있으면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고, 비슷비슷하며, 또 안전하고 맛있는 사랑을 할 수 있으니까. -126쪽

당신은 영원히 마법사를 발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마법사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당신이 꿈꾸기를 멈추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마법은 너무도 흔하다. 따라서 마법사도 흔하다. -141쪽

허튼 희망은 이 지독한 현실을 견디는 데 도움은커녕 오히려 독이 돼. -158쪽

불행은 결코 할부로 오지 않아. 불행은 반드시 일시불로 오지. 그래서 항상 처리하기가 곤란한 거야. -164쪽

자신감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은 21세기에 아무것도 없다. 서부개척 시대가 아닌 것이다. 21세기에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이 검증된 명료한 자격증와 인증서이다. -165쪽

우리는 불안 때문에 삶을 규칙적으로 만든다. 면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삶을 맞춘다. 우리는 삶을 반복적이고 규칙적으로 움직이게 해서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게 만든다. 습관과 규칙의 힘으로 살아가는 삶 말이다. 하지만 효율적인 삶이라니 그런 삶이 세상에 있을까. 혹시 효율적인 삶이라는 건 늘 똑같이 살고 있기 때문에 죽기 전에 기억할 만한 멋진 날이 몇 개 되지 않는 삶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182쪽

존재감이 한없이 작아진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아무도 나를 기억해주지 않고 어떤 순서도 내게 오지 않을 것 같은 느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나라는 존재가 호치키스나 진공청소기보다 못한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이 세계에서 어떤 모습으로 어떤 가치로 존재하고 있는지를 눈치채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말했다. "이봐, 실망하지 말라구. 인간이 된다는 것은 번호표를 가진다는 거야. 그러니 조용히 순서를 기다려. 어쩔 수 없는 일이잖아."-2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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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7-02-02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__*
전... 아직... 이 책 다 읽지 못하고 있어요...^^;;
다른 책들이 자꾸 끼어들어서...(__)

이매지 2007-02-02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내일쯤이면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버지와 아들
박목월.박동규 지음 / 대산출판사 / 2007년 1월
품절


커피 맛이 입 안에 깔리지 않는다. 이것은 커피의 질이 나쁜 탓이 아니다. 집 안에서 끓여 마실 때도 그 맛이 옛날 같지를 않다. 입 안이 허전한 것이다.
음식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본질적인 음식과 그렇지 못한 것이다. 즉, 배가 고프기 때문에 먹는 것과 기분이나 감정으로 먹는 것. 기분이나 감정으로 먹는 것이 '감정의 음식'. 커피는 후자에 속한다. 감정이 불러들이는 음식이다. 그러므로 감정이 변하면 그 맛도 변하게 되는 것이다.
젊었을 때, 넘치는 정감이 기리던 커피는 이제 그 정감이 갈앉자, 맛도 변한 것이다. 허전하고 섭섭하고 쓸쓸한 커피의 맛. 그 세계.
커피의 맛이 허전해짐은 참으로 섭섭한 일이다. 이 적막하고 허전하고 고독한 세계야말로 내게는 벗어날 수 없는 숙명으로-백발의 세계요, 그 삶의 테두리다. 이 테두리 안에서 나의 적요한 세계의 일월이 도는 것이다. -42쪽

가정은 인간의 순수한 정이 서로 부딪쳐 그윽한 음악을 울리게 하고 모든 악함을 정화시켜 참사랑에 눈을 뜨게 한다. 그리고 훈훈한 훈기 속에서 사람이 사람에 대한 신뢰를 움트게 하며, 나아가서 측은한 존재로서 엷은 등을 맞대고 의지하고 위로하며 사람 된 길을 가게 하는 것의 원천이라 할 수 있다. -106쪽

가족은 오로지 세상에서 생명을 함께 하는 유일한 행복의 샘이다. 맑은 생명의 물을 나누어 마시며 서로가 있기에 살아 있음이 증명되는 모든 것의 중심인 것이다. 그러기에 일상으로 해서 무디어진 감각을 다듬어 생명의 샘에 목을 축이는 행복이 무엇인가를 알아야 할 것이다. -182쪽

군인이 되는 것은 직업을 가지는 것이지만 어떤 직업의 자리에서 일하는가 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야. 어떤 사람이 그 자리에서 일하는가가 중요한 것이야. -185쪽

들찔레처럼 자리를 가리지 않고, 꽃을 피우며 보는 이 없어도 향기를 피우며 뻗어가는 그 생명력을 지니고 산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쑥대밭처럼 무성하게 살다가 가을이 와서 줄기조차 붉게 시들어도 바람이 불면 울 줄 아는 그런 삶을 산다는 것은 꿈이다. -185쪽

무엇이 이 세상에서 영원히 인간의 마음에 남아 있는 것이 될 수 있을까하는 물음을 품을 때마다 나는 멋도 모르고 마구 주워 읽은 소설이나 시 속에서 언제나 가슴을 뜨겁게 하던 그 감동의 원천이 영원한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고 결국 지금까지 사라지지 않는 영원한 문자 속에 박힌 인생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사는 것이다. -204쪽

하늘을 날고 싶은 욕망이 있어야 날개를 찾아 헤매듯이 또 어떤 이를 만나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어야 반가움이 생기듯이 언제나 지나온 체험의 저편에는 내가 왜 이 자리에 서 있는가를 알려주는 흔적이 있는 것이다. -204쪽

한가족으로 살면서 어떤 생활의 의식과 관습을 만들어가느냐 하는 것은 부모들의 삶의 정신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의 생활은 나 자신이 살아보고 싶어하는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남들을 향해서 살아가는 타자 지향의 비개성적 생활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생활 속에서 우리 가족이 살아보고 싶어하는 삶의 세계가 어떤 것인가에 대해 그 정체성을 찾아보고자 하는 의욕은 간 곳이 없고 남들이 가진 물질적인 외양에 맞추어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2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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