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유록, 조선 선비 일본을 만나다 - 기행문 겨레고전문학선집 16
신유한 지음, 김찬순 옮김 / 보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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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섬은 조선의 한 주현이나 고을과 같을 뿐이오. 도주가 임명을 받아 국록을 먹으며 크고 작은 정사에 위의 지시 명령을 받는 것이 우리나라 지방관의 지위와 다를 것이 무엇이오? 당신네 도주는 우리 나라 예조 참의나 동래 부사와 동등한 예로 외교 문서를 주고받으니 그것은 곧 급이 같다는 것이요. 나라법에 조정의 벼슬아치로서 나랏일로 외지에 나가게 되면 그 위계를 불문하고 지방관과 한자리에 앉아 서로 존경하게 되어 있소. 지금 나는 문신으로 저작랑의 직함을 띠고 귀국에 왔소. 내가 사신의 다음 자리에 있으니 도주보다 조금 차이를 두면 그만이 아니겠소. 또 손님과 주인의 예를 동등하게 하기는 곤란하다 하여 도주는 남쪽을 향해 서고 나는 도주 앞에 나가 서로 마주 서서 나는 두 번 읍하고 도주는 한 번 읍한다면 이는 비록 도주에게 치우치는 감이 있더라도 특별히 우리 사신을 생각해서 한 급을 사양하는 의미에서 허용할 수도 있을 것이오. 그러나 끝내 서서 절을 하고 앉아 절을 받는 것으로 예를 삼자고 한다면, 이는 우리 임금이 보낸 사신을 대마도주에게 예를 잃게 할 뿐이라고 생각하오. -70~1쪽

내 생각에 일본 풍속은 남을 이기기를 좋아하니 이기지 못하면 죽음이 있을 뿐이다. 까닭 없는 일에도 이렇거든 하물며 전함을 가지고 전투가 벌어져 교룡이 성내듯 고래가 달리듯 하는 데서야 더 말할 것 있겠는가. -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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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대 갑부 역관 표정있는 역사 1
이덕일 지음 / 김영사 / 2006년 3월
구판절판


역관들은 어떻게 거부가 될 수 있었을까?
역관들이 거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직업상 특징 때문이다. 역관들은 현재로 치면 두 개의 직업을 가진 '투잡스족'으로, 외교관이자 국제무역상이었다. 이 두 직업은 모두 거부가 되기에 유용한 특성이 있었다. 해방 이후 한국 재벌 성장사가 종합무역상사 성장사이기도 하듯이, 국제무역은 예나 지금이나 거부로 가는 지름길이다. 또한 외교관의 특성도 거부가 되기에 좋은 조건이었다. 역관은 외국에서 사신이 오면 국왕에게 통역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직업상 국왕을 자주 면대할 수 잇었다. 또한 대군이나 부마같은 왕실 사람들, 고위 관료들과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이들이 중국이나 일본의 사신으로 갈 때면 역관들과 오랜 시간 같이 지내야 했다. 이는 역관이 국왕이나 고위 관료의 비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 권력에 가까웠다는 뜻이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자와 가깝다는 것은 축재의 좋은 조건이다. 홍대용이 중국 북경 기행문인 <담헌연기> 포상 조에서 한 "통역들은 모두 높은 이들에 등을 대고 있소"라는 말이 이를 대변한다.
역관들은 재산을 지키기에도 조건이 좋았다. 재산을 부당하게 빼앗길 경우 바로 권력자에게 알려 시정을 요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즉 역관은 부자가 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고루 갖추고 있었다. -18~9쪽

유구어 역관까지 설치함으로써 조선의 역관 제도는 완성되었다. 중국어, 몽고어, 만주어, 일어, 위구르어, 유구어의 6개 국어 역관이 설치된 것이다. -29쪽

고려 말과 조선시대에 사역원에서 역관들이 중국어 학습 교재로 사용한 책은 <노걸대>와 <박통사>였다. <노걸대>는 초급 수준의 중국어 교재이고, <박통사>는 중급 수준의 중국어 교재로, <노걸대>는 현전하는 세계 최고의 중국어 학습 교재이다. 지금으로부터 700여 년 전인 1280년경 원나라의 대도(북경)로 고려 상품을 팔러가던 상인 3명이 길에서 우연히 만난 요동성 출신의 중국 상인과 동행하면서 여행 중에 일어난 에피소드를 책으로 엮은 <노걸대>는 구어체라는 것이 흥미롭다. -29~30쪽

조공무역을 일각에서 사대주의라고 비판하지만 조선으로서는 조공이라는 명분으로 실리를 챙기는 실리외교에 다름 아니었다. 조공무역의 결과는 조선의 이익이었다. 이는 조공 횟수를 둘러싼 두 나라의 주장을 보면 명확히 드러난다.
조선 초기 명나라는 3년 1공. 즉 3년에 1번의 조공무역을 주장한 반면, 조선은 거꾸로 1년 3공, 즉 1년에 3번의 조공무역을 주장했다. 조공무역이 세간의 인식대로 조선에서 일방적으로 명나라에게 갖다 바치는 것이라면 명나라에 3년에 한 번만 바치면 된다는데 조선에서 1년에 세 번 바치겠다고 주장할 까닭이 없다. 조공무역을 조선의 손해로 보는 것은 그 원칙을 모르는 데서 나온 오해이다.
조공의 원칙은 '조공이 있으면 사여가 있다'는 것이다. 조공국에서 조공을 바치면 사대국에서는 사여를 내리는 것인데, 사여품이 조공품보다 많은 것 또한 원칙이었다. 이는 상국으로서, 황제국으로서의 체면을 유지하는 비용이기도 했다. -4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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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와 호지 - 고양이로 산다는 것
이본 스카곤 지음, 장은수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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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것 아닌 것에 심취하다보면 불행은 날아가고 행복이 찾아온다. -23쪽

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모두 그저 빈둥거릴 것이다. -45쪽

강렬한 호기심만이 관대함과 고결함의 척도이다. -53쪽

경쟁도 과시도 없이, 오직 고요와 평온 가운데 서로의 감정을 주고받는 것, 이것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대화이다. -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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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인 말의 힘 - 어떤 사람도 마음을 열게 하는
할 어반 지음, 박정길 옮김 / 엘도라도 / 2006년 6월
절판


우리는 상대방에게 내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말'을 사용하지만, 사실 그 모든 말들을 그림으로 떠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까? 만약 '탑'이라는 말을 들으면, 머릿속으로 먼저 탑 모양을 떠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에펠'이라는 말을 들으면 더 정확한 그림을 떠올릴 것이다. 사진으로든 실제로든 에펠탑을 전혀 본 적이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우리는 상대방과 이야기를 할 때 항상 이렇게 그림을 교환한다. 어휘의 양이 많아질수록 언어는 점점 더 정교해져 가는데, 이는 마치 화가의 팔레트에 색을 더하는 것과 같다. 우리는 더욱 다양해진 색깔로 더 생생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이다. -24쪽

대부분의 사람이 자신이 얼마나 자주 불평을 하며 사는지 알지 못한다. 그건 우리가 불평의 문화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주위를 둘러보라.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불평과 불만들... 감사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 같은데 불평은 끊이질 않는다. 더 많이 가질수록, 생활이 더 편리해질수록, 어쩌면 우리는 더 많은 불평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많이 가진 것을 당연하다고 여기고, 가진 것이 '완벽'에서 줄어들자마자 코맨소리를 하기 시작한다. -54쪽

어떤 말은 영혼을 관통하기도 한다.그런 말들은 내 영혼 속으로 들어와 큰 부상을 입히고, 종종 치유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흉터를 남긴다.
자, 나는 당신에게 꼭 당부하고 싶다. 특히 감정적으로 격한 상황일 때 '혀를 제어하는 방법을 배우라'고 말이다. 말은 한번 내뱉으면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그리고 그런 말을 내뱉는 데는 단 몇 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수년 동안, 아니 수십 년 동안 지속되는 고통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61쪽

진정한 대화의 기술은 적절한 곳에서 적절한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더 어려운 것은, 말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때 적절치 않은 말을 하지 않고 남겨두는 것이다. -도로시 네빌 -63쪽

당신의 마음속에 무엇이 들어있는가가 현재의 당신을 만든다. -지그 지글러-70쪽

"누군가 갑자기 여러분의 집에 들어와서 거실에 큰 쓰레기봉투를 버리고 간다면, 그를 가만히 내버려둘 건가요?"청중들은 이 질문의 요지가 무엇인지 깨닫지 못했다. 그러나 다음 질문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만약 그가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도록 막을 것이라면, 왜 여러분 마음속에 쓰레기를 버리는 건 그냥 내버려두나요?"
그는 또한, 매일 우리에게 날아드는 말들이 과연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지, 그 영향이 얼마나 강력한지에 대해 계속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날아드는 말에 단지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인다면, 많은 부정적인 말을 쉽게 차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었다. 우리는 텔레비전 채널을 바꿀 수 있고, 라디오 주파수를 돌릴 수 있고, 긍정적이지 못한 읽을거리들을 끊을 수 있으며, 우리를 침울한 대화로 이끌어가는 사람들 속에 둘러싸이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요컨대 우리는 우리 안에 부정적인 말이 입력되는 것을 많이 제거해낼 수 있다, 충분히. -7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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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 최재천의 동물과 인간 이야기
최재천 지음 / 효형출판 / 2001년 1월
절판


개미들은 과연 어떻게 지도자도 없이 이처럼 질서정연한 집단행동을 보이는 것일까? 미국 뉴멕시코 산타페에 있는 복합체계연구소의 과학자들에 따르면 개미들의 복잡한 집단행동은 각 개체들의 임의적인 행동들의 결과다. 작은 힘이지만 각자의 올바른 판단이 한데 모여 그야말로 만리장성을 쌓는 것이다. -30쪽

개미들은 전체가 어떤 모습을 갖춰야 하는지 언제나 알고 일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자기가 처한 상황에서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안다. -32~3쪽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일은 새 시대를 살아가는 필수조건이다. 하지만 우리말을 바로 세우는 일에도 소홀해서는 절대 안 된다. 황소개구리의 황소 울음 같은 소리에 익숙해져 청개구리의 소리를 잊어서는 안 되는 것처럼. -49쪽

종교가 스스로 모래판에 내려와 과학을 붙들고 씨름을 하려 할 때 나는 참 서글프다. 과학은 이른바 형이하학이지만 종교는 형이상학 중에도 으뜸이 아니던가. 과학은 모든 걸 증명해야 하는 멍에를 지고 있지만 종교는 그럴 필요가 없다. 믿음은 증명보다 훨씬 더 위대하기 때문이다. -64쪽

경쟁조차 할 수 없게 법으로 막는 일은 동물 사회 어디서도 발견할 수 없다. 어미 백로나 하이에나 어미는 경쟁이 두려워 미리 자기가 기를 수 있을 만큼의 새끼만을 낳는 비겁한 일은 하지 않는다. 둥지 안의 경쟁을 통해 좀더 강인한 자식들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음은 물론 때로 먹을 것이 의외로 풍부한 해에는 낳은 새끼 모두를 훌륭하게 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열린 경쟁만이 무한경쟁에 대비하는 길이다. -101~2쪽

우리는 모두 어려서부터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배웠다. 그러나 거짓말을 한 번도 하지 않고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거짓말도 법의 질책을 받아야 하겠지만 우리는 그들에게 돌을 던지지 못한다. 우리들은 늘 사랑하는 이에게 또는 자기 스스로에게 선의의 거짓말을 하며 산다. "넌 할 수 있어"라며 스스로를 속일 수 있는 자기 기만 능력이야말로 때론 인간을 성공시키는 가장 큰 힘이다. -1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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