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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시간관리와 인생관리를 위한 10가지 자연법칙
하이럼 스미스 지음, 김경섭.이경재 옮김 / 김영사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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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평화를 얻는 비결은 '인생에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들을 이해'하는 데 달려 있다. 그리고 그것들을 우리의 일상에서 확인하는 데 있다. 다시 말하면, 시간관리를 잘 한다고 해도 그 시간을 우리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을 위해 쓰고 있지 않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래서 단순히 시간을 관리하는 것을 넘어 우리의 인생을 컨트롤함으로써 그 충만감을 찾아낼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15쪽

시간의 기본 요소는 바로 크고 작은 사건이다. 모든 것이 하나의 사건이다. 이 책을 읽는 것도 사건이고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것도 사건이다. 운전하는 것도, 일하는 것도, 전화벨이 울리는 것도 사건이다. 점심을 먹는 것도 사건이다. 시간이란 이 모든 사건들이 줄지어 연속해서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36쪽

벤저민 프랭클린은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인생을 사랑하십니까? 그렇다면 시간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인생이라는 것은 바로 시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말이 진실이라면, 인생을 컨트롤한다는 것은 시간을 컨트롤한다는 것이고, 시간을 컨트롤한다는 것은 인생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컨트롤한다는 것이다. -37쪽

그러면 왜, 가장 중요한 일들을 처리하는 데 그토록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 것일까? 왜 우리는 진정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손을 댈 여유가 없을까? 이 딜레마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대답이 가능하다. 그 가운데 하나는 우리가 시간에 관한 2가지 착각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2가지 착각에 빠져서 우리 인생의 사건들을 효과적으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첫 번째 착각은 '우리가 지금보다는 언젠가 미래의 어느 때에 더 많은 시간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 다음 주에 하지 뭐. 다음 달 아니면 내년도 좋고. 그것도 아니면 아이들이 다 크거나 은퇴하고 나면 시간이 잇겠지."
두 번째 착각은 '어쨌거나 시간을 저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시간은 지금뿐이다. 하루는 24시간이고, 마지막 1초까지 다 쓰게 되어 있다. 하루는 더도 덜도 아닌 딱 8만 6,400초, 나중에 쓰겠다고 저축할 수가 없다. 즉, "시간이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누구나 똑같은 시간을 가지고 있다. -48쪽

시간도 바로 돈과 같다. 1시간 동안 텔레비전을 보기로 결정하면 무언가 다른 일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셈이다. 텔레비전을 보는 것 이외의 다른 일을 못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누군가 당신의 은행 구좌에 들어와서 돈을 빼간다면 엄청나게 화가 날 것이다. 그런데 온갖 도둑들이 자신의 인생에 침입해 들어와 시간을 도둑질해 가는 데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50쪽

글로 옮겨놓지 않은 목표는 단지 바람일 뿐이라는 말이 있다. 목표를 글로 쓰다보면 그 목표가 구체적이 된다. 목표가 구체적이지 않으면 과연 그것을 이룩했는지 못했는지조차 알기 어렵다. -132쪽

지금 처한 환경, 과거의 실수, 의무, 또는 인식의 한계 때문에 벽에 갇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런데 어떤 특정 패턴 속에 그대로 오래 있으면 그 벽은 자꾸 높아지게 된다. 그리고 벽에 갇혀 있으면 자신의 진짜 가치관과 그 가치관에 따른 목표가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느껴지는 수가 있다. 결국 이 벽을 만나면 엄청난 스트레스와 좌절감만 쌓일 뿐이다. 그 벽을 깨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138~9쪽

의지가 강한 사람의 단호한 결심을
막거나 방해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기회니 운명이니 숙명이니 하는 것은 없다. -146쪽

레이저 사고란 시간과 에너지를 가치관과 목표라는 렌즈를 통해서 일상활동에 집중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그것들이 당신의 마음속에서 으뜸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면 당신은 가장 중요한 것들을 이룩할 수 있다. -161쪽

나는 언제나 당신 곁을 떠나지 않는 동반자.
나는 당신의 가장 충실한 조언자일 수도 있고, 가장 무거운 짐일 수도 있습니다.
나는 당신을 밀어 올릴 수도 있고 아니면 실패의 나락으로 끌어내릴 수도 있습니다.
당신은 당신이 하는 일 가운데 절반을 나한테 떠넘길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나는 순식간에, 그리고 정확하게 해치웁니다.
나를 다루는 일은 쉽습니다. 나를 꽉 붙잡고 있기만 하면 됩니다.
일을 어떻게 했으면 좋은지 정확하게 보여만 주십시오.
몇 번만 연습하면 나는 자동으로 해냅니다.
나는 모든 위인의 하인입니다.
하지만 실패자의 하인이기도 합니다.
위대한 사람이라면 나는 위인으로 만들어 냅니다.
실패자라면 나는 실패자로 만들어 냅니다.
나는 기계처럼 정확하게 움직이지만 그렇다고 기계는 아닙니다.
인간의 지성을 가지고 있을 따름입니다.
당신은 나를 움직여 이득을 볼 수도, 파멸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나한테는 아무 상관도 없습니다.
나는 꽉 붙잡고 훈련시키십시오.
그러면 당신에게 이 세상을 드리겠습니다.
나를 편히 놓아주시면 당신을 파멸로 인도할 것입니다.
나는
바로 '습관'입니다. 작자 미상-189쪽

고독만큼 파괴적인 벌도 없다. 사랑할 사람도, 사랑해 주는 사람도 없어 버려져 있다는 느낌, 아무도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자살하는 사람도 있다. 그 고독감, 그리고 그 사람을 지탱해주는 사랑의 결여가 목숨마저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사랑을 얻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소속감을 얻기 위해서 반기지 않는 집단에도 들어간다. 또 별로 이롭지 않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도 어울린다. 싫어하는 행동을 해도 참는다. 남편과 아내, 그리고 친구로서 희생을 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은 사랑에 대한 욕구 때문이다.
흔히 말하듯이 사랑이 이 세상을 움직이고 있다. 사랑이 없다면 인생은 재미도 없고 부딪히는 힘든 일들을 헤쳐나가기도 어렵다. 사랑이 있을 때 우리는 주변의 모든 것에서 의미를 찾는다. 사랑은 이 세상에서 제일 위대한 동기부여의 힘을 가지고 있다. 일에서부터 가족 부양, 그리고 나쁜 습관의 극복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에 목적을 부여한다. 사랑은 강력한 힘, 간단히 말해서 욕구이다. -2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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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의 바보
이사카 고타로 지음, 윤덕주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8월
구판절판


아버지, 오빠나 엄마한테 바보 바보 하면서 업신여기는데요, 바보라고 하는 인간이 바보인 거라고요. -16쪽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오히려 괴로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49쪽

"와타베 씨의 부친이 전부터 말했거든. 이런 세상에서 중요한 건..." 스키타가 대답했다. "상식이나 법률이 아니라..." 그러곤 말을 끊고, 아이가 장난치는 듯한 표정으로 "얼마나 유쾌하게 사느냐, 라고 말이야."하고 어깨를 으쓱했다. -130쪽

"책이란 건, 목욕탕 곰팡이 같아서 그냥 두면 차츰 늘어나서 처치 곤란하다니까." 엄마가 한숨짓던 모습이 떠오른다. "조금이라도 빈자리가 있으면 착착 채워 넣거든. 미치, 두고 보렴, 끝없이 불어날 테니까."
-136쪽

공부 책상에 앉았다. '공부 책상'이라는 이름이 억지로 용도를 한정시킨 것 같아 왠지 우스꽝스럽다. 책상 앞 벽지로 시선을 주었다. 압정으로 고정시킨 조금 큰 종이에 내가 쓴 글씨가 쓰여 있다.
학교에 다닐 때부터 내가 곧잘 쓰던 방법이다. 일상에 쫓겨 길을 잃는 일이 없도록, 어두운 길 앞에 작은 가로등을 켜는 기분으로 해야 할 일을 적어두었다. 마음이 흔들리거나 초조해지더라도 그걸 보면 침착할 수 있다. "해야 할 일을 하나씩 해나가렴. 한 가지를 마치면 다음 것이 보일 테니까, 허둥대지 말고."엄마가 곧잘 해주던 말이다. -137쪽

"용서하느냐 못하느냐, 그런 게 아니에요" 나는 지난 4년 동안 내내 생각했던 것을 입 밖으로 냈다. "예컨대, 벚꽃이 짧은 기간 밖에 피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도 용서할 수 없다고 화를 내진 않잖아요."
"벚꽃은 원래 그런 거니까."
"그거하고 마찬가지 느낌이에요, 왠지" 나는 말했다. "아빠하고 엄마가 죽었다. 그렇지만 원래 그런 걸 거예요, 틀림없이."
-168쪽

숫자로 나타낼 수 있는 것엔 흥미 없습니다. 수학에 약하기도 하고요. 때문에 몇 전 몇 승 몇 패 같은 건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 본래, 이기고 지는 것이란 시합의 결과만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시합을 끝까지 본 관객들의 기분이라든가 나 자신의 기분이라든가, 그런 것까지 포함해서 이겨야 합니다. -1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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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09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저는 제가 실수하면 바보라고 저자신을 부르는데, 그런 불림을 당하는 저보단 바보라고 말하는 제가 바보인거지요. 그럼 바보 맞는거네요 =..= (16페이지 이사카 고타로의 문장에서 치명적 논리오류 발견!!!!근데 기분이 찝찝하네요 =..=)

이매지 2007-07-09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러나 저러나 바보가 되버리는군요 ㅎㅎㅎ
 
그로테스크
기리노 나쓰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5년 11월
구판절판


미치지 않은 인간은 아무리 교묘하게 만들었다 하더라도 어차피 천재는 아니지. 그러니까 미친 인간이 만든 것은 어딘가가 확연히 다르거든. 어디가 다르냐 하면 말이지. (중략) 기운(氣韻)이 있다는 말이야. 기운, 이것이 가장 중요하단다. 사전에서 기운이라는 말을 찾아보렴. 그것은 기품이 있는 것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야. 기품이 있고, 그 기품이 작품에 생생하게 나타나 있는 것을 말한단다.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보통 사람은 절대로 할 수가 없어. 그러니까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는 인간은 천재야. 그것을 이해하는 인간도 천재란다. 그러니까 나는 천재지, 기운이 있거든. -41쪽

노력은 개체 밀도가 높아짐에 따라 발육하거나, 형태와 생리가 변화하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 오히려 무익하지. 왜냐하면 변화는 개체가 멋대로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무익한 일을 우리들 교사가, 아니 교육 자체가 사토에게 강요했기 때문에 사토는 대학과, 사회에서 계속 버티다가 결국 부서진 것이고, 그 결과 가까스로 형태의 변화를 일으킨 것이겠지. 하지만 그 변화는 남자의 욕망에 맞추는 잔혹한 것이었어. -417쪽

밀도가 낮아지면 생물은 단독 생활을 하는 고독상이 되고, 밀도가 높아지면 형태에 변화를 일으키면서 집단으로 사는 군생상이 된다. 하지만 여학생들은 고독상이 될 수 없다는 느낌이 자꾸만 든다. 생존 경쟁이 심하기 때문이야. 성적, 성격, 경제적 기반뿐이라면 또 모를까, 무엇보다도 타고난 외모라는, 어쩔 수 없는 것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이것들이 복잡한 양상으로 뒤엉켜서 하나에서 이기면 다른 것에서는 지는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는 곳에, 내가 직접 히라타라는 슈퍼급 여학생을 집어넣은 것이다. -418쪽

실은 나는 학교에서 진실을 가르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닻'을 마음에 묻어버린 것은 아닐까 하고, 걱정이 되어서 견딜 수가 없다. 그것은 타인보다 우수하다는 절대적인 가치관이야.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세뇌일지도 모른다고 나는 걱정하고 있다. 왜냐하면 노력을 해도 보답받지 못하는 학생은 '닻'이라는 존재 때문에 평생 괴롭힘을 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토 가즈에가 그렇지 않았을까? 혹은 히라타의 언니가? 그녀들은 평범하지는 않았으나 학업에서는 너와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가 묻어놓은 '닻'까지도 파괴하는 어떤 본질 앞에서는 더욱 무력했다고 생각된다. 그것은 노력으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타고난 '아름다움'이다.
미쓰루야, 너는 옥중에서 보낸 편지에서 옛날에 나에게 호의를 품었다고 고백했다. 나는 기쁘면서도 놀랐다. 실은 난 그때 너희를 가르치면서도, 아름다운 히라타 유리코에세 마음을 거의 빼앗겼기 때문이다. 그녀가 누구보다도 아름답고, 바라보고만 있어도 행복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타인보다 우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닻'을 무력하게, 아니 완전히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리는 것 아닐까? 그 때문에 인간은 타고난 '아름다움'을 펄쩍 뛰면서 부정하고, '닻'을 강화하겨 하지. 즉, 노력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히라타 유리코는 존재 자체만으로 미움을 받고, 학교에서 추방된 것 같다는 느낌이 자꾸만 드는구나. 그리고 '아름다움'을 욕되게 하면서 따돌린 쪽도 '닻'을 풀 수 없어서 바다 속 깊이 '닻'을 가라앉힌 채, 바다 위에서 큰 파도에 농락당하고 있는 것 아닐까? -420~1쪽

넌 아무 것도 모를 뿐만 아니라, 바보야. 공기는 필요불가결한 것이라고. 넌 공기만 한 것도 못 돼. 시대가 요청한 단순한 장식물일 뿐이야. 알리바이처럼 만들어놓지 않으면 안되는 것. 자연스럽게 태어난 것이 아니라 인공적으로 부자연스러운 것이란 말이야. 우리의 존재는 남자에게 필요불가결한거야. 물이나 공기 같은 것처럼 말이야. -49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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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09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리노 나쓰오 여사는 대단하긴 한데 읽고나면 음침하고 기분이 찝찝한 것이...그래도 저거 아직 안읽었어요.. 여하간, 전 가끔 제가 천재가 아닌지 자뻑하는데..그럴때 뭔가 저를 스캔해보면 평상시라 다른 아우라가 나올까요? (먼산)

이매지 2007-07-09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난 번에 <아임소리마마>를 읽고 찝찝해서 다시는 안 보려고 했는데 그래도 한 번 더 기회를 줘보려구요 ㅎㅎ 이것도 찝찝할 것 같아요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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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이치란 거야. 누구나 자기가 필요한 만큼만 가져야 한다. 사슴을 잡을 때도 제일 좋은 놈을 잡으려 하면 안돼. 작고 느린 놈을 골라야 남은 사슴들이 더 강해지고, 그렇게 해야 우리도 두고두고 사슴고기를 먹을 수 있는 거야. 흑표범인 파코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지. 너도 꼭 알아두어야 하고."
여기까지 말한 할아버지는 웃음을 터뜨렸다.
"꿀벌인 티비들만 자기들이 쓸 것보다 더 많은 꿀을 저장해두지...그러니 곰한테도 뺏기고 너구리한테도 뺏기고...우리 체로키한테 뺏기기도 하지. 그놈들은 언제나 자기가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쌓아두고 싶어하는 사람들하고 똑같아. 뒤룩뒤룩 살찐 사람들 말이야. 그런 사람들은 그러고도 또 남의 걸 빼앗아오고 싶어하지. 그러니 전쟁이 일어나고...그러고 나면 또 길고 긴 협상이 시작되지. 조금이라도 자기 몫을 더 늘리려고 말이다. 그들은 자기가 먼저 깃발을 꽂았기 때문에 그럴 권리가 있다고 하지...그러니 사람들은 그놈의 말과 깃발 때문에 서서히 죽어가는 셈이야... 하지만 그들도 자연의 이치를 바꿀 수는 없어."-25쪽

칠면조란 놈들도 사람하고 닮은 데가 있어. 이것 봐라. 뭐든지 다 알고 있는 듯이 하면서, 자기 주위에 뭐가 있는지 내려다보려고는 하지 않아. 항상 머리를 너무 꼿꼿하게 쳐들고 있는 바람에 아무것도 못 배우는 거지.-26쪽

할머니의 이름은 보니 비(bonnie bee), '예쁜 벌'이었다. 어느 늦은 밤, 할아버지가 "I kin ye, Bonnie Bee"라고 말하는 걸 들었을 때, 나는 할아버지가 "I love you"라는 뜻으로 말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 말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그랬던 것이다.
또 할머니가 이야기를 하다가 "Do ye kin me, wales?"라고 물으실 때가 있다. 그러면 할아버지는 "I kin ye"라고 대답하신다. 이해한다는 뜻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사랑과 이해는 같은 것이었다. 할머니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사랑할 수 없고, 또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는 더더욱 없다. 신도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를 하시곤 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서로 이해하고 계셨다. 그래서 두 분은 서로 사랑하고 계셨다. 할머니는 세월이 흐를수록 이해는 더 깊어진다고 하셨다. 할머니가 보시기에 그것은 유한한 인간이 생각하거나 설명할 수 있는 것들 너머에 있는 어떤 것이었다. 그래서 두 분은 그것을 'kin'이라고 불렀다. -67~8쪽

할머니는 사람들은 누구나 두 개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하셨다. 하나의 마음은 몸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꾸려가는 마음이다. 몸을 위해서 잠자리나 먹을 것 따위를 마련할 때는 이 마음을 써야 한다. 그리고 짝짓기를 하고 아이를 가지려 할 때도 이 마음을 써야 한다. 자기 몸이 살아가려면 누구나 이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이런 것들과 전혀 관계없는 또 다른 마음이 있다. 할머니는 이 마음을 영혼의 마음이라고 부르셨다.
만일 몸을 꾸려가는 마음이 욕심을 부리고 교활한 생각을 하거나 다른 사람을 해칠 일만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이용해서 이익 볼 생각만 하고 있으면... 영혼의 마음은 점점 졸아들어서 밤톨보다 더 작아지게 된다.
몸이 죽으면 몸을 꾸려가는 마음도 함께 죽는다. 하지만 다른 모든 것이 다 없어져도 영혼의 마음만은 그대로 남아 있는다. 그래서 평생 욕심부리면서 살아온 사람은 죽고 나면 밤톨만한 영혼밖에 남아 있지 않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다 다시 태어나게 되는데, 그런 사람이 다시 세상에 태어날 때에는 밤톨만한 영혼만을 갖고 태어나게 되어 세상의 어떤 것도 이해할 수 없게 된다.
몸을 꾸려가는 마음이 그보다 더 커지면, 영혼의 마음은 땅콩알만하게 줄어들었다가 결국에는 그것마저도 완전히 사라지고 만다. 말하자면 영혼의 마음을 완전히 잃게 되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살아 있어도 죽은 사람이 되고 만다. 할머니는 어디서나 쉽게 죽은 사람들을 찾아낼 수 있다고 하셨다. 여자를 봐도 더러운 것만 찾아내는 사람, 다른 사람들에게서 나쁜 것만 찾아내는 사람, 나무를 봐도 아름답다고 여기지 않고 목재와 돈덩이로만 보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죽은 사람들이었다. 할머니 말씀에 따르면 그런 사람들은 걸어다니는 죽은 사람들이었다. -101~2쪽

영혼의 마음은 근육과 비슷해서 쓰면 쓸수록 더 커지고 강해진다. 마음을 더 크고 튼튼하게 가꿀 수 있는 비결은 오직 한 가지, 상대를 이해하는 데 마음을 쓰는 것뿐이다. 게다가 몸을 꾸려가는 마음이 욕심 부리는 걸 그만두지 않으면 영혼의 마음으로 가는 문은 절대 열리지 않는다.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비로소 이해라는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더 많이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영혼의 마음도 더 커진다. 할머니는 이해와 사랑은 당연히 같은 것이라고 하셨다.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사랑하는 체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그런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고 하시면서. -102쪽

나는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허전하고 마음이 아팠다. 할아버지는 네 기분이 어떤지 잘 안다. 나도 너하고 똑같은 기분을 맛보고 있다, 사랑했던 것을 잃었을 때는 언제나 그런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것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는 것뿐이지만, 그렇게 되면 항상 텅 빈 것 같은 느낌 속에 살아야 하는데 그건 더 나쁘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셨다.
"링거가 그다지 충실한 개가 아니어서 우리가 별로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았다고 해보자. 그러면 아마 기분이 더 안 좋았을 것이다."
맞는 말씀이었다. 또 할아버지는 내가 나이가 들면 링거 생각이 날 것이고, 또 나도 생각을 떠올리는 걸 좋아하게 될 것이다, 참 묘한 일이지만 늙어서 자기가 사랑했던 것들을 떠올리게 되면 좋은 점만 생각나지 나쁜 점은 절대 생각나지 않는다, 그게 바로 나쁜 건 정말 별거 아니라는 걸 말해주는 것 아니겠느냐고 하셨다. -126~7쪽

수박을 두드려볼 때는 이 점을 알아두어야 한다. '팅' 소리가 나는 수박은 아직 하나도 익지 않은 것이고, '탱'하는 소리가 나면 지금 바야흐로 익고 있는 중이며, '텅'소리가 나는 수박이라야 완전히 익은 것이다. 하지만 할아버지 말씀에 따르면, 이 세상 모든 진리가 그러하듯이, 이렇게까지 해도 수박을 잘랐을 때 원하던 결과를 얻을 가능성은 항상 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2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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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 라이프
이사카 고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5월
구판절판


불경기, 불경기하고 요란을 떨어대지만, 이렇게 오래 지속된다면 그게 이 나라의 표준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아이가 시험에서 한 번 만점을 받았어도 그 다음에 계속 50점이라면 그게 아이의 실력인 거지. 옛날에 어쩌다 승승장구했다고 해서 언제까지고 그러리라고 착각하는 바보들의 나라에는 미래가 없어. -8쪽

"상냥하다는 글자는 사람 인(人)변에 '슬픔(憂)'이 붙어. 그래서 '사람의 슬픔을 안다'는 뜻일 거야. 분명히 그래. 상냥함이란 그런 거지. 다시 말해서,"
"다시 말해서?"
"이매진, 상상력이지."-79쪽

"이런 단순한 이야기도 뼈대에 조금 손을 대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게 돼. 정의나 악, 그런 것은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반전이 가능해."
츠카모토는 코끝을 문지르더니 말을 이어갔다.
"파괴활동을 계속하는 이슬람 원리주의자의 이야기도, 원주민과 개척자의 이야기도, 익충과 해충의 차이도, 모두 보는 각도에 따라 무엇이 옳고 그른지 달라지는 거야."-82쪽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으로 멍하니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는 채 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인간이란 '연애'나 '생사'에 관한 일만 아니라면, 어떤 예기치 못한 사태에 맞닥뜨려도 그 정도 시간이면 제정신을 차릴 수 있다. -102쪽

"오리엔티어링(독도법)이란 말, 알아?"
구로사와가 물었다.
"지도를 보고 목표 지점을 찾아가는 거잖아. 나도 그 정도는 알아. 나이 들었다고 놀리나?"
"나이는 상관없어. 다시 말해 미래란 그런 거야. 찾아내는 거라고. 먹구름 속을 걸어서 미래가 저절로 다가오진 않네. 자네도 잘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거야."
"내가 생각하지 않는다고 보나?"
"그 다음을 생각하라는 걸세. 자네뿐만이 아니야. 정치인도, 아이들도, 도무지 생각을 안 해. 반짝 생각하곤 끝이야. 흥분하고 끝, 단념하고 끝, 외치고 끝, 야단치고 끝, 얼버무리고 끝이지. 그 다음을 생각하지 않아. 텔레비전 보는 데만 익숙해져서 사고가 정지된 거야. 느끼기는 해도 생각하지 않아."
-115~6쪽

신에 관해 생각하다가 나 나름대로 깨달은 게 있지. 내장의 정의를 아나? 첫째, 스스로 컨트롤할 수 없다는 것이야. 예를 들어, 오른팔을 드는 건 의식하면 할 수 있고, 머리가 가려우면 바로 긁을 수 있어. 그러나 내장은 무리야. 위나 장은 연동운동을 반복해서 지금 이 순간도 삼킨 음식을 끊임없이 아래로 내려 보내고 있어. 그런데 그 일을 의식해서 하는가 하면 그건 아니거든. 몇 초 간격으로 심장의 근육을 움직이면서 장에도 신경쓰고, 눈앞의 일도 해야 한다면, 뇌는 아마 터져버리고 말거야. -123~4쪽

모기는 수액이나 혈액을 빨아먹지. 쭉, 쭉, 키스하듯이 입을 대고 말이야. 신의 역할이란 원래 모든 인간에게 키스를 해주는 것이 아닐까? -180쪽

사람은 두 손바닥으로 탁, 쳐서 모기를 간단히 뭉개버리지. 의외로 신이란 그런 존재야. 가까이에 있어. 사람은 그 고마움도 깨닫지 못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탁탁 쳐서 죽여 버리는 거지. 신을 말이야. 그래도 그 녀석들은 화를 내지 않아. 신이니까. 뭉개지는 순간 '또야!'하고 웃어버려. 우리가 일상적으로 죽여 버리는 것, 그런 존재만이 신이 될 수 있는 거야.-180~1쪽

인생에 저항하는 건 그만뒀어. 세상엔 커다란 흐름이 있고 그 흐름을 거스르려 해도 결국엔 떠밀려가게 돼있어. 거대한 힘에 떠밀려 살고 있다는 걸 이해하면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 도망칠 필요도 없고. 우리는 자신의 의지와 선택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떠밀려 사는 거야, 안 그래?-223쪽

"하지만 말이야, 인생에 관해서는 누구든 아마추어야. 그렇지?"
사사오카는 그 말에 눈을 크게 떴다.
"누구든 첫 출전이야. 인생에 프로가 있을 리 없어. 가끔 자기가 무슨 인생의 프로라도 되는 양 잘난 척 하는 놈도 있더라만, 실제로는 모두가 아마추어고 신인이야."-276쪽

이해의 범위를 넘어선 현상에 부딪치면, 인간은 늘 이해하기 쉬운 가설을 세운다. 그러나 결국에는 인식에 도달하지 못한다. -2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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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07-07-03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러시라이프 보시는 군요. 재미있습니다. 즐독하세요~^^

이매지 2007-07-03 17:10   좋아요 0 | URL
졸업하기 전에 이사카 코타로 책만 다 볼까 싶기도 해요 ㅎ
이제 남은 건 마왕이랑 사막, 칠드런 정도인 듯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