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살인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6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정성희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5월
장바구니담기


질투란 건 꼭 무슨 이유나 원인이 있어서 일어나는 게 아니거든요. 그건 좀더-뭐라고 해야 할까? - 좀더 근본적인 것에 뿌리를 둔 감정이니까요. 질투의 근본은 사랑을 보답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앎으로 해서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은 계속해서 기다리고 지켜보고 기대하죠...사랑하는 사람이 누구 다른 사람에게 기울어지길 말이에요. 그리고 그 다음에도 그런 일은 거듭거듭 되풀이되지요.
어스킨 부인도 그렇게 해서 남편의 인생을 지옥처럼 만들어 버린 거랍니다. 남편인 어스킨 소령 역시 어쩔 수 없이 그녀의 인생을 지옥처럼 만들어버린 거고요. 하지만 제일 고통받는 건 역시 그녀 쪽이라고 생각해요. -20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 양장본
마크 해던 지음, 유은영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5년 8월
구판절판


나는 개를 좋아한다. 당신도 개가 생각할 줄 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개는 네 가지 감정을 가지고 있다. 기쁨, 슬픔, 괴로움, 집중력. 또 개들은 충성스럽다. 그리고 개는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12쪽

나는 살인 사건을 다룬 추리소설을 좋아한다. 그래서 살해 사건을 다룬 추리소설을 쓰고 있다.
살인 사건을 다룬 추리소설에는 살인자와 그들을 잡으려는 사람이 등장한다. 그것은 퍼즐과 같다. 만약 그것이 잘 만들어진 퍼즐이라면, 당신은 가끔은 소설이 끝나기 전에 답을 풀 수가 있다. -15쪽

나는 사람들이 천국을 믿는 이유가 죽음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고, 생명을 연장하고 싶기 때문이며, 다른 사람이 자기가 살던 집에 이사 와서 자기 물건들을 버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67쪽

지본스 선생님은, 내가 수학을 좋아하는 것은 수학이 안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내가 수학을 좋아하는 이유는 수학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고, 그 문제들은 어렵고 흥미롭기 때문이며, 또한 끝에는 언제나 정답이 있기 때문이라는 거였다. 하지만 인생은 수학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인생의 끝에는 정확한 답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는 선생님이 전하려는 의미를 안다. -117쪽

그날 밤 더 이상 편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왜냐하면 충분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계속 생각하면, 런던 경찰국의 아들네이 존스처럼 잘못된 결론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일의 결론을 내리기 전에 가능한 단서들을 모두 수집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리 추론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렇게 하면 실수하기 쉽다. -176~7쪽

사람들은 컴퓨터가 사람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비록 튜링 테스트에서는 컴퓨터가 날씨와 와인, 그리고 이탈리아가 어떤 곳인지에 대해서 사람들과 대화도 하고 심지어 농담까지 하기도 하지만 컴퓨터에는 마음이 없다.
하지만 마음 역시 복잡한 기계에 지나지 않는다.
사물을 바라볼 때 우리는 그저 우리 눈으로 밖을 내다보고 있다고만 생각한다. 마치 작은 창을 통해 밖을 보고 있으며 우리 머릿속에 사람이 들어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우리는 컴퓨터 스크린 같은, 머릿속에 있는 스크린을 보고 있는 것이다. -204~5쪽

내가 이처럼 시간표를 만드는 것은 시간이 공간하고는 다르기 때문이다. 당신이 각도기나 비스킷 같은 물건을 어딘가에 넣어둘 때, 당신은 그걸 어디다 두었는지 일러 주는 지도를 머릿속에 그리게 된다. 하지만 그 지도와는 상관없이, 그 물건은 변함없이 그곳에 존재한다. 당신이 그려 둥 지도는 각도기나 비스킷을 다시 찾아낼 수 있게끔, 실재하는 사물을 표시해 놓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표란 시간의 지도이다. 시간표가 없다면 층계나 정원, 그리고 학교 가는 길 그 어디에도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만 제외하고는. 시간이란 오로지 지구의 공전, 원자의 진동, 시계의 똑딱거림, 낮과 밤, 기상 및 취침과 같은, 사물들의 상이한 운동방식 간의 관계에 지나지 않는다. -269쪽

시간이란 불가사의한 것이고 더구나 사물은 아니며, 지금껏 그 누구도 시간이란 무엇인가라는 퍼즐의 정답을 찾지 못했다는 걸 의미한다. 당신이 시간 속에서 길을 잃는다면 그것은 사막에서 길을 잃어버린 것과도 같다. 물체가 아니기 때문에, 그 시간이라는 사막이 당신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만 제외한다면.
내가 시간표를 좋아하는 건 이 때문이다. 시간표는 내가 시간 속에서 미아가 되는 일이 없도록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27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로페셔널의 조건 피터 드러커의 21세기 비전
피터 드러커 지음, 이재규 옮김 / 청림출판 / 2001년 1월
구판절판


지식이 '지식' 그 자체에 적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이 '경영혁명'이다. 지식은 지금 빠른 속도로 자본 및 노동과 함께 중요한 하나의 생산 수단이 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지식 사회(knowledge society)'라고 부르는 것은 아직 시기 상조일지도 모른다.(확실히 앞질러 가는 것 같기도 하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우리는 지식 경제(knowledge economy)만을 겨우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우리 사회가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33쪽

소크라테스는 지식의 유일한 기능은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라고 하였다. 인간을 지적, 도덕적, 정신적으로 성장하게 하는 것을 지식의 유일한 기능으로 생각하였던 것이다. 한편 소크라테스에 필적할 만한 뛰어난 철학자인 프로타고라스는 지식의 목적은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를 알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지식은 논리학이자 문법이며 수사학이었다. 나중에 이 세 가지는 소위 '삼학'이라 하여 중세 학문 연구의 핵심이 되었는데, 지금 미국에서 '교양 교육'이라고 부르는 것 또는 독일인들이 '일반 교양'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의미를 갖고 있었다. -37쪽

경영자에 대한 올바른 정의는 '지식의 적용과 성과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경영자의 정의에 대한 이러한 변화는 지금 우리가 지식을 필수적인 자원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토지와 노동과 자본 역시 중요한 생산 요소들이다. 그것들 없이 지식만으로는 아무것도 생산할 수 없으며 아무런 성과도 낼 수 없다. 그러나 지식에 지식을 적용하는 효과적인 경영만 있으면 다른 자원들은 언제나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지식이 '하나의 자원'이 아니라 '자원 그 자체'가 되었다는 사실이 바로 지금의 사회를 '자본주의 이후 사회'로 규정지을 수 있게 한다. 또한 사회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면서 새로운 사회적, 경제적 원동력과 정치 체제를 창조하고 있다. -61쪽

현대의 조직은 안정 파괴자로서 변화를 추구한다. 현대의 조직은 혁신할 수 있도록 조직되어야 하며, 그리고 혁신은 슘페터에 따르면 '창조적 파괴'이다. 조직은 기존의 구조와 관습 그리고 친숙하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모든 것들-제품, 서비스, 제조 공정, 기술, 인간 관계, 사회적 관계 혹은 조직 그 자체까지도-을 체계적으로 폐기하는 것을 전제로 조직되어야 한다. 간단히 말해, 조직은 끊임없는 변화를 전제로 조직되지 않으면 안된다. 조직의 기능은 지식을 작업에 적용하는 것이다. 작업 도구에, 제품에, 제조 공정에, 작업 디자인에 그리고 지식 그 자체에 지식을 응용하는 것이다. 지식은 빨리 변한다. 오늘은 확실했던 것이 내일에 가서는 언제나 어리석은 것이 되어버리는 것이야 말로 지식의 본질이다.
새로운 조직 사회에서 어떤 한 분야의 전문 지식을 갖고 있는 지식인은 4년 내지 5년마다 '새로운'지식을 습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유하고 있는 지식이 모두 진부한 것이 되어버려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 되고 만다-6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도둑 2
마커스 주삭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2월
장바구니담기


역사에 길이 남을 한 해였다. 79년(폼페이에서 화산이 폭발한 해)이나 1346년(흑사병이 널리 확산된 해)처럼. 물론 이것은 극소수의 예일 뿐이다. 낫은 무슨 낫.(죽음의 신은 보통 낫을 들고 수의를 입은 해골로 묘사된다.) 젠장. 나에게는 빗자루나 대걸레가 필요했다. 정말 필요한 것은 휴일이었다.

*작은 진실 한 가지*
나는 크든 작든 낫은 들고 다니지 않는다.
두건이 달린 검은 가운은 추울 때만 입는다.
내 얼굴은 그 해골 같은 생김새가 아니다.
당신은 멀리서 내가 그런 모습일 것이라고 여기며 좋아하지만.
내가 정말로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싶은가?
내가 도와주지.
나는 이야기를 계속할 테니 가서 거울이나 하나 찾아와 들여다봐라. -9~10쪽

병정은 토미 뮐러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의 흙에 묻혀 있었다. 긁히고 짓밟혔지만, 사실 그것이 리젤에게는 가장 중요했다. 그렇게 상처를 입었음에도 여전히 설 수 있다는 것. -30쪽

이들이 더 나은 것을 받을 자격이 있을까? 이 사람들이?
이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히틀러의 눈길의 냄새에 취해 그의 문장, 문단, 책을 그대로 되풀이하며 다른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박해했을까? 로자 후버만이 책임을 져야 할까? 유대인을 숨겨준 사람인데? 아니면 한스가? 이들 모두가 죽어 마땅할까? 아이들도?
이 질문 각각에 어떤 답이 나올지 무철 흥미롭다. 물론 나 자신이 답을 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지는 않지만. 다만 나는 이들 모두가, 아주 어린 아이들을 제외한 모두가 그날 밤 나를 느꼈다는 것을 알고 있을 뿐이다. 나는 암시였다. 나는 조언이었다. 사람들이 상상하는 나의 발이 부엌으로 들어가고 복도를 걸어다녔다.
인간들에게는 흔히 있는 일이지만, 책도둑의 언어로 그들에 관해 읽었을 때, 나는 그들을 동정했다. 물론 그 당시 여러 수용소에서 내가 퍼나르던 사람들에게 느끼던 것만큼은 아니지만. 지하실에 있던 독일인들은 물론 동정할 만했다. 하지만 적어도 그들에게는 기회가 있었다. 지하실은 샤워장이 아니었다. 그들은 샤워를 하라고 그곳에 보내진 것은 아니었다. 그 사람들에게 삶은 여전히 성취할 수 있는 것이었다. -109~10쪽

리젤은 책에서 한 페이지를 뜯어내 반으로 찢었다.
이어 한 장(章)을.
곧 리젤의 다리 사이와 둘레에는 말의 조각들만 흩어져 있었다. 말. 왜 이것들이 존재해야 하지? 이것들이 없으면 이런 일도 없을텐데. 말이 없으면 퓌러도 아무것도 아닐 텐데. 절뚝거리는 죄수들도 없고. 우리 기분을 낫게 해줄 위로나 세속적인 술수도 필요 없을 텐데.
말이 무슨 소용이 있어?
이제 리젤은 오렌지빛 방을 향해 소리 내어 말하고 있었다. "말이 무슨 소용이 있어?"
-309~10쪽

*책도둑-마지막 줄*
나는 말을 미워했고
나는 말을 사랑했다.
어쨌든 나는 내가 말을 올바르게 만들었기를 바란다.
-32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플랜 사차원 유럽 여행 - 읽고만 있어도 좋은
정숙영 지음 / 부키 / 2006년 5월
절판


두려운 건 있었다. 혼자라는 것, 그것이 무엇보다 두려웠다. 여행에 동참할 지인을 찾을 시간도 없었고, 어디서 동행을 찾아야 할지도 몰랐기에, 무식한 추진력을 미덕 삼아 혼자 떠나는 여행을 감행했다. 하지만 비행기 좌석에 앉는 순간, 아니 인천 공항 행 버스에 오른 순간부터 혼자라는 사실은 뼛속 깊이 스며들었다. 화장실 가고 싶을 때 잠시 짐 봐줄 사람이 없다는 사소한 것부터, 독일에서 언니를 만날 때까지는 사방 몇 십 킬로미터 이내에 생면부지의 사람들만 존재할 거라는 광역의 현실까지. 아무리 깡 좋고 개념 없는 나라고 해도 이 사실은 마냥 두렵기만 했다.
에라, 모르겠다. 차라리 잘된 일이잖아. 원하는 게 없으니 길거리에서 돌 하나 주워도 얻은 것이요, 길가에 있는 이름 모를 무덤에 적힌 비문만 읽어도 배우는 것일테니. 깨끗한 백지가 되어 여행 동안 백지를 채워 나가 보는 거다. -21쪽

어렴풋이 무언가가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나의 여행이 어떻게 될 것인지, 내가 어떤 여행을 하게 될 것인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 나가야 할 것인지.
그래, 즐기는 거구나. 유명한 것을 보아야 여행이 아니리라. 딱히 무엇을 해내야 여행이 아니리라. 목적과 동기에 대한 강박은 개나 물어 가라. 길에 닿는 모든 것이 나의 여행이며 그것들과 스칠 때 그 순간의 감상, 시시각각 오감으로 다가오는 모든 것, 그리고 그것을 즐기는 것. 그것이 나의 여행이리라.
그래, 이렇게 하자. 과정이야 눈물겨운 삽질의 연발이겠지만, 그 과정 끝에 이런 것이 기다린다면 나는 기꺼이 삽질 대마왕이 되어 주리라. 내 발걸음이 원하는 곳을 돌고, 내 눈에 드는 것을 보며 내 마음으로 이해하고 느껴 주리라. -33쪽

공강믜 즐거움. 함께 길을 가는 즐거움. 나름대로 혼자 여행을 즐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가 나타나 그런 것을 알려 주었다. 이런 종류의 느낌. 이렇게 죽이 맞는다는 것은 함께 여행을 시작했다고 해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삶에서 스쳐 가는 모든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듯. -66쪽

쉰다는 것, 씻는다는 것, 빨래할 수 있다는 것. 이런 것들을 '대단치 않게'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배낭여행은 내게 이렇게 사소한 것까지 다시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피렌체는 르네상스와 메디치를 보여 주는 대신, 범사에 감사함이라는 소박한 진리를 가르쳐 주었다. 길바닥에 뿌린 눈물이 헛것은 아니었던 거다. -75쪽

'죽기 전'이라는 말이 초속 120킬로미터로 날아와 내 가슴속에 묵직하게 박혔다. 맞다. 어차피 내 인생은 한 번뿐. 어쩌면 두 번 다시 못 올지도 모르는 유럽. 내가 언제 죽을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앞날을 알 수 없다면 '죽기 전'에 해야 하는 것은 어쩌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일지도 모른다. -105쪽

여행이란 게 말이지, 몇 개 나라를 갔고 무슨 도시를 갔는지, 유명한 박물관을 몇 개 봤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야. 정말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는 것. 이것이 진짜 여행이지. 마음에 드는 그림 있으면 오랫동안 쳐다도 보고, 좋은 사람 있으면 같이도 다니고, 책이나 남의 평판이 아닌 네 마음과 감성, 그리고 느낌에 기대는 여행, 그게 좋은 거야. -15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