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를 좋아한다. 당신도 개가 생각할 줄 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개는 네 가지 감정을 가지고 있다. 기쁨, 슬픔, 괴로움, 집중력. 또 개들은 충성스럽다. 그리고 개는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12쪽
나는 살인 사건을 다룬 추리소설을 좋아한다. 그래서 살해 사건을 다룬 추리소설을 쓰고 있다. 살인 사건을 다룬 추리소설에는 살인자와 그들을 잡으려는 사람이 등장한다. 그것은 퍼즐과 같다. 만약 그것이 잘 만들어진 퍼즐이라면, 당신은 가끔은 소설이 끝나기 전에 답을 풀 수가 있다. -15쪽
나는 사람들이 천국을 믿는 이유가 죽음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고, 생명을 연장하고 싶기 때문이며, 다른 사람이 자기가 살던 집에 이사 와서 자기 물건들을 버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67쪽
지본스 선생님은, 내가 수학을 좋아하는 것은 수학이 안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내가 수학을 좋아하는 이유는 수학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고, 그 문제들은 어렵고 흥미롭기 때문이며, 또한 끝에는 언제나 정답이 있기 때문이라는 거였다. 하지만 인생은 수학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인생의 끝에는 정확한 답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는 선생님이 전하려는 의미를 안다. -117쪽
그날 밤 더 이상 편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왜냐하면 충분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계속 생각하면, 런던 경찰국의 아들네이 존스처럼 잘못된 결론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일의 결론을 내리기 전에 가능한 단서들을 모두 수집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리 추론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렇게 하면 실수하기 쉽다. -176~7쪽
사람들은 컴퓨터가 사람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비록 튜링 테스트에서는 컴퓨터가 날씨와 와인, 그리고 이탈리아가 어떤 곳인지에 대해서 사람들과 대화도 하고 심지어 농담까지 하기도 하지만 컴퓨터에는 마음이 없다. 하지만 마음 역시 복잡한 기계에 지나지 않는다. 사물을 바라볼 때 우리는 그저 우리 눈으로 밖을 내다보고 있다고만 생각한다. 마치 작은 창을 통해 밖을 보고 있으며 우리 머릿속에 사람이 들어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우리는 컴퓨터 스크린 같은, 머릿속에 있는 스크린을 보고 있는 것이다. -204~5쪽
내가 이처럼 시간표를 만드는 것은 시간이 공간하고는 다르기 때문이다. 당신이 각도기나 비스킷 같은 물건을 어딘가에 넣어둘 때, 당신은 그걸 어디다 두었는지 일러 주는 지도를 머릿속에 그리게 된다. 하지만 그 지도와는 상관없이, 그 물건은 변함없이 그곳에 존재한다. 당신이 그려 둥 지도는 각도기나 비스킷을 다시 찾아낼 수 있게끔, 실재하는 사물을 표시해 놓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표란 시간의 지도이다. 시간표가 없다면 층계나 정원, 그리고 학교 가는 길 그 어디에도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만 제외하고는. 시간이란 오로지 지구의 공전, 원자의 진동, 시계의 똑딱거림, 낮과 밤, 기상 및 취침과 같은, 사물들의 상이한 운동방식 간의 관계에 지나지 않는다. -269쪽
시간이란 불가사의한 것이고 더구나 사물은 아니며, 지금껏 그 누구도 시간이란 무엇인가라는 퍼즐의 정답을 찾지 못했다는 걸 의미한다. 당신이 시간 속에서 길을 잃는다면 그것은 사막에서 길을 잃어버린 것과도 같다. 물체가 아니기 때문에, 그 시간이라는 사막이 당신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만 제외한다면. 내가 시간표를 좋아하는 건 이 때문이다. 시간표는 내가 시간 속에서 미아가 되는 일이 없도록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2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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