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의 상대는 닌텐도다 - 미래 시장을 읽는 8가지 트렌드
정재윤 지음 / 마젤란 / 2006년 11월
품절


그간 주로 같은 업종 안에서 치열하게 펼쳐졌던 시장점유율(Market Share)경쟁이, 업종 간의 장벽이 붕괴되고 있는 시장 환경 하에서는 고객의 시간점유율(Time Share)경쟁으로 바뀌기 시작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4차원의 세계가 아닌 이상, 고객의 시간은 항상 유한하다. 그런데 시장에서 상품은 넘쳐나고 있다. 한 고객이 보유한 24시간 365일의 한정된 시간 속에서 당신의 브랜드는 과연 어느 정도의 시간을 점유하고 있는가? 나이키가 그랬던 것처럼, 기업은 이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속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차지할 수 있는가를 무한경쟁의 본질로 삼아야 한다. 시간은 정말로 돈이다! -19쪽

이처럼 시간, 장소, 상황(Time, Place, Occasion; T.P.O)을 감안한 특정 정황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사례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향후에는 개인 데이터베이스 분석, 활용 능력의 업그레이드와 함께 더욱 정교한 정황 마케팅의 구사가 가능해질 것이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특정 상황에서 브랜드 접점의 확대, 유지, 강화를 위해서는 마케팅 크리에이티브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즉 자금을 쏟아 부어 무작위로 노출 빈도를 높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며, 고객의 '시간 동선'을 감안한 정교한 스토리텔링이 수반되어야 한다. 고객이 물을 마시고 싶어 하지 않는데 강요할 게 아니라 갈증이 날 때 물을 권해야 고마움을 느낀다. 마치 알라딘의 램프에 등장하는 요정 지니처럼 말이다. -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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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7-06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분 예전에 마케팅 강의 들을 때 강사셨는데, 얼마전 갑작스레 돌아가셨다는 ;;

이매지 2008-07-06 15:02   좋아요 0 | URL
책이 은근 재미있어서 다른 책도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새 책으로 만날 수 없다는 게 아쉽네요 -_ㅜ

카스피 2008-07-06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ime, Place, Occasion; T.P.O라 예전에 줄창 들은 얘기네요.하지만 이론과 실제는 좀 다른편이라 일괄로 적용하기가 무리가가 있지요.

이매지 2008-07-11 16:26   좋아요 0 | URL
음. 그렇군요.
저야 마케팅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
 
계속모드 - 목표달성이 쉬워지는 계속하는 기술
오오하시 에츠오 지음, 이광철 옮김 / 다산라이프 / 2008년 5월
절판


그렇다면 어떻게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좋을까? 현재에서 미래로 가는 목적지를 목표로 설정하는 것이다. 당연히 목적지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저축할 때는 '천만 원을 저금한다'는 목적지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 '아파트 계약금으로 쓴다'든가 '창업자금으로 쓴다'는 등의 목적지를 향한 이유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리고 아파트를 사거나 창업을 하려면 얼마나 더 필요한지 생각한 후, 목적지를 점차 넓혀갈 수도 있다.
최종 목적지에 대해 충분히 생각했다면 그곳에 다다른 자신을 상상하면서 현재의 자신을 되돌아본다. 계속하는 기술을 익힌다는 것은 '두 사람의 자신'을 연결해가는 과정이다. 다시 말해, 계속하는 것은 단순한 통과점이지 목표가 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번 목표에 도달하면 중간의 고생은 완전히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24쪽

완벽주의를 가진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너무 높은 수준을 요구하기 때문에 목표를 이룰 수도 없고 편안한 쉼을 누리지도 못한다. 또한 완벽주의는 미루는 습관의 원인이 된다. 적절한 분위기와 이상적인 시간, 그리고 최상의 컨디션이 '완벽한 조화'로 갖춰질 때까지 행동을 미루는 것이다. 완벽하게 일할 수 없다면 지금 할 필요가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바라는 '완벽한 상황'은 절대로 오지 않는다. 우리가 추구할 것은 '탁월함'이지 '완벽함'이 아니다. 실패를 두려워말자. 생산적인 실패도 있는 법이다. 지금 바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39쪽

실패하는 사람들의 열 가지 특징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자신감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은 시도해보기도 전에 할 수 없다고 겁부터 먹는다. 심지어 자신이 무능력하다고 선언해버리기도 한다. 자신이 잘하지 못하는 부분에서는 머뭇거리며 새로운 시도를 거부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한다. 그러다보니 명확한 자기목표를 세우지 못하게 되고, 혹 어쩌다 한 일에 대해서도 다른 사람을 탓하게 된다. 내적으로 자신에 대한 의심이 커지고 보잘것없는 존재라는 사실에 고통스러워한다. 때문에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어색해하며 피하게 된다.
무엇인가를 이루어내면서 자신감은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자신감의 전제조건이 행동이 되는 것이다. 행동을 통해서 우리는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된다. -70~1쪽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일을 할 수만 있다면 그 이상 바람직한 것은 없을 것이다. 의욕만 있다면 반드시 해야 하지만 하기 싫은 일이라도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으며, 1시간 이상 걸리는 일도 그전에 끝낼 수 있다. 또한 미루지 않고 빨리 끝내버릴 것이다.
즉, 사람이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의욕이 동시에 필요하다. 시간이 있더라도 의욕이 없다면 다음 기회로 미루기 쉬우며, 의욕이 있더라도 시간이 없다면 지금 당장 하고 싶더라도 어쩔 수 없이 미루게 된다. -76쪽

계속하려는 일도 이 시간과 의욕의 벽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면 계속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계속하는 기술의 중요한 사고방식인 시간과 의욕에 관한 7가지 규칙을 소개한다. 키워드는 벽이다.

규칙1. 반드시 시간을 확보하라.(시간을 벽으로 삼는다.)
규칙2. 나약한 자신을 믿지 마라. (신뢰를 벽으로 삼는다.)
규칙3. 현재를 가장 높이 평가하라(표를 벽으로 삼는다.)
규칙4. 하고 싶은 게 떠오르면 기록하라(변하지 않는 기록을 벽으로 삼는다)
규칙5. 예외를 인정하라(밑그림을 벽으로 삼는다)
규칙6. 함께 하는 동료를 만들어라(동료를 벽으로 삼는다)
규칙7. 칭찬으로 의욕을 북돋우라(스스로의 노력에 스스로 칭찬한다.)-79~80쪽

무엇을 하든 간에 시간을 사용하게 되며, 나중에 시간을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지불할 가치가 있는 행동에만 시간을 써야 한다. 지불할 가치가 있는 행동이란 시간의 가치에 어울리는 성과를 얻을 수 있는 행동이다. 귀중한 시간을 지불할 가치가 없는 행동은 그만두어 불필요한 시간의 지출을 막아야 한다. 즉, 하든 말든 성과에 변함이 없는 일은 중지하는 것이다. 돈과 달리 시간은 사용하지 않고 저축해둘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돈보다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83쪽

사람의 의욕에도 경제속도가 있다. 단시간에 집중적으로 일에 몰두하면 갑자기 피로가 몰려와 한동안 움직일 수 없게 되고, 장시간 질질 끌어도 피곤해지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단시간에 집중하는 것은 밸브를 완전히 열어놓은 상태이며, 제한속도를 넘어 최고속도로 달리는 것과 같다. 한편 장시간 질질 끄는 것은 밸브를 잠가 의욕을 조금씩 끄집어내는 상태이다. 교통이 지체되어 거북이 운행을 하는 것을 연상할 수 있다. 둘 다 경제속도와는 거리가 멀고 장시간 달려야 한다는 목적에 적합하지 않다. 물론 단시간에 집중해서 끝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어떤 일을 장기간 계속하는 경우에는 경제속도를 지킬 필요가 있다. 남은 시간이 많다며 미래의 자신에게 기대를 걸더라도, 이것을 이어받은 미래의 자신이 도저히 무리라고 느끼면 과거의 기대를 쉽게 저버리게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믿을 수 없는 미래의 자신이 아니라 의욕을 조절하는 '밸브'이다. -88쪽

쇼핑을 할 때 많은 상품이 진열돼 있어 선택의 여지가 많다고 생각되지만, 무언가를 산다는 것은 그중에서 단 하나만 선택한다는 것이다. 선택하지 않은 나머지 상품은 모두 포기해야 한다. 굳이 쇼핑이 아니더라도 세상의 모든 선택은 현재에 단 하나만을 선택할 수 있고, 이미 내린 선택은 과거로 흘러가 버린다.
그러므로 무한한 가능성에 가득 찬 미래보다도 단 하나뿐인 현재를 높게 평가해야 한다. 즉, 기대는 적당히 하고 현실에서 한 걸음이라도 더 내딛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의 자신을 움직일 수 있는 충분한 동기가 필요하다. -93~4쪽

하루라는 시간을 보내는 것은 색칠 공부와 비슷하다. 색칠 공부 책에는 색이 칠해져 있지 않은 밑그림이 있다. 이것이 예정이다.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에서는 어느 부분에 어떤 색을 칠할 것인가를 머릿속에 그리며 연필로 대충 윤곽을 그리게 된다. 마찬가지로 예정을 세울 때 하루라는 전체의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리면서 밑그림을 그린다.
그러나 막상 색을 칠하는 단계에 이르면 칠한 색이 상상했던 것보다도 멋지거나, 또는 실수로 칠한 색이 예상과 달리 딱 들어맞아 밑그림대로 그려지지 않았지만 더 나은 그림이 되는 경우가 있다. 회화에서는 이 의외성에서 감탄이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하루라는 한정된 캔버스를 앞에 두고 있는 우리에게는 그다지 즐거워할 상황만은 아니다.
그렇지만 밑그림이 있으므로 이런 차이를 깨달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즉,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을 밑그림과 비교하여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전체에 그다지 영향을 주지 않는 정도라면 무시하고 나아갈 수 있으며, 나쁜 영향을 끼칠 만큼 차이가 난다면 밑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 이런 판단을 내리는 기준이 밑그림을 그리는 것, ~-100~1쪽

다시 말해 예정을 세우는 것이다.
하루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 생각하는 것만이 예정이 아니다. 매일 어느 시간대에 무엇을 할 것인지 하루의 반복 행동을 정해두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 예정이 된다. 메트로놈을 이용해서 일정한 간격으로 음을 새기듯이, 생활의 박자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속도를 조절하는 도구가 있다면 하루하루를 생동감 있게 보낼 수 있다. -101쪽

말의 힘을 무시하지 말기 바란다. 긍정적인 말을 들으면 자신의 입에서 나온 것일지라도 자연스레 긍정적인 기분이 된다. 어린이를 격려할 때, 어른의 관점에서 보면 아주 사소한 일일지라도 "와! 대단하구나!"라고 과장되게 칭찬하거나, "참 기특하구나"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어린이의 관점에서는 '대단한' 것이다. 따라서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도, 칭찬을 받는 것도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정받지 못한다면 어린이는 비뚤어지게 된다.
의욕이라는 것은 마음속에 있는 어린이와 같다. 대단한 일이 아닐지라도 성심성의껏 칭찬하라. 스스로의 노력에 스스로 칭찬하는 것이다. 단, 회사 등 주위에 사람이 많은 곳에서 혼잣말을 하게 되면 오해를 살 우려가 있으므로 주의하기 바란다. -111쪽

미래 일기의 첫째 목적은 미래를 언어로 표현한다는 점이다. 수첩에 적은 스케줄보다도 자세하게 그날 무엇을 하고 어떻게 느꼈는지를 분명하게 기록해두면 자연스럽게 현실의 행동도 변하게 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미래의 자신이라는 어느 누구보다도 가까운 동료를 얻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일기를 써서 '벽'을 만드는 셈이다.
아무 생각 없이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면 곧 잊어버리게 된다. 나중에 생각해내려 해도 그 사이에 다양한 일이 일어나 묻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래 일기처럼 기록으로 남겨놓으면 나중에 현실에서 일어난 일과 비교할 수 있다.
미래 일기를 계속 써가면 미래의 자신에게 지나친 기대를 품을 수 없게 된다.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 또는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일을 쓰는 것은 주저하기 때문이다. -166쪽

슬럼프라는 도사의 역할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샛길로 빠졌음을 지적해주는 것이다. 즉, 새로운 방법이 필요한 단계에 이르렀다는 신호이다. 이것은 등산로의 휴게소와 같다. 일단 멈추어 서서 지금까지의 노력과 방법을 천천히 되돌아보고, 무의식적으로 피해왔던 것이나 지나쳤던 것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자신에게 해보자.

-자신 없는 분야에 투자하는 시간은 충분한가?(자신 있는 분야에만 시간을 투자하지는 않는가?)
-진행 순서는 항상 일정한가? (평소와 다른 순서로 해본다.)
-힘든 일을 기피하지 않는가?(일부러 힘든 일을 해본다.)
-현재의 노력이 처음의 목표에 들어맞는가?(노력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는 않는가?)
-16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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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살다 - 삶에서 소설을 소설에서 삶을
이승우 지음 / 마음산책 / 2008년 6월
품절


매생이는 국을 끓여서 먹는데, 아무리 뜨겁게 끓여도 김이 나지 않는다. 아무리 뜨거워도 뜨거운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으뭉스럽다. 뜨겁지 않은 줄 알고 후루룩 그릇째 들고 마시다 보면 혀를 대기 십상이다. 실제로 어린 시절에 나는 그런 경험을 많이 했다. 내 고향 사람들은 그 뜨거워도 김을 내지 않는 매생이국 같다. 아무리 뜨거워도 뜨거운 체를 하지 않는다. 뜨거울 때나 차가울 때나 별 차이가 없다. 시류에 약삭빠르게 합류하거나 호들갑스럽게 요동하지도 못한다. 그렇게 으뭉스럽고 진득하다. 그만큼 주변 변화에 민감하지 못해서 늘 고여 있는 물 같다. 언제 가봐도 그 길, 그 집, 그 사람들이다. -18~9쪽

아무도 제 스스로 자라지는 않는다. 사람은 그가 속한 사회와 환경의 자식이다. 그런 뜻에서 모든 사람은 예외 없이 고향의 자식일 것이다. 이제까지 나는 고향과 상관없는 사람처럼 살았지만, 아, 나는 인정해야겠다. 고향의 물과 바람과 흙이 나를 키웠다. -21~2쪽

아, 나는 이제 분명하게 알 것 같다. 고향은 한낱 산천이 아니라 사람인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인 것이다. 그것들이 이리저리 엉켜 어우러진 인연인 것이다. 그래서 고향인 것이다. 그래서 소중한 것이다. -29쪽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떤 작가, 또는 어떤 작품과 결정적인 만남의 경험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러한 만남이 한 꿈 많은 젊은이로 하여금 문학에 운명을 걸게 만든다. 그 빛나는 작품을 쓴 작가의 그림자 속으로 기꺼이 들어가려는 욕망, 대부분의 경우 그것이 한 사람의 작가를 탄생시킨다. -34쪽

소설가가 된 후 한동안 나는 <에리직톤의 초상>의 작가로 불리었다. 데뷔작이 대표작인 작가가 느끼기 마련인 초조함을 그 시절에 겪었다. 데뷔작에 갇히는 작가는, 그 데뷔작이 아무리 뛰어난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평가나 판단과는 상관없이, 늘 안타깝고 곤혹스런 상태에 있기 마련이다. 성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의 내 문학 이력은 어쩌면 데뷔작으로부터 달아나려는 몸짓이었는지 모른다.
<에리직톤의 초상>의 작가는 <에리직톤의 초상>만의 작가로 불리우기를 원치 않았던 것이다. -42~3쪽

사람은 본질적으로 세상에 '대한' 존재다. 우리는 세상에 대해, 세상과 맞서서 사유하고 감각하고 행동한다. 그 세상은 다른 사람들이고, 다른 사람들이 어울려 만들어내는 견고하고 빈틈없는 체계다. 그 체계는 개인을 향해 적응하라고 말한다. 적응하라, 그렇지 않으면 그대에게는 기회가 없다... 나는 내가 아니고 싶었다. 내가 아니라면 누구라도 좋을 것 같았다. 나는 나를 견딜 수 없었기 때문에 내 안으로 들어갔다. 되도록 깊이 들어갔다. 그 안에 혹시 나를 만족시켜줄 만한 것이 있을까 하고. 그러나 캄캄한 어둠과 음습한 공기와 뒤죽박죽의 혼란, 그것 말고 그 안에 더 무엇이 있었겠는가?-45쪽

소설은 결국 내 안에 있는 그 무수히 많은 나, 내가 아닌, 그러나 결국 내가 아닐 수 없는, 그 다른 많은 나들 가운데 어떤 나를 이끌어내어 세계와 만나게 하는 일일 것이다. 낯선 나는 낯선 세계를 상대로 엎치락뒤치락 싸움을 벌인다. 상처와 각성이라는 말은 그 과정에서 세계와 대결해 있는 내가 부딪치게 되는 모든 크고 작은, 무겁고 가벼운 경험에 대해 붙여진 이름인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소설이 인물에 지배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고, 또 모든 소설이 본질적으로 자전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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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슬럼버 - 영화 <골든슬럼버> 원작 소설 Isaka Kotaro Collection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6월
절판


"그래서 결혼 안 할 거야?" 질문을 반복한다. (중략)
"트럼프를 한 장씩 나눠 준다고 쳐."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예를 들자면 말이야. 예를 들어, 스페이드 10 같은 게 손에 들어오면 스톱 할지 교환할지 고민되잖아. 10이란 숫자가 미묘하니까. 더 좋은 카드가 들어오려나 싶기도 하고 말이야. 에이스나 4같으면 판단하기 쉽겠지만."
"남자 친구가 스페이드 10이구나?" 히구치는 자리에 없는 그 청년이 얼마나 원통할까, 생각했다. "아니면 그림카드일지도 모르겠네."
"절대 아니야." 히라노는 강하게 부정했다. "뭐, 외모만으로는 11 비슷하긴 해. 잭에 나오는 남자 같은."하며 웃는다. -17쪽

"아직 젊은 사람이라 지나치게 이상론을 펼친다"라는 핀잔을 듣자, "저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정치가가 됐습니다"라고 조용히 말한 사람이었다.
"참, 남편은 그러던데." 히구치가 말했다.
"저런 미인한테 장가가서 행복하겠다고?"
"아니. 그게 아니라." 히구치는 쓴웃음을 지었다. "나라를 위해서라면 자기 인생은 어찌 되든 상관없다고 진심으로 생각하는 정치가는 얼마 없다고."
"그렇겠지. 정치가가 죽게 되는 건, 병에 걸리거나 비리가 들통 나 자살하는 경우뿐이니까."-21쪽

"이름이란 게 참 중요해. 이름을 붙이면 이미지가 생기고, 그 이미지에 따라 생각이 좌우되니까." (중략) "그래서 말인데 공안이니 뭐니 하는 것은 이미지가 많이 따라다니잖아. 치안유지라는 말도 그렇고 안전보장도 그렇고, 뭔가 미심쩍다는 이미지가 있단 말이지. 애당초 국가라는 단어가 무서운 느낌이니까." (중략) "그러니까 그런 곳에는 무언가 추상적인,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이름을 붙여야 돼. 이를테면 종합정보과 같은.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정보, 중요한 거지'하고 일반인들은 생각하잖아. 잘 몰라도 나쁘지 않은 부서라는 이미지도 생기고, 공안과보다야 훨씬 낫지."-31~2쪽

충고하는데, 정치가 같은 훌륭하신 분들은 말이야, 중요한 일은 일반인들한테 설명 한마디 안 하고 물밑에서 착착 진행시켜. 그러니까 조심하는 게 좋아-33쪽

고정관념을 갖고 사물을 바라보면 버드나무도 유령으로, 자연현상도 적의 음모로 보이게 마련이지만, 이처럼 가네다 총리 살해와 관련된 자들이 사건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줄줄이 사망했다는 사실은 아무래도 흥미를 끈다. -81쪽

"평화롭네. 사건이 난 걸 모르나."
"그럴지도 몰라. 오늘은 쉬는 날이라 만화방에서 빈둥대는 모양이야. 그런데 참 이상하지. 아무리 큰 사건이 터져도, 회사에 가고, 일도 하고 말이야. 전기뱀장어 구경도 가고. 전쟁이 터졌다고 해도 결국 그날 미팅은 그대로 추진될 것 같고. 개인 생활과 세계란 게 완전히 별개가 됐어. 사실은 이어져 있는데."
"그렇지."히구치는 동의한다. 세계적인 큰 소동이 일어나도 내가 신경 쓰는 것은 딸의 건강 상태와 남편의 출장 일정이며, 저년 메뉴와 인터넷에서 찾은 화장품 가격이겠지, 하고 생각한다. -153~4쪽

"불꽃놀이는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사람이 보는 거잖아. 내가 보고 있는 지금, 어쩌면 다른 곳에서 옛 친구가 같은 것을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유쾌하지 않아? 아마 말이지, 그런 때는 상대도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 난 그렇게 생각해."
"같은 생각?" 아오야기는 무심코 반문했다.
"추억이란 건 대부분 비슷한 계기로 부활하는 거야. 내가 떠올리고 있으면 상대도 떠올리고 있지."-210쪽

"우리가 짐을 운반하지 않으면 이 나라는 불능 상태에 빠진다고. 인터넷이니 뭐니 해도 실제 문건은 우리가 운반을 하니까."택배기사 동료 중 하나가 예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인터넷은 정보는 운반해도 물건은 운반 못하지. 그러니까 택배기사를 좀 더 대우해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그 동료가 입바른 소리를 하자 자리에 있던 다른 동료들도 "두말하면 잔소리지"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233쪽

"정보를 통제하고 조절하는 거지. 자네는 범인이지만 증오해야 할 역겨운 인간이 아니야. 용서받을 수는 없지만 동정 못 할 것도 없지. 그런 범인상으로 만들어줄 수 있어."
"정보를 조작하겠다고?"
"이미지." 사사키는 짧게 말했다. "이미지란 게 그런 거 아닌가? 별다른 근거도 없이 사람은 이미지를 갖게 되지. 세상은 이미지로 움직여. 맛은 똑같은데 어느 날 갑자기 레스토랑이 번창하는 것은 이미지가 좋아졌기 때문이야. 서로 모시려고 아우성치던 배우의 일감이 떨어지는 건 이미지가 나빠졌기 때문이고. 총리를 암살한 남자인데도 큰 미움을 받지 않는 것은 공감할 수 있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지."-259쪽

애인과 친구는 어떻게 다른가 하면 말이야. 예전에 히라노가 주장한 일이 있었다. "애인은 있지, 헤어지면 기본적으로는 친구 사이로 돌아갈 수 없어"하고 그녀는 잘라 말했다.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지 않나?"
"절대 무리야. 뭐, 물론 예외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헤어진 옛 남자 친구의 인생은 자신의 인생과 무관해지지. 어디서 뭘 하든 상관 없어. 안 그러면, 그 순간 함께 있는 애인이나 배우자한테 실례잖아."
배우자라는 딱딱한 표현이 재미있어 기억에 또렷이 남아 있다.
"그런데 참 신기하지. 사귈 때는 허구한 날 연락하던 사이인데, 헤어지고 몇 년 지나면 전혀 관계도 없이, 영원히 접점도 없이 살아가니까. 신기하지." 히라노는 그런 말도 했다. -301~2쪽

"편집됐어요. 그런 텔레비전에 안 나왔더라고요."히구치도 웃음밖에 안 나왔다. 다수 의견이나 여론, 시청자의 흥미나 취향에 맞지 않는 정보는 내보내지 않는다. 아니 내보낼 수 없다는 것이 매스컴의 속성이다. 그래서 매스컴은 안 된다고 말할 생각이 없다. 하지만 매스컴이란, 그리고 보도란 그런 것이다. 거짓말은 하지 않지만 내보내는 정보의 취사선택은 한다. -346쪽

우리 같은 대중이란 잘난 놈들이 정한 대로 끌려갈 뿐이야. 우리가 코 앞에 닥친 일이나 연애에만 매달린 사이 멋대로 일을 진행하고, 그러다가는 문제가 되는 짐짝만 덜컥 떠맡긴다니까. 그래가지고, 잘난 놈들은 저런 감시카메라 너머에서 놀라 쩔쩔매는 우리를 비웃고 있지. -379쪽

생각해보면 우리는 말이에요, 멍하게 있는 동안에 법률은 만들어지고, 세금이나 의료 제도는 바뀌고, 그러다 또 어디서 전쟁이 나도 그런 흐름에 반항할 수 없도록 되어 있잖아요. 좀 그런 구조라고요. 나 같은 놈이 멍하게 있는 사이에 자기들 마음대로 다 밀어붙이죠. 전에 책에서 읽었는데, 국가란 국민의 생활을 지키기 위한 기관이 아니래요. 듣고 보니 그렇더라고요. -4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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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의 유언장
봅 가르시아 지음, 이상해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7월
절판


"아시겠죠, 왓슨 박사님, 전 박사님 이야기를 통해 홈즈가 되어보곤 한답니다."
"그것도 독서의 일부죠. 독자들은 탐정과 동시에 수사를 벌여야 하고 탐정보다 먼저 해답을 찾아내려고 애써야 해요."
"그렇습니다. 제가 셜록 홈즈와 같은 조건을 갖추고 싶어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그분이 쓴 논물을 연구함으로써 어쩌면 그분을 더 잘 흉내낼 수 있게 될지도 모르죠. 전 경찰수사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답니다. 제가 홈즈 씨를 위해 이걸 갖고 온 것도 바로 그 때문이고요."-43쪽

"아닙니다, 박사님은 훨씬 더 많은 것을 하십니다. 박사님은 따분한 삶에 마법과 신비를 불어넣을 줄 아세요. 저 역시 습작을 해보았기 때문에 글쓰기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압니다.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고, 독자의 심금을 울려야 하며, 신빙성 있는 인물과 상황을 창조해 끊임없이 독자들을 놀래게 만들어야 하죠. 이 모든 재능을 발휘하는 작가는 아주 드물어요. 반면 저 같은 사람은 진지한 출판사라면 십중팔구 퇴짜를 놓을 시시한 일화나 끼적거릴 뿐이죠."
그가 쏟아놓는 찬사는 곧바로 내 가슴에 와닿았다. 마음에서 우러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전 우리들 각자가 나름대로 재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약간의 시간과 적당한 기회만 주어지면 그것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죠. 전 그 두 가지 행운을 모두 누린 경우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46쪽

홈즈가 귀가 먹은 듯한 비인간적인 관료들에 맞서 비장한 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가 용의자들을 변호하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정부는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신속한 판결과 본보기용 처벌을 원했다. 이로 인해 부실재판과 약식처형이 남발되었다.
우리는 무기력하게 이중의 대량학살을 지켜보고 있었다. 살인범에 의해 자행된 살육에 사법당국에 의해 계획, 실행된 살육이 더해졌다.
홈즈가 보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여러 명의 용의자들이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의 범인으로 몰려 처형되고 있었다. 그나마 운이 좋은 사람들은 언제 열릴지 모르는 재판을 기다리며 끔찍한 감옥에서 썩어가고 있었다. -2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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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rain 2008-05-02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무서웠었어요.ㄷㄷㄷ

이매지 2008-05-02 19:06   좋아요 0 | URL
무슨 스토리인지도 모르고 읽기 시작했는데,
좀 잔인하긴 하더군요;;
분위기도 전체적으로 음침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