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게으름 - 게으름에서 벗어나 나를 찾는 10가지 열쇠, 개정판
문요한 지음 / 더난출판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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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은 늪과도 같다. 처음에 빠져나오면 탈출이 가능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어진다. 그때부터는 탈출하려고 발버둥칠수록 늪에 더 깊이 빠져버리게 된다. 게으름에 친숙해지기 시작하면 서서히 자기화가 이루어진다. 마치 자신이 원래부터 게으른 사람이었던 것처럼 정체성으로 굳어져간다. 그때부터는 물고기가 자신이 물에 젖어있음을 의식하지 않는 것처럼 더 이상 자신의 게으름을 돌아보지 않는다. 게으름에 대한 자책도, 후회도 놓아버리고 현실을 잊어버린 채 자신의 내면과도 이별해버린다.
그러나 다 타버린 잿더미 속에도 불씨가 남아 있듯, 스스로 끝났다고 선언하지 않는 이상 우리에게는 가능성이 늘 함께한다. 삶이란 가능성의 다른 이름인 것이다. -13~4쪽

"당신은 게으릅니까?" 누군가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뭐라 대답할 것인가?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게으르다'는 쪽의 답이 더 많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과연 어떤 사람이 게으른 사람일까? 사실 '게으름'이란 말은 지극히 상대적이면서 동시에 주관적이다. 게으르다고 느끼기 위해서는 게으르지 않은 비교 대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게으름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이라는 것이 없기에, 삶의 에너지를 99퍼센트 쓰고 있는 사람이 1퍼센트 쓰지 않은 것을 두고 자신을 게으르다 여길 수 있고, 반대로 99퍼센트는 쓰지 않고 1퍼센트만 쓰는 사람이 자신을 게으르지 않다고 여길 수도 있다. -22~3쪽

게으름과 여유는 명백히 구분되어야 한다. 구분은 의외로 쉽다. 여유는 능동적 선택에 의한 것이고, 게으름은 선택을 피하기 때문에 찾아오는 것이다. 여유는 할 일을 하면서 충분히 쉬는 것이지만, 게으름은 할 일도 안 하면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것이다. 삶의 풍요로움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여유이고, 후회만을 남기는 것은 게으름이다. -57쪽

물론 중요한 것은 '실수를 했다는 것' 자체가 아니라 '실수를 통해 적극적으로 배우려 했다는 점'이다. 실수가 성공의 밑거름이 되기 위해선 실수를 실수로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 자세와 환경이 중요하다. 실수를 통해 배울 수 있다는 적극적인 태도야말로 실수를 '위대한 실수'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실수를 했다는 것' 자체가 자랑일 수는 없겠지만, '실수를 통해 배우려는 자세'로 도전해 나갈 때 우리의 삶은 빛이 나고 실수는 '성공'으로 거듭날 것이다. -71쪽

우리들은 과거의 어느 시기에 큰 실패나 반복적인 실패를 경험하게 되면 이후로는 실패의 두려움에 갇혀 작은 시도조차 하기 힘들어한다. 그러다보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도전도 영영 못하고 만다. 그런데 우리가 실패라고 생각했던 그 경험들이 과연 객관적인 실패라고 할 수 있을까?
실제 상담을 통해 과거의 실패 경험을 들어보면 물론 합당한 실패도 있지만 공정치 못한 실패도 많다. 어떤 이는 수백 대 일의 경쟁을 뚫고 문학상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글쓰기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고, 어떤 이는 태풍에 의한 과수피해로 빚을 진 것까지 자신의 실패로 생각한다. 어떤 이는 구체적인 잘못이나 실패조차 없는 데도 부모의 학대로 인해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쓸모 없는 인간이라고 느끼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책임져야 할 잘못과 상대가 책임져야 할 잘못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객관적으로 봤을 때 자신의 잘못으로 인한 실패의 경험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자신의 무능함보다는 노력의 부족 때문인 경우가 허다하다. 결국 게으른 사람들은 과거의 경험을 통해 '학습된 무력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78~9쪽

성인들도 삶에 재미가 없으면, 즉 사랑이나 인정이나 성취를 얻지 못하면 어린아이와 같이 '즉각적인 만족'과 '눈앞의 이익'을 추구하게 된다. 그 대표적인 행위가 중독이다. 중독은 행위를 하는 바로 그 순간 즉각적인 쾌락을 안겨준다. 그런 쉬운 방법이 있는데 누가 힘들게 고생하고 위험을 무릅쓰면서 노력할 것인가? 그렇기에 인간은 삶에 재미를 잃는 순간, 도전과 발전을 포기하고 게을러지기 쉽다. 그런 점에서 보면 게으름이란 곧 '즉각적인 만족과 눈앞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87쪽

우리는 스승, 친구, 연인, 상담가, 멘토 등을 만나며 변화의 자극을 받는다. 그 중에서 가중 큰 변화의 힘이 되는 것은 역시 뭐니뭐니 해도 사랑이다. 사랑은 우리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성장호르몬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게으른 사람들은 뜨겁지 않다. 게으른 사람 치고 누군가를 뜨겁게 사랑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사랑을 하면 우리는 상대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사랑만큼 사람을 바꿔놓는 계기는 없다. 연애를 하거나 부모가 될 때 우리는 기꺼이 더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지 않았던가! 자신에 대한 사랑, 가족에 대한 사랑, 삶과 일에 대한 사랑, 사람에 대한 사랑! 이 중에 한 가지만 있어도 우리의 삶은 변화로 반짝거린다. 결국 게으름에서 벗어나는 해법은 '다시 사랑하는 것'이다. 잃어버린 사랑을 되찾을 때 우리는 게으름과 이별할 수 있다. -128쪽

'자기로서 살지 못하는 삶!' 나는 이를 세상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라고 생각한다. 지난날 나의 삶이 그랬고, 진료실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이 그러했다. 자신이 아닌 남이 되고 싶어했고, 자신에게 없는 것을 늘 부러워했다. 어제와 오늘의 자신을 비교하지 않고 끊임없이 남과 자신을 비교하려 들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스스로 열등하거나 뒤쳐졌다고 생각했고, 앞서가는 누군가를 붙잡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뒤쫓아가는 삶도 자신의 강점과 열정을 살리기보다는 상대의 강점을 흉내내게 만든다. 그리고 결국 흉내내는 삶도 우리를 주저앉게 만든다. 게을러지고 마는 것이다. 반대로 내면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는 사람은 게으를 수 없다. 그들은 더 나은 삶을 위해 어제의 자신과 경쟁할뿐이다. 우리는 이제 추격전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가 느끼는 열등감은 허위의식일 뿐이다. 그것은 처음부터 허위였다. 진실은 이렇다. 나는 열등하지도 우월하지도 않다. 그저 '나'일뿐! -1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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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 크루소 을유세계문학전집 5
다니엘 디포 지음, 윤혜준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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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간 계층의 삶이란 게 아버님 당신이 오랜 경험을 통해 깨달은 바, 노동하는 부류들처럼 궁핍함과 역경이나 힘든 노역에 시달리지 않으면서도 상류층처럼 오만이나 사치, 야심, 시기심으로 인한 불편한 마음을 갖지 않아도 되니, 그야말로 이 세상에서 인간이 행복을 누리기에 가장 적합한 최상의 위치라고 하셨다. 그리고 말씀하시기를, 이 중산층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는, 한 가지 사실, 즉 이런 처지를 다른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부러워한다는 점만 보아도 수긍할 것인즉, 왕들도 위대한 존재로 태어난 데서 생기는 온갖 불행함을 한탄하며, 비천함과 고귀함의 두 상반된 계층 사이에서 중간 계층의 신분으로 세상에 나왔으면 하고 바라는 일이 흔하니, 지혜로운 솔로몬 왕도 빈곤이나 부귀 모두 피할 수 있기를 기도하면서, 이것이 진정한 행복의 기준임을 증언했다고 하셨다. -11쪽

인생의 재난이란 상류층이나 하류층이 나눠 갖는 것이어서, 중간 계층은 불행한 일을 가장 적게 당하며, 상류 계층이나 하류 계층처럼 급격한 변화에 시달리지 않으니, 한쪽은 타락한 삶이나 지나친 사치 때문에, 다른 한쪽은 힘든 노동에다 생필품이 모자라고 먹는 것도 형편없고 부족하기에 사는 방식 자체의 자연스러운 결과로 질병을 앓게 되지만, 중간 계층은 신체나 정신의 질병이나 불안 때문에 고생하는 일이 별로 없는 법인즉, 중산층의 삶은 온갖 미덕과 온갖 낙을 누리기에 딱 맞도록 계산된 것이라, 절제와 검소함과 평온함과 건강과 교제 및 기타 모든 적절한 오락들, 모든 바람직한 쾌락이 이에 수반되는 축복이요, 평안함과 풍족함이 부리는 종처럼 중산층을 섬기는 것인즉, 이 길로 가면 인생을 차분하고 무난하게 살다가 편안하게 저 세상으로 갈 수 있을 터, 손이나 머리로 노동하느라 갑갑하게 지내거나 일용할 양식을 버느라 노예 같은 삶에 팔려가거나 난처한 형편에 들들 볶여서 영혼의 평안이나 육체의 안식을 모두 빼앗기거나, 대사를 탐하느라 야심에 속이 타들어가지 않는 이 중산층의 삶에서는 그저 인생을 순탄하게 물 흐르듯 살면서 생활의~-11~2쪽

쓴맛은 빼고 달콤한 기쁨만 맛보면서 행복을 느끼며, 하루하루 경험을 통해 더욱 실감나게 행복을 깨닫게 되는 법이라고 하셨다. -12쪽

이제 나는 내 처지와 내가 전락해 있는 형편에 대해 심사숙고를 하기 시작했고 내 정황을 글로써 정리해 놓았는데, 어차피 이 땅을 물려받을 사람이 거의 없을 게 뻔한 터, 뭐 꼭 내 뒤에 여기 올 사람한테 그걸 남겨주기 위한 것은 아니었고, 매일 내 처지를 고민하며 마음만 심란하게 만드는 생각들을 분출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그래서 이제 내 이성이 절망감을 누르기 시작하자 나는 내 자신을 가능한 한 위로하기 시작했고, 나쁜 점에 좋은 점을 대비시켜 놓아서 내 처지를 최악의 처지와 구별할 수 있는 점을 뭔가 밝혀보기로 하고서, 내가 누리고 있는 안락이 내가 겪는 비참함에 나란히 맞서도록 장부의 차변과 대변처럼 매우 공정하게 다음과 같이 적어보았다. -96~8쪽

모든 것을 감안하면, 이 세상에서 그 아무리 처참한 지경이라고해도 그 속에 부정적인 측면만큼 뭔가 감사하게 생각할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는 의심의 여지없는 증거가 여기 있었으니, 이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처지를 겪은 이 사람이 보여주는 바를 귀감으로 삼아, 여러분도 언제나 자신을 위로할 수 있는 면들을 찾아서,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나란히 풀어서 써 놓되 장부의 차변 쪽으로 기울기를 바란다. -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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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불임 클리닉의 부활
가이도 다케루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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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관료 나리들은 컬트 교단 신자들 같아요. 교회 밖으로는 한 발자국도 안 나오고, 외부 목소리에는 귀도 기울이지 않으며 두 눈을 꼭 감고는 자기 안의 이상향에 빠져 있는 사람들말이에요. 그 결과 자기 아닌 다른 세계야 어찌 되든 상관할 바 아니라는, 외부 세계에 대한 광신도적인 공격성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정말 똑같죠."
"그렇게 몰아붙이지 마. 관료들도 그들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 법률이나 조례, 통달 같은 기회주의적인 무기를 이용해서 세상을 좋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믿고 싶다고."-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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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셔스 샌드위치 - 서른살 경제학 유병률 기자가 뉴욕에서 보내온 컬처비즈에세이
유병률 지음 / 웅진윙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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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라의 문화수준이 어떤 대접을 받느냐 하는 문제는 사소한 일상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미국 학교에 다닌 지 얼마 안 되는 한국이나 일몬 등 동양 아이들은 급식이 입에 맞지 않아 도시락을 싸가지고 가는 날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음식과 일본 음식은 미국 학교에서도 좀 다른 대접을 받습니다. 한국 아이들은 김치는 고사하고 김밥도 거의 못 가지고 갑니다. 미국 아이들이 낯설어하고 이상하게 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일본 아이들은 당당히 아보카도를 넣은 일본식 김밥인 '롤'을 싸가지고 갑니다. 일본 음식점을 자주 찾는 미국인들은 롤을 무척 좋아합니다. 미국 아이들도 스시 같은 일본 음식은 최고급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문화와 일본 문화가 미국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21~2쪽

예술의 출발은 돈이지만, 예술은 미다스의 손처럼 경제를 만듭니다. 예술과 문화를 얼마나 극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경제적 대가도 달라집니다. -31쪽

뉴욕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대중문화는 크리에이션은 잘 못해도 참 크리에이티브합니다.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전혀 새로운 장르나 문화형태를 개척하는 데는 더딥니다. 그래도 미국 대중문화는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문화입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지는 못해도 아이디어를 달리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창조는 부족해도, 변형은 무궁무진합니다. 이 변형이 바로 뉴욕 대중문화의 연쇄적인 부가가치를 만들어냅니다. -42쪽

웹 2.0은 이렇게 이용자가 자유롭게 정보와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하게 해주는 인터넷 서비스입니다. 기존의 웹1.0이 서비스 제공자가 만들어놓은 작품을 사용자들이 감상하는 수준이었다면, 웹2.0은 서비스 이용자가 백지 위에 원하는 작품을 마음대로 그리고 보여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웹2.0에서는 단순한 뉴스와 정보가 아니라 비평과 여론이 유통되고, 단순히 관람하기 위한 예술과 대중문화가 아니라 보여주고 즐기기 위한 예술과 대중문화가 만들어지고 공유됩니다.
또 그냥 상품이 유통되는 게 아니라 그 상품에 녹아 있는 라이프스타일이 유통됩니다. 이를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유행과 아이콘이 만들어지고, 새로운 문화가 창조됩니다. 한마디로 웹2.0은 다양한 삶의 방식이 전파되는 공간이자 놀이터입니다. 바로 거대한 '문화의 제국'입니다. -55쪽

전세계인이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에 열광하는 것은, 그가 단지 뛰어난 사업가이거나 일대 기술혁신을 가져온 테크노크라토(Technocrat)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전세계 직장인들은 "미칠 정도로 멋진 제품을 창조하자"고 하는 잡스를 바로 자신의 멘토로 생각하고 싶어합니다. 그의 연설에 감동하고, 그의 프리젠테이션에서 카리스마를 느낍니다. '청바지'로 대표되는 그의 정신에 매료됩니다. 바로 세계인의 소비문화를 바꾸는 개척자이기 때문에 잡스에 열광하는 것입니다. -65쪽

대표적인 문화기업 이미지를 가진 몇몇 기업을 보면서, 시작도 끝도 결국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문화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에서 문화적인 마인드를 가진 직원들이 만들어내는 아이디어와 제품과 서비스가 결국 회사를 문화적인 기업으로 만들어간다는 얘기지요. 기업 이미지나 제품을 문화적으로 포장하는 노력과 탁월한 문화마케팅이 비결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문화적인 마인드를 키우는 것은 '개인의 몫'이라고 앞에서 말씀드렸습니다. 회사에서 직원들 머릿속에 문화적 영감이나 상상력을 채워넣을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회사는 직원들에게 교육을 시킬 것이 아니라,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합니다. 주말까지 끼워 연수원에 불러다 앉혀놓고 빡빡한 일정으로 교육시켜봤자 남는 거 하나도 없습니다. 더 비문화적이고 더 수동적으로 만들 뿐입니다. -107~8쪽

'샌드위치 한국'이 '딜리셔스 한국'이 되려면, 관건은 문화경쟁력을 갖추는 것입니다. 성장력을 높이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마지막 보루는 생산성이라고 했습니다. 생산성은 노동과 자본을 어떤 방식으로 조합하느냐의 문제입니다. 노동과 자본 투입량이 같아도 산출량이 크다면 생산성이 높은 것입니다. 얼마 전만 해도 이 생산성은 얼마나 좋은 기술을 가졌느냐에 의해 좌우됐습니다. 그러나 문화적 언어로 소통되는 문화제국에서 생산성은 얼마나 유연한 문화 환경과 콘텐츠를 가졌느냐에 의해 좌우됩니다.
한국의 수많은 시든 양상추 샌드위치 직장인이 딜리셔스해지기 위해서도 관건은 역시 문화경쟁력입니다. 지금까지는 개인의 경제적인 능력이 문화수준까지 규정했다면, 앞으로는 문화수준이 개인의 경제능력을 좌우하게 됩니다. -121쪽

한국 사람들은 '문화'라는 말이 나오면 '나이'라는 색깔부터 먼저 규명합니다. 그래서 '우리들 문화' '당신들만의 문화'로 나눕니다. 문화를 접하는 사람들도 그렇고, 만들어내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채널을 보아나 이효리를 연신 보여주고, 또 어떤 채널은 30~40대를 마치 노인네 취급하듯 '7080콘서트'라고 이름 붙여버립니다. 또 50대 이상이 되면 설운도나 태진아만 나오는 <가요무대>만 봐야할 것 같습니다.
문화평론가들은 "외로운 30~40대의 문화적 갈증을 풀어줘야 한다"고 점잖게 칼럼을 씁니다. "요즘 대중문화는 온통 10대에 국한되어 30~40대는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이들을 위한 문화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합니다. 30~40대가 10대 문화에 근접하기 어려우니, 30~40대용 문화를 많이 만들어내는 게 문화생산자의 도리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대체 문화에 나이가 어디 있습니까? 박진영은 나이가 마흔이 다 돼가지만 GOD를 만들고, 비를 만들고, 원더걸스를 만들었습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거의 비슷한 스토리와 의상과 노래로 20년째 매주 8회씩 공연되고 있습니다. -124~5쪽

문화는 최신유행과는 다릅니다. 반짝하고 치우는 트렌드와도 다릅니다. 오히려 문화를 나이로 구분하거나, 반대로 세대를 문화로 구분하는 시도 자체가 반(反) 문화적인 것 아닙니까? 물론 세대간 정서차이가 없을 수는 없겠죠. 살아온 환경이 다른데, 어떻게 같은 것을 보고 똑같이 느끼겠습니까? 그래서 아이들과 젊은 세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하며, 또 알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조건 '대화 자체가 안 된다'며 답답해하고, 다른 세대보다 '더 상처받고 있다'는 억울함으로 꽁꽁 웅크려 있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은 나이를 불문하고 문화를 공유해야 합니다. 그래야 세대간 문화의 동맥경화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뉴욕의 문화가 번창한 것은 단지 보여줄 그림과 공연이 많아서만이 아닙니다. 나이 불문하고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한국에도 <라이언킹>보러 가는 어른관객이 많아지면 더 좋은 공연이 계속 들어오지 않겠습니까? -125~6쪽

문화와 관련된 모든 게 상품화되면서, 꼭 돈 주고 표 사서 들어가야만 문화마인드를 얻을 수 있는 것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화적 마인드의 본질은 "당신, 해봤어?" "얼마나 해봤어?" 식의 질문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그것은 오히려 안 해보고도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성'에 있습니다. 다른 문화, 새로운 것, 비주류에 대한 포용력과 호기심 말입니다.
잭슨 폴록의 난해한 그림을 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조목조목 분석하고 공부한 예술이론이 아닙니다. 그건 미술전문가의 몫입니다. 폴록의 그림을 감상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그의 정신세계에 대해 마음의 문을 열어놓는 것입니다. 폴록의 기존 그림기법에 대한 반항, 기존 틀을 엎어버리고자 하는 갈망과 자유의지를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자세입니다. 상상력과 감성, 그리고 창의력과 문제해결 능력이 지식의 창고가 아니라 문화의 텃밭에서 자라는 것은 바로 이런 유연성 때문입니다. -14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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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줘
기욤 뮈소 지음, 윤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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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네에 대한 존경심과 우정으로 말하겠네. 이제 페데리카 얘기는 지긋지긋하니까 그만 하게. 난 결혼을 세 번 했고, 그러기에 장담할 수 있지. 자네가 단 한 번이라도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해본 경험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또 다른 사랑을 시작할 수 있는 자격을 충분히 갖춘 거라네."-35~6쪽

줄리에트는 안정적인 직업도, 사랑하는 사람도, 아이도 없었다. 배우로 성공하기 위해 무작정 뉴욕으로 떠난 건 도박이나 다름없었다. 줄리에트 자신도 그걸 잘 알고 있었고, 주위 사람들도 정신 나간 짓이라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렸다.
미국에 가겠다는 결심을 할 당시 그녀의 나이는 위험한 모헙을 감수할 만큼 어리지 않았다. 적어도 그 나이라면 '위험률 제로'에 맞춰 신중하게 처신해야 마땅했다. 사회는 20대 초반에 안정적인 삶을 선택할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노후를 계획하고,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금연을 하고, 건강에 신경 써야 하고, 조건을 따지며 사람을 만나야 한다며 은연중 압력을 가했다. -41쪽

사람은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위험에 노출된다. 그는 어느 누가보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안다고 해서 그런 상황에 저절로 면역이 되는 건 아니었다. -52쪽

인간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도 왜 딱 한 사람에게만 반하는 걸까?-61쪽

사람은 자신의 운명이 새롭게 펼쳐지는 순간을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것일까? 그런데 그녀에게 그 순간이 바로 지금이라면?-67~8쪽

단 몇 시간일지라도 짜릿한 행복의 광휘는 이따금씩 삶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환멸과 권태의 일상을 충분히 견디게 해준다. -95쪽

줄리에트는 금속 쟁반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창백한 안색, 초췌한 피부, 수면부족 때문에 퉁퉁 부어 있는 눈이 보였다. 그 순간 줄리에트는 예뻐지려고 애쓰며 보낸 시간이 얼마나 될지 생각했다. 사실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은 시대에 따라 바뀌어왔다. 이 시대의 대다수가 동의하는 아름다움의 조건에 맞추기 위해 많은 여자들은 다이어트를 하고, 성형을 하고, 헤어스타일을 바꾼다.
사람들은 왜 겉모습이 아름다우면 마음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걸까? 나는 왜 모두가 젊고 날씬해지고 싶어 안달하는 시대에 살고 있을까? 어느 시기가 지나면 모두 부질없이 사라지고 말 가치인데도.
줄리에트는 이제부터 외모를 가꾸는 데 집착하기보다는 자연 그대로를 더 소중하게 여기겠다고 다짐했다. 억지로 누군가를 닮으려하기보다는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겠다고...-21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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