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by 북
마이클 더다 지음, 강주헌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3월
절판


삶과 일에서 처음으로 당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된다면 정말 흥미롭지 않겠는가. 당신이 어떤 책을 쓰기 시작하면서 끝에 뭐라고 쓸지 뻔히 안다면 그런 책을 감히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가? 글쓰기와 사랑의 관계에 적용되는 원칙은 삶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게임은 결말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재미있는 것이다. -미셸 푸코-0쪽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아주 오래전에 말했듯, "꿈꾸는 삶을 살기 위해서 확신을 갖고 소망을 줄기차게 추구한다면 언젠가 뜻밖의 성공을 누리기 마련이다".-13쪽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에는 대부분 현실도피와 쾌락과 감동을 찾아 책을 읽는다. 십대 후반에 이르면 교과서를 통해 훗날의 직업과 관련된 전문적인 지식을 배운다. 그후 성인이 되면 독서에 또다른 목적, 어쩌면 심오한 목적이 더해진다. 예컨대 우리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우리가 겪는 경험의 의미를 더 깊이 성찰하기 위해서 책에 눈을 돌린다.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예술 작품의 주된 관심사는 언어와 색, 형태와 소리 및 움직임을 통해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지한 소설과 시, 수필과 전기를 읽으려면 그런 책들이 우리에게 생각의 폭을 넓혀주고, 정신세계를 세련되게 다듬어주며, 분별력과 이해력의 깊이를 더해준다고 확신할 수 있어야 한다. 인문학은 이런 식으로 우리의 인성을 계발해준다는 점에서 자기 탐구의 도구라 할 수 있다. -13~4쪽

자신이나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즐겁게 살고, 남까지 즐겁게 해주는 것이 윤리의 전부이다. - 세바스티앙 로슈 니콜라 드 샹포르

우정은 삶에 즐거움을 준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이 존재의 가장 큰 행복이다. - 시드니 스미스

아득히 멀리 있는 것을 보려고 애쓰지 말고, 가까이 분명하게 보이는 일부터 처리하라. -토머스 칼라일
-19쪽

인간으로서의 능력을 어떤 구속도 받지 않고 최대한으로 계발하는데 특별히 주안점을 둔 인간 교육을 고등교육이라 칭한다. -W.E.B.듀보이스

진정한 학습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말에 집중하는 습관, 토론 중에는 조용히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끈기 그리고 정중한 대응"이 전제되어야 한다. -앨런 라이언-23~4쪽

세계문학에 대해 우리는 어디까지 알아야 할까? 내 생각이긴 하지만, 어떤 식으로 독서 계획을 짜든 위대한 '표본 작품'이 중심적 위치를 차지해야 한다. 표본 작품은 후세의 작가들이 근본으로 삼고 수시로 언급하며 모방하려는 작품을 뜻한다. 이런 위치를 차지하는 중요한 책은 그다지 많지 않고, 모두가 고전인 것도 아니다. 그런 책들의 목록을 연대순으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부지런한 독서가라면 일이 년이면 충분히 읽어낼 수 있다. (중략)
성경(구약과 신약)
<불핀치의 전설의 시대>(혹은 그 밖의 그리스, 로마, 스칸디나비아 신화)
호메로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단테 <지옥편>
<아라비안나이트>
토머스 맬러리 <아서의 죽음>(아서 왕과 그의 기사들에 대한 이야기)
셰익스피어의 주요 희곡, 특히 <햄릿> <헨리 4세>의 1부 <리어왕> <한여름 밤의 꿈> <템페스트>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조너선 스위프트 <걸리버 여행기>
그림 형제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동화
세계 주요 민담집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
루이스 캐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아서 코넌 도일 <셜록 홈스의 모험>-2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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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집
가토 유키코 지음, 박재현 옮김 / 아우름(Aurum) / 2009년 4월
절판


그러나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건은 언젠가는 없어지고 부서지는 것이 아닌가. 내 기분에 따라 갑자기 싫어지는 일도 있을 것이다. 도쿄에 있는 친구 유미는 남자친구가 바뀌었을 때, 그때까지 받은 편지와 선물을 쓰레기 봉지에 담아 아무렇지 않게 버렸다. 그 편이 다시 시작하기 쉽다는 이유에서지만 절대로 재가 될 수 없는 '기억'은 어떻게 할 것인가. -48~9쪽

여기로 온 이후 오랜만에 잠이 잘 오지 않는 밤이 계속되었다.
그러나 리에, 잠깐만! 도회지에 있었더라도 자연의 변덕스러움은 다를 바 없어. 큰 지진이나 폭풍, 폭우가 발생하면, 이런 시골보다도 몇 십 배의 피해를 입지. 거리의 세련된 빌딩은 산의 거목처럼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지 않아. 결국 어디에 있든 그 상황이 되면 자연을 당해낼 수 없어. 도회에 있으면 그 사실을 잊어버리니까, 오히려 더 불안한 기분도 들어.
사이좋은 유미에게 이런 느낌을 메일로 보낼까? 그러나 답장은 아마 이런 식이 될 것이다.
'리에가 말한 게 맞을지도 몰라. 그러나 역시 산이나 바닷가의 리조트에 가면 자연은 멋지다고 생각해.'
그럴 게 분명해, 리에는 한숨짓고 몸을 뒤척인다. 자연은 변덕쟁이다. 때로는 아름답고, 귀엽고, 기분을 좋게 만들고, 맛있고 그리고 상상도 할 수 없는 '무서운' 것이다. 메일로는 그것을 전할 수가 없다. 그녀를 여기에 데리고 오지 않는 한. -70쪽

꿀벌의 집의 사람들은 보통 회사와 비교하면 가족처럼 강한 결속력으로 뭉쳐 있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인상이었다. 양봉이라는 공통목표가 있는 데다 함께 일하는 시간이 길고, 공동생활을 하는 부분도 많기 때문에 단순하게 생각했지만, 사실은 끈끈하게 서로에게 의지하는 관계는 아닌 것 같다. 다른 사람의 세계에 함부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속을 뒤집어 보면 아케미는 그것을 알려준 것이다. 나이는 어려도 여기서는 그녀가 선배다. 꿀벌의 집에 갑자기 녹아들어서는 안 돼요. 아직도 알아야 할 것이 많이 있어요 라고. -84쪽

기세 씨(자신의 엄마를 이렇게 부르는 사람인 것이다)가 여름에도 긴 소매 옷을 입고 있는 이유를 알아? 손목에 상처가 있어. (아, 그러고 보니 온천 욕조에서...) 아버지가 가족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버렸을 때 그랬어. 하지만 실패한 덕분에 내가 태어날 수 있었고, 그녀는 보는 바와 같이 꿀벌을 상대로 팔팔하게 살아가고 있지. 기본적으로는 살아있는 게 자연스러운 거야, 절대로 그래. 사람의 일생이란 말이지, 땅속에서 솟아나온 물이 구불구불 흘러서 마침내 바다로 흘러가는 것과 같지 않을까? 그 흐름을 도중에서 의식적으로 멈추려 하다니... 어떤 큰 이유가 있었기 때문일 거야. 자연스런 흐름에 따라 잘 살고 있는 사람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123~4쪽

모두 시끌벅적 이야기를 나누면서 딸기를 먹고 있자니, 옛날부터 쭉 이런 화기애애한 정경이 계속되어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성격도 가정환경도 다른 한 사람 한 사람을 맺어주고 있는 것은 '꿀벌'이라는 재미있는 벌레다. -136쪽

이곳 사람들은 모두 벌을 키우는 일 자체에만 지나치게 매달리고 있다는 것을 리에는 그때 실감했다. 자신이 보살피는 꿀벌들이 달콤한 황금빛 액체를 듬뿍 만들어준 시점에서, 거기서 사고가 닥 멈춰버리는 것 같다. 그러나 꿀벌도 산란을 맡은 벌, 육아를 맡은 벌, 꽃가루와 꿀을 모아오는 벌, 보초를 맡은 벌, 그리고 수벌로 확실히 분업하고 있지 않은가. 집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역할도 없어서는 안 된다. 이 직장에 온 이후 처음으로 리에는 넘을 수 없는 '벽'에 부닥친 느낌이었다. -140~1쪽

꿀벌도 인간도 사회적 동물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리에는 벌 사회의 겉과 속이 차츰 보였다. 비유하자면, 여왕벌은 무리 안에서는 스타 연예인과 같은 존재다. 로열젤리 등을 받으며 여유롭게 살고 있다. 그러나 그녀가 소중히 대접받는 이유는 많은 알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늘 어두운 둥지 속에 갇혀서 일벌처럼 야외로 날아다닐 자유는 주어지지 않는다. 자신이 그렇게 산다면......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끼쳤다. -142~3쪽

꿀벌을 키우는 방식에 기본은 있지만 세세한 법칙 같은 것은 없어. 그 사람이 벌을 대하는 방식이 제각각 다르니까. 나도 물론 내 방식이 있지만 겐타 군에게 강요할 수 없어. 열 명의 양봉가는 열 가지 색깔의 비밀을 안고 있는 셈이지. 그러니까 양봉이 재미있는 거야. -158쪽

생각해보면 아빠도 엄마도 딸도 오랫 동안 따로따로 살아왔다. 같은 지붕 아래 먹고 자면서도 서로 어긋나 있었다. 가족 간에 어긋나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해도, 어떻게 어긋나 있는지조차 관심 없었던 것은 좀 심했다. 이런 것을 생각할 때마다 리에 안에 살고 있는 꿀벌이 쏜다. 쏘아도 내장이 나오지 않는 불사신 꿀벌이. 엄마도 그런 벌을 몸속 깊숙이 계속해서 키우며 살아왔던 것일까. 의논을 할 수도, 이제 만날 수도 없는 곳으로 가버린 아빠 때문에...-185쪽

지난 가을, 다채로운 색채의 낙엽이 떨어지는 센트럴파크를 두 사람은 손을 잡고 걸었다. 고층빌딩이 날아가버려도 뉴욕은 멋진 도시였다. 연인이 있는 곳이기 때문은 아니다. 그곳에 가서 결코 사라지지 않는 '리에의 발자취'를 남겼기 때문이다. 산토끼가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기듯이. 이전에는 늘 수면을 표류하는 듯 살아왔다. 표류하는 동안은 이상하게도 발자취가 남지 않는다. 비록 고통 때문에 발자취가 흩어져도-산토끼가 여우에게 쫓길 때처럼-그것은 존재의 증거였다. 조지도 리에도 분명 이 지구에 살고 있다고 하는. 앞으로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미지수지만, 일어난 일은 모두 재가 되지 않는 '기억'으로 확실히 남을 것이다. -189~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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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재처럼 살아요 - 효재 에세이
이효재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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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말로 남을 기죽이지
않으면 그 자체가 지구 평화다.
'왜 그랬는데?'가 아니라
'그랬니? 어머, 잘 했다'
진심으로 말해주는 것. -25쪽

말은 바람처럼 사라진다면 글은 밤하늘의 별처럼 새겨진다고 믿기에 이 책에 꼭꼭 박는 것, 그것 또한 나의 선물이다. -48쪽

지금 세상엔 핸드폰, 문자에...
그리움을 느낄 빈 공간이 없다.
사람은 멀리 있으나
군데군데 사진 붙여놓고,
늘 마음에 끼고 산다.
공책 속의 책받침처럼.
사진 속의 사람을 보면
그리움이 덤으로 느껴져서 좋다. -50쪽

선물이란 가볍게 즐거운 정도면 된다. 마음이 묻어와서 기쁜 정도면 참 좋다. 그게 벅차면 미안하고 갚아야 하는 마음이 든다. 우리는 '저 사람이 나에게 뭘 주었지' 기억했다가 다음에 갚는 선물을 한다. 우리 일상이 선물을 저울에 단다. -63쪽

나는 부러 아이한테 '시험'을 선물한다.
시험에 빠졌다 선 사람은 다음에는 흔들리지 않는다.
원래부터 서 있는 사람은 없다. 비틀거리다가 바로 선다.
나는 그 경험을 아이에게 미리 선물한다. -68쪽

우리는 사소한 것으로 모르는 이웃들에게 영향을 미치며 산다. 인생의 관계는 빨랫줄처럼 연결되어 있어서 서로 주고받는 건데, 혼자라고 생각하니까 외롭고 손해본 것 같아서 억울한 것이다.
우리는 서로 주고받는다. -127쪽

"너한테 실망했어."
그럼 나는 이렇게 말한다.
"그럼 어쩌겠니, 네 눈을 찔러야지."
실망이란 말은 잘못된 것이다.
그 사람은 변함없는 그 사람일 뿐.
그 사람은 원래 그러햇던 사람이니,
"그럴 줄 몰랐어. 실망했어"라고 말할 이유가 없다.
너와 나는 항상 이랬고, 이미 태초에 그렇게 살고 있던 사람이 이제야 만나 알게 된 것.
내가 오래 지켜보지 않고 순간을 참지 못해서 생기는 오해일뿐이다.
사람은 누구나 상대를 알아보는 최고의 안목을 가지고 있다. -203쪽

나는 늘 지구시계로 계산한다.
일 년 단위로 계산하면 삶이 달라진다.
'매일'시간 개념으로 살면
삶이 그렇게 바쁠 수가 없다.
그런데 일 년 단위로 크게 크게 계산하니
지구를 내일 모레 떠날 사람 같은 마음가짐이 들어
하루하루가 얼마나 값진지.
순간순간이 값지다. -214쪽

나는 이 지구에 초정밀 저울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누구나 다 자기 삶은 스스로의 몫이다.
우리 직원들은 서랍에서 돈을 자기 맘대로 갖다 쓴다. 네 스스로 지구 초정밀 저울이고 달력이지, 내가 너를 저울질 하는 것이 아니다. 직원들은 계산법 한 번 요상하다고 말한다.
내 계산법은 이렇다.
우주의 에너지로 어딘가에서 보상을 받는다.
나는 내 일로 충분히 보상 받았다.
그래서 생각한다. 더 잘 살아야지.
자빠져도 돌 하나 움켜쥐고 일어나 탑을 쌓는 것.
그리고 그 공든 탑이 무너져도
돌더미 사이에서 주워든 돌로 또다시 탑을 쌓는 것. -217쪽

나는 외롭다.
혼자다.
그래서 행복하다. -2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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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웨이 - 세계는 지금 새로운 리더를 요구한다
달라이 라마, 라우렌드 판 덴 마위젠베르흐 지음, 김승욱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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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게 생각한다는 것은 내가 하려는 일이 바른 목적과 동기에서 나온 것이 확실한가를 심사숙고한다는 뜻이다. 바른 목적은 내가 하려는 일이 나 자신은 물론 그 일에 영향받는 모든 사람을 유익하게 하는 것을 뜻한다. 개인적으로든 기업 차원에서든, 나와 남의 행복을 모두 배려하는 것이다.
바른 눈의 첫번째 요소가 바른 목적이라면, 두번째 요소는 존재의 세 가지 속성을 깨닫는 것이다. 영원한 존재는 없으며 모든 것은 변한다. 홀로 존재하는 것은 없다. 원인 없이 존재하는 결과는 없다. 누구나 아는 얘기 같지만, 정작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사람들은 이것을 쉽게 잊어버린다. -23쪽

상호의존은 인과율의 다른 측면이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고, 모든 원인은 다양한 결과를 낳기 때문에, 각각의 현상들이 상호의존적인 것은 당연하다. 상호의존이란 우리가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나의 모든 행동은 나 자신과 타인에게 영향을 준다. 내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내 행동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또 내게 영향을 준다. 이런 과정이 한없이 이어진 사슬처럼 계속된다. -33쪽

무상은 인과율의 또다른 논리적 귀결이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원인과 결과가 있다면,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도 없고, 이유 없는 존재도 없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몹시 혼란스러워진다. 불교 문헌에서 무상은 '공空'이라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공이란 '본래부터 정해진 존재는 없다'는 말을 줄인 것이다. 원인 없이, 철저하게 스스로 존재하는 것은 없다는 뜻이다. 달리 말하면, 원인과 결과의 그물 속에서 작동하는 과정만 있을 뿐이다. 사람들은 이것이 진실임을 알지만 반기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영원히 만족스러운 상태를 원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리더들도 똑같은 실수를 자주 저지른다. 목표를 정하고서 그 지점에 도달하면 영원히 만족스러운 상태가 계속되리라는 희망을 품는 것이다.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목표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과녁이다. -35쪽

결정을 내리는 가장 큰 이유는 무언가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다. 변화는 하나의 상황이 다른 상황으로 바뀌는 것이라고 흔히들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위험할 정도로 단순한 생각이다. 현재의 상황은 수많은 원인과 조건에서 비롯되었으며, 또 수많은 원인과 조건에 의존하고 있다. 상황은 항상 변하기 때문에 무상하다. 이러한 상호의존과 상호연관성을 깨닫고 나면, 우리 마음에는 겸손이 자리잡는다. 마음이 겸허해지면 성공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게 된다. 또 편협한 시각이 아니라 전일론적으로 변화를 바라보게 된다. 즉, 결정을 내리기 전에 다양한 각도에서 결과를 예측해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무상을 인정하면 자신의 결정이 어떻게 실행되고 있는지 더 엄격하게 응시하게 된다. -41~2쪽

좋은 리더는 조직 안팎의 사람들 모두가 공정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릴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리더는 자신이 내린 결정을 사람들이 잘 받아들이도록 효과적으로 설득하고 소통해야 한다. -4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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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기가 좋다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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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란 것이 그런 겁디다. 아무리 단속을 해도 모기장에 모기 들어오듯이, 세 벌 네 벌 진흙 처바른 벼락박에 물 새듯이 그렇게 생깁디다. 말했듯이 손구락 하나 안 잡았는디, 새벽에 그 사람 갈 때까지 잠도 안 잤는디, 세상에, 한 지붕 아래 한방에 누웠다는 이유로, 날밤을 같이 샜다는 똑 그것 때문에 그 사람이 남 같지가 안 합디다. -49쪽

그 사람, 내가 사랑했던 사람.
나는 우리 사랑이 성공한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있소. 헤어졌지마는 실패한 것이 아니다 이 말이요. 연애를 해봉께, 같이 사는 것이나 헤어지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닙디다. 마음이 폭폭하다가도 그 사람을 생각하믄 너그러워지고 괜히 웃음이 싱끗싱끗 기어나온단 말이요. 곁에 있다면 서로 보듬고 이야기하고 그런 재미도 있겄지만 떠오르기만 해도 괜히 웃음이 나오지는 않지 않겄서라우. 아, 곁에 있는디 뭐 하러 생각하고 보고 싶고 하겄소. 그러니 결혼해서 해로한 것만큼이나 우리 사랑도 성공한 것 아니겄소. -61쪽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한 축이 결단이라면 또 한쪽은 전전긍긍, 말이 되든 안 되든 이런저런 생각이 밤하늘 별빛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반짝반짝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 아닌가. -91쪽

여러 자식 중에 유독 그녀를 가슴아파하던 어머니는 그러고 세상을 떴다. 어미의 죽음이란, 세상천지에 안길 품이 없어져버렸다는 소리이다. 물론 그녀는 힘들어서 못살겠어요, 이렇게 울며 안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언제고 맘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거라서 그저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나그네 품속 깊이 갈무리한 금반지 같은 거였다. -1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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