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격사원
에가미 고 지음, 김주영 옮김 / 북하우스 / 2009년 4월
절판


컴퍼니(company)를 '회사'라고 제일 먼저 번역한 사람은 누구일까? 후쿠자와 유키치일까? 시부사와 에이이치일까? 아마도 메이지 시대로 들어서면서일 것 같은데 어떤 이유로 이 글자를 생각하게 됐을까? '회(會)'는 모임, '사(社)'는 토지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는 뜻이다. 그럼 사람들이 모여 제사 지낼 곳을 만드는 것이 회사인가?
'회사'와 닮은 꼴로 '사회'가 있다. 이는 신을 모시는 곳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사전을 찾아보면 후쿠치 오우치가 소사이어티(society)를 '사회'로 번역했다고 나왔다.
'사회'라는 단어를 보면 신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공동체로 신뢰관계를 맺고 있거나, 맺어야만 한다는 번역가의 강한 의지가 느껴진다.
하지만 '회사'는 단순히 '사회'를 거꾸로 뒤집어놓을 것 같기도 하다.
만약 '회사'가 '사회'를 거꾸로 뒤집어놓은 것이라면 참으로 적절한 번역이라고 할 만하다. 왜냐하면 '사회'가 사람과 사람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진다면 '회사'는 정반대인 '배신'을 기반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72~3쪽

즉, 회사란 '배신자'의 소굴인 셈이다. 그리고 '배신'을 하는 권력투쟁의 장이기도 하다. -73쪽

사람에게 할당량을 주어 소나 말처럼 위협하고 채찍질하면서 일을 시키는 업무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습니다. 그보다 자신이 하는 일에 감사하면서 일하는 편이 훨씬 능률도 오르고 아름다우니까요. -137쪽

휴식이란 건 단순히 몸을 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부부나 직장 동료들에게 감사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1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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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4-24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식이란 건 단순히 몸을 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부부나 직장 동료들에게 감사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오호.. 혜안인데요.

이매지 2009-04-25 11:26   좋아요 0 | URL
휴식은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저 얘길 들으니까 공감이 되더군요 :)
 
나를 위해 웃다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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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렵 엄마는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한 번도 인식해본 적이 없는 외로움을 느꼈다. 엄마는 몸에 맞는 옷도, 신발도, 버스도, 의자도, 침대도 없는 스무 살이었다. 항상 난감해하는 사람들에게 괜찮다고 웃어 보였지만 실은 자신이 조금도 괜찮지 않다는 것을 엄마는 뒤늦게 깨달았다. -21쪽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서라면 나는 아는 것이 조금도 없다. 그들의 절망이 어떤 모양일지, 짐작도 할 수 없는 것이다. 내가 아는 것은 물개처럼 젖은 눈을 한 언니들이 내뿜는 희뿌연 담배연기, 남자들이 끝도 없이 밀고 들어오는 새벽, 죽고 싶을 때마다 대신 바라보려고 손목 아래 그려놓은 빨간 점선 같은 것뿐이다. 가끔 주머니에 손을 넣어 아프리카 한구석을 만져본다. 순간순간을 넘기면 하루가 지나간다. 의미도 목적도 없지만, 내 몫의 하루도 공평하게 지나가는 것이다. -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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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절판


아버지는 동화 속의 새엄마가 '절대로' 없다고 단언했으나 '절대로'만큼 폭력적인 말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동화가 아무리 가공의 이야기라도 덮어놓고 허튼소리는 하지 않는다. 시대와 문물이 변한대도 사람의 속성에 그리 극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26~7쪽

텔레비전 주말 드라마를 보면서, 사람들은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고 참고 또 참는 캔디형 주인공을 보고 말한다.
-저 병신 천치 같은 것, 왜 저러고 당하고 살아? 다 일러바치고 확 나와 버리면 되잖아?
그러나 그리 말하는 이들도 실은 알 거다. 이상과 철저히 거리를 둔 현실을, 호락호락하지 않은 세상이 주는 무게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최소한의 금전적인 지원을.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조금은 감수해야 할 여러 유형의 폭력이 있다는 체념적인 단정. 일단 닥치고 집을 나와 청소년쉼터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아이들은 아마도 생명의 위협에 가까운 폭력을 피해 도망쳤거나, 견뎌본들 나중에라도 얻을 것 없는 가난한 집에 미련을 버렸거나 둘 중의 하나이리라는 폭 좁은 편견. 기타 강간이나 임신 절도 등의 문제는 가난과 폭력의 별책 부록 같은 것이리라고. 영악한 건지 고지식한 건지, 대학에 가면 당면한 문제 가운데 최소한 몇 가지는 해결된다는 전통적이고 막연한 중류 계층의 믿음. 남들이 밟은 대로 따라가는 길. 그리로 가려면 물질적인 조건은 가능한 한 충족될수록 유리하다. -42~3쪽

*마인드 커스터드푸딩
시험이나 출장 등 중요한 일을 앞둔 당일에 마인드 컨트롤이 잘되지 않을 때 부정이 타지 않도록 몸속에 부적을 섭취해주세요.
*메이킹 피스 건포도 스콘
사과하고 싶은 사람에게 주세요. 100프로 화해합니다. 그러나 미안하다는 마음보다 어쩔 수 없이 사과한다는 마음이 앞서면 효력을 내지 못할 것입니다.
*브로큰 하트 파인애플 마들렌
실연의 상처를 빨리 잊을 수 있게 도와줍니다. 하지만 주인장으로선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아요. 상처를 빨리 잊는 데에 집착하는 사람은 그만큼 새로운 사랑도 무성의하게 시작하기가 쉽답니다.
*노 땡큐 사브레 쇼꼴라
정말 사귀고 싶지 않은 사람에겐 고백받았다면? 이걸 대답으로 주세요. 한마디로 '먹고 떨어질 겁니다.'-61쪽

*비즈니스 에그 머핀
새 사업이나 장사를 시작하는 집에 선물 세트로 갖다 안기세요. 엄청난 성공이나 부귀를 안겨주진 못하지만 장사를 꾸준히 지속하고 싶다면... 이게 행운을 가져다줄 거예요. 최소한 말아먹을 일은 없을 거랍니다. 그러나 자꾸만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려는 욕심 많은 사람에게는 듣지 않아요.
*메모리얼 아몬드 스틱
이걸 먹고 명상에 잠기면 잊어버렸던, 또는 가장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과거의 일이 머릿속에 또렷이 떠오릅니다. 나의 잠재의식 속에는 뭐가 있을까? 내가 모른 척 덮어둔 기억은 무엇일까? 모험심과 호기심이 넘치는 분들이라면 시도해볼 만하네요.
*에버 앤 에버 모카 만주
전학이나 유학, 이민 등 멀리 떠나는 벗에서 선물하세요. 당신을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그 사람의 힘든 순간, 기쁜 순간마다 당신이 떠올라 당신을 찾지 않고는 못 견딜 거예요. -62쪽

*도플갱어 피낭씨에
주문에 따라 이걸 먹고 잠들면 다음 날 내가 가기 싫었던 학교나 회사에 또 하나의 내가 대신 가줍니다. 맘 편히 집에 있거나 땡땡이를 치세요. 단 정말로 도플갱어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가보면 절대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이 둘을 동시에 발견하거나 둘의 눈이 마주치면 둘 중 하나가 영원히 사라져버릴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겠어요?-62~3쪽

원래 모든 이야기 속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바로 저런 것, 굳게 닫힌 문에 격렬한 호기심을 느끼고 다가가 문손잡이를 돌려보거나 서랍을 당겨보는 법이었다. 처음에는 잠겨 있는 것처럼 보이다가, 어느새 손잡이는 스르르 돌아가고 또 다른 세계가 열린다... 내지는 그 안에 무시무시한 무언가가 들어 있다...는 게 대략의 설정이며, 그런 이야기 속에서 반복되는 화소(話素)란 대체로 함정이었다. 금기의 문을 열면 푸른 수염의 컬렉션이 되어버린다. 또는 몸이 돌덩이가 되어 굳어버린다. -69쪽

달콤한 과자를 구워내는 그의 표정은 조금도 달콤하지 않았고, 맛이나 향기로 치자면 오히려 스파이스 향신료의 매운맛에 가까워 보였다. 이걸 먹는 손님들의 행복한 표정을 생각하면 저도 모르게 미소가 떠올라요-텔레비전에 나오는 수많은 빠띠씨에들은 주어진 대본이라도 외듯 한결같이 말했다. 하지만 그가 손님들에게 주는 것은 등을 기대고 안주해도 좋은 행복이 아니라 무거운 책임감이었다.
입으로는 신경 쓰지 말라고 했지만 그의 뒷모습은 조금 쓸쓸해 보였다. -93쪽

처음에는 분명 몸을 피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지금은 조금만 더 이들을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가 굽는 빵의 결마다 사람들의 어떤 욕망이 배어 있는지, 그 위에 얹어놓은 잼마다 어떤 악의가 끈적하게 매달려 있는지. -115쪽

숙명과 현상의 관계는 닭과 달걀 같아. 약간 종교적 관점에서 보자면 모든 사람과 사물과 사건은 이유를 갖고 거기 있는 거라고들 해.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라. 아무런 목적도 의지도 없는 채로 우연히 거기 있었던 것들이 서로를 향해 손을 뻗으면서 그때부터 이유를 만들어간다고 해. 그렇게 만들어진 이유들의 흩어짐이 대원리 또는 숙명을 이뤄. 이건 그의 생각일 뿐이고 너는 나름대로 네 사정에 맞게 생각해. 그는 우주의 소리를 듣지만 실은 우주에 대해 다 알지 못하니까. 그걸 알면 진작 그의 육체와 영혼은 분자단위로 흩어져서, 존재의 비존재도 아닌 상태가 되지 않았을까. -121쪽

종류를 불문하고 감정의 폭발적인 상승은 언제나 경계할 대상이다. 비이성적인 행위를 촉발하는 에너지의 출처는 대체로 욕망과 맥락이 닿아 있으니까. 고대부터의 모든 종교가 보여줬듯이 극단적이고 끓는점이 낮은 사랑은 공격과 폭력을 부른다.
사람의 감정이 한 덩어리의 밀가루 반죽과 같다면. 나는 아직 누군가를 좋아해본 적이 없지만 그럴 만한 사람이 설마라도 나타나면, 한 덩어리의 감정을 최대한 가늘고 길게 뽑을 거다. 솜씨 좋은 장인이 뽑아낸 면발만큼이나 가늘고 길게. 굵고 짧게 토막 나는 감정이라면 분노만으로도 충분해.
이 손님은 아마도 굵고 짧은 사랑을 한 모양이다. 첫눈에 마음에 든 상대에게 체인 월넛 프레첼을 선물한 뒤 접근에 성공. 그 감정의 유통기한은 삼 개월. 참치 통조림만도 못한 사람의 감정. -131쪽

옛이야기에서와 달리 지금 사람들이 마법의 과자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건 당장의 물리적이고 물리적인 필요보다는 대체로 추상적이고 감정적인 문제 때문. 과열된 감정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수소를 가득 담은 풍선만큼이나 끝없이 상승할 수 있다. 감정과 풍선의 공통점은 비가시권의 높이에서 제풀에 폭발해버린다는 것.
그에 비하면 현실이란 그넷줄이나 위로 튀어오르는 공과 같이 얼마나 건조하고 절망적인지. 언제나 눈에 보이는 곳까지밖에 오르지 못하며, 땅이 잡아당기는 힘을 뿌리치지 못하고 다시 내려오니까. -139쪽

자신의 아픔은 자신에게 있어서만 절댓값이다. -163쪽

...무엇보다도 사람의 감정은 어째서, 뜨거운 물에 닿은 소금처럼 녹아 사라질 수 없는 걸까. 때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참치 통조리만도 못한 주제에.
그러다 문득 소금이란 다만 녹을 뿐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걸 깨닫는다. 어떤 강제와 분리가 없다면 언제고 언제까지고 그안에서. -1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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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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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무슨 말일까요? 아무래도 이 집에는 기묘한 게 너무 많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이름의 우연의 일치도 그 하나고. 그리고 저, 아야카 짱이 봤다는 계단의 사람 그림자라든지, 소리라든지."
"확실히."
야리나카는 천천히 한 번 눈을 감았다.
"그러나 말이지, 무슨 일이든 수수께끼가 있는 편이 좋아.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나?"
"수수께끼가 있는 편이?"
"아무리 매력적인 것이라도 모두 알아 버리면 시시하다는 거야. 그것은 인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겠지."-132쪽

"소설에는 소설을 즐기는 법이 있지요. 생생한 현실의 사건도 그야 재미있지만, 그것과 탐정소설의 묘미는 또 다르답니다."
"어라."
내가 말했다.
"오늘 아침-아니, 이미 정오가 지나서였습니까, 그때의 이야기로는 탐정소설 따위보다도 경시청 잡지 쪽이 훨씬 재미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러한 측면도 있다는 거지요, 그건. 즉 그, 자극으로서는."
"자극이요?"
"그렇소. 어떤 종류의 탐정소설이 머리에 주는 자극에는 그와는 또 다른 강렬함이 있겠지요. 현실을 질질 끌고 오지 않고 마음껏 무섭고 잔학한 놀이를 즐기자는 듯한."
"뭐. 그러네요."
"그러니까, 탐정소설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역시 가급적 엉뚱한 것이면 좋지요. 너무나도 현실에 있을 법한 사건을 지겹도록 읽을 바에야 경찰 수사기록을 훑어 보는 편이 낫죠. 그쪽이 훨씬 리얼하다는 의미에서는 자극이 되고."-139~140쪽

미개 사회나 고대 사회에서는, 사람의 이름은 단순한 기호가 아니라 하나의 실체로서 즉, 마치 그 사람 몸의 일부분인 것처럼 파악되었다고 하지요. 예를 들어 고대 이집트인은 인간이란 '육체'를 비롯한 아홉 개의 요소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한 것 같은데, 그 중의 하나는 바로 '이름'이었습니다. 그린란드 사람이나 에스키모들도 인간은 '육체' '영혼' '이름'의 세 개가 모여서 비로소 인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름을 파악해서 저주를 걸면, 그 이름의 소유주를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다고 믿었고 그 때문에 그들은 자기 본명을 좀처럼 타인에게 밝히지 않아요. 타인의 본명을 알아도 함부로 부르지 않고, 불러도 대답을 하면 안 된다. 아프리카의 어떤 부족에 따르면 사람은 세 개의 이름을 갖는다고 합니다. 하나는 '내면의 이름' 혹은 '존재의 이름'이라고 불리고, 이것은 비밀입니다. 두번째는 통과의례 때 붙여지는 이름으로, 연령이나 신분을 나타냅니다. 세 번째는 이른바 통칭으로 이것은 그 인간의 본질과 관계가 없고. -195쪽

동기, 동기 쉽게 말하지만, 결국 그것은 보고 만질 수 있는 물체가 아니라 사람 마음의 형태인 것이다. 그런 것을 당사자가 아닌 인간이 제대로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것이다. -281쪽

미스터리는 질서 회복의 드라마라고 하지. 그 말대로다. 탐정의 역할은 그렇게 네거티브한 가치가 부여된 타인의 행위를 들추어내어 집단의 질서를 회복시키는 데 있다. 그곳에는 반드시 집단이 이 사회의 '정의'라는, 이 또한 사회적으로 만들어낸 가치를 근거로 존재하는 것으로, 더더욱 그 배우에는 민주적 다수라는 말로 장식된 천박한 권력 구조가 놓여 있다는 거야. 탐정 자신이 그것을 의식하든 하지 않든,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상관없이, 정말 싫은 도식이 아닌가.
경찰관이라는 것은, 정말로 그 도식을 단적으로 나타낸 존재일거야. 학원 분쟁 때의 광경을 떠올려 봐. 당시의 학생 운동을 딱히 미화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쇠파이프와 경찰봉, 화염병과 최루탄 양자의 폭력 사이에 대체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었을까. 두랄루민 방패를 경계로 썩은 권력으로 지지된 '정의'와 그에 대한 편의상 좋지 않은 '악'과의 구분이 있었을 뿐이야. 설사 개별적인 상황이 얼마나 다르든, 타인의 소행을 범죄로 들추어내어 심판하는 것, 결국 그것이 저급한 권력을 배경으로 한 일종의 폭력인 데는 변함이 없어. 그렇지?-44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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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광 게임 - Y의 비극 '88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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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추리소설을 영어로 퍼즐러(puzzler)라고 하지만 그렇게 엉성한 퍼즐이 어디 있겠냐? 반 다인도, 애거서 크리스티도, '누가 죽였나'를 명제로 삼고 있으면서 그 실태는 어떠하냐 이 말이야. 누구에게나 범행 동기와 기회가 있었다고 써 놓고는 끝에서 '범인은 A다. 그는 책을 가지러 2층 침실에 올라갔을 때 테라스로 통하는 돌계단을 내려가 프랑스식 창문을 통해 서재에 침입해 피해자를 죽인 후, 황급히 돌계단을 이용해 2층으로 돌아와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아래층으로 돌아갔던 것이다.'라고 하잖아. A만 알리바이가 없었던 게 아닌데, 어째서 난데없이 A냐고? A만 알리바이가 없었던 게 아닌데, 어째서 난데없이 A냐고? A가 2층으로 갔을 때가 범행 찬스였다는 사실은 알겠어. 어째서 B가 별채에 갔을 때도 아니고, C가 현관 벨을 울리기 전도 아닌, A가 2층에 올라갔을 때라고 특정 지을 수 있는 거지? 한 마디라도 설명해 달란 말이야.-36쪽

"모치 선배, 다잉 메시지를 보고 범인을 알 수 있을 턱이 없어요." 나는 단호히 말했다.
"이만큼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짜내도 의미를 알 수 없는 기호라는 건 이미 가치가 없습니다. 게다가 이것저것 갖다 붙여 봐도 그 중에서 뭐가 맞는지 특정 지을 수 없잖아요. 알파벳 Y라는 가장 심플한 견해를 부정할 수 있는 근거도 없고요."
그 위대한 엘러리 퀸마저도 다잉 메시지를 사용한 작품은 종종 해결이 미심쩍지 않았던가. 시체가 각설탕을 쥐고 있었다느니, xy라는 글자를 남겼다느니, FACE라고 썼다느니, GI라고 썼다느니, E라고 썼다느니, HOM이라고 했다느니...
"자의적으로 자기가 가장 마음에 드는 흥미로운 해석을 남한테 강요하는 게 바로 다잉 메시지 아니던가요. 그 분석은 그만두죠."-151쪽

"저기." 루미가 묻는다. "다잉 메시지라는 건 뭔가요? 유코 언니의 Y가 아니라면 무엇을 뜻하는 거죠?"
모치즈키의 강연이 시작되었다. 피해자가 전하려는 정보가 수사원 측에 전달되지 않는 세 가지 케이스에 대해 서술한다. 쓰즈키 미치오의 평론을 인용한 것이다. 첫 번째, 피해자가 메시지를 완성하지 못하고 죽어, 어중간한 형태가 된 경우, 두 번째, 피해자와 수사원 사이에 지식의 간극이 있어 발신자는 명쾌한 메시지를 남겼다고 생각하나 수신자는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세 번째, 범인이 아직 그 자리에 남아 있을 때 메시지를 남겨야 했기 때문에 범인이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수사원만 해독할 수 있도록 복잡한 메시지를 남긴 경우. 참고로 미스터리 세계에서 소중한 존재이면서, 동시에 작가가 도를 넘기 쉬운 것이 바로 이 세 번째 케이스다. -16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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