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의 대가 Mr. Know 세계문학 18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지음, 김수진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절판


권총은 무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뻔뻔한 도구일 뿐이지요. 만일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면, 그리고 인간이라면 서로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해야 합니다. 저만치 떨어져서, 마치 골목길에서 툭 튀어나온 불량배가 하듯이 그렇게 처리해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칼에는 다른 어떤 무기에도 없는 칼만의 윤리가 존재합니다...... 그게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글쎄, <신비>라고 해야 할까요...... 검술은 기사들의 신비 철학입니다. 오늘과 같은 시대에는 더욱더 그럴 겁니다. -43쪽

"전 나이를 밝히는 것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아요." 그녀가 말했다. "늘 나이를 숨기거나 진짜 나이보다 어려 보이도록 애쓰는 것이야말로 정말 바보 같은 일이라고 생각해 왔거든요. 나이를 부정하는 것은 곧 스스로의 삶을 부정하는 것 아닐까요?"
"지혜로운 철학가다운 말씀이십니다."
"그저 조금 사려 깊은 정도예요, 선생님. 좀 생각이 깊다고나 할까요."
"여성으로서는 보기 드문 면이지요." 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여성들이 현재 저도 다 갖추지 못한 것들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지 아시면 아마 놀라실걸요."-87쪽

한번 해보세요......! 온갖 것들을 다 경험해 봐야 합니다. 특히 정치와 여자는요. 소화 불량이 되지만 않는다면 말입니다. 그게 바로 제 철학이고, 보시다시피 그 덕분에 제 인생은 늘 즐겁고 흥미진진하지요. 나중에 어떻게 되든 말입니다.-116쪽

"사람은 누구나 환경에 적응하기 마련이지요. 더욱이 다른 대안이 없을 때는 말입니다. 만일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면 지불합니다. 그건 살아가는 태도의 문제이니까요. 일정한 순간이 다가오면 삶은 나름대로의 방향을 설정하게 됩니다. 설사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도 말입니다. 즉 이렇게 갈 것인지 저렇게 갈 것인지를 결정한다는 것이지요. 만일 배가 타버리고 없다면, 다른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풍랑에 맞서야 할 겁니다."
"설사 그것이 잘못된 방법이라 하더라도 말입니까?"
"그럴수록 더욱더 강하게 맞닥뜨려야지요. 그래야만 미학이 파고들 여지가 생기거든요."-117~8쪽

희망이 있는 사람들은
행복할 것이로되,
푸르름을 짓밟는 사람들은
무지한 인간들이로다......-1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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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방불명자 오리하라 이치의 ○○자 시리즈
오리하라 이치 지음, 김기희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09년 5월
품절


친척이 수사를 의뢰, 경찰과 그 지역 자치회가 주변 지역까지 수색했지만, 일가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텔레비전 와이드쇼에서도 이 불가사의한 사건에 관심을 두고 흥미 본위로 보도했지만, 더 이상 사건이 진행되지도, 어떤 이야기가 나오지도 않아 어느새 잊혀져버렸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잔혹한 사건이 연일 끊이지 않고 새로 일어나고 있다. 게다가 쇼킹하고 추잡한 사건이 일어나면 사람들의 관심은 필연적으로 그쪽으로 향하게 마련이다. 오래된 사건은 딱지가 벗겨지듯이 버려지고, 딱지를 무리하게 벗긴 후에 생긴 곪은 상처가 때때로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것이다.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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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쌤앤파커스 / 2009년 6월
구판절판


행복하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는 수입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일단 그 한도를 넘어서면 돈과 행복은 별 상관이 없다.-20쪽

내가 좋아하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죽을 때까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죽는 사람이 태반이다. 막연하게 좋은 것은 정말 좋은 것이 아니다. 좋은 것은 항상 구체적이어야 한다. -23쪽

반면 리추얼에는 반복되는 행동패턴과 더불어 일정한 정서적 반응과 의미부여의 과정이 동반된다. '사랑 받는다는 느낌', '가슴 설레는 느낌' 등등. 내 아침식사 장면에서는 아내가 따뜻한 빵을 내 앞에 두며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맛있게 먹으라고 한다. 이때, 뭔가 가슴 뿌듯한 느낌이 동반되면 그 행동은 '리추얼'이다. 그러나 그런 행동이 있었음에도 이후 전혀 기억에 없다면, 그것은 단지 습관일 따름이다. 사랑이 식으면 그렇게 된다. -28쪽

내 삶이 행복하려면 반복되는 정서적 경험이 풍요로워야 한다. 우리가 음악회나 미술관을 찾는 이유는 그곳의 리추얼을 통해 생산되는 정서적 경험을 원하기 때문이다. 잘 차려입은 아내의 팔짱을 끼고 음악회장의 문을 열 때 경험되는 정서는 아주 특별하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낯선 곳의 낯선 문화에서 느끼는 독특한 정서적 경험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정서적 경험이 꼭 일상을 벗어나야만 가능한 것은 절대 아니다. 내 일상에서 즐거운 리추얼을 다양하게 개발하면 된다. 특별한 느낌과 의미를 부여하는 반복적 행위를 통해 우리의 삶은 즐거워진다. 즐거운 정서적 경험이 동반되는 까닭이다. -30쪽

'행한 행동에 대한 후회'의 경우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후회'에 비해 심리적 면역체계가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하지 않은 행동'에 비해 '행한 행동' 쪽은 훨씬 더 쉽게 합리화된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행동에 훨씬 더 많은 신경을 쓰게 되어 있다. 즉 '하지 않은 행동'에 비해 '행한 행동'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는 이야기다. 만약 어떤 행동을 했는데, 그 결과가 신통치 않게 나왔다면 심리적 면역체계는 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게 된다. 결국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갔더라도 별일이 아니라고 합리화한다. 그래야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이다. 반면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해서는 심리적 면역체계가 그리 쉽게 작동하지 못한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심리적으로 주의집중이 잘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주 오랫동안 나를 괴롭힌다.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후회'가 정신건강에 훨씬 더 해롭다는 이야기다. -39~40쪽

의사소통의 문제다. 진정한 의사소통 행위에는 '정서공유'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서로의 정서를 공유하는 과정이 박탈된 논리적 의사소통 행위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이러한 소통의 부재로 인한 불안 때문에 한국 남자들은 큰 가슴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그 큰 가슴에 머리를 깊이 처박고 울고 싶은 것이다. -59~60쪽

과정을 즐기지 못하면 항상 불안하다. 타인의 완성된 결과와 내 미숙한 결과를 비교하기 때문이다. 이 땅의 사내들이 불안해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살면서 한 번도 과정을 즐기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또 아무리 노력해도 결과가 그리 분명하게 나타나지도 않는 세상이다. 이런 '결과 지향적 삶'에는 어떠한 즐거움도 없다. 결과를 이루는 순간, 또 다른 결과를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109쪽

사는 게 재미있으면, 일하는 게 재미있으면, 근면, 성실하지 말라고 해도 근면, 성실 해진다. 순서를 바꾸라는 이야기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인내가 쓰면, 열매도 쓰다. 도대체 열매의 단맛을 겪어봤어야 그 단맛을 즐길 것 아닌가.
21세기에는 '지금' 행복한 사람이 '나중에도' 행복하다. 지금 사는게 재미있는 사람이 나중에도 재미있게 살 수 있다. 21세기의 핵심가치는 '재미'다. 노동기반사회의 핵심원리가 근면, 성실이라면, 지식기반사회를 구성하는 핵심원리는 재미다. 창의적 지식은 재미있을 때만 생겨난다. 그래서 재미와 창의성은 심리학적으로 동의어다. -1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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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8-01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이책 참 궁금한데요
하지만 이 책 결론이 결국 제목과 반대일 것같은 생각이 들어서 읽기 겁나요

이매지 2009-08-01 21:20   좋아요 0 | URL
초반에 제목에 대한 얘기가 나오더군요.
남편은 '가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하지만,
아내는 '가끔' 남편과의 결혼을 만족한데요 ㅎㅎ
 
열외인종 잔혹사 - 제14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주원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7월
구판절판


"쿠데타가 일어날 걸세. 장난 아니게 엄청난 규모로 터질 텐데,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쿠데타를 일으키는 세력이 우리 노숙자들이라는 사실이네."
"노숙자들?"
"좀 더 광범위하게 말하자면, 이 도시에서 쓰레기로 분류되는 열외인간들 전부를 가리킨다고 볼 수 있지."
"그게 가능할까?"
"가능과 불가능 여부를 묻는 건 우리의 몫이 아니야. 우리는 단지 그런 예언이 실제로 일어난다는 믿음을 갖는 것뿐이네."
"글쎄. 난 별로 믿음이 안 가는군. 이렇게 허구한 날 술에 취한 딸기코 막장 인생들이 어떻게 무슨 수로 담합해서 쿠데타를 일으킨다는 건지 말이야."
"쿠데타가 일어난다면 아마도 그 장소는 용산역이나 삼성역이 될 걸세."
"그런 것도 예언서에 나와 있나?"
"그렇지. 잠깐." (중략)
"왕이 용들의 산과 세 개의 별이 빛나는 곳에 출몰하여 우리의 가난과 설움, 핍박의 한을 갚아주리라."
"그게 무슨 용산역과 삼성역인가?"
"이 친구도 참. 예언을 해석할 줄 모르는군. 자, 보게. 용들의 산이면 뭔가? 그게 곧 용산이지. 세 개의 별은 또 뭘 말하겠나? 바로 쓰리스타. 삼성역을 말하는 거 아닌가?"-27~8쪽

신형 게임이 흥미로운 이유는 단 하나다. 그것이 신형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아이템과 새로운 무기, 새로운 캐릭터의 다양한 역동성. 물론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게 존재할 수 없듯 에프피에스 게임의 포맷이야 부처님 손바닥처럼 뻔하지만, 그래도 게임 폐인들에게는 신작이 그들만의 복음(福音)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그 관심은 길어야 보름이다. -31쪽

레퍼토리는 금방 바닥이 나버렸다. 김일성과 김정일 부자가 한반도의 평화를 깡그리 말아 먹었다. 6.25 전쟁 때 중공놈들만 없었어도 남북통일은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므로 지금이라도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의 씨를 말려야 한다. 미국은 가장 어려울 때 우리를 도와준 영원한 우방이다, 국가 보안법은 통일의 그날, 아니 통일 이후에도 영원히 수호되어야 할 대한민국의 신성한 국법이다, 박정희 같은 군인 출신의 강한 지도자가 이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 등등. 간혹 가다 중앙 일간지에 게재되는 광고 문안이나 오래 전 교과서에서 쉽게 볼 수 있던 보수주의자들의 주장을 반복하는 게 장영달이 하는 시국 강연의 핵심 주제였다. 그리고 그 주제는 3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 치의 변화도 허용하지 않고 지루함으로 일관되었다. -3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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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는 혼자다 2
파울로 코엘료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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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공짜예요. 아니, 사실은 이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일종의 공정한 교환이라고 할까? 이게 바로 영화제 기간 동안 이 칸에 생겨나는 수많은 '기프트룸' 중 하나죠. 선택받은 사람들은 여기 들어와서 원하는 것을 골라갈 수 있어요. 그런 다음 그들은 A셔츠 B안경을 쓰고 돌아다니고, 영화제가 끝나 돌아가면 다른 명사들을 집에 초대하기도 하고, 자기 집 부엌에 가져다놓은 신제품 커피기계로 커피를 끓이죠. 또 C브랜드 가방에 노트북 컴퓨터를 넣어가지고 돌아다니고, 친구들한테는 D보습크림을 추천해요. 모두가 출시되기 직전의 제품들인데, 아직 전문매장에도 나오지 않은 이런 따끈따끈한 물건들을 소유한 자신이 엄청 중요한 존재처럼 느껴지죠. 그들이 아직 일반인들은 구할 수 없는 E장신구를 차고 풀장에 나가고, F벨트를 하고 사진을 찍는 것은 바로 그런 기분을 만끽하기 위해서죠. 그들은 물건 자체가 마음에 들어서라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은 접근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들을 사용하는 거예요. ~-39~40쪽

~ 그렇게 해서 제품이 시장에 나왔을 때는, 이미 슈퍼클래스가 충분히 홍보를 해놓은 뒤죠. 그러면 가련한 중생들은 저금해놓은 돈을 몽땅 털어서 그 제품을 사지 않고는 못 배겨요. 너무도 간단한 일이죠. 저 제품 회사들이 샘플 몇 개만 투자하면, 선택받은 자들이 알아서 샌드위치맨으로 변신해 홍보해주니까요. -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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