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구판절판


"어, 그가 한 거래요?"
로나는 언제나 이런 식의 부적절한 질문을 던졌다. 사실 피고가 범행을 저질렀느냐 아니냐는 사건의 전술에 비추어 별 의미가 없었다. 중요한 것은 증거이고 증인이며, 그리고 그것들을 어떻게 중화해낼 것이냐의 문제였다. 내 직업은 증거를 묻어버리고 그 위에 회색 물감을 타는 것이다. 회색이야말로 합리적 의혹(이성을 가진 사람이면 당연히 품을 의혹, 검착이 이 같은 의혹을 입증하지 못하면 피고는 무죄 평결을 받게 된다-역자)의 색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나에게는 의뢰인이 했느냐 안 했느냐가 항상 중요한 문제인 모양이었다. -62쪽

그러니까 내가 변호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악하지 않아. 매기, 유죄이긴 하지만 그래도 악한 건 아니라고. 무슨 뜻인지 알지? 차이가 있어. 그 친구들의 말을 듣고 노래를 들으면,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해야 했는지 이해하게 돼. 그 사람들은 그저 살아가려고 한 것뿐이야. 주어진 환경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거라고. 그 중엔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이 태어난 치들도 있고. 하지만 악은 달라. 근본적으로 달라. 그러니까...모르겠군. 악은 스스로 원하는 거야... 모르겠어. 설명할 수가 없어. -2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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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11-14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거 읽으셨군요!!!

이매지 2009-11-14 20:35   좋아요 0 | URL
지금 읽고 있어요 ㅎㅎㅎ
내일까지 반납이라 부랴부랴 ㅎㅎ
근데 페이지 정말 잘 넘어가네요 ㅎ
 
도쿄만담 - 어느‘이야기’ 중독자의 기발한 도쿄 여행기
정숙영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4월
품절


나는 언젠가 이런 일기를 쓴 적이 있다. 꿈꾸는 서른 살은 달팽이라고. 꿈꾸는 20대가 나비라면, 꿈꾸는 서른은 등에 현실이라는 무거운 집을 지고 기어야 하는 달팽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가지 않을 수는 없다고. 가다가 자동차 바퀴에 깔리는 한이 있더라도 가지 않고 사는 건 더 힘들다고 했다. 회사 생활을 그만두고 글을 쓴답시고 끼적거리기 시작할 때 나는 적잖이 힘들었다. 은행 잔고는 빠른 속도로 비어갔고 세월은 빛의 속도로 흘러갔지만 뾰족한 답은 보이지 않았다. 하고 싶은 건 많았지만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그래도 그만둘 수는 없었다. 여기서 그만두면 죽도 밥도 안 될 것 같았다. 내가 가보고 싶었던 곳의 중턱까지만이라도 올라가고 싶었다. 꿈이란 게 그런 거다. 안정된 현실과 바꾸어 거는 도박이다. -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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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숲에서 길을 묻다 - 김화영 평론집
김화영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품절


텍스트는 폐쇄된 세계다. 그것은 그 자체만의 내적 관계로 충족된다는 인상을 준다. 텍스트는 의미의 잠재적 가능성 그 자체다. 이 체계는 가능성의 세계일 뿐 독자의 의식이 개입하기 전에는 부동의 대상에 불과하다. 그러나 텍스트의 의미는 그 텍스트를 수용하는 독자의 시대환경과 함께 변화 생성되는 것이다. 미셸 투르니에는 독서를 '흡혈귀'의 수혈행위에 비유한다. 접혀 있던 책을 독자가 펼처서 읽기 시작하는 순간, 단순한 물건에 불과하던 책은 문득 그것을 읽는 사람의 생명, 즉 그의 피를 빨아들여 두 날개를 펼치고 날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각형의 종이 무더기인 책이 생명을 얻어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르는 방식은 그 닫힌 기호체계에 수혈된 피의 시대적 역사적 현재와 깊이 관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1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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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냇물에 책이 있다 - 사물, 여행, 예술의 경계를 거니는 산문
안치운 지음 / 마음산책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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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마자 펼친 신문에서 집에 관한 기사들이 눈에 띈다. 다들 넓고 큰 집에 대해서만 말을 한다. 집과 삶의 질을 말하기보다, 집의 크기와 값에 대해서만 저울질한다. 서울에서도 강남에 있는 집의 크기와 값은 놀랍다. 삶이 휘청거릴 만큼 충격을 준다. 그럴수록 소박한 삶의 결은 빛을 잃는다. 만나는 이들도 마찬가지이다. 집에 대한 불경한 태도들이 삶을 온통 휘저어놓고 있다. 집의 건축적 성취가 삶의 성취와 관계없고, 집은 삶과 어긋나면서 같이 간다. 집이 집 같지 않고, 삶이 삶 같지 않다. 집과 삶은 서로 마주 보지 않는다. 집은 집이 아닌 헛집이 되고, 삶은 삶이 아닌 헛된 삶이 된다. 서울을 비롯한 각 지방도시에서 개발되는 집들은 집이 아니라 상품일 뿐이다. -28쪽

꽃에도 불이 있다. 불에도 꽃이 있다. 노래는 불꽃과 같다. 노래는 부르는 것이되 듣는 소리이다. 노래도 불꽃처럼 빛나는 때가 있다. 말이 꽃처럼 피어나는 노래들은 다 어디서 쏟아져 나오는 것일까? 노래에 따라 춤이 장식처럼 엉켜 붙는다. 춤추는 이들은 감추는 것도 억누르는 것도 없다. 노래하고 춤추는 자리에 혁명이라는 단어가 없어도 좋았다. 그러나 제 스스로를 지키고 어울리기 위한 노래와 춤은 서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노래와 춤은 자신들만의 고유한 것을 찾고 있었다. 노래는 노래로, 춤은 춤으로 우리들의 마음을 넉넉하게 채워주었다. -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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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교사
재니스 Y. K. 리 지음, 김안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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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계에 대한 완고하고 편견에 가득 찬 안내자 역할을 하는 트루디는 영국인은 거만하고, 미국인은 성가시리만치 열성적이고, 프랑스인은 지루하며 자기만족에 빠져 있고, 일본인은 변덕스럽다고 윌에게 장담한다. 윌은 그녀에게 어떻게 자신을 참아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한다. "글쎄, 당신은 약간 잡종이잖아." 트루디가 말한다. "당신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 나처럼 말이야." 윌은 오랜 집안 친구에게 건넬 소개편지 한 통만 들고 홍콩으로 왔다. 그런데 함께 있는 것 외에는 원하는 게 없는 여자를 우연히 만남으로써, 자신을 스스로 규정짓기도 전에 그녀에 의해 규정되어버린 것이다. -52~3쪽

트루디는 가장 사랑스러운 무례한 인물이다. 사람들은 그녀의 관심을 고마워한다. -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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