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학교 - 제10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35
전성희 지음, 소윤경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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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 왜 나쁜지 제대로 된 답을 들려주는 어른을 본 적 있어요? 없을 겁니다. 왜 냐쁘냐고 물으면 무조건 나쁘니까 안된다고만 하죠. 하지만 거짓말을 왜 해야 하는지 말해줄 수 있는 어른은 많습니다. 물론, 여러분은 남 기분이나 맞춰 주는 그런 하찮은 거짓말을 배우러 이 학교에 온 것은 아니죠. 세계를 뒤흔들고, 새 역사를 만들, 그런 위대한 거짓말을 배우기 위해 왔습니다. -9쪽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공익과 질서를 앞세우며 능률과 실질을 숭상하고, 유구한 역사의 뿌리 깊은 거짓말 전통을 이어받아 인류공영에 이바지하자. 이에 창의적이고 이로운 거짓말을 교육의 지표로 삼는다. 성실한 마음과 튼튼한 몸으로 거짓말 기술을 배우고 익히며,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하여 창조적인 거짓말을 개척하는 데 온 힘을 쏟는다. 우리의 거짓말로 나라가 발전하며 나라의 융성이 나의 발전의 근본임을 깨달아, 국가 발전에 참여할 수 있는 거짓말의 가치를 드높인다. -17~8쪽

"오늘 새벽! 뉴스에서 아주 반가운 얼굴을 보았습니다. 여러분의 선배님이 외국에 나가 우리나라에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줄 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천문학적인 이익을 단 30분 만에 끌어낸 겁니다."
지금 교장 선생님이 쓰는 거짓말은 승자와 우리를 연결시켜 학교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확대하려는 의도를 깔고 있다. 이건 생활에서도 흔히 쓰인다. '내가 그 사람 동창인데......'라며 성공한 사람과 자기를 연결시켜 자신을 돋보이게 만드는 방법. -43쪽

믿을 만한 게 없어 보일지는 몰라도, 믿음은 있어. 믿음 없이 이 세상은 움직일 수 없지. 특히 사람의 마음은 더욱 더 그래. 모든 사람들이 날 보고 거짓말쟁이라고 해도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날 믿어 준다면 그것보다 큰 힘이 되는 건 없지. -70쪽

순간, 정치가들이 위기에 닥쳤을 때 대처하는 7단계 전략이 떠올랐다.
1단계, 사태를 전면 부인한다. 2단계, 사실은 그러하나 이것은 다른 문제라고 사태를 새롭게 해석한다. 3단계, 사실은 그러하나 자신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4단계, 이 모든 사태는 이번 경우에는 옳은 일이었으며, 최소한 불가피했다고 주장한다. 5단계, 비록 사태에 연루되어 있지만 자신이 원했던 일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6단계, 이 모든 사태는 어쩔 수 없는 예외적인 경우였다고 주장한다. 7단계, 앞 단계의 모든 사항이 아무런 소용이 없다면 사죄한다. -1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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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12-11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거짓말을 가르쳐 주는 학교, 거짓말을 하는 학교 군요^^
무지 궁금해요. 부러워요 님

이매지 2009-12-11 19:12   좋아요 0 | URL
거짓말을 하면 안돼!라고 말하는 책은 아닌데,
아이들이 거짓말에 대해 한 번쯤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
 
그저 좋은 사람
줌파 라히리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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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 살 나이에 여자를 만나는 건, 아무리 비밀이라 해도 열정 때문이 아니었다. 그보단 오랜 결혼 생활에서 얻은, 곁에 누가 항상 있었던 습관 때문이었다. -41쪽

"루마, 이제 목요일이야. 언제까지 스스로 괴롭힐 작정이야?"
이제 괴롭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루마는 그 얘기를 아담에게 할 생각이었으나, 마음을 바꿨다. 대신 이렇게 말했다. "며칠 더 기다려보려고. 서로 어울려 지내도록 노력하면서 말야."
"맙소사, 루마. 당신 아버지야. 평생을 알아왔잖아."
하지만 이제까지 아버지를 잘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루마는 아버지가 그렇게 혼자 알아서 할 수 있는지 몰랐다. -61쪽

딸이 여기서 함께 살자고 했지만 그건 그를 위해서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제 자신을 위해서였다. 전에는 딸이 그를 필요로 한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딸은 평생 그가 해준 것에 더하여 그를 필요로 했다. 그래서 딸의 제안이 더 언짢았다. 자신의 일부는 언제나 아버지라는 사실 때문에 그 제안을 뿌리쳐선 안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건 달랐다. 그는 다시 가족의 일부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 복잡함과 불화, 서로에게 가하는 요구, 그 에너지 속에 있고 싶지 않았다. 딸 인생의 주변에서, 그 애 결혼 생활의 그늘에서 살고 싶지 않았다. 더구나 아이들이 커가면서 잡동사니로 가득 찰 커다란 집에서 사는 것도 싫었다. 그동안 소유했던 모든 것, 책과 서류와 옷가지와 물건을 최근에 정리하지 않았던가. 인생은 어느 시점까지 규모가 불어난다. 그는 이제 그 시점을 넘겼다. -69쪽

그래도 아밋은 자기가 맞는 말을 했다고 생각했다. 모니카가 태어나고부터, 함께 시간을 보낼 궁리보다는 어떻게 하면 각자 혼자 시간을 보낼까 궁리하지 않았던가? 쉬는 날 아내가 아이들을 볼 동안 그는 공원에 가서 조깅을 했고, 또 거꾸로 아내가 서점에 가거나 네일 살롱에 갈 수 있도록 그가 아이들을 보았다.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지 않은가. 혼자 있는 그 순간을 그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오죽하면 혼자 지하철을 타고 있을 때가 하루 중 최고의 시간이라 생각했었는지 말이다. 인생의 짝을 찾는다고 그렇게 헤매고서, 그 사람과 아이까지 낳고서, 아밋이 메건을 그리워한 것처럼 매일 밤 그 사람을 그리워하면서도, 그렇게 절실하게 호낮 있길 원한다는 건 끔찍하지 않은가. 아무리 짧은 시간이고, 그조차 점점 줄어든다 해도 사람을 제정신으로 지켜주는 건 결국 혼자 있는 시간이라는 사실이. -140~1쪽

그는 이제 학교생활에서 벗어났고, 학교가 그의 삶에 행사하던 영향력에서 자유로웠다. 하지만 그래서 다행이란 생각보단, 왠지 그 혼란스럽던 시절을 다시 살고 싶은 기분이었다. 세상을 발견해가던 그 시절을, 저 원탁에서 수업을 듣고 시험을 보며 다시 경험하고 싶었다. 러시아의 역사와 로마 황제들, 그리스 철학 등 언제나 더 공부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매일 저녁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 하라는 숙제를 하고 싶었다. 여태 읽지 못한 위대한 작가들도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그런 책들을 읽을 기회는 없을 것이다. 딸들이 이 여정을 곧 시작할 거였고, 세상은 그들에게 그 신기하고도 온전한 실체를 드러낼 것이다. 하지만 그에겐 지금 여유가 없었다. 일요일에 신문을 다 읽을 시간조차 부족했다. -1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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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란 무엇인가 - 책 만드는 사람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하여
김학원 지음 / 휴머니스트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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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배우고 익혀라." 이 말은 수습 편집자를 위해 가장 유용한 강령이다. 사실 이 기간 동안 출판사에서 다루는 모든 잡무는 다 익혀야 한다. 각종 서류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일에서부터 다양한 정보를 모으고 사내외 사람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일까지 어떤 것이든 하찮다고 무시하지 마라. 편집에서는 사소한 것이 가장 위대한 것이다. -34쪽

저자는 기획의 시작이다. 괜찮은 신간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편집자는 바로 저자를 고민한다. 누가 적절한 저자일까? 훌륭한 기획안을 세워도 적절한 저자를 찾지 못하면 유보할 수밖에 없다. 섭외에 성공하여 저자가 계약서에 서명을 해야 기획은 개발 과정으로 들어간다. 저자는 편집의 시작이다. 저자가 원고를 보내면 출간 일정을 정하고 편집에 나선다. 저자는 편집의 마무리다. 편집자가 작업한 교정지를 저자가 최종 확인을 해야 편집이 마무리에 들어간다. 교정지에 대한 저자의 수용은 인쇄 일정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것이기도 하다. 이렇듯 저자는 기획과 편집의 시작이며, 마무리까지 편집자와 거의 한 몸처럼 움직이는 편집자의 결정적인 고객이자 동료이다. -41쪽

미국의 대표적인 출판사 가운데 하나인 사이먼 앤드 슈스터사에서 41년 동안 편집자로 일한 집시 다 실바는 기고문 <편집자와 저자>에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이렇게 고백한다. "편집자는 대부분 알려지지 않는다. 우리는 글, 창조적 아이디어, 책을 사랑하기에 이 일에 매진할 뿐, 우리가 주목받길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의 공헌을 깊게 이해한 저자가 머리말이나 감사의 글에서 우리의 이름을 언급하고자 하면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허락할 뿐이다. 우리는 편집자라는 직업이 최선의 책을 위해 묵묵히, 무명으로 공헌하는 직업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우리 스스로를 하찮게 여기지 않는다." -51쪽

'대중적으로 읽히는 글'에 대한 경박한 강조를 버려라. 독자들은 '쉽고 친절한 글'만이 아니라 '깊고 탄탄한 글'에 더 깊은 신뢰를 보낸다. -83쪽

훌륭한 원고가 그만큼의 가치를 다하는 훌륭한 책으로 태어나려면 초고에서 탈고까지, 즉 최종 원고가 편집의 단계에 들어가기 전까지 편집자는 다양한 거리 두기와 '저자-원고-책-독자-독자 환경'의 시선으로 책의 구체적인 상을 그려야 한다. 책을 가장 정확하고 매력적으로 설명하는 단 하나의 단어는 무엇인가? 가장 짧은 묘사, 단 한 줄의 문장은 무엇인가? 하루 평균 100종 이상의 신간이 쏟아지는 서점에서 이 책의 특징과 장점을 한눈에 드러내는 표지, 장정, 제목, 부제는 무엇인가?
독자의 언어, 서점의 언어, 독서 환경에서 사용하는 언어로 메모하고, 틈만 나면 고쳐 쓰고 다시 생각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더 이상 고민하는 건 시간 낭비일 뿐이야." 자신이 그리는 책이 만족스럽게 이렇게 이야기할 때까지 고치고 또 생각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86~7쪽

독자가 '꼬꼬댁'을 원한다고 '멍멍'을 외치는 저자에게 '꼬꼬댁'이라고 말할 것을 강요하지 마라. 이것은 기획이 아니라 고문이다. 기획은 '멍멍'을 외치고 싶은 저자와 '멍멍'을 듣고 싶어 하는 독자가 만나 행복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1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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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7 23: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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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7 23: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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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8 12: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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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 관한 짧은 이야기
토미 바이어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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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제도 일종의 마약이라 조심하는 편이다. 무언가에 의존하고 싶지 않으니까. 중독 목록에 가짓수를 하나 더 보탤 필요가 없다. 술과 담배와 커피, 이것이면 충분하다. 사람에게는 못된 버릇이 필요하고 그것이 사람과 로봇을 구별하는 기준 중 하나라지만, 그래도 정도껏 해야 하는 법이다. -11~2쪽

원래 인생의 가장 멋진 순간들은 의식하지 못하는 새 지나가버리지 않던가. 앞으로 더 멋진 일이 일어날 거라는 끝 모를 기대에 가려 행복한 순간들은 덧없이 우리를 스쳐간다. 그 행복이 일상이 되고, 좋았던 순간은 한때의 메아리로 남아 기억 한편에 자리 잡는다. 행복했던 순간들의 기억은 모호하다. 그 순간을 꽉 움켜쥐지 않았으므로. 아니, 의식조차 못 하고 지나가버렸으므로. -20쪽

결점이 없다는 건 매력이 없다는 것과 같아. -28쪽

무슨 조화일까? 쇼윈도 너머의 물건 중 갖고 싶은 게 하나도 없었다. 새 재킷도, 양복도, 홈시어터와 신형 에스프레소 기계도, 뜰에 놓을 만한 의자, 탁자 등도 필요하지 않았다. 가지고 있는 것들로도 충분했다. 보이는 것마다 너무 유치하거나 볼썽 사납고, 너무…… 모르겠다. 계좌의 돈이 마약 같은 효능을 발휘하는 걸까? 그럴 리가. 돈은 무언가를 사라고 있는 거다. 물건이든 과정이든 모든 것에는 값어치가 존재한다. 소유할 능력이 생기자 그 모든 것이 가치를 잃는다는 건 비논리적이다. 하지만, 정말 비논리적일까? -42~3쪽

130은 시속 200에서 보면 후진하는 속도에 불가하지만 90에서 보면 광속이다. 모든 게 상대적이다. 나의 템포 역시. -9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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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4 23: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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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4 23: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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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5 09: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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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기행 - 선인들, 스스로 묘비명을 쓰다
심경호 지음 / 이가서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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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들은 죽음이 가져올 내 존재의 무화無化를 극복하려면, 영원히 썩지 않을 세 가지를 이루라고 했다. 덕德과 공功과 언言, 그 셋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이루어야 이름이 영원히 잊히지 않으리라고 했다. 이것도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태어날 때는 몸이 빛났건만, 인간은 갖은 실패와 좌절을 겪으면서 몸의 정기를 잃고, 살아 있으면서 죽어가기 마련이다. 세상의 부조리를 참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삶은 더욱 고통스럽다. 그러나 어쩔 것인가, 죽은 뒤에야 그만둘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숙명이 아닌가. -4쪽

선인들은 죽음에 대처하면서 삶의 의미를 생각하고 자신의 본래성을 추구했다. 죽음이 가져다줄 통절한 아픔과 슬픔을 가상으로 체험함으로써 죽음이 보편성을 배우고, 고독 속에서 홀로 겪게 될 죽음의 순간에 느낄 슬픔을 극복할 수 있었다. 또 죽음의 절박함을 알았기에 삶속에서 진정한 희열을 맛보고자 했다.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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