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데이비드 실즈 지음, 김명남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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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받아들이세요, 나는 이렇게 말하는지도 모른다.
삶을 받아들이거라, 아버지의 대꾸는 이해되고도 남는다.
대체 어쩌다가, 나는 자연스러운 죽음에 반쯤 홀렸는가? 내 나이 고작 51세인 것을. 영국의 소설가 마틴 에이미스는 말했다. '언제일지 몰라도 반드시 때가 온다. "안녕"이 반기는 인사가 아니라 작별 인사가 되었구나 깨닫는 때가 온다. 그리고 죽음, 그것은 삶이라는 임시직 후에 찾아오는 상근직이다. 이제는 애써 고개를 틀지 않고는 반대쪽을 바라볼 수가 없으니, 죽음이 다가오는 것이 너무나 분명하기 때문이다. 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머리로야 납득하고 있어도 당장의 현실은 아니었다.'-15~6쪽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와 산모는 산모가 아기에게 공급하는 영양소를 놓고 무의식적으로 승강이를 벌인다. 임신은, 진화생물학자 데이비드 헤이그가 말했듯이, 줄다리기이다. 양쪽이 기를 쓰고 잡아당기기 때문에 줄 중앙에 묶인 깃발이 거의 움직이지 않을 뿐이다. 생존은 전쟁이다.-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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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미 넉장반 세계일주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08년 8월
품절


지금은 이렇게 생겨먹은 나지만, 날 때부터 이 모양 이 꼴은 아니었다는 말을 우선 해두고 싶다.
갓 태어났을 무렵의 나는 오히려 순진무구함의 화신이었고, 갓난아기 시절의 히카루 겐지 저리 가라 하는 사랑스러움, 사념(邪念)이라고는 터럭만큼도 없는 해맑은 미소가 고향 산천을 사랑의 빛으로 가득 메웠다 한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지금은 내가 웃으면 그곳에 메피스토펠레스처럼 불길한 웃음이 있을 뿐이다. 거울을 보며 노여움에 휩싸인다. 네놈은 대체 어찌하여 이렇게 되었는가. 이것이 현시점에서 네놈의 총결산인가.
아직 젊지 않느냐고 사람들은 말하리라. 인간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그런 터무니없는 일이 있을 리 없다. 젊은이에게 너무 오냐 오냐 하면 아니 된다.
그렇지 않아도 '세 살 버릇 여든까지'라고 하는데 당년 스물하고도 하나, 머지않아 세상에 태어난 지 사반세기가 되려는 어엿한 청년이 이제 와서 자신의 인격을 변모시키려 궁색하게 노력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이미 딱딱하게 굳어 허공을 향해 우뚝 솟은 인격을 억지로 굽히려 해봤자 똑 부러지는 것이 고작이다.-9~10쪽

사전에는 800만 신이 이즈모에서 간간악악 논쟁을 벌인 끝에 남녀의 연을 정한다고 쓰여 있었다. 고작 운명의 붉은 실을 묶고 풀고 하느라 제국의 신들이 일부러 한데 모인다는 것이다. 그 라면집에서 만난 수상쩍은 신이 한 말은 사실인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신들에 대한 노여움에 부르르 몸을 떨었다.
할 일이 그것밖에 없는가. -28쪽

나와 아카시 군의 관계가 그 뒤 어떤 전개를 보였는지, 그것은 본문의 취지에서 일탈된다. 따라서 그 기쁨 반, 쑥스러움 반인 묘미에 관해 상세히 쓰는 것은 삼가련다. 독자도 그런 타기할 것을 읽느라 귀중한 시간을 시궁창에 버리고 싶지는 않으리라. 성취된 사랑만큼 이야기할 가치가 없는 것은 없다. -96쪽

가능성이라는 말을 무한정으로 쓰면 아니 되는 법. 우리라는 존재를 규정하는 것은 우리가 지닌 가능성이 아니라 우리가 지닌 불가능성이다.-156쪽

쯧, 그러지 말고. 오즈를 봐. 그 녀석은 확실히 한량없는 얼간이이기는 해도 중심이 잡혀 있지 않나. 중심이 잡히지 않은 수재보다 중심이 잡힌 얼간이가 결국에는 인생을 유의미하게 살 수 있는 법이야. -15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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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종말시계 - '포브스' 수석기자가 전격 공개하는 21세기 충격 리포트
크리스토퍼 스타이너 지음, 박산호 옮김 / 시공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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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란 인간이 탐욕스럽게 써대는 유한 자원이라는 의견에 대부분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유가가 피크에 달했다는 단순한 사실을 인정하는 단계를 넘어서고 있다. 이 책은 그 담론의 바로 다음 단계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유가가 단계적으로 인상되는 동안 우리의 일상적인 삶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연구했다. 유가가 1갤런 당 8달러로 오르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될까? 10달러로 오르면? 18달러로 오르면? 주유기 옆에 찍힌 유가가 변하면서 우리의 집, 차, 직업, 휴가 등 모든 것이 변하게 될 것이다. -13쪽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기름값은 문화, 주고, 도시, 교육의 변화를 몰고 오면서 지구상의 단 한 점도 남기지 않고, 우리의 생활 방식을 철저하고 완벽하게 바꿔놓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처하게 될 모든 변화가 다 암울하지는 않다. 사실 많은 사람들의 삶이 여러 면에서 향상될 것이다. 우리는 운동도 더 많이 하게 되고, 독소가 훨씬 덜 들어간 공기를 마시게 될 것이고, 건강에 더 좋은 음식을 먹고, 지구환경에 더 좋은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휘발유 가격이 오르면서 어쩔 수 없이 제기될, 우리 사회의 산적한 과제들을 명쾌하게 풀어줄 창의적이고 대담한 지성을 가진 기업가들이 등장하고 거대 기업이 부상해서 세계 경제와 우리의 삶을 완전히 뒤바꿔놓을 것이다. 전 세계 경제 질서를 다시 재편할 공룡 기업들, 차세대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들이 이 격동기에 탄생할 것이다.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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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3-25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이 되면 기름값이 많이 올라간다고 들었는데 큰일이에요.ㅜ.ㅜ
안 그래도 지금 많이 올랐는데.. 여름이 되면 얼마나 더 올라갈련지... 걱정입니다.

이매지 2010-03-25 20:53   좋아요 0 | URL
어후. 정말 기름값, 가스값 오르는 거 보면 너무 무서워요 ㅠ_ㅠ
 
소설 Mr. Know 세계문학 24
제임스 A. 미치너 지음, 윤희기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구판절판


나는 방금 전에 <영향력>이란 말을 사용하였는데, 그 단어는 60고개에 들어선 우리 부부의 삶에서 서서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것으로 부각되었다. 우리 부부는, 이 미국 사회에서 어느 분야의 예술가든 크게는 이 사회가 그들에게 부여해 주는 영향력에서 자신들의 예술 행위에 대한 보답을 찾는 것이라는 믿음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엠마가 그러했다. 원래 교회 단체에서 세운 대학인 메클렌버그 대학에서 나도 어느 정도의 교육은 받은 셈이지만 브린 모 대학을 나온 엠마는 더 섬세한 교육을 받은 것이 틀림없었고,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언제나 강한 신념 하나를 마음속에 품고 있었다. 그 신념이란 다름이 아니라, 바로 나 같은 작가들이 어렵사리 획득한 명성과 부를 훌륭한 사회 사업이나 학생들이 사회에 안전하게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사용하지 않는다면, 혹은 그녀가 즐겨 사용하는 말대로, 지역사회의 분위기가 그릇된 방향으로 기울고 있는데도 호통을 치지 않는다면 그 명성이나 부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단호한 생각이었다. -43쪽

나보다 훨씬 똑똑한 여자인 내 편집자 역시 나를 겁나게 하는 존재였다. 그래도 그녀는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고, 또 우리는 함께 내 원고가 형체를 갖출 수 있도록 무진 애를 쓰기도 했었다. 그러나 진짜 두려움은 딴 곳에 있었다. 원고가 서서히 인쇄 과정에 들어감에 따라 나는, 과연 비평가들이 내 작품에 관해 이러쿵저러쿵 평을 해줄 것인지, 독자들이 과연 내 책을 사서 볼 것인지 정말 가슴 졸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아무것도 내 뜻대로, 내가 바라는 대로 된 것이 없었다.
책이 세상에 나왔다가는 곧 날개 찢긴 새처럼 퍼덕거기라다가 죽는 것을 지켜보는 일이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었다. 더욱이 네 번씩이나 그러한 고통을 경험하다니! 정말 불운한 세월이었다. -49쪽

어떤 책이 가치가 있다는 것은 누군가가 그 책의 장점을 발견해서 책을 구입하고 또 나중에 가서는 <이 작가가 다음번에는 무슨 책을 낼지 궁금한데>라고 말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그게 바로 글쓰기고 또 출판이에요. -57쪽

「그런데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미스 데넘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원고나 그 원고를 쓴 작가와 사랑에 빠지면 안 된다는 거예요. 항상 팔 하나의 거리를 유지해야 해요. 그들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결국 당신의 성공은 당신이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얼마만큼 올바르게 그들을 판단하느냐 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어요.」-164쪽

마멜스타인은 훌륭한 편집자로서 세 가지 자질을 지닌 여자야. 첫째는, 독자들이 읽고 싶어 하는 멋진 소설을 찾아내는 능력, 둘째는, 시류에 적합한 주제들을 찾아내고 또 그것을 논픽션 책으로 엮어 낼 적절한 작가를 발굴하는 능력,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자들이 15년이 지나도 읽고 싶어 하는 그런 책을 만들어내는 능력이지. -185쪽

글을 쓸 때 혈관을 통해 뜨거운 피가 흐른다는 강렬한 의식이 없으면, 그 글에 어떤 중요한 의미가 담길 수 없다는 것이지요. 글쓰기란 곧 신체의 모든 부분을 다 동원해 이루어지는 행위라는 겁니다. 스트라이버트 교수님은 우리들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죠. <주전자의 물이 끓을 때 그 속에 모든 재료를 다 집어넣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여러분은 작가가 될 수 없습니다.>-226쪽

하지만 스트라이버트 박사님, 소설이 아닌 논픽션의 경우는 달라요. 그런 책들 가운데 성공한 책들의 절반 정도는 다 대중들의 취향을 잘 알고 있는 생각 깊은 편집자들이 제안해서 만들어진 책일 겁니다. 어쩌면 베스트셀러의 4분의 3이 편집자들이 제안한 책일지도 모릅니다.-278쪽

잘못은 나에게 있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데블런 교수님이 나에게 쏟아 부었던 말들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실제 상황에 있는 실제 인물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네.> 그의 현명한 충고는 계속되었다. <추상적 개념에 관한 소설은 실패할 수밖에 없네. 유형적 인물에 대해서가 아니라 살아 있는 인물에 대해 써야만 하네.> 이러한 충고를 나는 강의 시간에 학생들에게 반복해서 강조했지만, 정작 나 자신은 그러한 충고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것이다. -3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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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0-03-21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세상에 나왔다가는 곧 날개 찢긴 새처럼 퍼덕거기라다가 죽는 것을 지켜보는 일이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었다."

아, 정말 슬픈데요. 하지만, 단 몇 %만을 위한 책이라 하더라도 필요해요.
'단 1명이라도 내가 원하는 것을 전달할 수 있다면' '단 1명이라도 가슴이 일렁이 생겨
변화시킬 수 있다면' 이라는 마음이 있다면 좀 덜 슬프지 않을까, 그게 바로 작가의
마인드 아닐까 생각하긴 하지만...

이매지 2010-03-21 22:07   좋아요 0 | URL
물론 단 몇 %만을 위한 책도 필요하겠지만, 작가나 편집자 입장에서는 좋은 책이 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 ^^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사실 책의 운명은 2주 안에 판가름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좋은 책인데 그렇게 묻혀버리면 좀 안타깝죠^^;
 
파계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5
시마자키 도손 지음, 노영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절판


아버지는 또 덧붙여서, 세상에 나가 출세하려는 백정 자식의 비결- 유일한 희망, 유일한 방법, 그것은 오직 자신의 신분을 감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설령 어떤 경우를 당하더라도, 어떤 사람을 만나더라도 결코 백정이라고 고백하지 마라. 한때의 분노나 비애로 이 훈계를 잊으면 그때는 사회에서 버려지는 거라 생각해라" 하고 아버지는 가르쳤던 것이다.
일생의 비결이란 이처럼 간단한 것이었다. '숨겨라'- 훈계는 이 한 마디가 다였다. 그러나 그 무렵에는 정신이 다른 데 팔려 있어서 "무슨 말을 하시는 거예요" 하며 흘려듣고, 다만 이제 마음껏 공부할 수 있다는 기쁨에 가득 차 집을 뛰쳐나왔던 것이다. 즐거운 공상의 시대에는 아버지의 훈계도 곧잘 잊고 지냈다. 그러나 갑자기 우시마쓰는 소년보다 어른에 가까워졌다. 갑자기 자아를 깨닫게 되었다. 꼭 재미있는 옆집에서 재미없는 자신의 집으로 옮겨온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제는 스스로 숨기려 하였다. -16쪽

강사 중에 천민의 아들이 있다는 소문이 전교에 퍼지자 모두 경악과 의심으로 동요했다. 어떤 사람은 렌타로의 인격을, 어떤 사람은 용모를, 어떤 사람은 학식을 들먹이며, 다들 도저히 백정 출신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아무래도 거짓말 같다고 우겨댔다. 내보내라는 소리는 일부 교사들의 질투로 일어났다. 아아, 인류의 편견이라는 거싱 없었다면 키시너우에서 살해당하는 유대인도 없었을 것이며, 서양에서 떠들어대던 황화설도 없었을 것이다. 억지가 통하고 도리가 막히는 세상에서 백정 자식이 쫓겨나가는 것을 부당하다고 할 사람이 어디 있으리오. 결국 렌타로가 출신 성분을 고백하고 많은 교우들에게 작별을 고하고 나갈 때, 이 강사를 위해 동정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렌타로는 그렇게 사범학교 문을 나와서 '학문을 위한 학문'을 버린 것이다.-19쪽

아버지는 이 에보시가다케 기슭에 숨어 살기는 했지만, 공명을 꿈꾸는 마음만은 일생 동안 불같이 타오른 사람이었다. 그것이 욕심 없는 숙부와 아주 다른 점이었다. 그 누를 수 없는 심한 욕망 때문에, 세상에 나가 일할 수 없는 처지라면 차라리 산속에 들어가버리겠다는 울분이 그칠 길이 없었다. 자신은 뜻대로 살 수 없었지만 적어도 자식만은 뜻대로 살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자신이 꿈꾼 것을 꼭 아들이 이루게 해주고 싶었다. 설령 해가 서쪽에서 떠서 동쪽으로 지는 날이 오더라도 이 뜻만은 굳게 지키고, 변하지 마라, 나가라, 싸워라, 입신해라, 이것이 아버지의 정신이었다. 지금 우시마쓰는 아버지의 고독한 생애를 회고하며 당신의 유언에 담긴 희망과 정열을 한층 강하게 느끼게 되었다. 잊지 말라는 일생의 교훈의 생명감, 허덕이는 듯한 남성의 영혼의 호흡, 아들의 가슴에 흘러내리는 아버지의 핏발, 그것은 아버지가 돌아가심으로써 더욱 깊은 감동을 우시마쓰의 가슴에 남겼다. 아아, 죽음은 말이 없다. 그러나 우시마쓰의 지금 처지로는 그것이 백 마디 천 마디의 말보다도 한층 깊게 일생의 문제를 생각하게 했다. -124~5쪽

심심한 배 안의 사람들은 시종 잡담을 했다. 특히 타카야기와 함께한 스님은 농담이라도 하는 듯한 가벼운 말투로 어울리지 않는 정치 이야기를 한답시고 이것저것 되지도 않는 말을 꺼내서, 듣는 사람들은 모두 입을 삐죽이며 웃었다. 이 스님은 선거는 일종의 유희이며 정치가는 모두 배우에 지나지 않는다며, 우리는 다만 구경하고 즐기면 된다고 했다.-189쪽

설법의 1부는 원숭이 비유로 시작했다. 지식이 있는 원숭이는 세상일에 모르는 것이 없다. 많이 공부하고, 많이 외우고, 많은 경전을 암송하고 만인의 스승이 될 정도의 학문을 쌓았다. 짐승의 슬픔은 다만 한 가지, 믿는 힘이 없다는 것이다. 사람은 비록 이 원숭이만큼 지식이 없다 하더라도 믿는 힘이 있기에 비로소 범부도 부처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 여기에 있는 여러분, 아시겠습니까? 인간으로 태어난 숙명적인 고마움을 생각해서 아침저녁 염불을 게을리하지 마시오. 이렇게 주지는 설법했다. -2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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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0-03-19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마자키 도손의 <파계>가 국내에 번역되었군요.전 이 작품을 70년대 삼중당에서 나온 다까기 아끼미쯔의 파계 법정이란 책에서 알았읍니다.파계에는 일종의 천민 부락에 관한 내용이라고 하더군요.우리네 식으로 말하면 일종의 백정과도 같은데 5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우리 나라도 고기를 잘라 팔았던 정육점 주인은 무척 천대를 받았다고 하는군요.아무래도 백정이라는 인식이 강했던것 같습니다.
위에 적으신 것처럼 일본에서도 부락민들은 일제 시대까지만 해도 같은 일본인으로 취급하지 않았다고 하며(당시 조선인보다도 더 천대받았다고 하네요),이른바 주민 대장에서도 부락민 출신이라고 명기되었다고 합니다.그리고 패전 이후에는 주민대장에서 출신 성분 명기가 없어졌지만 부락민 출신인것이 알려지면 따돌림을 당했다고 하네요.
파계를 다 읽으시고 시간이 되시면 삼중당에서 나왔던 파계 법정(절판이니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보셔야 될듯)을 읽어보시면 상당히 재미있으실 겁니다^^

이매지 2010-03-19 09:12   좋아요 0 | URL
사실 아직도 백정이니 천민이니 그런 개념이 뿌리 뽑히지는 않았죠. 싸울 때 꼭 나오는 쌍눔의 시키. 같은 표현을 보면.

그나저나 70년대라니! 세로쓰기일 것 같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드는 군요 ㅎㅎㅎ
어쨌거나, 좋은 책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